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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에 다음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설명과 그림을 참고하여 인물의 성격을 상상해 보자. 장인 이름은 '봉필'이지만 욕을 잘 해서 '욕필이'로 불림. 혼인을 핑계로 '나'를 일만 시키는 의뭉한 사람. 첫째 딸이 열 살 때부터 열아홉 살이 될 때까지 데릴사위 열 사람을 갈아치웠음. 나(26세) 작중 화자. 우직하고 순박함. 점순이와 혼인시켜 준다는 말만 믿고 3년 7개월 동안 돈 한 푼 받지 않고 머슴살이를 하고 있음. 점순이(16세) 키가 매우 작고 모로만 자란다. 야무지고 당돌한 성격. '나'를 배후에서 조종하기도 하지만, 장인과 '나'의 싸움에서는 엉뚱하게 장인 편을 듦. |
[발단]
1. 성례 요구와 장인의 거절
"장인님! 인젠 저……."
내가 이렇게 뒤통수를 긁고, 나이가 찼으니 성례를 시켜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 대답이 늘,
"이 자식아! 성례구 뭐구 미처 자라야지!"
하고 만다.
이 자라야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안해가 될 점순이의 키 말이다.
내가 여기에 와서 돈 한 푼 안 받고 일하기를 삼 년하고 꼬박이 일곱 달 동안을 했다. 그런데도 미처 못 자랐다니까 이 키는 언제야 자라는 겐지 짜장 영문 모른다. 일을 좀더 잘 해야 한다든지, 혹은 밥을 많이 먹는다고 노상 걱정이니까 좀 덜 먹어야 한다든지 하면 나도 얼마든지 할 말이 많다. 허지만 점순이가 안직 어리니까 더 자라야 한다는 여기에는 어째 볼 수 없이 고만 빙빙하고 만다.(p.106:14)
※ 성례(成禮) : 혼인의 예식을 치르는 것
※ 짜장 : 과연, 정말로
※ 빙빙하고 : 수그러들고
2. 계약의 부당함에 대한 인식과 불만
이래서 나는 애최 계약이 잘못된 걸 알았다. 이태면 이태, 삼년이면 삼 년, 기한을 딱 작정하고 일을 해야 원할 것이다. 덮어놓고 딸이 자라는 대로 성례를 시켜 주마 했으니, 누가 늘 지키고 섰는 것도 아니고, 그 키가 언제 자라는지 알 수 있는가. 그리고 난 사람의 키가 무럭무럭 자라는 줄만 알았지 붙배기 키에 모로만 벌어지는 몸도 있는 것을 누가 알았으랴. <때가 되면 장인님이 어련하랴 싶어서 군소리 없이 꾸벅꾸벅 일만 해 왔다. 그럼 말이다, 장인님이 제가 다 알아채려서, '어 참, 너 일 많이 했다. 고만 장가들어라.' 하고 살림도 내주고 해야 나도 좋을 것이 아니냐.>
시치미를 딱 떼고 도리어 그런 소리가 나올까 봐서 지레 펄펄 뛰고 이 야단이다. 명색이 좋아 데릴사위지 일하기에 싱겁기도 할 뿐더러 이건 참 아무것도 아니다. 숙맥이 그걸 모르고 점순이의 키 자라기만 까맣게 기다리지 않았나.(p.107:11)
※ 때가 되면 ~ 것이 아니냐 : 점순이와 곧 성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잃은 '나'의 심정이 장인에 대한 불만(비난)의 어조로 나타나고 있다.
※ 붙배기 : '붙박이'의 방언
※ 숙맥 : 콩인지 보리인지 구별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어리석고 못난 사람'을 비유한 말. 숙맥불변(菽麥不辨)
3. 키가 자라지 않는 데 대한 답답한 심정
언젠가는 하도 갑갑해서 자를 가지고 덤벼들어서 그 키를 한번 재 볼까 했다. 마는 우리는 장인님이 내외를 해야 한다고 해서 마주 서 이야기도 한 마디 하는 법 없다. 우물길에서 언제나 마주칠 적이면 겨우 눈어림으로 재 보고 하는 것인데 그럴 적마다 나는 저만침 가서
"제에미 키두!"
하고 논둑에다 침을 퉤, 뱉는다. 아무리 잘 봐야 내 겨드랑 (다른 사람보다 좀 크긴 하지만) 밑에서 넘을락말락 밤낮 요 모양이다.
개, 돼지는 푹푹 크는데 왜 이리도 사람은 안 크는지, 한동안 머리가 아프도록 궁리도 해 보았다. 아하, 물동이를 자꾸 이니까 뼉다귀가 움츠라 드나 보다, 하고 내가 넌튯넌즈시 그 물을 대신 길어도 주었다. 뿐만 아니라 나무를 하러 가면 서낭당에 돌을 올려놓고 '점순이의 키 좀 크게 해 줍소사. 그러면 담엔 떡 갖다 놓고 고사드립죠니까.'(해학적 표현) 하고 치성도 한두 번 드린 것이 아니다. 어떻게 돼 먹은 킨지 이래도 막무가내니……. (p.108:12)
※ '점순이의 키 ~ 놓고 고사드립죠니까.' : 점순이와 결혼하고 싶은 '나'의 소박한 소망이 키를 크게 해 주면 고사를 지내겠다는 해학적 표현으로 나타나고 있다.
※ 내외(內外) : 외간 남녀 간에 서로 얼굴을 마주 대하지 않고 피하는 일.
※ 해학(諧謔) : 웃음, 익살스러움과 통하는 말이다. 이는 재미있는 말이나 상황을 통해 전달된다. 어리숙한 모습은 물론 재치있고 기발한 모습도 웃음을 가져온다. 이러한 웃음 속에 비판적 성격을 담아 표현하면 '풍자(諷刺)'가 된다.
※ 내용 정리
1 - '나'와 장인 간의 갈등 내용 제시
2 - 1의 내용 구체화
3 - 1, 2에서 말한, 점순이의 키에 대한 나의 답답한 심정을 해학적으로 서술
※ 갈등 원인
좀처럼 자라지 않는 점순이의 키
• 장인 - 성례를 명목으로 나를 부려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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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성례를 조건으로 무보수로 3년 7개월 동안 일만 함.
