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갤러리에 글을 쓰시는 감독 이라는 분 글입니다.
배에서 뿐 아니라 어느 회사에서든 통할수 있는 방법 같아서 퍼옵니다.
이하 퍼온글
초임3기사 승선시 공부에 대한 질문 답변입니다.
요며칠 비슷한 질문이 많이서 댓글을 많이 달았었는데...
우선은 제가 3기사로 승선할때 이렇게 준비했으니 따라서 하라고 말씀은 못드리겠구요. 왜냐하면... 나는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작했기에 ㅎㅎ
가끔 보면 다들 재학당시부터 모범생으로 살고, 공부만 했나 생각하는 듯 한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1학년땐 동아리에 미쳐 기장을 맡아 부산 시내를 다 휘졌고 다녔고, 2학년땐 동문에 미쳐 동문 회장을, 3학년땐 본의아니게 총대를^^
4학년때 문득 만약에 내가 배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할까 고민하다가 생각한게 자격증이었구요.
항상 글을 쓰다보면 옆길로 새려고 하네..ㅎㅎ
아무튼 개인 실습도 없이 3기사로 승선해서부터 밤잠 아껴가며 공부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부를 해야 내것으로 만들수 있을지 답을
모르겠더라구요. 무조건 열심히는 하니까.. 일을 못해도 기관장님이나 1기사님한테는 밉보이지 않고 안타까운 인상을 줬는지 크게 욕먹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3기사 첫배 7개월을 승선하는 동안에 그 흔한 영화한편, 오락프로나 드라마 한편, 만화책 한권도 보질 않았으니까
2개월만에 첨으로 하선해서 서점부터 달려가서 전기, 냉동, 보기에 관한 책부터 구입해서 공부했지만, 처음으로 아웃풋이 나온건 아마
5개월쯤 되었을 때던가?? 보일러 근처 화재로 보일러 콘트롤 판넬에 불이붙어 판넬내의 모든 릴레이며 전선들이 다 녹아내렸었죠.
한국 입항 80시간이 안남았는데, 암튼 기관장님과 일기사님은 부랴부랴 수리신청서 작성해서 회사에 멜 날리고...
능력없는 3기사의 의견은 완전 무시되었고, 기관장-1기사-2기사 셋이서 내린 결정은 수리신청서, 기관장님은 회사로부터 문책당할 것에
대한 걱정으로 발을 동동.. 일기사님께 본인 담당기기인데, 왜 나보고 한번 만져보란 소리조차 안하냐고 내가 한번 해보겠다고 했죠.
어이없다는 표정이었지만, "한번 해봐라" 쿨하게 대해주셨던 1기사님이 문득 생각날때도 있네요.ㅎㅎ
한국 입항하는 75시간동안에 정말 단 1분도 안자고 버티며 자동은 아니지만 수동으로 점화 되도록 콘트롤 판넬을 만들어냈죠.
하루 두끼 식사를 하면 횡여나 보일러 앞에서 잠들까봐 하루 한끼 간식수준의 식사로 떼우며 3일간 밤샘 작업끝에 보일러 시퀀스 도면을
보며 전선 한가닥 한가닥 잘라 붙이고, 온갖 기기들의 스페어박스에서 필요한 전기 스페어들을 슬쩍해서 만들어냈더니만 입항해서 서비스
엔지니어는 물론 담당 감독까지도 놀라서 수리신청서는 둘째치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죠. 일기사님 왈 "3기사 꼴도 보기 싫으니까
앞으로 3일간 내눈앞에 나타나지 마라"(3일간 상륙 나갔다가 돌아오라는 말 ㅎㅎ)상륙 나간 버스에서 터미널 도착해서 기사님이 깨워줘서
일어나고, 일반대 다니던 동아리 선배 자취방에가서 13시간인가 뻗었다가 일어난 기억이 솔솔..ㅎㅎ
암튼 그 일화로 인해서 3기사 두번째 배는 무조건 신조인수요원으로 승선하는 것으로 발탁...
