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년전 전라북도 김제라는 도시에 살았었다
어느날 김제공설운동장에 우리애들과 놀아주러
갔다가 운동장 한귀퉁이에 걸려있는 마라톤
회원 모집이란 현수막을 보고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려 어찌할바를 몰랐다(처음 카이트를
접했을때처럼)
평소에 막연한 동경심만 갖고있었는데 그래
이번 기회에 한번 해보자하고 다음날 약속된
장소로 나가 처음으로 8.5km를 뛰고난후
파김치가 되었지만 나도 드디어 마라톤에
입문했다는 희열감에 하루종일 휩싸였었다
몇번 뛰어보면서 놀랐던게 다른 회원들은 서로
얘기를 나누며 혹은 전화통화를 하며 너무
자연스럽게 뛰는거였다 나는 누가 말이라도
시키면 숨쉬기도 힘들어 말을 걸어준다는
자체가 고통이었다
그러다 3개월정도 열심히 연습을 한후 어느날
매일 뛰는 코스를 뛰는데 옆회원이 나에게
드디어 호흡이 터졌다고 축하한다고 하는데
영문을 몰라하다가 어느새 너무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나를 발견하곤 너무 뿌듯했었다
3개월만에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하프코스를
완주해보고 마라톤대회가 전국적으로 이렇게
많다는것을 처음 알게되었다
그후 다른 회원들과 더불어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크고작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보고
평소에는 아주 즐겁게 회원들과 어울려 열심히
연습을했었다
김제란 도시가 외진곳이고 시가지랄것도없이
눈만 돌리면 논이며 밭이라 클럽에서 정해놓은
몇개의 코스를 1년내내 뛰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또렷이 기억이난다
봄이면 새록새록 피어나는 꽃들 여름이면
도로변에 널려있는 복분자며 오디,보리수 열매
등을 달리던중 마음껏 따먹고 가을이면
지평선까지 양옆으로 줄지어 늘어서 우리를
응원해주던 형형색색 코스모스와 코스중간에
자리잡은 조그만 절에서 흘러나오던 시원한
약숫물과 새끼낳은지 얼마안된 둥지를 갖고있는
이름모를 새에게 몇번이나 내 머리를 쫓였던 일들
한겨울 매서운 바람에 왕복코스를 뛰다가
중간에 내 알이 얼어서 어쩔줄 몰라하던 일들
그중에 같이 뛰면서 여러 얘기들을 나눴던
정겨운 회원들이 보여주었던 뜨거운 전우애 등
지금도 내 기억속엔 한편의 그림으로 남아있다
김제를 떠나기전까지 꽤 오랫동안 마라톤에
빠져 아주 열심히 운동을했었다
그사이에 풀코스도 세번을 완주하고 하프는
일주일에 한번 뛸 정도로 실력도 많이 늘었다
그러다 김제를 떠나 다른 직업을 갖게되고
새직장에 적응하느라 마라톤에 소홀해진 사이
어느날 걷는데도 무릎이 아파온다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계단만 보면
겁이 날 정도로 통증이 계속되어 병원에가서
정밀검진을 받고는 내 연골이 많이 닳았다는걸
알았다
마라톤만 했으면 괜찮았을텐데 축구에도 빠져
주말이면 축구장에서 해떨어질때까지 공만
차댔으니 무릎이 성할리가 없었다
그후 5년정도를 뛴다는건 상상도 못하고 지내다
카이트란 운동을 알게되어 또 정신없이
카이트를 즐기던중 어느날 마음속 깊은곳에서
뛰고싶다는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옴을 느꼈다
이 무릎으론 안될텐데 몸은 거부하는데
머리속에선 계속 뛰고싶다란 생각이 떠나질않는다
몇차례 뛰어봤는데 역시 무릎통증이 계속된다
그러다 어느날 내가 왜 옛날처럼 빨리
뛰려고만하지란 생각에 속도를 많이 줄여본다
통증이 없으니 뛰기가 수월하다
오랫만에 뛰니 5km만 뛰어도 힘이든다
다리도 풀리지만 호흡이 터지질 않는다
뛰는내내 차오른 숨을 진정시키기가 힘들다
그래도 조금씩 늘어나는 거리에 흡족함을
느낀다
느려진 속도만큼 지금껏 몸에익은 주법을
버리고 경보주법으로 바꾸려니 이것도
만만치않다
다시 뛰기 시작한지 2년정도 되었는데 이제는
10km를 뛰어도 가뿐하다 가뿐해도 10km를
넘기지않으려한다 물론 속도도 더 빨라지는걸
막으려 워치를 하나 구입해 손목에 차고있다
옛버릇을 버리고 새 습관을 몸에 익히니
그 못잊을 희열만은 그대로 만끽할수가있다
아 이제 생각난다
전에 마라톤에 푹 빠져 이틀만 안해도 불안감을
느낄정도로 내 몸상태가 지금껏 살면서
최상이었을때 부부관계도 마라톤하는것처럼
하게되어 이제는 전 마누라지만 아침 밥상이
풍성해지는 경험을 했었다
다시 뛰니 체력도 좋아져 요샌 쓸데없이 새벽에
깨는 경우가 잦다 (남자들은 알고있지) 마라톤
다시 시작한후 엘보때문에 고생하는데
그것때문이려나?(그럼 몇년전 결혼한 성철이가
엘보가 아픈건 미향이가 허리가 아파서일까,
성철아 미안 )
아뭇튼 요새 내 소박한 바램은 성격좋은
(이쁘기까지한) 여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졸라 빨리)
왜그렇게 빨리 뛰려했을까
요새는 왜그렇게 높이 점프만 하려할까
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있는
마라톤과 카이트보드
그로인해 맺어진 맺어질 소중한 인연들을 생각하며
이젠 그만 욕심을 내려놓고 길게 끝까지
동행할 생각을 해본다
(마라톤 , 카이트 둘다 중독성이 심한 운동이다
중독성으로 따지면 마라톤이 조금 더하고
재미를 따지면 카이트가 단연 탑이다
둘의 제일 큰 공통점은 동지애가 끈끈하고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것)
글쓰다 깜빡했네
1시간 10분은 10km를 뛰면서 1시간 10분의
속도로만 뛰어야겠단 의미이다
나이를 먹으니 잠깐 한눈 팔면 삼천포로 빠지는
일이 잦다
금년여름에 뛰면서 새로 사귄 남아공출신 Mbatha qwazy
마라톤의 장점이라면 한번만 같이 뛰면 금방 친해진다는거다
첫댓글 펜팔을 해보시면 금방 여친 사귈 수 있지 않을까요?
썩을 놈~~
오빠 달려~~~♡
남아공 친구님도 같이 카이트 타러오세요^^
20키로 베낭에 AK 소총 들고 12키로 산악구보 50분 안에 들어오던 시절로 가고 싶다 ㅋㅋ
펜팔이라는 단어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네^^
승환아 병욱형님 펜팔보단 국제만남 추진해주는게 좋지않을까~~ㅎㅎㅎ
아~ 마라톤이 재미있을수도 있겠다고 처음 깨달았네..
저 재미없는 운동을 왜할까 생각했었는데..
역시 흡인력 있는 글솜씨~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