[전개]
4. 꾀병을 부리게 된 동기
그래 내 어저께 싸운 것이지 결코 장인님이 밉다든가 해서가 아니다. 모를 붓다가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까 또 싱겁다. 이 벼가 자라서 점순이가 먹고 좀 큰다면 모르지만 그렇지도 못한 걸 내 심어서 뭘 하는 거냐, 해마다 앞으로 축 거불지는 장인님의 아랫배(가 너무 먹는 걸 모르고 냇병이라나, 그 배)를 불리기 위하여 심곤 조금도 싶지 않다.(성례를 시켜주지 않는 장인에 대한 불만의 해학적 표현)(p.108:18)
※ 해마다 앞으로 ~ 싶지 않다. : 장인님의 아랫배를 불리기 위하여 모를 심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 거불지다 : 둥글고 두두룩하게 툭 비어져 나오다.
※ 냇병 : 내병(內病). 몸 안의 병
5. 꾀병에 대한 장인의 반응
"아이구 배야!"
난 몰 붓다 말고 배를 쓰다듬으면서 그대루 논둑으로 기어올랐다. 그리고 겨드랑에 꼈던 벼 담긴 키를 그냥 땅바닥에 털썩 떨어치며 나도 털썩 주저앉았다. 일이 암만 바빠도 나 배 아프면 고만이니까. 아픈 사람이 누가 일을 하느냐. 파릇파릇 돋아오른 풀 한 숲을 뜯어 들고 다리의 거머리를 쑥쑥 문대며 장인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논 가운데서 장인님도 이상한 눈을 해 가지고 한참 날 노려보더니,
"넌 이 자식, 왜 또 이래 응?"
"배가 좀 아파서유!"
하고 풀 위에 슬며시 쓰러지니까 장인님은 약이 올랐다. 저도 논에서 철벙철벙 둑으로 올라오더니 잡은 참 내 멱살을 웅켜잡고 뺨을 치는 것이 아닌가.(인물 성격의 간접적 제시)
"이 자식, 일허다 말면 누굴 망해 놀 속셈이냐. 이 대가릴 까놀 자식?"(p.109:5)
※ 몰 붓다 : 모를 붓다. 못자리를 만들어 씨를 뿌리다.
※ 저도 ~ 아닌가 : 장인이 자기 중심적이고 다혈질적인 성격을 지닌 인물임을 행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 인물의 제시 방법
1. 직접적 제시(분석적 방법)
① 말하기-설명적
② 서술자가 직접 인물의 성격이나 특성, 심리 상태를 분석·설명한다.
③ 추상적인 설명으로 흐르기 쉬운 단점이 있다.
2. 간접적 제시(극적 방법)
① 보여주기-묘사적
② 인물의 행동, 대화, 외양을 통해 극적으로 성격을 묘사한다.
③ 작가의 견해를 직접적으로 나타낼 수 없다.
6. 장인의 고약한 성품
우리 장인님은 약이 오르면 이렇게 손버릇이 아주 못됐다. 또 사위에게 '이 자식 저 자식' 하는 이놈의 장인님은 어디 있느냐. 오죽해야 우리 동리에서 누굴 물론하고 그에게 욕을 안 먹는 사람은 명이 짜르다 한다. 조그만 아이들까지도 그를 돌아 세 놓고 '욕필이(본 이름이 봉필이니까), 욕필이' 하고 손가락질을 할 만치 두루 인심을 잃었다. 허나 인심을 정말 잃었다면 욕보다 읍의 배 참봉 댁 마름으로 더 잃었다. 『번이 마름이란 욕 잘 하고, 사람 잘 치고, 그리고 생김 생기길 호박개 같애야 쓰는 거지만 장인님은 외양이 똑 됐다. 장인에게 닭마리나 좀 보내지 않는다든가 애벌논 때 품을 좀 안 준다든가 하면 그 해 가을에는 영락없이 땅이 뚝뚝 떨어진다.(땅을 빼앗긴다.) 그러면 미리부터 돈도 먹고 술도 먹이고 안달재신으로 돌아 치던 놈이 그 땅을 슬쩍 돌라 안는다.(가로챈다.) 이 바람에 장인님 집 외양간에는 눈깔 커다란 황소 한 놈이 절로 엉금엉금 기어들고, 동리 사람들은 그 욕을 다 먹어 가면서도 그래도 굽실굽실 하는 게 아닌가.』(교활하고 욕심 많은 장인의 성격)(p.109:27)
※ 세 놓고 : 세워 놓고
※ 마름 : 지주의 위임을 받아 소작지를 관리하던 사람
※ 호박개 : 뼈대가 굵고 털이 북실북실한 개
※ 애벌논 : 같은 일을 여러 차례 거듭해야 할 때 처음으로 맨 논
※ 안달재신 : 몹시 속을 태우며 여기저기로 다니는 사람
7. 장인의 회유
그러나 내겐 장인님이 감히 큰 소리할 계제가 못 된다. 뒷생각은 못 하고 뺨 한 개를 딱 때려 놓고는 장인님은 무색해서 덤덤히 쓴 침만 삼킨다. 난 그 속을 퍽 잘 안다. 조금 있으면 갈도 꺾어야 하고 모도 내야 하고, 한참 바쁜 때인데 나 일 안 하고 우리 집으로 그냥 가면 고만이니까. 작년 이맘때도 트집을 좀 하니까 늦잠 잔다고 돌멩이를 집어던져서 자는 놈의 발목을 삐게 해 놨다. 사날씩이나 건숭 끙끙, 앓았더니 종당에는 거반 울상이 되지 않았는가.
"얘, 그만 일어나 일 좀 해라. 그래야 올 갈에 벼 잘 되면 너 장가들지 않니."
