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에 소문난 경상도 음식 열전 누가 경상도 음식이 맛없다 했는가!
주관적으로 봤을 때 경상도 음식은 맵고 짜다. 따뜻한 기후 탓에 고춧가루를 듬뿍 사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상도 지방은 산이 많고 평야가 적어 음식을 많이 먹기보다는 검소하게 먹는 경향이있다. 그래서 타지방 사람들이 경상도에서는 국밥밖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밥이 어때서? 국밥, 그것만큼 경제적이고 평등한 음식이 있을까. 뼈로 국물을 우려내니 값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커다란 들통이든 가마솥이든 일단 만들어지면 수십에서 수백 명의 한 끼 식사를 책임지니 이 얼마나 경제적인가? 그렇게 국밥 한 그릇 앞에 두면 모두가 평등한 식객일 뿐이다.
대구의 후한 인심, 따로국밥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ktsketch.com%2FPds%2FBoard%2FTbbs12%2FEditor%2F%ED%81%AC%EA%B8%B0%EB%B3%80%ED%99%98_%EA%B5%AD%EC%9D%BC%EB%94%B0%EB%A1%9C%EA%B5%AD%EB%B0%A5.jpg) 경상도 음식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대구다. 대구는 따로국밥의 본고장인데, 내륙에서 자란 쇠고기에 파를 숭덩숭덩 썰어 넣어 오래 끓인 국에 밥을 만 것이다. 따로국밥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이유도 재미있다. 따로국밥은 원래 땔나무 장사를 하던 부부가 나무꾼들에게 끓여준 데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6·25전쟁 때 대구로 피난 온 각지의 피난민들에게 후한 국밥 인심을 베풀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게 되었다는 것. 따로국밥은 익힌 양지머리와 사태고기를 잘게 썰어 넣고 대파를 듬뿍 넣어 끓인 국물에 선지를 한 국자 퍼 담아 낸다. 연한 고기에 고소한 선지와 신선한 대파가 어우러져 그 맛이 얼큰하면서도 구수한 것이 특징이다. 옛날에는 소머리부터 선지까지 여러 가지를 넣고 끓였지만 요즘은 고객의 식성에 맞게 따로국밥도 진화했다. 육수에 사골과 등뼈를 사용하고 선지도 따로 삶아 원하는 손님에게만 얹어주는 식이다. 고추기름으로 양념을 해 빨간 기름이 떠오르지만 국물 맛은 여전히 담백하고 구수한 것이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의 속을 풀어주기에 안성맞춤이다. 국일 따로국밥 1940년대 초에 개업하여 따로국밥을 대구의 전통 음식으로 정착시킨 원조집. 한국전통문화 보존회로부터 ‘전통명장인’으로 지정받았다. 문의 053-253-7623
부산 출신 전국구 별미, 돼지국밥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ktsketch.com%2FPds%2FBoard%2FTbbs12%2FEditor%2F%ED%81%AC%EA%B8%B0%EB%B3%80%ED%99%98_%EB%8F%BC%EC%A7%80%EA%B5%AD%EB%B0%A5.jpg) 어쩌다 보니 또 국밥이 대표 음식으로 나왔다. 역시 경상도는 국밥이 별미이긴 별미다. 허영만의 만화 <식객>에서 돼지국밥을 표현하길, ‘설렁탕이 잘 닦여진 길을 가는 모범생 같다면, 돼지국밥은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반항아 같은 맛’이라고 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느낌으로 그 의미를 대충 알 수 있을 듯 하다. 돼지국밥이란 것을 마산에서 처음 먹어봤는데, 국물에 비계 덩어리와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통에 처음엔 아연실색했다. 하지만 살지고 통통한 새우젓갈과 부추를 듬뿍 넣고 겉절이 김치 한 조각과 함께 먹는 푸짐한 돼지국밥 맛에 홀딱 반해 그날 세 끼를 돼지국밥만 먹은 기억이 있다. 돼지국밥은 돼지 뼈를 넣어 푹 곤 육수에 돼지 수육을 실하게 넣고 밥을 말아 먹는다. 여기에 고춧가루 양념장을 풀고 새우젓으로 간을 한 다음에 부추를 듬뿍 넣고 김치를 얹어 먹는다. 부담스러웠던 돼지 비계와 껍질도 씹히는 맛이 쫄깃하다. 그 맛은 투박하면서도 개운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처음에 국물에서 본 기름기는 어디로 가고 담백한 맛만 입에 쩍쩍 붙는다. 부산 범일동 마산식당 만화 <식객>에 나왔던 돼지국밥집의 실제 모델이다. 돼지 뼈로 국물을 푹 고아 국물이 구수하고, 주인만의 비법으로 돼지고기를 요리해 누린내가 나지 않고 담백하다. 문의 051-631-6906
