26 마일 LSD의 기록

[소금장이]

  매주 토요일 새벽 운동은 이제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지난 일년 반동안 거의 개근을 하며 지켜낸 즐거운 습관이다. 혼자서라면  시작도 하기 어려웠을 것이며  시작 했어도 지키기 어려웠을 습관을 지킬 수 있었던건 함께 달리는 클럽 멤버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토요일에 그것두 새벽 5시 반에 뛰려고 준비하여 모이는 일이 어디 범상한 일인가.신기한것은 단 한번도 이 모임은 중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雨)도 거의 토요일엔 없었고 내려도 연습 도중이거나 마친 뒤에 내렸다.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마라톤 대회를 몇 차례 거치면서 난 스스로 감히 해보려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는 자신이 대단해보이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토요일 연습에 여럿이 모여서 오로지 한가지 같은 관심으로 웃고 떠들며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모른다.그 즐거움은 새로나온 아이폰 5와는 견줄수 없는 몸과 마음의 정직한 건강함에서  오는것이니  그걸 중독이라 부르는  모르는 사람들의 나무람도 그냥 웃어 넘긴다.

지난주 토요일 26마일의 LSD를 앞 둔 금요일 저녁,대회 전날의 긴장감을 자신에게 불러일으키느라  양말부터 모자,셔츠,반창고,바셀린,건포도,신발 등등을 미리 챙겨 놓고 저녁밥은 코스트코 립아이 스테잌에 밥과 열무김치로 든든히 먹었다. 대회 리허설이다 싶게 준비하는것이다.아마 그렇게 해서 10월 말 대회를 앞둔 두려움에서 좀 벗어 날수 있으려는 속셈으로 .한편으로는 작년 여름인가 언젠가 한번 대회 전 혼자 연습 중에 처음으로 아,나도  완주는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올라서 혼자 슬며시 웃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 그 자신감을 좀 회복해보고도 싶었다. 첫 대회는 정말 뭘 모르고 <덤벼들어> 마치고 두번쩨 세번쩨는 고생길이었고 네번쩨엔 그럭저럭 몸이 따라주어 23마일까지는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 할 수 있었다.근데 그래도 두려운 생각이 버려지지 않는다.편히 생각하자 하면서도 어디 마라톤이 장난인가 말이다.하여 이번 토요일의 26마일 LSD를  좀 심각하게  해보자  맘먹고 아홉시도 않되서 잠자리에 들며 알람을 4시로 맞추어 놓는다.

   새벽 3시 59분에 잠에서 깨진다. 내가알람을깨운다.유령처럼일어난다.붙이고,바르고,입고,차고,쓰고 ,신

고 부엌에서 약간의 스트레칭을 한다.아침은 밥이 없어서 못먹고 사과 한알 먹는다. 물 두모금 마신다.개

스테이션에 가서 얼음사서 쿨러에 채우고 모임 장소로 나가니 새벽 다섯시 반에 무려 10명이 모인다.  부

부 사마귀 ,터마이트,빨간빈대,달팽이,호랑나비,독거미,베짱이,땅개미 그리고 나까지 그리고 중간에

손전등 들고 쌕쎅이님이 합류 하니 열한명이다.추석을 한 주 앞 둔 새벽공기는 아직 차지는 않고 좀 시원

할 뿐이다.인사 나누고 주차장부터 달리기를 시작한다.캄캄하니 뭐 눈에 뵈는게 없다.헤드램프에 의지

해  꼬불 고개를 빠져나가는데 모두들 막 시동 걸고 달리기 시작한 제 몸 상태를 살피는지 말이 없다. 고

개 아래 넓은 대로를 맘껏 넓게 쓰며 달린다.건너편 스와니 쉘터까지 편도6.5마일이니 그걸 두번 왕복 하

려는 것이다. 아래 주차장과 소프트볼 구장 도는걸 빼고 그냥 가니 부담이 덜하다. 그렇다고 26마일 거리

가 줄어든게 아닌데도 그렇게 느껴진다.사방은 아직 짙은 어둠이고 우리들의 둔탁한 발걸음 소리뿐이다.

 스와니 팍에 닿으니 한시간 2분이 지났다. 건포도를 한줌 먹고 물을 마신다.건포도는 이번에 처음 시도

해보는 파워푸드이다. 파워젤보다 싸다.그리고 달콤해서 좋다.오리걸음을 몇미터 하고 바로 출발한다.멕

기니스를 지날때서야  날이 서서히 밝기 시작한다.

    이 6.5마일 코스를 풀 대회나가서 기억하고 떠올리면

좀 달리기 나으려나.아무래도 몸에 익은 동네 코스를 대회때  떠올려서  구간구간 대입하면 덜 지루하겠

구나 싶다.이 6.5마일 코스는 참 정답구나.구간 마디마디 변화가 있어 지루하지않고 새로 넗혀놓은 나무

다리와  반듯하고 고르게 깔아놓은 콘크리트 트레일은  억울한 납세자에게 보람을 안겨준다. 시작단계에

달리는 속도는 이정도면 한 9분 30초 속도 아닌가? 싶은데 시계는10분45초란다. 발은 빨리 달리는 것같은

데 아직 몸이 풀리질 않아 더딘것이다. 그런데 13마일 한바퀴를 7-8마일 지났을 무렵엔 누가 그러고자 한

것도 아닌데 9분 이하의 속도로 가고 있고, 느껴지기는  처음 시작때와 별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이러니