그래 귀가 번쩍 뜨여서 그 날로 일어나서 남이 이틀 품 들일 논을 혼자 삶아 놓으니까 장인님도 눈깔이 커다랗게 놀랐다.(비언어적 표현에 의한 해학성) 그럼 정말로 가을에 와서 혼인을 시켜 줘야 온 경우가 옳지 않겠나. 볏섬을 척척 들여 쌓아도 다른 소리는 없고 물동이를 이고 들어오는 점순이를 담배통으로 가리키며,
"이 자식아, 미처 커야지. 조걸 무슨 혼인을 한다구 그러니 원!"
하고 남 낯짝만 붉혀 주고 고만이다.
골김에 그저 이놈의 장인님, 하고 댓돌에다 메꼰코 우리 고향으로 내뺄까 하다가 꾹꾹 참고 말았다. 참말이지 난 이 꼴 하고는 집으로 차마 못 간다. 장가를 들러갔다가 오죽 못났어야 그대로 쫓겨 왔느냐고 손가락질을 받을 테니까.(p.111:11)
※ 그래 귀가 ~ 커다랗게 놀랐다. : 발목이 아파서 사나흘 동안 일을 하지 못하던 '나'가 장가들어야 한다느 말에 벌떡 일어나 이틀 할 일을 순식간에 해치우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웃음을 유발한다.
※ 갈 : 가래(가랫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물풀)
※ 건숭 : 힘들거나 속뜻이 없어 겉으로만 대강대강 함.
※ 종당 : 일의 마지막
※ 거반 : '거지반(居之半)'의 준말. 절반 이상. 거의
※ 삶아 : 논밭의 흙을 써레로 썰고 가래로 골라 노글노글하게 만들어
※ 골김 : 비위에 거슬리거나 마음이 언짢아서 성이 나는 김
※ 내용 정리
4, 5 - 어제 장인과 싸우게 된 일을 시간 순서대로 서술
6 - 5에 나온 장안의 손찌검과 관련하여 장인의 행실에 대한 험담
7 - 작년에 있었던 나의 갈등
8. 장인의 변명에 구장을 찾아가자고 함
논둑에서 벌떡 일어나 한풀 죽은 장인님 앞으로 다가서며,
"난 갈 테야유. 그 동안 사경 쳐 내슈."
"너, 사위로 왔지 어디 머슴 살러 왔니?"
"그러면 얼찐 성례를 해 줘야 안 하지유. 밤낮 부려만 먹구 해 준다, 해 준다……."
"글쎄, 내가 안 하는 거냐, 그년이 안 크니까……."
하고 어름어름 담배만 담으면서 늘 하는 소리를 또 늘어 놓는다.
이렇게 따져 나가면 언제든지 늘 나만 밑지고 만다. 이번엔 안 된다, 하고 대뜸 구장님한테로 판단(을 받으러) 가자고 소맷자락을 내끌었다.(인물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됨)
"아, 이 자식이 왜 이래 어른을."
안 간다구 뻗디디고 이렇게 호령은 제맘대로 하지만 장인님 제가 내 기운은 못 당한다. 막 부려 먹고 딸은 안 주고, 게다 땅땅 치는 건 다 뭐야.(p.112:8)
※ 이렇게 ~ 내끌었다. : 트집을 잡거나 태업을 하는 경우는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본격적으로 장인에게 점순과의 성례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다.
※ 사경(私耕) : 주인이 머슴에게 주는 한 해 농사일의 대가(곡물, 현금으로 계산)=새경
※ 얼찐 : 조금 큰 것이 눈 앞에 빠르게 잠깐 보이는 모양. 여기서는 '얼른'의 뜻으로 쓰임.
9. 봄날 무르익는 나의 감정
그러나 내 사실 참 장인님이 미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 전날, 왜 내가 새고개 맞은 봉우리 화전 밭을 혼자 갈고 있지 않았느냐. 밭 가생이로 돌 적마다 야릇한 꽃내가 물컥물컥 코를 찌르고 머리 위에서 벌들은 가끔 붕, 붕, 소리를 친다. 바위틈에서 샘물 소리밖에 안 들리는 산골짜기니까 맑은 하늘의 봄볕은 이불 속같이 따스하고 꼭 꿈꾸는 것 같다. 나는 몸이 나른하고 몸살(몸살을 아직 모르지만)이 날려구 그러는지 가슴이 울렁울렁하고 이랬다.(성숙한 '나'가 느끼는 사랑의 감정)(p.112:16)
※ 밭 가생이 ~ 울렁울렁하고 이랬다. : 봄의 정취를 통해 육체적, 성적으로 성숙한 스물여섯 살의 '나'가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 밭 가생이 : '밭 가장자리'의 방언
10. 점순이 키에 대한 속앓이
"어러이! 말이! 맘 마 마……."
이렇게 노래를 하며 소를 부리면 여느 때 같으면 어깨가 으쓱으쓱한다. 웬일인지 밭을 반도 갈지 않아서 온몸의 맥이 풀리고 대구 짜증만 난다. 공연히 소만 들입다 두들기며
"안야! 안야! 이 망할 자식의 소(장인님의 소니까) 대가리를 꺾어 들라."