신선한 나물과 해산물이 가득, 헛제삿밥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ktsketch.com%2FPds%2FBoard%2FTbbs12%2FEditor%2F%ED%81%AC%EA%B8%B0%EB%B3%80%ED%99%98_%EC%A7%84%EC%A3%BC_%ED%97%9B%EC%A0%9C%EC%82%BF%EB%B0%A52.jpg) 예부터 진주는 전통 문화와 음식으로 손꼽힌다. 상차림도 전주 못지않게 푸짐한 곳이 바로 진주다. 그 중 진주를 대표하는 네 가지 음식은 진주 비빔밥, 진주 냉면, 진주 헛제삿밥, 진주 교방음식이다. 이 중 헛제삿밥은 여러 가지 나물만 들어가는 안동 헛제삿밥과는 달리 나물과 함께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다. 또한 안동 헛제삿밥은 따로따로 그릇에 담겨 나오지만 진주 헛제삿밥은 한 상에 같이 차려져 나온다. 화학조미료와 고추장을 일체 쓰지 않는 것도 진주 헛제삿밥만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이다. 알려진 대로 헛제삿밥은 조선시대 유생들이 밤늦도록 글을 읽다가 배는 고프고, 음식을 만들게 되면 그 냄새가 이웃에 풍겨 가난한 서민들이 괴로워할까봐 실제로는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서 제사를 지냈다며 이웃 사람들을 불러 모아 함께 나눠 먹은 데서 유래한 음식이다. 헛제삿밥에는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 무채 등 7가지의 나물이 들어가며 밥은 놋그릇에 담는다. 그 이유는 비빔밥이 가장 맛있는 온도가 65℃인데 놋그릇이 쉬이 식지 않고 그 온도를 잘 유지해주고 나쁜 독성을 없애주기 때문이다. 진주헛제사밥 진주 헛제삿밥을 제대로 재현한 식당. 전주 상차림 못지않은 푸짐한 상차림이 나온다. 문의 055-761-7334
비 오는 날 동동주와 찰떡궁합, 동래 파전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ktsketch.com%2FPds%2FBoard%2FTbbs12%2FEditor%2F%ED%81%AC%EA%B8%B0%EB%B3%80%ED%99%98_%EB%8F%99%EB%9E%98%ED%8C%8C%EC%A0%84.jpg) 동래 파전은 찹쌀과 쇠고기, 달걀, 대합, 홍합, 새우, 굴, 파 등 10여 가지 재료를 넣어 ‘해산물 종합 세트’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영양 만점 파전이다. 부산의 동래는 근처의 기장 파와 언양 미나리를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조개, 굴, 홍합, 새우 같은 싱싱한 해물들이 풍부하기에 이것으로 파전을 부쳐 먹게 되었다. 특히 동래 파전은 조선시대 동래 부사가 임금님께 진상했던 음식이다. 동래 파전은 먼저 파를 철판에 수북히 놓고 위에 해물을 듬뿍 얹은 다음 재료들이 서로 엉겨 붙을 수 있을 만큼 찹쌀가루와 멥쌀가루를 풀어서 국자로 고루 뿌려준다.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가 두툼하므로 충분히 익혀서 뒤집어야 하며 거의 익을 무렵에 달걀을 풀어 지진다. 동래 파전은 간장에 찍어 먹기도 하지만 초장에 찍어 먹는 것이 파전 속 해산물의 맛을 더 감칠나게 해준다. ‘비 오는 날 파전에 동동주 한잔’이 떠오른다면 꼭 동래 파전을 찾으시길. 동래할매파전 4대째 동래 파전의 맛을 이어오며 부산 민속음식점 1호로 지정받은 동래 파전 전문점이다. 문의 051-552-0791
이 외에도 마산의 아구찜, 가오리찜, 미더덕찜과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안동식혜, 밀가루와 콩가루를 섞어서 반죽한 다음 얇게 밀고 가늘게 채 썰어 만든 국수를 멸치장국에 말아서 쇠고기 볶은 것과 지단을 웃기로 얹어낸 건진 국수, 하동의 재첩국 등 경상도 토속 음식은 수도 없이 많다. 바다와 내륙의 신선한 재료들로 정성껏 맛을 낸 제대로 된 경상도의 토속 음식을 맛본다면 “경상도 음식은 맛이 없다”란 말은 더 이상 못할 것이다. 아직도 못미덥다면 지금 당장 경상도로 식도락 여행을 떠나보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