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 일상생활 23-13 “치약 주세요.”

[원종오]

이슬기 일상생활 23-13 “치약 주세요.”

지난주에도 이슬기 씨와 휴대전화 사용하는 연습을 했다.

걸려온 전화를 받을 때 방에서 나와 전담 직원 앞에서 받았었다.

지난주에는 나오지 않고 방에 받았다.

몇 번을 걸어도 나와서 받지 않고 그냥 방에서 받았다.

전화받는 것은 조금 익숙해진 듯하다.

이슬기 씨에게 휴대전화를 가지고 오라고 권유했다.

“슬기 씨, 휴대전화 충전했어요?”

“응”

“그럼 전화 거는 연습하게 전화 좀 가지고 오실래요?”

“응”

슬기 씨가 방에서 휴대전화를 갖고 전담 직원에게 와서 건넸다.

직원이 휴대전화를 열어보니 휴대전화가 방전되어 있었다.

“슬기 씨, 충전해야 한다고 했는데 충전 안 하셨어요?”

“응”

“제가 보관해서 충전해도 될까요?”

“응”

“충전 다 되면 전화 거는 연습해요.”

“응”

슬기 씨에게 충전하도록 권유했었는데 대답만 하고 충전을 하지 않은 모양이다.

배터리가 방전되어 충전하고 전화 거는 연습 하자고 슬기 씨에게 말했다.

충전이 다 돼서 슬기 씨와 전화 거는 연습을 했다.

“슬기 씨, 제 명함 갖고 있죠?”

슬기 씨가 직원의 물음에 대답 대신 방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그러더니 금세 직원의 명함을 가지고 와서 직원에게 내밀었다.

“슬기 씨가 보고 저한테 전화 한번 해주시겠어요?”

직원을 빤히 바라보더니 폴더를 열어 귀에 갖다 댔다.

“여보세요.”

전화번호도 누르지 않고 그냥 폴더를 열어 귀에 대고 ‘여보세요’를 말했다.

“슬기 씨, 전화번호 눌러야지요. 그냥 귀에 대면 전화가 안 돼요.”

직원의 말에 명함을 보고 전화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그냥 귀에 대고 ‘여보세요’라고 말했다.

“슬기 씨, 전화번호 누르고 다른 것도 눌러야 하는데 뭐 눌러야 하죠?”

직원의 말에 귓가에 가져간 전화기를 다시 보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직원의 전화기가 울렸다.

“여보세요. 슬기 씨, 잘했어요. 전화 끊고 다시 걸어보세요. 지금처럼 전화번호 누르고 통화 버튼 누르면 돼요.”

“응”

“전화 끊어요.”

“응”

슬기 씨가 전화를 끊고 다시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명함을 보고 전화번호까지는 잘 눌렀는데 통화 버튼 누르는 게 헛갈리는지 어떤 버튼을 누를까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슬기 씨, 잘하셨어요.”

“여보세요.”

“네, 슬기 씨, 전화 끊어도 돼요. 잘하셨어요.”

슬기 씨가 전화를 끊었다.

“슬기 씨, 이제 방에 가서 저에게 전화 걸어 보시겠어요?”

“응”

직원이 안 보이는 슬기 씨 방에서 전화를 걸도록 권유했다.

슬기 씨가 방으로 들어가고 한참이 지났는데 전화를 걸지 않았다.

직원이 슬기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슬기 씨가 방에서 나오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

“슬기 씨, 저한테 전화하기로 했잖아요?”

“응”

“근데 왜 안 하세요? 전화 끊고 저한테 전화해 주세요?”

“응”

전화를 끊고 다시 기다렸다.

기다려도 전화벨은 울리지 않았다.

직원이 슬기 씨 방으로 가보았다.

슬기 씨가 휴대전화를 서랍에 넣고 직원에게 전화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슬기 씨, 저한테 전화하기로 했는데 전화기를 서랍에 넣고 있으면 어떻게 하죠? 전화기 꺼내서 저한테 전화해 주시겠어요?”

“응”

직원이 다시 전화를 걸도록 권유했더니 슬기 씨가 휴대전화를 꺼내서 직원을 바라보았다.

“슬기 씨, 전화 걸 줄 알잖아요. 저한테 전화 한번 해주세요?”

