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아있다
그래서 밤바다에 앉아 낚시 줄을 드리우고 있다
달은 중천에 떠서 나를 밝히고
바다는 고요하다
나는 밤바다와 한 몸으로 흔들리며 앉아있다
굳이 살아온 세월을 셈하지는 않는다
다만 왜 달빛에 앉아있는가를 셈한다
오륙도 앞 바위에 앉아 새벽을 기다린다
바닷고기를 낚으러 온 것은 아니다
시간을 낚으러 온 것이다
뛰어들고 싶지는 않다
아직 남은 사명들이 있으니까
나는 아직 살아있다
소명을 다하기까지 살아남는다
내 아이가 말한다
사는 게 다 그렇지요
幸不幸은 다 내 마음먹기에 달린 거지요
나이 먹은 나보다 부처보다도 네가 낫구나
네가 보살이다
그렇게 나는 살아있다
밤바다와 달빛과 고요한 사위와 오륙도의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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