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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동물들의 위기 탈출방법은 다양하다. 복어처럼 몸을 크게 부풀려 포식자를 놀라게 하는 종이 있는가 하면, 오징어나 문어처럼 주변 환경과 비슷한 색으로 몸의 색을 변화시키는 바다의 카멜레온도 있다. 각각의 종은 오랜 경험과 학습을 통해 저마다의 위기탈출 방법을 터득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빠른 몸놀림’으로 도망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식일 것이다. 그렇다면 움직임이 느린데다 신통한 재주가 없어 보이는 해삼은 어떻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해삼은 바닥을 기어 다니면서 모래∙진흙에서 유기물을 흡수하거나, 해조류를 뜯어 먹고 살기에 빠르게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런 느린 움직임으로는 위기가 닥쳤을 때 벗어나기가 힘들다. 그래서 해삼은 도망치는 것 말고 다른 방식을 찾아야 했다.
레오파드 해삼은 위협을 받으면, 국수 면발 같은 관을 뿜어낸다
열대 바다 레오파드 해삼은 위협을 받으면 항문으로 국수 면발같이 생긴 하얀색 관을 뿜어낸다. 이 관은 프랑스의 동물학자 퀴비에(Cuvier, 1769~1832)가 처음 학계에 보고했다 하여 ‘퀴비에관’이라 부른다. 퀴비에관은 굉장히 끈적거린다. 포식자가 멋모르고 달라 들었다가는 여기에 얽혀 꼼짝 못하고 만다. 필자도 필리핀 해역에서 잠수 중 호기심에 퀴비에관을 건드렸다가 끈적거리는 불쾌감에 며칠을 고생한 적이 있다. 퀴비에관을 뿜어내고도 적을 제압하지 못하면 몸을 수축시켜 단단하게 만든다. 그러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항문으로 창자를 밀어낸다. 해삼으로서는 창자만 먹고 살려달라는 마지막 협상 카드인 셈이다. 해삼은 불가사리와 같은 극피동물이다. 극피동물의 특성상 신체 일부가 훼손되더라도 재생이 가능하다. 뱉어낸 창자는 30~40일 정도 지나면 완벽히 재생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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