직원이 슬기 씨 방 밖에 서서 보고 있었더니 명함을 보고 전화를 했다.

“슬기 씨, 전화 거실 줄 아네요. 다시 한번 전화해 주세요.”

“응”

직원이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다.

하지만 기다려도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여기까지 연습을 하기로 했다.

“슬기 씨, 오늘 연습 그만할까요?”

“응”

“알았어요. 슬기 씨, 전화는 제가 사무실에서 충전해도 될까요?”

“응”

슬기 씨 전화를 사무실에서 충전했다.

지난주 몇 일간은 이렇게 연습을 했다.

직원 앞에서는 명함을 보고 전화를 거는데 방에서 직원에게 전화하도록 권유하면 전화를 서랍에 넣고 전화를 걸지 않았다.

그러다 오늘 슬기 씨가 직원에게 치약을 달라고 했다.

“치약”

“슬기 씨, 치약이 아직 남아 있어요. 좀 더 쓰면 드릴게요.”

“응”

슬기 씨에게 치약을 준 게 이주도 채 지나지 않았다.

슬기 씨가 아무도 없을 때 치약 먹는 모습을 보여서 치약을 한 개씩 슬기 씨에게 주고 나머지 치약은 전담 직원이 관리하고 있다.

치약 먹으면 안 된다고 슬기 씨에게 이야기하고 직원과 약속을 해도 치약이 금세 줄어든다.

오후에 직원을 보고 치약을 달라고 했다.

“슬기 씨, 알았어요. 치약 드릴게요. 저한테 전화 걸어서 치약 달라고 하면 안 될까요?”

“응”

짧은 대답을 남기고 슬기 씨가 방으로 갔다.

그리고 전화를 걸면서 방에서 나왔다.

“여보세요.”

“슬기 씨, 전화 잘하셨어요. 나오지 말고 방에서 전화해 주세요.”

“응”

다시 방으로 들어가더니 전화를 걸면서 직원에게 왔다.

“여보세요.”

“슬기 씨, 전화 잘하셨어요. 방에서 나오지 말고 다시 한번 전화 걸어주시겠어요?”

슬기 씨가 전화를 끊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직원의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슬기 씨, 뭐 때문에 전화했어요?”

“치약 주세요.”

“치약 달라고요. 알았어요. 전화 끊고 나오세요. 치약 드릴게요.”

전화를 끊고 슬기 씨를 기다렸다.

하지만 슬기 씨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직원이 다시 슬기 씨에게 전화했다.

“여보세요.”

“슬기 씨, 왜 안 오세요. 저 기다리고 있어요. 얼른 와서 치약 가져가세요.”

“응”

전화를 끊고 기다렸다.

이번에도 나오지 않았다.

또다시 직원이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슬기 씨, 왜 안 나오세요. 얼른 치약 가져가야죠. 안 나오면 치약 못 드려요.”

“응”

“전화 끊고 얼른 나오세요.”

“응”

이번에는 전화를 끊고 슬기 씨가 치약을 가지러 나왔다.

슬기 씨에게 치약을 주고 직원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슬기 씨, 전화 잘 거시네요?”

“응”

“정말 너무 잘했어요. 다음에도 전화 거실 수 있죠?”

“응”

“전화기 충전해 주세요. 다음에 연습해요.”

“응”

이제 전화받는 것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전화 거는 것은 슬기 씨가 필요할 때 전화를 걸 수 있어야 한다.

슬기 씨에게 오늘은 치약을 달라고 전화를 걸어 직원에게 말해달라고 권유해서 전화했다.

슬기 씨에게는 큰 발전이다.

직원이 퇴근해서 슬기 씨에게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슬기 씨가 방에 있을 시간에 전화를 다시 했지만 받지 않았다.

그래도 전화기를 꺼놓지는 않았다.

안 되는 80%보다 할 수 있다는 20%의 가능성을 봐야 한다.

안 되는 쪽을 보면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023년 07월 18일 화요일 원종오

조금씩 슬기 씨가 휴대폰을 사용할 구실들이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조금 지나면 관장님의 도움도 필요할 듯하네요. - 다온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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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진]

처음에 전화기들고 뛰어오던게 생각나네요 차근히 변화되는 모습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