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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무섭고 친절한 이웃
서어 신상현
아프리카 남부 칼라하리 사막 부근에 피그미새매 가족이 살았다. 피그미새매는 몸길이가 이십여 센티미터의 맹금류로 하늘을 씽씽 날아다니며 사냥했다. 맹금류치고는 몸집이 작았지만 아주 훌륭한 사냥꾼이었다. 그중에서도 번개는 으뜸으로 사냥을 잘했다. 번개는 사냥할 때 번갯불처럼 번쩍번쩍 빨라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피그미새매 번개는 가족으로부터 독립해야 할 나이가 되었다. 독립한 이후엔 용감하고 지혜로운 아빠가 되고 싶었다. 아빠가 되려면 먼저 짝을 찾아야 했다. 번개는 오래전부터 초롱이와 짝을 이루고 싶었다. 초롱은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친구였다. 번개는 깃털과 꼬리를 멋지게 단장하고 초롱이를 찾아갔다.
번개는 꼬리 깃털을 곤두세우고는 초롱에게 프러포즈했다. 초롱이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다. 초롱이도 오래전부터 번개를 좋아하고 있었다. 초롱은 알을 낳고 무사히 새끼를 키울 집만 있다면 기꺼이 짝이 되겠다고 했다. 번개는 물속을 헤엄칠 듯이 기뻤지만 집을 짓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번개는 곧바로 고민에 빠졌다. 번개는 단 한 번도 집을 지어본 적이 없었다. 아빠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지만, 아빠도 집을 지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사실 번개 가족은 바위틈에서 살고 있었다. 하지만 알을 낳고 부화시키려면 나무 위에 집을 지어야만 했다. 바위틈에선 새끼를 키울 수 없었다. 뱀과 몽구스를 비롯한 들짐승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가 어미가 집을 비우면 알이나 새끼를 잡아먹기 때문이었다.
번개가 고민에 빠져있자 아빠가 번개를 집 밖으로 불러냈다. 그러고는 언덕 너머 이웃 마을로 데리고 갔다. 이웃 마을엔 집단베짜기새들이 살고 있었다. 번개와 아빠는 언덕에 있는 나뭇가지에 앉아 집단베짜기새 집을 바라봤다. 집단베짜기새는 참새 크기로 번개보다 훨씬 작았다. 번개가 아빠에게 왜 이곳에 데려왔냐고 묻자 아빠가 오히려 되물었다.
“집단베짜기새들은 우리가 갖지 못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
“맞아요. 정말 훌륭한 집을 지었어요.”
“그래 맞아. 집이 정말 훌륭하지.”
번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빠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 집단베짜기새 집이 훌륭한 것과 자기에게 집이 필요한 것이 무슨 상관인지 알 수 없었다. 번개가 물었다.
“그런데 그게 왜요?”
“그런데 말이야, 저들에겐 아주 큰 단점이 있지.”
“그게 뭐죠?”
번개 아빠는 번개의 질문에 답해주지 않았다. 대답 대신 이렇게 말하고는 집으로 가버렸다.
“네가 스스로 그 단점을 찾아야만 해. 그래야만 너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지.”
번개는 혼자남아서 집단베짜기새들의 집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집단베짜기새들은 커다란 나무의 가지 사이에 집을 짓고 모두가 함께 살았다. 백여 개의 작은 둥지가 아파트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커다란 집이었다. 아파트는 지름이 삼 미터가 넘었고 무게는 일 톤이 넘을 것 같았다. 적어도 이백 마리 이상의 새들이 한꺼번에 살 수 있는 커다란 집이었다. 번개는 관찰하면 관찰할수록 집단베짜기새들의 집 짓는 능력에 와와! 감탄했다. 피그미새매들은 한 가족이 살 집도 짓지 못했다. 그런데 집단베짜기새들은 마을에 사는 모든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짓다니 놀라웠다.
번개는 아무리 관찰해도 집단베짜기새들의 단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장점만 자꾸 보였다. 집단베짜기새들은 수시로 집을 수리했다. 집이 나무 위에 있었지만 쉽게 부서지지 않을 것 같았다. 번개는 하룻밤을 꼬박 새웠다. 꼭 단점을 찾아서 고민을 해결하기로 결심했다. 번개는 깜빡 잠들었다.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을 때 집단베짜기새들이 매우 시끄럽게 찍찍 울어대고 있었다. 모두 집 밖으로 나와 나무 주위를 맴돌며 다급하게 울어댔다. 그때 해가 저 멀리 지평선에서 둥실 떠올랐다.