그러나 내 속은 정말 안야 때문이 아니라 점심을 이고 온 점순이의 키를 보고 울화가 났던 것이다.(p.112:24)
※ 대구 : 대고. 계속하여 자꾸, 무리하게
※ 들입다 : 세차게 마구. 또는 무리하게 힘을 들여서
※ 대리 : '다리'의 방언
11. 점순이의 외모와 행동
점순이는 뭐, 그리 썩 예쁜 계집애는 못 된다. 그렇다구 또 개떡이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고, 꼭 내 아내가 돼야 할 만치 그저 툽툽하게 생긴 얼굴이다. 나보다 십년이 아래니까, 올해 열여섯인데 몸은 남보다 두 살이나 덜 자랐다. 『남은 잘도 훤칠히들 크건만 이건 위아래가 뭉툭한 것이 내 눈에는 헐없이(영락없이) 감참외 같다. 참외 중에는 감참외가 제일 맛좋고 예쁘니까 말이다. 둥글고 커단 눈은 서글서글하니 좋고, 좀 지쳐 찢어졌지만 입은 밥술이나 톡톡히 먹음직하니 좋다.』(인물의 외양 묘사) 아따, 밥만 많이 먹게 되면 팔자는 고만 아니냐. 헌데 한 가지 파가 있다면 가끔 가다 몸이(장인님이 이걸 채신이 없이 들까분다고 하지만) 너무 빨리빨리 논다. 그래서 밥을 나르다가 때없이 풀밭에서 깨빡을 쳐서 흙투성이 밥을 곧잘 먹인다. 안 먹으면 무안해 할까 봐서 이걸 씹고 앉았노라면 으적으적 소리만 나고 돌을 먹는 겐지 밥을 먹는 겐지……. 그러나 이 날은 웬일인지 성한 밥채로 밭머리에 곱게 내려 놓았다. 그리고 또 내외를 해야 하니까 저만큼 떨어져 이 쪽으로 등을 향하고 웅크리고 앉아서 그릇 나기를(식사를 마치기를) 기다린다.(p.115:1)
※ 남은 잘도 ~ 먹음직하니 좋다. : 점순이의 외양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를 하고 있는 부분으로 점순이에 대한 '나'의 애정이 잘 드러나 있다.(제 눈의 안경이다.)
※ 툽툽하게 : 생김새가 꾸밈없이 자연스럽게
※ 파 : 사람의 결점
※ 채신이 없이 들까분다고 : 몸가짐이나 행동을 몹시 경망스럽게 한다고
※ 깨빡을 쳐서 : 되게 메어쳐서. 세차게 집어 던져서
12. 점순이의 부추김
내가 다 먹고 물러섰을 때, 그릇을 와서 챙기는데 난 깜짝 놀라지 않았느냐. 고개를 푹 숙이고 밥 함지에 그릇을 포개면서 날더러 들으라는지 혹은 제 소린지,
"밤낮 일만 하다 말 텐가!"
하고 혼자서 쫑알거린다. 고대(지금까지) 잘 내외하다가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난 정신이 얼떨떨했다. 그러면서도 한편 무슨 좋은 수나 없는가 싶어서 나도 공중을 대고 혼잣말로,
"그럼 어떡해?"
하니까,
"성례시켜 달라지 뭘 어떡해."
하고 되알지게 쏘아붙이고 얼굴이 빨개져서 산으로 그저 도망질친다.(p.115:13)
※ 되알지게 : ① (힘 주는 맛이나 억짓손이) 몹시 야무지게. ② 힘에 겨워 벅차게
13. 나의 반가운 심정
나는 잠시 동안 어떻게 되는 심판인지 맥(사정)을 몰라서 그 뒷모양만 덤덤히 바라보았다. 봄(성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나'의 소망)이 되면 온갖 초목이 물이 오르고 싹이 트고 한다. 사람도 아마 그런가 보다, 하고 며칠 내에 부쩍(속으로) 자란 듯 싶은 점순이가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이런 걸 멀쩡하게 안직 어리다구 하니까…….(p.116:2)
※ '봄'에 담긴 의미: 봄은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이다. 따라서 봄에는 점순이도 성장하고 그 결과 성례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 심판 : 셈판(사실의 형편, 또는 원인이나 이유)
※ 내용 정리
8 - ''나'의 판단 받으러 가자는 적극적인 태도
9 - 8보다 앞서 있었던 사건으로 '나'의 태도에 대한 이유 암시
10~13 - 그저께 있었던 일로, 누가 옳은지 구장에게 판단 가자는 이유에 해당됨
14. 구장을 찾아감
우리가 구장님을 찾아갔을 때 그는 싸리문 밖에 있는 돼지우리에서 죽을 퍼 주고 있었다. 서울엘 좀 갔다오더니 사람은 점잖아야 한다구 웃쇰이(얼른 보면 지붕 위에 앉은 제비 꼬랑지 같다.) 양쪽으로 뾰죽히 삐치고 그걸 에헴 하고, 늘 쓰담는 손버릇이 있다.(인물의 희화화)
우리를 멀뚱히 쳐다보고 미리 알아챘는지,
"왜 일들 허다 말구 그래?"
하더니 손을 올려서 그 에헴을 한 번 후딱 했다.(p.116:10)
※ 웃쇰 : 입술 위쪽에 난 수염
※ 희화화(戱畵化) : (어떤 인물의 외모나 성격 따위를) 익살스럽게 묘사함.
15. 빙장으로 불리길 바라는 장인
"구장님, 우리 장인님과 츰에 계약하기를……."
먼저 덤비는 장인님을 뒤로 떠다밀고 내가 허둥지둥 달려들다가 가만히 생각하고,
"아니 우리 빙장님과 츰에……."
하고 첫 번부터 다시 말을 고쳤다. 장인님은 빙장님, 해야 좋아하고 밖에 나와서 장인님, 하면 괜스리 골을 내려고 든다. 뱀두 뱀이래야 좋으냐구, 창피스러우니 남 듣는 데는 제발 빙장님, 빙모님 하라고 일상 당조짐을 받아 오면서 난 그것도 자꾸 잊는다.(인물의 성격 대비)
당장두 '장인님' 하다 옆에서 내 발등을 꾹 밟고 곁눈질을 흘기는 바람에야 겨우 알았지만…….(p.117:5)
※ 장인님은 빙장님 ~ 자꾸 잊는다. : 장인이나 빙장이나 별 다를 바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존대를 고집하는 장인의 성격(허세)과 그 차이를 잘 모르면서 시키니까 하는 '나'의 순진한 성격이 대비되어 나타난다.
※ 당조짐을 받다 : 단단히 다짐을 받다.
16. 구장의 태도
구장님도 내 이야기를 자세히 듣더니 퍽 딱한 모양이었다. 하기야 구장님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다 그럴 게다. 길게 길러 둔 새끼손톱으로 코를 후벼서 저리 탁 튀기며,(인물의 희화화)
"그럼, 봉필씨! 얼른 성례를 시켜 주구려, 그렇게까지 제가 하구 싶다는 걸……."
