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8공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곳은 세계 최고의 랜드마크시티가 될 것입니다
갯벌을 메워 도시를 세운 경제자유구역
달빛축제공원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시면
정면으로 보이는 가장 높은 건물이에요
3층 라운지에서 내리면 분홍 봉투가 보일 거예요
갖고 싶은 사탕을, 사랑을 골라 담으시면 됩니다
손만 내밀면 물결이 출렁이는 오션파크 하버뷰
바다는 무게가 아닌 물빛으로 분양가를 매겼다
오늘의 장세는 지중해가 원산지인 초록킹크랩
사리와 조금, 간조와 만조
물수리와 쇠제비갈매기 모래 속에서 진주를 캔다
개펄에서는 물때를 잘 알아야 한다
바다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한 건 엽낭게다
조그만 기척에도 재빨리 치고 빠져 나간다
대왕문어와 주꾸미, 같은 연체성 동물인데
대출방식도 상환방식도 달랐다
피뿔고둥 껍데기가 집인 줄 알았던 우리는,
보트피플이 되어 한류성 난바다를 건너야 했다
인천 앞바다를 분주히 오가는 고깃배들
요트인 줄 알았는데 고래였다
지느러미 싱싱한 고래들이 서해로 몰려든다
새로운 태양이 거대한 바다를 들어 올린다
새를 불렀는데 시가 왔다
레드와인에서 왜 칡꽃향이 나는지 알아?
향기는 체취의 무덤이지
코르크 마개를 열고 병 속에 꿀을 한 방울 찍어두는 거야
그리고 나무젓가락 하나를 걸쳐 놓는 거지
이를테면 다리를 놓아주는 셈이랄까
꿀냄새를 맡고 병 속으로 들어가는 불개미를 관찰한 적이 있어
제일 먼저 꿀에 눈이 먼 불개미 한 마리가 시범을 보이듯 들어가지
그러면 주변에 있던 동종의 개미들이 앞 다투어 병속으로 들어가지
길게 줄을 선 퇴근길 차량들처럼 말이야
뒤쳐질세라 술집으로 몰려가는 사람들을 보았어
먹고 사는 일이 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
그곳이 무덤인 줄 모르고
몸뚱이 위에 몸뚱이를 포개며
페로몬 탑을 쌓는 말라깽이 여자와 남자를 보았어
나를 보더니 싱긋 윙크를 하더군
상당히 인내심이 필요했지
향기는 감정이 빠져죽은 술 같은 것인지도 몰라
파리지엥이나 쁘아종 같은 향수에 심장이 뛴 적 있을 거야
맥박이 두 배로 빨라지는 건 생화학물질 작용 때문만은 아니야
혀가 성기보다 오르가즘에 취약한 이유랄까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시장통에 월세 30만 원짜리 방을 얻어놓고
새벽기도 시간이면 그 아지트에서 만난다고
내 남편 이야기는 아니고 어디까지나 들은 이야기야
시장에서 순대와 어묵을 파는 같은 교회 집사가 귀띔해주었지
오로지 짝짓기를 위해 방까지 얻어놓다니
연애만 하는 그 방은 어떤 기분일까
하나님도 깜박 속아 넘어갔을 거야
알면서 왜 이혼 안 했냐고?
집에는 생활비만 주면서 애인한테 쓰는 돈은 아깝지 않다고
이를테면 개가 발등에 턱을 괴고 잠들 때
이 새벽에 나는 왜 불개미 주조법을 떠올리는 걸까
불개미술은 신경통이나 관절염에 직효래
이젠 잘 숙성된 레드와인을 마시는 일만 남은 거지
남편은 출근할 때마다 여자 향수를 쓰고
손에 공공칠가방을 든 채
불개미처럼 말이야
불개미처럼 사는 거야
강성남_2009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등단. 제26회 전태일문학상 수상.
《2024 열린시학 여름호》
첫댓글 간조 때 무의도 세렝게티에 가서 조개를 캐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같이 호미 하나씩 들고.
재밌게 잘 읽었어요.
고맙습니다 함국환 선생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