대회때 각자 베스트 기록이 나올 수 있는 것이리라.게다가 오늘은 평일 연습하고 달리는 것이지만 대회

때는 비축된 힘도 있으니까. 도중에 속도가 점점 빨라지니 서로 타이르며 조심스레 속도를 줄인다.  죠지

피얼스 팍에 도착한다. 한바퀴 돌고 이제 두바퀴쩨다.두시간 5분지났다.물을 채우고 선글래스 챙기고 ,오

른쪽 무릅 옆이 좀 아픈데 천천히 달리면 괜찮겠지 하고 나가본다. 날이 밝아서 이마가 하늘에 닿도록 맑

다. 지금부턴 혼자 달린다. 두시간 지났으니  몸이 오로지 달리고자 하는데로 맏겨보자.이시간 쯤이면 신

발에도 내피가 통하는지 러닝화 바닥의 쿠션이 포근포근 하다.추운 겨울에는 신발바닥 고무가 굳어있어

서 처음엔  딱딱하게 부딪치는 느낌이 난다. 잠깐씩이긴 하지만 달리는 걸 좀 잊고 딴생각에 빠진다. 조용

한 숲을 무어라 말 할수 있나. 이제 가을이 오면 저 잎들도 다 지고 황량해 지겠지.저녁 엔 뭘먹나.왜  허

리 사이즈는 더 줄지 않는걸까. 저 곤충은 어찌 저리 빨리 달릴 수 있나.몸이 눈치 못채도록 하며 길게 한

눈을 팔아야 좀 편한데 잘 안된다.세시간 지나면 오늘은 어떤 느낌일까, 한 세시간 반 지나니까 몸은 자

동이고 마음은 너그러워지던데, 물론 것두 잠깐이고 힘들 뿐이지만 거기 뭔가 있다고 믿어보는 것이다.

마틴 팜 로드지나 나무다리 구간은 이코스중에 베스트다.그

장소의 공기는 더 시원하고 항상 꽃 향기가 난다.숨을 깊게 마셔서 흠뻑 취한다.다시 스와니팍에 도착한

다. 세시간 좀 넘었다.이제 돌아가면 된다. 바람이 좀 불어서 더운지는 모르겠다.갈길이 구만리다. 머릿

속으로 축지법을 쓴다. 맥기니스 찍고 긴다리 건너가면 땡이다.26마일이 후다닥 달아난다.토요일 오전

 이시간은 신성불가침시간이니  모든 걱정이여 사라져라,날 건들지마라.모든 근심아 , 근심 아닌것들아 

그냥 가라 난 내몸 안고 그냥 달린다. 자고로 반복되는 동작은 집중을 부르고 집중은 마음을 비우게하니

저 푸른 나무잎들이  햇살속에 무한 합성하는 생명의 무던함에 동참할 따름이다. 세시간 반을 지난다. 근

데 힘들다. 평일 연습을 화,수,목 연달아 해서 그런거라 핑겔 대어본다. 근데 똑같이 연습한 달팽이님은

 벌써  앞서 달려 나가서 보이질 않는다. 가다보니 빨간빈대님이  발바닥 아프다고 걷는다.나도 좀 걷자.

힘들어 죽갔다.L-S로드 부터 걷다 뛰다 한다. 내리막길은 걸으면 후덜거려 뛰는게 낫다. 끝에 가서 호수

를 돌건가 빼먹을 건가 갈등에 싸인다.다리근육들이 피로물질로 가득 차 있는것 같다. 특히 종아리가 더

힘들어한다.네시간이 넘어간다.숨은 괜찮다. 배가 좀 고프다.. 거의 다 와간다. 호수를 결국 빼먹고 쉘터

로 들어선다.새벽 5시 40분에 시작해서 10시가 되도록 달렸구나.몸 속에  남은 밑천이 별로 없다.리셑 버

튼이 눌려진 거다.지금 부터 먹는건 전부 영양식이다.음식도 술도 타이밍이다.달린 직후 제일 그리운건

 찬 맥주 한잔이지만, 호랑나비님이 가끔 해오시는 끓인 누룽지에 신김치를 얹어 먹는것은 그순간  최고

음식이다. 한 여름 수박은 없어서는 안될 토요일 달린 후 과일이다.삶은 계란이며,집에서 만든 떡이며,

 김밥,호박죽,떡볶기,검은깨죽,집에서 기른 열무김치 비빔밥.. 등등 서로들 준비해오신 음식들은 정말 고

맙고 필요하다.. 한잔의 커피나 핫 쵸코렛 조차도 그 순간엔 얼마나 소중한가..함께 달린 달림이들과 떠

들며 음식을 나누는 시간, 서로 봐주는것 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전부들 여기저기 아픈 것 자랑이다. 그

러나 약으로 다스리는 달림이들은 없다.몸의 자생적 치유를  믿으니  갖가지 치유의 체험들을 나누고 거

기서 배운다.말 한마디가 천냥이다.우리가 이 새벽 모임을 마치고 헤어질  즈음, 공원은 다른 스케쥴의

사람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한다.

[다알팽이]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마라토너의 순수한 인품, 자연을 사랑하고 사색을 즐기는 삶, 감사와 겸손의 마음도 느껴집니다.

[사마귀]

아주 좋습니다. 머지 않아 썹뜨리할 글 입니다. 도를 깨우치는 중이군요

[호랑나비]

꼭 썹3리 그날이 오길 바랍니다...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