하고 내 짐작대로 말했다. 그러나 이 말에 장인님이 삿대질로 눈을 부라리고,
"아, 성례구 뭐구 계집애년이 미처 자라야 할 게 아닌가?"
하니까 고만 멀쑤룩해서 입맛만 쩍쩍 다실 뿐이 아닌가.
"그것두 그래!"(p117:15)
※ 멀쑤룩해서 : 머쓱해져서
17. 나와 장인의 신경전
"그래, 거진 사년 동안에도 안 자랐다니 그 킨 은제 자라지유? 다 그만두구 사경 내슈……."
"글쎄, 이 자식아! 내가 크질 말라구 그랬니, 왜 날 보구 떼냐?"
"빙모님은 참새만한 것이 그럼 어떻게 앨 낳지유?(사실 장모님은 점순이보다도 귓배기가 작다.)"(해학성을 지닌 언어적 표현)
『장인님은 이 말을 듣고 껄껄 웃더니(그러나 암만 해두 돌 씹은 상이다.) 코를 푸는 척하고 날 은근히 곯리려고 팔꿈치로 옆 갈비께를 퍽 치는 것이다. 더럽다. 나두 종아리의 파리를 쫓는 척하고 허리를 구부리며 그 궁둥이를 콱 떼밀었다. 장인님은 앞으로 우찔근하고 싸리문께로 쓰러질 듯하다 몸을 바로 고치더니 눈총을 몹시 쏘았다. 이런 쌍년의 자식, 하곤 싶으나 남의 앞이라니 차마 못 하고 섰는 그 꼴이 보기에 퍽 쟁그러웠다.』(비언어적 표현에 의한 해학성)(p.118:16)
※ 빙모님은 참새만한 것이 그럼 어떻게 앨 낳지유? : '빙모님'은 '장모님'을 높여 부른 말이다. 그러나 뒤의 '참새만한 것'은 높임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러한 말은 어리숙하고 순박한 주인공의 성격을 드러내 주면서 동시에 독자의 웃음을 유발하는 기능을 한다.
※ 장인님은 이 말을 ~ 퍽 쟁그러웠다. : 나와 장인의 갈등이 행동으로 표출되고 있으나 그것이 심각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웃음을 자아낸다.
※ 왜 날 보구 떼냐 : 왜 나에게 떼를 쓰냐
※ 귓배기 : '귀'의 사투리
※ 쟁그럽다 : 웃음이 명랑하게 자꾸 피어나다. '쟁글거리다'에서 온 말. 여기서는 '고소하다', '기분이 좋다'는 정도의 의미
18. 나를 달래는 구장
그러나 이 밖에는 별반 신통한 귀정을 얻지 못하고 도로 논으로 돌아와서 모를 부었다. 왜냐면 장인님이 뭐라구 귓속말로 수군수군하고 간 뒤다. 구장님이 날 위해서 조용히 데리고 아래와 같이 일러 주었기 때문이다.(뭉태의 말은 구장님이 장인님에게 땅 두 마지기 얻어 부치니까 그래 꾀였다고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않는다.)
"자네 말두 하기야 옳지. 암, 나이 찼으니 아들이 급하다는 게 잘못된 말은 아니야. 허지만 농사가 한창 바쁜 때 일을 안 한다든가 집으로 달아난다든가 하면 손해죄루, 그것두 징역을 가거든!(여기에 그만 정신이 번쩍 났다.)('나'의 순진한 성격) 왜 요전에 삼포 말서 산에 불 좀 놓았다구 징역 간 거 못 봤나. 제 산에 불을 놓아도 징역을 가는 이 땐데 남의 농사를 버려 두니 죄가 얼마나 더 중한가. 그리고 자넨 정장을(사경 받으러 정장 가겠다 했다.) 간대지만 그러면 괜시리 죄를 들쓰고 들어가는 걸세. 또 결혼두 그렇지. 법률에 성년이란 게 있는데 스물하나가 돼야지 비로소 결혼을 할 수가 있는 걸세. 자넨 물론 아들이 늦을 걸 염려하지만 점순이루 말하면 이제 겨우 열여섯이 아닌가. 그렇지만 아까 빙장님의 말씀이 올 갈에는 열 일을 제치고라두 성례를 시켜 주겠다 하시니 좀 고마운 겐가. 빨리 가서 모 붓든 거나 마저 붓게, 군소리 말구 어서 가."(p.119:15)
※ 귀정(歸正)을 얻다 : 사물을 옳은 길로 돌려 세워 끝을 짓다.
19. 장인과 나의 싸움의 의외성
그래서 오늘 아침까지 끽 소리 없이 왔다.
장인님과 내가 싸운 것은 지금 생각하면 전혀 뜻밖의 일이라 안 할 수 없다. 장인님으로 말하면 요즈막 작인들에게 행세를 좀 하고 싶다고 해서,
"돈 있으면 양반이지 별 게 있느냐!"
하고 일부러 아랫배를 쑥 내밀고 걸음도 뒤틀리게 걷고 하는 이판이다. 이까진 나쯤 두들기다 남의 땅을 가지고 모처럼 닦아 놓았던 가문을 망친다든가 할 어른이 아니다. 또 나로 논지면 아무쪼록 잘 뵈서 점순이에게 얼른 장가를 들어야 하지 않느냐.(장인을 믿고 따르는 '나'의 어리숙한 성격)(p.119: 28)
※ 작인 : '소작인'의 준말
※ 논지(論之)면 : 말하자면
※ 내용 정리
14 ~ 18 - 어제 있었던 일로 누구의 말이 옳은지 구장을 찾아가 판단을 받는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배열.
19 - 이 사건 다음에 일어나게 될 사건을 '지금'의 시점에서 되돌아 봄.
20. 뭉태의 부추김
이렇게 말하자면 결국 어젯밤 뭉태네 집에 마슬 간 것이 썩 나빴다. 낮에 구장님 앞에서 장인님과 내가 싸운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대구 빈정거리는 것이 아닌가.
"그래 맞구두 그걸 가만 둬?"
"그럼 어떡허니?"
"임마, 봉필일 모판에다 거꾸로 박아 놓지 뭘 어떡해?"
