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어 행복한 세상 / 김태수의 시(詩) 읽기
거룩한 밤(김용화)
아들 놈 술동무 할 만큼 키워놨더니
군대로 끌려가고
마누라 술동무 될 만큼 공들였더니
교회로 새고
2005년도
마지막 밤
재야의 종소리는 먼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데
푸른 별 쳐다보며 혼자 술을 마신다
***
"힘든 하루를 보내고 텅 빈 집으로 돌아온 나를 위로해 주는 건 이 맥주 한 잔 뿐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이렇게 혼자 마신다." 2016년 9월 5일부터 10월 25일까지 tvN에서 방영된 월화드라마 <혼술남녀>의 대사다. 혼자서 마시는 술을 ‘혼술’이라고 한다. 드라마의 대사처럼 혼술은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위로의 술이다.
요즘 ‘혼술족’이 많아지자 이들을 위한 이벤트도 풍성하다. 그러므로 이 시대의 혼술은 즐거운 놀이고 달콤한 휴식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중년 남자 가장의 혼술은 왠지 쓸쓸한 분위기이다.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집이라는 공간의 밝은 빛이 혼술을 마시는 중년 남자의 얼굴을 어둡게 만드는 것 같다.
정말 외롭고 쓸쓸한 것일까? 다시 보니 시인의 술잔에 담긴 것은 새해를 기다리는 싱싱하고 맑은 꿈이다. 푸른 별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재야의 종소리가 울리는 ‘거룩한 밤’을 동화처럼 순수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혼술이다. 시를 읽다 보니 나도 혼자서 술을 마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