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신 문화의 수도(首都)...안동 산들바람이 부드럽게 살갗을 스치는 봄이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어디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
산들바람이 부드럽게 살갗을 스치는 봄이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어디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바쁜 도심을 벗어나 여유롭게 여행을 할 곳은 없을까. 일상의 스트레스를 봄바람에 훌훌 날려보내고 유유자적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은 어디 없을까.
한가로움과 눈의 즐거움을 동시에 느끼고자 하는 이에게 딱 맞는 곳이 있다. ‘한국 정신 문화의 수도(首都)’ 안동이다. 낙동강 물줄기가 휘돌아 가는 동네, 하회마을. 안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하회마을. 낙동강의 큰 물줄기가 안동을 지나 이 동네를 한 바퀴 휘감고 간다. 그리하여 하천 하(河)자에 돌 회(回)를 써서 하회마을이 됐다. 이렇게 물이 감고 지나가는 지형을 ‘태극형’이라 한다. 강으로 휘감긴 땅은 중심이 봉긋하게 솟아 연꽃처럼 보인다고 해서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지형을 풍수지리학적으로 길지라 인정해 왔다. 안동 안내자는 이러한 산과 물로 둘러싸인 Ω형의 지형 덕분에 6.25 동란에서도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길지(吉地)의 좋은 기운을 여행하면서 한 번 느껴보시길..
안동 하회 마을을 여행하기 전에 일러둘 것이 있다. 길조심! 하회마을을 본격적으로 둘러보기 전에는 이곳의 길을 단조롭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구불구불 이어진 길과 비슷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 집들 때문에 마을을 나가는 곳이나 숙소를 찾기 힘든 것.
한번은 이곳에 여행을 왔던 두 여학생이 가방을 숙소에 두고 여기저기를 둘러본 후 가방을 챙기러 다시 숙소로 돌아가려 했는데 숙소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고… 안내자의 말에 따르면 이런 일은 빈번히 일어난다고 한다. 안동이나 풍산으로부터의 진입로는 화산의 북쪽고개를 넘고 그 길이 이 마을의 중심부를 관통하게 되는데 이 중심로의 북쪽을 북촌(北村), 남쪽을 남촌(南村)이라 부르고 있다. 남촌은 충효당과 남촌댁이 볼만하고, 북촌은 양진당과 북촌댁이 볼만한다. 양진당, 충효당, 남촌댁, 북촌댁 등 몇몇 가옥들은 모두 ㅁ자형 몸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또한 사랑채나 별당채는 일측면으로 연결하거나 후정에 따로 세우는 등의 구조를 하고 있다.
하회마을의 전통적인 집들을 둘러보고 난 후에는, 마을 가까이에 있는 화천강변에 가보라. 깍아내리는 듯한 절벽 부용대에는 수천, 수억년 동안 형성된 단층의 결이 그대로 살아 있다.
이 곳은 전도연과 배용준 주연의 영화 ‘스캔들’의 촬영지다. 영화의 배경으로 나온 풍경만큼이나 이곳의 경치는 아름답다. 강 앞으로는 고운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어 신발을 벗고 걸으면 따뜻한 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납작한 돌을 집어 들고 물수제비를 떠보는 것도 수려한 자연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안동의 명물 하회탈 안동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하회탈이다. 하회탈은 주지(2개), 각시, 중, 양반, 선비, 초랭이, 이매, 부네, 백정, 할미 등 10종 11개가 전해지며 그 외에도 떡달이, 별채, 총각의 3종이 더 있었으나 유실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동을 대표하는 안동 하회탈들이 서울의 박물관에 모두 있고 안동에는 그 복사품들만 있다는 것이 이 곳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고. 신의 계시를 받은 허도령이 제작하기 시작했다는 이 하회탈 중에는 턱이 없는 미완성의 것이 있다. 그 이유는 사람이 없는 신성한 곳에서 조용히 이 탈을 만들어야 하지만 허도령을 사모하는 처녀가 이 금기를 깨고 휘장에 구멍을 뚫어 허도령을 엿보고 말았다는 것. 그리하여 허도령은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죽었으며, 마지막으로 만들던 이매탈은 미완성으로 남겨졌다고 한다. 이매탈 탄생의 비극과는 달리 이매탈의 모습은 우스꽝스럽다. 턱이 없을 뿐 더러 안면 좌우 근육과 주름살의 방향이 불균형을 이룬다. 눈과 눈썹이 아래로 늘어진 모습은 순박해 보이기도 한다. 이매탈이 바보탈 혹은 병신탈이라고 부르는 까닭이 바로 이러한 모습 때문이다. 이매의 능청스럽고 바보스러운 모습은 선비와 양반들을 풍자하는데 극적 효과를 준다. 탈놀이에서 선비의 하인역할로 나오는 이매의 바보스러운 행동과 표정은 이들의 존재를 우습고 무능한 존재로 격하시킨다. 이매의 역할은 서민들이 가지고 있었던 양반에 대한 불신과 유쾌하지 않은 감정들의 분출구가 되는 것이다. 하회별신굿탈놀이에서 사용되는 하회탈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적인 탈들 그리고 아시아 각국의 탈들을 안동탈박물관에서 구경할 수 있다. 각가지 탈들을 구경한 후에는 건물 안 기념품 가게에 들러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선물을 살 수가 있다. 탈로 만들어진 액자와 한국의 전통 문양이 수놓아진 핸드폰 줄을 비롯해, 그릇, 전통공기돌까지 선물거리는 다양하다. 유교문화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서원
안동은 26곳의 서원과 사당이 있을 정도로 유교 문화의 뿌리가 깊다. 이 중에서도 으뜸은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헐리지 않은 도산 서원과 병산 서원.
