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유럽은 세계를 지배했습니다. 16세기 대항해시대이후 유럽은 실질적으로 세계를 자신들의 손아귀속에 넣었습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영국 등이 세계 곳곳을 뒤지면서 그들의 영토와 부를 축적했습니다. 스페인 상인들에 의해 남미의 잉카제국과 마야제국은 소리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남미 국가들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오랜 식민지생활속에 그들의 문화와 언어 그리고 인종도 소멸되어 버렸습니다. 그나마 남은 남미 원주민들은 지금 유럽백인들의 실질적인 노예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네덜란드에 이어 영국은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로 군림했습니다. 인도를 비롯한 주변국가와 중동지역도 영국의 식민지속에 상당기간 놓였습니다. 지금의 중동지역의 갈등도 사실상 영국 등 유럽강대국들의 무계획적인 지배에 의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의 세계 지배는 부작용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불리는 정치적 대변혁과 계몽주의 사상,그에 따른 정치체제의 변모 그리고 민주주의의 태동이라는 엄청난 결실을 만들어냈습니다. 미술과 음악의 발전으로 이른바 클래식의 토대를 정착시켰습니다. 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영국의 셰익스피어와 독일의 괴테, 스페인의 세르반데스 등 세계 문학사의 큰 획을 그은 대문호들을 배출했습니다. 작품 획득을 놓고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대영박물관과 루브르 박물관 등은 지금도 전세계인들의 발길을 멈추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문화 예술적인 측면뿐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세계의 리더그룹으로서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세계를 이끄는 나라라는 G7에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무려 4개국이 가입하고 있습니다. 세계 주요 국가속에 유럽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유럽국가들은 평등하고 살기 좋고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덴마크와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인간들의 정신적 생활수준이 높은 국가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그들의 교육을 닮고 싶어하고 그들의 생활을 동경하는 것이 일반적인 세계인들의 생각입니다. 경쟁에 찌든 한국같은 나라에서는 유럽인들의 교육과 생활방식을 한국에 접목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의견이 상당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판단과 생각이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뭔가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말입니다. 경제적인 면의 생활수준도 많이 하락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부유한 나라의 상징이었던 독일과 프랑스 스웨덴 등에서 가난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하나의 현상입니다. 우아한 식사에 포도주를 마시며 낭만을 구가했던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떨어진 상황이겠지만 조금 아니 상당히 우려해야 할 국면이라는 것이 유럽의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그런 우려는 바로 유럽의 3대 악재라는 곳에서 출발합니다. 첫째가 바로 난민문제입니다. 유럽은 중동과 아프리카지역에서 멀리 있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한때 그곳을 식민지했던 유럽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런 나라들의 상황을 그냥 무시할 수는 없는 위치입니다. 시리아 등 난민들이 많이 발생하는 곳에서 흘러드는 유민들을 나몰라라 할 수 없어 일단 유럽국가들은 분할해 난민수용소로 흡수합니다. 그런데 난민들이 유럽각국이 요구하는 조건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합니다. 잘사는 유럽국가들이 먹여살려주겠지라는 막연한 희망속의 난민들이 유럽국가들에게는 큰 골치거리입니다. 단순한 골치거리가 아닌 사회문제화되고 있습니다. 유럽현지인과 난민의 갈등뿐 아니라 난민들 사이에서도 갈등과 대립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난민들 사이에 폭력사태까지 빈번히 자행되고 있습니다. 특정 종교의 파벌 갈등으로 인한 대립과 조직폭력화하는 난민들사이에 충돌로 스웨덴은 국가적 비상사태상황까지 빚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바로 에너지 위기입니다. 유럽각국은 원전을 폐쇄하고 태양광 에너지등 재생에너지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고 갈수록 오염이 극심해지는 지구를 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하지만 원전폐쇄에서 재생에너지 활용까지 그 사이를 메우고 있던 에너지 공급 즉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연결이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바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때문입니다. 유럽은 러우전쟁 시작 바로 전까지만 해도 러우전쟁이 이렇게 오래 지속될지 예측을 못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나토주요국들이 힘을 합쳐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면 러시아가 백기를 들 것으로 오판한 것입니다. 러시아는 제재를 비웃기나 하듯이 중국과 손잡고 그야말로 꽃놀이패를 즐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러우전쟁은 벌써 2년 하고도 4개월을 넘겨 버렸습니다. 유럽 주요국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동안 중국으로의 수출에 기대온 독일과 프랑스 특히 독일은 미중대립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수출에 의존하던 독일 경제는 대중국 수출이 급감하자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지 오래됐습니다. 독일은 고급 승용차를, 프랑스는 명품 상품 등 수출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공급과잉으로 인해 가격 하락도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반대로 중국의 저가 전기차 공습을 당해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을 피해 유럽으로 전기차 시장확대를 노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럽의 몰락 신호는 이미 1990년대 세계적인 IT 혁명때부터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각국이 IT관련 산업에 총력을 쏟을 때 유럽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이 분야에 집중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 후유증으로 지금 AI분야에서 미중뿐 아니라 일본 등 주변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차세대 성장산업분야에서 유럽국가들이 우위를 점하는 분야는 전무하다는 평가도 나와 있습니다. 지나친 경쟁을 지양하자는 분위기속에 교육이 너무 안이한 방향으로 흐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경쟁 국가들의 학생들에 비해 뭔가 성취하려는 자세가 뒤져있다는 평가입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프랑스 등 유럽각국에서 요상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극우정당들의 지지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극우주의자들은 유럽의 현 상황을 노려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불법 이민 반대 등 난민문제와 자국 농업 보호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 걸고 있습니다.미국의 트럼프처럼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난민문제와 환경 에너지 문제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던 우익정당들은 지금 유럽 각국의 상황을 자신들의 입지를 확산하는데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왜 난민을 받아드리느냐 그냥 우리끼리 잘 살면 되지 왜 타국의 눈치를 보느냐는 것입니다. 유럽연합 그리고 나토의 판단에도 반기를 듭니다. 러우전쟁에대한 생각도 현 집권 정당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칫 나토와 유럽연합의 분열도 유발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유럽이 갑자기 몰락하거나 약소국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럽의 저력과 전통이 그런 상황은 만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계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교육분야를 선도했던 유럽이 상대적으로 뒤쳐진다는 것은 인류의 문화예술과 시대정신이 후퇴한다는 것과 흡사합니다. 복지의 개념과 평등개념 그리고 행복의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유럽이기에 유럽의 후퇴가 자칫 그들의 대단한 장점까지 후퇴시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는 것입니다. 전세계에 다시 무한 경쟁과 자국 우선주의가 만연하는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을까 우려가 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2차세계 대전이후 그래도 평화가 유지되던 서부 남부 북부 유럽에서 자국 우선주의에 의한 대규모 충돌사태가 또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 아닌 걱정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2024년 6월 30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