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금수저- 정선희(의령 대의초등학교 교장)

[운파]

지난해부터 등장한 수저론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태어나면서 부모의 직업, 경제력 등으로 본인의 수저의 색깔이 결정된다는 현실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고, 국민들 대다수는 단순히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계층 상승이 어렵다고 생각하며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지났다고들 한다.

교육자인 나는 이 수저론에 동의할 수 없다. 부모 덕분에 출발선부터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반칙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 암울하고 힘겨운 긴 터널을 헤매던 지난날의 나의 모습이 떠올라 더욱 인정할 수 없다.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다행스럽게 성장기였던 그 시절에는 기회가 많아 어렵지 않게 직업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내 곁에 있는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이런 불평등한 구조 속에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 온다. 열심히 공부해라, 자신의 끼와 꿈을 펼쳐라. 최선을 다하면 밝은 미래가 보장된다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도록 국가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꿈꿀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 학교 학생들 중에는 부유하거나 부모님의 극진한 사랑을 받고 자라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문화 및 결손가정의 아이들이다.

가정에서의 출발선은 달라도 학교에서는 누구나 같은 출발선상에서 교육격차가 해소되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매일 만나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초롱초롱한 눈빛을 마주하면 늘 미안하고, 이 아이들에게는 냉소적이고 자학적인 단어들로 인한 사회불안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조바심이 생긴다.

비록 흙수저, 금수저가 있을지라도 학교 교육만은 부모의 능력이 아닌, 오로지 학생 스스로의 능력만이 인정받고,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면 행복한 미래가 보장된다는 신념으로 자신감을 키워 주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이상(理想)이 펼쳐지고,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희망의 노래가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

정선희 (의령 대의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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