해가 뜨고 날이 밝자 번개는 나무 위에서 커다란 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 미터가 넘는 커다란 뱀이 집단베짜기새 집을 향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쓱쓱 다가가고 있었다. 하지만 집단베짜기새들은 어쩌지 못하고 찍찍 울어대고만 있었다. 누구도 나서서 커다란 뱀을 공격하지 않았다. 섣불리 공격했다가 뱀에게 물리게 될까봐 걱정하는 것 같았다. 번개는 재빨리 뱀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는 뾰쪽한 부리로 뱀의 머리를 쪼았다. 서너 번 공격하자 뱀이 나무 위에서 내려가더니 도망쳤다. 하지만 집단베짜기새들은 여전히 울어댔다. 번개는 자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번개는 자기가 공격만 한다면 집단베짜기새를 잡아먹을 수 있었다. 번개가 도와주려 했다고 말했지만 집단베짜기새들은 계속 찍찍 울어댔다. 번개는 다시 옆에 있는 나무로 날아갔다. 집단베짜기새들은 그제야 조용했다.
번개는 저녁 시간이 다 되었지만, 아직도 집단베짜기새들의 단점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그때 몽구스 한 마리가 나무 위로 올라가려고 했다. 집단베짜기새들은 다시 울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누구 하나 앞으로 나서서 몽구스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번개는 드디어 집단베짜기새들의 단점을 알아냈다. 집단베짜기새들은 자기들이 지은 훌륭한 집을 스스로 지킬 능력이 없었다. 번개는 이번에도 뾰족한 부리를 사용해서 몽구스를 쫓아버렸다. 그러고는 드디어 고민을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하늘 높이 날아올라 외쳤다. 삐어! 삐어!
번개는 집으로 돌아와 가족에게 독립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빠와 엄마는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번개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초롱이를 찾아갔다. 초롱에게 집을 찾았다고 말했다. 초롱이도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번개와 초롱은 입맞춤했다. 함께 살기로 약속하고 부부가 되었다. 번개는 초롱을 데리고 언덕 너머로 이웃 마을로 날아갔다.
두 마리의 피그미새매가 나타나자 화들짝 놀란 집단베짜기새들은 모두가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찍찍 울어대며 집 주위를 맴돌았다. 번개는 집단베짜기새 집을 두리번거리다가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 들어갔다. 초롱이도 들어갔다. 그러고는 집 안을 적당히 넓혔다.
집을 번개에게 빼앗긴 집단베짜기새 부부는 어쩔 수 없이 아파트 한구석에 다른 둥지를 지었다. 다른 집단베짜기새들이 도와줬다. 순식간에 둥지를 완성했다. 집단베짜기새들은 번개와 초롱이가 언제 자기들을 공격할지 몰라 두려웠지만 울지 않고 조용했다. 자기들 힘으로 번개 부부를 쫓아낼 힘도 없었지만, 뱀과 몽구스를 몰아낸 번개가 한집에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기들만 공격하지 않는다면 최고의 이웃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집단베짜기새의 단점을 알아낸 번개가 미리 예상한 결과였다.
시간이 지나고 초롱은 알을 두 개 낳았고 얼마 후 새끼 두 마리가 알아서 깨어났다. 번개와 초롱은 물속을 헤엄칠 듯 기뻤다. 그때 집단베짜기새들의 둥지에 있는 알에서도 작고 귀여운 새끼들이 깨어났다. 새끼들이 깨어나자 뱀과 몽구스는 더 자주 침범했다. 하지만 집단베짜기새들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번개와 초롱이가 매번 집과 새끼를 지켜주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 지역에 건기가 시작되자 뜨거운 태양 빛이 쨍쨍 내리쬐었다. 건기가 시작되고 비가 오지 않자 사냥감이 줄어들었다. 사냥감들은 물웅덩이를 찾아 다른 곳으로 가거나 땅속 깊이 숨어들었다. 당연히 번개 가족이 먹어야 할 먹잇감도 줄어들었다. 번개는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더 열심히 사냥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갈수록 먹잇감은 더 줄어들었다.
번개는 집단베짜기새 새끼를 잡아먹을까 말까 고민에 빠졌다. 집단베짜기새 새끼들은 아직 날 수가 없었으므로 도망갈 수 없었다. 집단베짜기새 새끼는 번개 가족에게는 아주 좋은 먹잇감이었다. 번개가 마음만 먹으면 이웃에 있는 집단베짜기새 새끼를 얼마든지 잡아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번개는 집단베짜기새 새끼를 공격하지 않았다. 마음대로 잡아먹었다가 집단베짜기새가 모두 떠나버리면 집을 보수해줄 기술자가 없게 되기 때문이었다. 수시로 보수하지 않으면 아파트가 뜨거운 태양 빛의 열기로 찜통이 될 것이 뻔했다. 집단베짜기새들은 뜨거운 태양 빛에도 열기가 오르지 않게 집을 변형하거나 보수할 수 있었다. 또한, 번개는 집을 빼앗은 것도 미안한데 소중한 새끼의 생명까지 빼앗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건기는 계속되었다. 집단뻬짜기새들도 고민에 빠졌다. 자신들의 먹잇감도 부족했으므로 번개 가족에게도 먹잇감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집단뻬짜기새들은 심장이 조마조마 불안했다. 언제 갑자기 번개 가족이 자기들의 새끼를 물어갈지 알 수 없었다. 번개는 배가 몹시 고팠다. 먹잇감을 모두 새끼들과 초롱에게 주다 보니 어느 날은 온종일 굶었다.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흙도 쪼고 나무도 쪼았지만 신통치 않았다. 다음날도 번개는 제대로 먹지 못했다. 이러다간 힘이 모두 빠져나가 사냥을 못 할 수도 있었다. 자기가 사냥을 못 하면 새끼가 굶어 죽을지도 몰랐다.