도산서원은 퇴계 이황이 유생을 교육하며 학문을 쌓던 곳인데 1574년 전교당과 도•서재 등을 덧붙여 서원으로 승격됐다. 서원 안 퇴계 유물을 전시해 놓은 옥진각에는 퇴계가 사용하던 문구류와 실내 비품, 서책들이 전시되어있다. 천원짜리를 뒤집어 놓고 도산서원의 이곳저곳의 구조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 그렇지만, 생각만큼 이 둘을 비교하기란 만만치 않다.
매표소를 지나 도산서원으로 향하는 한적한 길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그 길을 따라 흐르는 안동호 건너편에는 소나무와 반듯한 비석이 세워진 ‘시사단’이 이 길의 운치를 더한다.
병산서원 역시도 훌륭하다. 서원으로 향하는 길이나 서원이 앉은자리, 그리고 서원 건물 자체까지 감탄을 자아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마루인 ‘만대루’에 올라 아름다운 병산의 풍경을 감상하면 그 아름다움에서 헤어나기 힘들 정도이다. 병산서원은 풍산 류씨의 교육기관인 풍악서당을 병산으로 옮겨 지은 것으로, 지금도 서애 류성룡의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안동의 또다른 재미 – 먹거리
안동 여행을 더욱 재미있게 하는 것은 안동의 유명한 먹거리들. 그 중에서도 간고등어와 안동 찜닭이 유명하다.
간고등어구어를 한점 입에 넣으면 입속에서 살살 흩어진다. 또한 간고등어 조림 속에 알맞게 간이 밴 김치를 밥에 얹어 먹는 것도 일품이다. 불고기 양념처럼 달콤한 간장 양념이 매콤하게 잘 배어있는 안동 찜닭도 지나칠 수 없다. 안동찜닭의 매콤한 맛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 안동사람들은 “다른 지역에서 먹는 안동 찜닭은 다 가짜”라며 이 안동 찜닭에 대단한 자부심을 드러낸다. 하회마을 안에는 초가나 기와로 된 민박집들이 많이 있다. 이곳에 있는 민박들은 대부분 식사까지 가능하다.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방의 보온을 하기 때문에 아랫목에 누워있으면 찜질방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일반 여관보다는 민박을 이용하는 게 안동에 온 기분을 더욱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선비의 고장인 안동의 음식하면 떠오르는 것은 헛제삿밥, 간고등어가 있고, 최근에 전국적인 유행을 불러일으킨 매운찜닭이 있다. 어찌 이뿐일까? 안동은 예로부터 쇠고기가 맛있기로 유명하여 안동소라 하면 질좋은 한우로 정평이 나있다. 그래서 갈비탕이나 선지국밥이 유명한 집들도 있다. 또, 고춧가루가 들어간 특이한 안동식혜, 삶은 국수를 찬물에 건져서 말렸다가 은어 다린 물에 다시 말아 먹는 건진국수, 조밥에 쌈을 곁들인 칼국수조밥, 올갱이국인 골부리탕, 잉어찜과 묵밥, 안동지역의 전래 찰떡인 버버리찰떡 등 종류도 아주 다양하다. 이 모두가 옛 선비들이 즐겨 들었던 음식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나도 선비 흉내를 좀 내고 싶어진다.
안동 헛제삿밥
각종 곡류와 고춧가루가 가미된 안동식혜
유교문화가 온 도시를 휘감고 있어 교회 종탑 찾기도 쉽지 않은 안동에는 밤새운 주경야독에 지친 유생들이 출출한 배를 달래기 위해 제사연습을 핑계로 젯상을 차리고 그 음식을 나눠먹던 데서 유래했다는 헛제삿밥은 선비들의 밥참거리인 일종의 허드레 음식으로, 원래 제사음식이 차례를 지내고 제상에 올렸던 음식을 나누어 먹는 풍습에서 비롯되었다.