하고 괜히 내 대신 화를 내가지고 주먹질을 하다 등잔까지 쳤다. 놈이 번히 괄괄은 하지만 그래 놓고 날더러 석유값을 물라고 막 찌다우를 붙는다. 난 어안이 벙벙해서 잠자코 앉았으니까 저만 연신 지껄이는 소리가,
"밤낮 일만 해 주구 있을 테냐?"
"영득이는 1년을 살구두 장갈 들었는데 넌 사년이나 살구두 더 살아야 해? 네가 세 번째 사윈줄이나 아니, 세 번째 사위. 남의 일이라두 분하다. 이 자식, 우물에 가 빠져 죽어."(p.120:14)
※ 마슬 가다 : '마슬'은 '마을'의 방언. 이웃에 놀러 가다.
※ 번히 괄괄은 하지만 : 번연히 괄괄한 성격이지만
※ 찌다우 : '지다위'의 사투리. 남네게 등을 대고 의지하거나 떼를 쓰는 짓. 허물을 남에게 전가하는 짓.
21. 장인의 교활함에 대해 뭉태가 해 준 이야기
나중에는 겨우 손톱으로 목을 따라고까지 하고, 제 아들같이 함부로 훅닥이었다. 별의별 소리를 다 해서 그대로 옮길 수는 없으나 그 줄거리는 이렇다.
우리 장인님 딸이 셋이 있는데 맏딸은 재작년 가을에 시집을 갔다. 정말은 시집을 간 것이 아니라 그 딸도 데릴사위를 해 가지고 있다가 내보냈다. 그런데 딸이 열 살 때부터 열아홉 즉 십 년 동안에 데릴사위를 갈아들이기를, 동리에선 사위 부자라고 이름이 났지마는 열 놈이란 참 너무 많다.(화자의 냉소적 어조)
장인님이 아들은 없고 딸만 있는 고로 그 담 딸을 데릴사위를 해 올 때까지는 부려먹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머슴을 두면 좋지만 그건 돈이 드니까, 일 잘 하는 놈을 고르느라고 연방 바꿔 들였다. 또 한편 놈들이 욕만 줄창 퍼붓고 심히도 부려먹으니까 밸이 상해서 달아나기도 했겠지. 점순이는 둘째 딸인데, 내가 일테면(말하자면) 그 세 번째 데릴사위로 들어온 셈이다. 내 담으로 네 번째 놈이 들어올 것을 내가 일도 잘 하고, 그리고 사람이 좀 어수룩하니까 장인님이 잔뜩 붙들고 놓질 않는다. 셋째 딸이 인제 여섯 살, 적어도 열 살은 돼야 데릴사위를 할 테므로 그 동안은 죽도록 부려먹어야 된다. 그러니 인제는 속 좀 채리고 장가를 들여달라고 떼를 쓰고 나자빠져라, 이것이다.(p.121:5)
※ 동리에선 ~ 많다. : '사위 부자'는 십 년 동안 데릴사위를 열 명이나 바꾸면서 집안 일을 시킨 장인에 대한 비난이 담긴 비꼬는 말로 보아야 한다.
※ 훅닥이다 : 공연한 말로 꼴사납게 지껄이다. 또는 세차게 다그치며 들볶다.
※ 밸이 상하다 : 밸은 '배알'의 준말. 배알은 '창자'의 비속어. 속마음이 상하다.
22. 뭉태의 장인 험담에 대한 나의 생각
나는 겉으로 엉, 엉 하며 귓등으로 들었다. 뭉태는 땅을 얻어 붙이다가 떨어진 뒤로는 장인님만 보면 공연히 못 먹어서 으릉거린다. 그것도 장인님이 저 달라고 할 적에 제 집에서 위한다는 그 감투(예전에 원님이 쓰던 것이라나, 옆구리에 뽕뽕 좀먹은 걸레)를 선뜻 주었더면 그럴 리도 없었던 걸…….
그러나 나는 뭉태란 놈의 말을 전수히 곧이 듣지 않았다. 꼭 곧이 들었다면 간밤에 와서 장인님과 싸웠지 무사히 있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면 딸에게까지 인심을 잃은 장인님이 혼자 나빴다.(p.121:14)
※ 전수히 : '전수이'의 오기. 있는 그대로 온전히. 모두
23. 점순이의 충동질
실토이지(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점순이가 아침상을 가지고 나올 때까지는 오늘은 또 얼마나 밥을 담았나, 하고 이것만 생각했다.(대상에 연민을 느낄 만한 상황을 해학적으로 표현) 상에는 된장찌개하고 간장 한 종지, 조밥 한 그릇, 그리고 밥보다 더 수부룩하게 담은 산나물이 한 대접, 이렇다. 나물은 점순이가 틈틈이 해 오니까 두 대접이고 네 대접이고 멋대로 먹어도 좋으나 밥은 장인님이 한 사발 외엔 더 주지 말라고 해서 안 된다. 그런데 점순이가 그 상을 내 앞에 내려놓으며 제말로 지껄이는 소리가,
"구장님한테 갔다 그냥 온담 그래!"
하고 엊그제 산에서와 같이 되우 쫑알거린다. 딴은 내가 더 단단히 덤비지 않고 만 것이 좀 어리석었다, 속으로 그랬다.
나도 저 쪽 벽을 향하여 외면하면서 내 말로,
"안 된다는 걸 그럼 어떡헌담!"
하니까,
"쇰(수염)을 잡아채지 그냥 둬, 이 바보야!"
하고 또 얼굴이 빨개지면서 성을 내며 안으로 샐죽하니 튀들어가지 않느냐. 이 때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게 망정이지 보았다면 내 얼굴이 에미 잃은 황새 새끼처럼 가여웁다 했을 것이다.(p.122:3)
※ 실토이지 ~ 생각했다. : 전체적인 분위기가 웃음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의 처지가 그다지 어려운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먹고 살기 어려운 '나'의 처지가 독자들로 하여금 연민의 정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 되우 : 아주 몹시
※ 샐죽하니 : 샐쭉하니.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서 약간 고까워하는 태도를 드러내는 모양.