번개도 더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자기는 물론 새끼들도 먹을 것이 부족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새끼들이 굶어 죽을 것 같았다. 번개는 집단베짜기새 집을 노렸다. 그중에서 어미가 밖으로 나가고 없는 집을 찾았다. 그러고는 입구로 달려들었다. 집단뻬짜기새 새끼들이 자기 어미가 온 줄 알고 입을 벌렸다. 번개는 차마 그 새끼를 물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두 눈을 꾹 감고 새끼 한 마리를 물었다. 그때 새끼 어미가 날아와 울어댔다. 다른 집단뻬짜기새들도 함께 울어댔다. 어미가 자기 새끼를 놓아달라고 말했다. 번개가 놓아주지 않자 어미가 번개 앞에 다가와 앉았다. 어미는 자기를 잡아먹고 새끼는 제발 놓아달라고 말했다. 번개는 차마 새끼도 어미도 잡아먹을 수가 없었다. 번개는 일에 물었던 새끼를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튿날, 아침부터 시끄러웠다. 번개가 밖으로 나왔을 때 커다란 뱀 한 마리가 나무에 오르고 있었다. 번개는 평소처럼 뱀을 쪼았지만, 힘이 없어서 제대로 공격할 수가 없었다. 뱀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집 안에 있던 초롱이도 밖으로 나와 번개를 도왔다. 하지만 초롱이도 힘이 없었다. 뱀은 도망가지 않고 계속 나무 위로 올라왔다. 어느새 아파트 앞까지 다가왔다. 그때 뱀에게 달려들지 못하고 주위만 맴돌던 집단뻬짜기새 한 마리가 뱀에게 달려들었다. 어제 번개가 놓아준 어미였다.
하지만 그 어미는 그만 뱀에게 물려 죽었다. 뱀이 한입에 삼켜버렸다. 그러자 다른 집단뻬짜기새들이 한꺼번에 뱀에게 달려들었다. 이백여 마리가 넘는 새들이 달려들자 뱀도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결국, 나무 위에서 뚝 떨어졌다. 집단베짜기새들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벌써 서너 마리의 집단베짜기새가 뱀에게 물려 죽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때 번개는 알 수 있었다. 집단베짜기새들이 자기 가족에게 먹잇감을 주기 위해 목숨을 바쳐 뱀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번개도 초롱이도 다시 뱀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번개는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해 쏜살같이 날아서 뱀의 눈을 쪼았다. 눈에서 피가 흘렀다. 결국, 도망가던 뱀은 그 자리에서 멈췄다. 번개와 초롱이의 공격이 계속되자 꿈틀거리던 뱀은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번개는 뱀을 뜯어먹었다. 오랜만에 포식했다. 집단베짜기새들과도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어미를 잃은 집단베짜기새 새끼들은 다른 어미들이 돌봤다. 뱀은 워낙 커서 몇 날 며칠 먹을 수 있었다. 번개네 가족은 집단베짜기새 덕분에 좋은 집에서 힘든 건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번개의 새끼 두 마리도 이제 많이 자라서 하늘을 날 수 있었다. 아파트를 떠날 때가 되었다. 다행히 집단베짜기새들의 새끼들도 하늘을 날 수 있었다. 이제 뱀이나 몽구스가 쳐들어와도 걱정 없었다.
번개 가족은 아파트를 떠났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다시 산란기가 왔다. 번개에게도 아들이 있었는데 태어날 때 우는 소리가 커서 이름을 천둥이라고 지었다. 어느 날 천둥은 번개에게 자기도 아빠처럼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번개는 천둥을 데리고 이웃 마을로 갔다. 이웃 마을엔 아주 훌륭한 집단베짜기새 아파트가 있었다. 번개는 자기 아빠가 자기에게 했던 것처럼 천둥에게 말했다.
“저 새들의 단점을 너 스스로 찾아야 해. 그래야만 너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지.”
번개는 빙그레 웃더니 하늘 높이 날아갔다. 천둥은 혼자 남아서 집단베짜기새들의 아파트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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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
축하합니다..
이달의 작품에 동화가 연이어 선정되었군요..
감동적인 글이었습니다..
동화....네, 감사합니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읽어도 감동적이군요. 축하합니다~
제가 감동입니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