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얼음골은 추웠다

[안흥종]

밀양에 한번 들리려고 마음먹었는데 모처럼 시간 내서 찾아 나섰다.
울산 현대에 근무할 때 인사과 여직원 미스 김이 결혼하여 아파트를 이웃했던 것이다.
신규사업 진출로 울산을 떠나 광화문 현대사옥에서 신규 프로젝터 팀에서 근무한 것인데,
2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찾아가 만나보니 앳된 새댁이 40대 후반 중년여인으로 변했고,
아들하나 딸 하나가 대학생이라는 것 외에는 상냥하고 예쁜 모습은 그때 그대로였다.
만나는 순간 얼마나 반가웠던지...

넓은 부지에 꽃 키우면서 사는 전원생활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야외 마당에서 숯 불 지피고 바비큐 식으로 고기 구워먹으면서
살아가는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감자 구워먹고 밤 깊어가는 줄 몰랐다.
밀양서 미스 김 내외로부터 환대받고 참으로 행복하다.
별들이 보석처럼 촘촘히 박혀있는 밤하늘에 둥근 달이 환하게 비춰준다.
특산품 솔잎 청주에 부드러운 갈빗살 안주로 홀짝이다 하늘 쳐다보니 달이 둘로 보이는구나.

앗뿔사 저녁에 술이 과해서 그만 주인보다 늦게 일어나고 말았다.
시골에서 재배한 풋고추, 호박잎, 상추, 가지, 오이로 차린 아침식사는 꿀맛이었다.
구만동은 임진왜란 때 구만 명의 사람들이 난을 피해 숨어 있었다 해서 붙인 이름인데,
이른 아침 골짜기를 오르니 암반과 바위, 소와 여울이 어울려진 산악미가 빼어나다.
구만산 계곡 선녀탕에 몸 담그니 시원한 것이 아니라 오싹 한기를 느낀다.
촐촐 흐르는 자연의 물소리를 들으며 계속 몸을 담그고 스쳐가는 구름에 마음 달랜다.
유지매미 소리가 가깝게 들리고 조용한 계곡에 바람이 한차례 스치고 지나간다.

미스 김 남편이 시동 걸고 차를 타란다, 널찍한 대형차의 승차감이 좋았다.
우리부부와 미스 김 부부 함께 탄 차는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얼음계곡을 향한다.
35도가 오르내리는 찌는 듯한 무더위에 얼음골에 도착하니 쏴 하게 등골이 오싹해지는
냉기를 느끼면서 얼음골의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면 더위는 저만치 달아난다.
얼음골은 천황산 북쪽 중턱 해발 700ｍ 계곡 내 60도 경사진 돌밭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돌밭이 대기 중 열기를 차단하면서 계곡 지하에서 나오는 차가운 공기와 풍부한 지하수가
상호 작용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천연기념물 224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광장과 얼음골을 이어주는 구름다리를 건너서 가파른 언덕길을 걸었다.
오른쪽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에는 물장구치는 아이들로 북적댔다.
얼음골 시작점에 들어서는 순간 얼굴 쪽으로 시원한 바람이 휑하니 지나갔다.
물 속에 손을 담구니 시원한 느낌이 머리끝까지 동시에 전달된다.
발을 물에 담그면 전기에 감전된 듯 짜릿짜릿하게 아려서 오래있을 수가 없었다.
자연적으로 얼음 만들어지는 결빙지를 향해 천천히 걸으면서 서늘한 계곡을 즐긴다.

돌로 만들어진 계단 길과 주위의 돌밭 사이로 쉴 새 없이 냉기가 뿜어져 나온다.
경사진 길을 한참 걸었더니 여름에도 물이 얼어있는 결빙지 돌무덤이 나타나고
훼손 될까봐 주변에는 철책으로 보호조치를 해 놓았다.
하산하면서 우선 동동주 한잔에 파전 한 접시로 시장기를 달래고,
맑은 밀양천에서 잡은 매기로 매운탕 시켜서 밥 한 공기에 포만해진다.
미스 김 부부로 부터 정 한 아름 선물 받고 인천으로 향한다.
단풍들 때 다시 밀양에 내려온다고 약속하고 헤어짐이 아쉬워 연신 손 흔들었다.


(구만산을 오르면 계곡에 이런 조그마한 소가 자주 나오는데 날이 가물어 수량이 풍부하지 못하다)


(천년기념물 결빙지, 돌밑에 얼음이 박혔다는데 주위에 철책을 세워 돌을 들추고 볼수 없었다. 사진은 철책 틈으로 찍었음)


(얼음골에 졸 졸 졸 흐르는 맑은 물은 너무나 차거워 한 여름에도 발을 담그고 서 있을수가 없었다)

[파초부자]

얼음골 오래전에 가본 기억이 사진보니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