※ 튀들어가지 : 뛰어 들어가지
※ 내용 정리
20 ~21 - 18 다음에 있었던 또 다른 사건으로, 장인과 '나'의 싸움을 야기시키는 계기가 됨.
22 - 뭉태의 장인 험담에 대한 '나'의 생각
23 - 나의 적극적인 대응을 부추김으로써 장인과의 활극을 벌이는 계기가 됨
[절정]
24. 나의 꾀병
사실 이 때만치 슬펐던 일이 또 있었는지 모른다. 다른 사람은 암만 못생겼다 해두 괜찮지만 내 아내 될 점순이가 병신으로 본다면 참 신세는 따분하다. 밥을 먹은 뒤 지게를 지고 일터로 갈려 하다 도로 벗어 던지고 바깥마당 공석 위에 드러누워서, 나는 차라리 죽느니만 같지 못하다 생각했다. 내가 일 안 하면 장인님 저는 나이가 먹어 못 하고 결국 농사 못 짓고 만다. 뒷짐으로 트림을 꿀꺽 하고 대문 밖으로 나오다 날 보고서,
"이 자식, 왜 또 이러니."
"관격이 났어유, 어이구 배야!"
"기껀 밥 처먹구 나서 무슨 관격이야, 남의 농사 버려 주면 이 자식 징역 간다 봐라!"
"가두 좋아유, 어이구 배야!"
참말 난 일 안 해서 징역 가도 좋다 생각했다. 일후 아들을 낳아도 그 앞에서 바보, 바보, 이렇게 별명을 들을 테니까 오늘은 열 쪽이 난대도 결정을 내고 싶었다.(p.123:4)
※ 공석 : 빈 멍석
※ 관격(關格) : 음식이 급하게 체하여 먹지도 못하고 대소변도 못보고 인사불성이 되는 병.
※ 일후(日後) : 뒷날
25. 점순이를 의식한 나의 반응
장인님이 일어나라고 해도 내가 안 일어나니까 눈에 독이 올라서 저 편으로 힝하게 가더니 지게막대기를 들고 왔다. 그리고 그걸로 내 허리를 마치 들떠 넘기듯이 쿡 찍어서 넘기고 넘기고 했다. 밥을 잔뜩 먹어 딱딱한 배가 그럴 적마다 퉁겨지면서 밸창이 꼿꼿한 것이 여간 켕기지 않았다. 그래도 안 일어나니까 이번에는 배를 지게막대기로 위에서 쿡쿡 찌르고 발길로 옆구리를 차고 했다. 장인님은 원체 심청이 궂어서(좋지 못해서) 그러지만 나도 저만 못 하지 않게 배를 채었다. 아픈 것을 눈을 꽉 감고 넌 해라 난 재밌단 듯이 있었으나 볼기짝을 후려갈길 적에는 나도 모르는 결에 벌떡 일어나서 그 수염을 잡아챘다. 마는 내 골이 난 것이 아니라 정말은 아까부터 벽 뒤 울타리 구멍으로 점순이가 우리들의 꼴을 몰래 엿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말 한 마디 톡톡히 못 한다고 바라보는데 매까지 잠자코 맞는 걸 보면 짜장 바보로 알 게 아닌가. 또 점순이도 미워하는 이까짓 놈의 장인님하곤 아무것도 안 되니까 막 때려도 좋지만 사정 보아서 수염만 채고(제 원대로 했으니까 이 때 점순이는 퍽 기뻤겠지.)(오해로 인한 웃음 유발) 저기까지 잘 들리도록
"이걸 까셀라부다!"
하고 소리를 쳤다.(p.124:4)
※ 제 원대로 ~ 퍽 기뻤겠지. : 점순이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장인의 수염을 잡아채고서 점순이가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순진한 생각이 독자의 웃음을 유발시킨다.
※ 밸창 : 배알, 창자를 이르는 비속어.
※ 심청 : '심술'의 방언
※ 까세다 : 여기서는 '까실르다'의 뜻. 까실르다는 '그슬리다'의 방언(불에 쬐어 조금만 타게 하다.)
26. 장인에 대한 나의 반격
장인님은 더 약이 바짝 올라서 잡은 참 지게막대기로 내 어깨를 그냥 내려갈겼다. 정신이 다 아찔하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 때엔 나도 온몸에 약이 올랐다. 이 녀석의 장인님을, 하고 눈에서 불이 퍽 나서 그 아래 밭 있는 넝 알로 그대로 떠밀어 굴려 버렸다.
"부려만 먹구 왜 성례 안 하지유!"
나는 이렇게 호령했다. 허지만 장인님이 선뜻 오냐 낼이라두 성례시켜 주마, 했으면 나도 성가신 걸 그만두었을지 모른다. 나야 이러면 때린 건 아니니까 나중에 장인 쳤다는 누명도 안 들을 터이고 얼마든지 해도 좋다.(p.124:14)
※ 넝 알로 : 넝 아래로. '넝'은 둔덕을 뜻하는 말로, 논밭들이 두두룩하게 언덕진 곳.
27. 장인의 재반격과 나의 공격
한번은 장인님이 헐떡헐떡 기어서 올라오더니 내 바짓가랭이를 요렇게 노리고서 단박 웅켜잡고 매달렸다. 악, 소리를 치고 나는 그만 세상이 다 팽그르 도는 것이,
"빙장님! 빙장님! 빙장님!"
"이 자식! 잡아먹어라, 잡아먹어!"
"아! 아! 할아버지! 살려 줍쇼, 할아버지!"(반언어적 요소→고통으로 인해 떨리는 음성과 다급함을 드러내는 짧고 강한 발음. 해학성이 두드러짐)
하고 두 팔을 허둥지둥 내절 적에는 이마에 진땀이 쭉 내솟고 인젠 참으로 죽나 보다 했다. 그래두 장인님은 놓질 않더니 내가 기어이 땅바닥에 쓰러져서 거진 까무러치게 되니까 놓는다. 더럽다, 더럽다. 이게 장인님인가? 나는 한참을 못 일어나고 쩔쩔맸다. 그러나 얼굴을 드니(눈엔 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지가 부르르 떨리면서 나도 엉금엉금 기어가 장인님의 바짓가랭이를 꽉 움키고 잡아 나꿨다.(p.124:27)
※ 내용 정리
24 - 점순이로부터 바보라는 말을 듣고 실심하여 일할 의욕을 잃고 다시 꾀병을 부리는 장면.