놋쇠로 된 제기에 흰쌀밥과 양념 없는 맑은 탕국, 쇠고기 수육, 채소산적, 나물, 자반고등어, 찐 가오리, 북어, 두부전, 저냐(전)가 나오는데, 우리가 방문한 하회마을 입구의 옥류정 선비상에는 부드러운 조기가 추가로 나왔다. 제사음식이 그렇듯 헛제삿밥에는 고춧가루나 마늘 같은 자극적인 양념을 쓰지 않는다. 진주의 헛제삿밥과 다른점은 육고기산적이 적은 대신 밥과 비빔나물들을 담은 유기그릇을 따로 내어와 좀더 아기자기하다. 일반 비빔밥처럼 고추장으로 비비지 않고 깨소금 간장으로 비벼야 제맛이다.
식사 후 후식으로는 전통 음청류인 안동식혜가 제격이다. 시큼한 맛과 함께 약간의 매운맛, 혀끝에 감도는 단맛 등 풍부한 미각을 자극해 준다. 매운맛을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백식혜도 있다. 하지만 간간한 헛제삿밥의 뒷맛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것은 역시 매운 식혜가 제격일 것이다.
안동 구(舊)시장에는 35년전부터 2~3집이 생닭을 다듬어서 장만해 주다가 1986년경 이들 집들이 모두 조리된 통닭집들로 변형되었다. 지금의 구시장에는 한 20여 곳에서 찜닭을 조리하지만 중앙통닭은 35년전 생닭 다듬던 할머니의 점포를 1988년부터 인수하여 지금에 이르러 원조에 가까운 집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초창기부터 닭도리탕(닭볶음탕)을 즐기던 고객들을 위해 당면에 감자, 당근, 파, 시금치, 고추 등 그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다 보니 각종 재료들이 풍성하게 들어간 지금의 찜닭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쫄깃한 닭고기, 매콤한 청양고추, 달콤한 소스가 각종 재료에서 우러나오는 풍미와 혼합되어 복합적인 맛을 창조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찜닭 4,500원에 소주 500원으로 많은 양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었지만, 두 사람이 즐기기에는 다소 부담스런 양이다. (현재는 18,000원)
구시장 안의 푸짐한 안동찜닭
요즘은 지역마다 브랜드 한우의 출시가 유행이 되고 있다. 경북지역만 하더라도, 경주 버섯한우, 상주의 감먹은 상감한우, 의성 마늘소, 봉화 한약우, 식물성기름인 아마종실 첨가 사료를 먹인 영주한우 등 나름의 우수성을 알리고는 있지만, 역시 아직은 한우 하면 안동한우다. 안동한우는 출하 8개월 전부터 항균제나 호르몬제를 일절 첨가하지 않고 오직 생균제, 효소제, 완충제를 첨가한 특수주문사료만 투여하고 무공해 지하수를 급여하는 등 프로그램 사육을 고수한다. 또한 평균 23-25개월간 사육한 630kg 이상의 완숙한 소만 출하하기에 쇠고기 특유의 노린내가 없으며 한우의 독특한 풍미와 씹힘성, 풍부한 마블링(근내지방층)에서 우러나는 부드럽고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 서울갈비는 갈비거리에 있지 않아 발품을 좀 팔아야 하지만, 가족 모두가 최고의 육질 공급을 위해 노력하는 진짜 한우 암소집이다.
마블링이 잘 된 안동 한우 갈비등심
< 안동 맛집 > -헛제삿밥: 옥류정, 풍천면 하회리 하회마을 입구(054-854-8844-5) 까치구멍집, 상아동 안동댐 월영교 앞(054-855-1056) -안동찜닭: 중앙통닭, 서부동 구시장내(054-855-7272) -건진국수: 이춘백초가, 성곡동 안동민속촌(054-821-8644) -칼국수조밥: 선미식당, 삼산동 대동루 옆(054-857-8498) -쇠고기, 생갈비: 서울식당, 동부동 파크호텔 부근(054-859-6264, 017-505-6264) 여행 Tip - 민박비용 3~4 인실 – 2만 5천 ~ 3만원 15~20 인실 – 7만 ~ 9만 식사 - 5천원(1인당), 7천원(1인/ 간고등어 나올 시) 안동찜닭 – 1만 5천원 (2인), 1만 8천원(4인) 자세한 관광내용은 안동문화 관광센터(http://www.welcomeandong.com/), 안동시청홈페이지에서(http://www.andong.go.kr/) 확인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