3기사 5개월째 들어서면서 스스로 느끼기에 한번씩 껑충껑충 업그레이드가 됨을 느끼고, 1개월뒤, 그리고 다음 신조인수 나가서 또
한번씩 업그레이드가 됨을 느끼게 되었는데.. 제 경우에는 말이죠.
에어컨 트러블을 영문도 모른채 해결한 적이 있었는데 다들 고질병이던 것을 잡았다고 칭찬들을 하시는데, 당사자인 나는 내가 뭘 건드려서
고쳐진지 기억도 안나는데... 혹 설명해보라면 어쩌나 쪽팔리게... 그래서 트러블이 생길때마다 고쳐졌다고 좋아하지않고, 내가 무슨 액션을
취했길래 고쳐졌으며, 기기의 원리는 어떻게 작동하는데 내가 취한 액션은 무엇이었는지 끝까지 고민해서 머릿속에 적립해 나갔죠.
수많은 기기 언제 다 그런식으로 해나갈까 생각하겠지만, 나조차도 당시에는 이런식으로해서 언제 다 끝내나 막막했지만, 해보면... 어느새
대부분의 기기가 이해되는 날이 옵니다.
그리고 아까 말했던 업그레이드는 각각의 기기에 대해 조각조각으로 공부하고 이해했던 부분중에 조각 두개가 맞춰지고, 세개가 맞춰지고
그러다보면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까지도 내것이 됩니다.
당시에는 디카가 없어서 사진을 맘놓고 찍지도 못했던 시기에 지금처럼 인터넷 정보도 얻기 어려웠던 시기라서 제가 공부했던 방법이
좋은 방법이었다고 말할 수 없구요. 시대가 변한 만큼 그에 맞게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찾는게 가장 좋을 듯 합니다.
우선은 하기 쉬운 것부터, 자주 써먹는 것부터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내가 해야할 일이 5가지가 있는데, 각각 1,2,3,4,5시간이 소요된다고 친다면, 저같으면 1,2,3,4,5 시간이 적게 걸리는 것부터
시작할겁니다. 총 15시간이 주어진다면 모두 끝낼 수 있겠지만, 만약에 8시간이 주어졌다고 하면, 윗사람이 얼마나 마쳤냐고 물었을 때
3개는 끝냈고, 하나는 반쯤 마쳤지만 하나는 아직 손도 못댔다고 말할 수 있지만, 5시간짜리부터 한다면 하나 끝내고 하나는 하는 중
3개는 손도 못댄 상태..
졸업한 3기사는 아마추어 학생이 아니라 월급을 받고 일하는 프로이므로 아웃풋이 있어야 하거든요. 나 혼자 독불장군처럼 내멋대로 하는게
아닌 윗사람 의중에 따라 움직여야하는 공동체이기도 하구요.
또 딴길로 빠지려고하네..ㅎㅎ
기본적인 업무(로그북 작성, 눈레포트 작성, 아브로그 작성, 입출항 준비, 자주 사용하는 파이프 라인 및 밸브)에 대해서 확실하게 한 뒤에
자주하는 업무인 전기, 냉동기, 조수기부터 마스터하고, 보일러 각종 파이프 라인 등등 순으로 나가면서 공부를 하면 될 듯
가급적이면 원리를 완전히 이해하고, 여유가 된다면 각 매뉴얼의 기기 설계에 대한 부분... 냉동기를 예로들면 압축기 용량, 응축기 용량
선정이 어떤 계산에 의해 그만한 용량으로 설계된지에 대해서도 훑어보시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됨.
하지만...
각자에게 적합한, 그리고 그 상황에 맞는 공부방법이 있을거예요.
신조라면 좀더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지만, 똥배라면 또 거기에 맞게 시간을 할애해야할테고...
그래서...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ㅎㅎ
단지 경험을 말해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