25 ~ 27 - 활극이 일어난 과정
[결말](절정 속에 삽입되어 있음)
28. 장인의 달래기와 나의 승복
내가 머리가 터지도록 매를 얻어맞은 것이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가 또한 우리 장인님이 유달리 착한 곳이다. 여느 사람이면 사경을 주어서라도 당장 내쫓았지, 터진 머리를 불솜으로 손수 지져 주고, 호주머니에 희연 한 봉을 넣어 주고 그리고,
"올 갈엔 꼭 성례를 시켜 주마. 암말 말구 가서 뒷골의 콩밭이나 얼른 갈아라."
하고 등을 뚜덕여 줄 사람이 누구냐. 나는 장인님이 너무나 고마워서 어느덧 눈물까지 났다.('나'의 순박한 성격)
점순이를 남기고 인젠 내쫓기려니 하다 뜻밖의 말을 듣고,
"빙장님! 인제 다시는 안 그러겠어유!"
이렇게 맹세를 하며 부랴사랴 지게를 지고 일터로 갔다. 그러나 이 때는 그걸 모르고 장인님을 원수로만 여겨서 잔뜩 잡아당겼다.(p.125:11)
※ 나는 ~ 났다. : '나'는 장인의 뜻밖의 친절에 감동하여 그 동안의 불만을 일시에 해소한다. 이러한 '나'는 현실의 모순에 대해 바른 인식을 하지 못하고 조그만 배려에 순응하는 순종적인 인물임을 알 수 있다.
※ 희연 : 일제 강점기 때의 담배 이름
※ 뚜덕이다 : 두드리다
※ 내용 정리
28 - 결말을 절정 내부에 삽입하여 '나'와 장인의 활극이 주는 해학성을 강조하고 있다.
[절정]
29. 나의 공격에 대한 장인의 비명
"아! 아! 이놈아! 놔라, 놔."
장인님은 헷손질을 하며 솔개미에 챈 닭의 소리를 연해(계속) 질렀다. 놓긴 왜, 이왕이면 호되게 혼을 내주리라 생각하고 짓궂이 더 댕겼다. 마는 장인님이 땅에 쓰러져서 눈에 눈물이 피잉 도는 것을 알고 좀 겁도 났다.
"할아버지! 놔라, 놔, 놔, 놔, 놔."(장인이 사위를 보고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에서 다급함의 정도와 해학미를 느낄 수 있다.)
그래도 안 되니까,
"얘, 점순아! 점순아!"(p.125:19)
※ 솔개미 : '솔개'의 방언
30. 예기치 못한 점순이의 반응
이 악장에 안에 있었던 장모님과 점순이가 헐레벌떡하고 단숨에 뛰어나왔다. 나의 생각에 장모님은 제 남편이니까 역성을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순이는 내 편을 들어서 속으로 고수해서 하겠지……, 대체 이게 웬 속인지(지금까지도 난 영문을 모른다.) 아버질 혼내 주기는 제가 내래 놓고(내라고 해 놓고) 이제 와서는 달겨들며,
"에그머니!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점순이의 양면성)
하고, 귀를 뒤로 잡아댕기며 마냥 우는 것이 아니냐. 그만 여기에 기운이 탁 꺾이어 나는 얼빠진 등신이 되고 말았다. 장모님도 덤벼들어 한쪽 귀마저 뒤로 잡아채면서 또 우는 것이다.(p.125:28)
※ 에그머니 ~ 죽이네 : 점순이가 자신의 편을 들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도리어 자기 아버지의 역성을 드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짐.
※ 악장 : 악을 쓰는 것.
※ 역성 : 옳고 그름에는 관계 없이 무조건 한 쪽 편을 들어 주는 일.
※ 고수하다 : 고소하다.
31. 점순이의 태도에 대한 나의 충격
이렇게 꼼짝도 못 하게 해 놓고 장인님은 지게막대기를 들어서 사뭇 내려 조겼다. 그러나 나는 구태여 피하려지도 않고 암만 해도 그 속 알 수 없는 점순이의 얼굴만 멀거니 들여다보았다.
"이 자식!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나오도록 해?"(p.126:마지막)
※ 내용 정리
29 ~31 - '나'와 장인의 해학적 활극을 시간 순서에 따라 전개. 내용상 절정에 해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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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업을 다시 듣는 기분이 들만큼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오늘 배운건데 다시보니 좋네요
진짜 정리가 잘되어 있네요 감사합니다
좋아요~~
ㄳㄳㄳㄳㄳ 잘 나오고 드래그 되고 ㅋㅋ 설명도 Great? ㅋㅋ
다소 긴 느낌은 들지만, 교과서를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필요한 부분이 체계적이고, 알차게 들어있어 앞으로 중간고사 대비하기에 정말 좋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우와 정말 좋아요 정리 잘했어요 ^^ 감사해요![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완전 천재이십니다!!!! 굿굿굿!!!!!!!!
잘쓸께요 ~ 정리가 마음에 드네요~
감사해요~
정말 자세한 내용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정리가 잘되다니 놀랄따름입니다 ^^
교과서처럼 정말 잘 설명되어있어요 감사합니다 ^^
잘 알아듣겠어요~ 감사합니다 ㅋ
완전 이해 잘되요~~!!ㅋㅋ 잘 외워지기도 하구여!!ㅋㅋ 감사해욜!!ㅋㅋ
감사합니다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본문내용이 너무 길어서 혼자 공부하기 힘들었는데 핵심사건별로 요약되어있어서 유용하게 썼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ㅋㅋ 자료 완전 감사합니다
이해잘되고 단어의 뜻도 적어져 있어서 좋네요~ 감사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