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 일요일 맑음.
푹 잤다.
집사람도 만족스럽게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창문밖에 널어 논 빨래감들은 덜 말랐지만 어쪄랴. 입어야지. 휴지를 이용해 수분을 더 제거한 후 입었다. 1층의 구내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빵과 잼, 쥬스였는데 좋았다.
로마에서의 일정을 씩씩하게 진행하기로 하고 테르미니(Termini)역으로 갔다.
우선 Tabacchi(일종의 구멍가게)에서 1일권을 구입했다. 1일권은 버스나 전철이나 무제한으로 탈수 있어 좋았다. .
로마의 지하철은 테르미니역을 중심으로 ☓형으로 배치되어 이용하기가 편리하게 되어있으나 그실상에는 지하철과 버스를 혼합하여 이용하여야만 관광이 쉬운 구조였다. 지하철노선을 확장하려고 해도 시내자체가 유적지인 로마의 실정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물론 테르미니역 광장에도 수많은 버스노선이 있어 버스를 이용하여도 무방하지만 로마지리를 잘 모르는 관광객들에겐 어려운 문제다.
콜로세움(Colosseo)으로 갔다.
테르미니역에서 불과 2정거장으로 지하철을 벗어나니 콜로세움의 웅장함이 한눈에 들어왔다. 로마에서의 지하철 표시는 빨간색표시의 M(메트로의 약자)을 찾으면 된다. 여기저기 검투사복장을 한 이들이 관광객들을 상대로 같이 사진을 찍어주고 돈을 받는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전체수용인원이 5만명이나 된다는 이 거대한 원형경기장은 로마시대관련 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유적지이다.
★ 콜로세움 내부에서 ★입장료(1인당 10유로라서 패캐지여행의 경우 건물내부는 안보여주고 밖에서만 관람시키는 경우가 많다.)를 내고 건물내로 들어가 옛 검투사들의 혈투와 맹수에 의한 기독교인들의 피에 환호성을 질렀을 5만명의 로마인들의 함성을 느꼈다.
일부를 복원(아래사진)하여 옛건물의 위용을 가늠하게끔 도와주고 있었으며 이경기장 바닥이 단순히 흙바닥이 아닌 두꺼운 나무판위에 모래를 덮은 것으로 되어 있고 그밑에는 맹수와 검투사들을 수용하였던 방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별로 많치 않으리라.
★ 일부만 복원시킨 콜로세움 경기장 바닥 ★콜로세움을 나와 성베드로 빈콜리성당을 찾아갔다.
위치는 콜로세움 길건너(메트로역쪽)뒤편 언덕에 있었는데 많은 관광객들이 가는 것을 따라가면 되는데 그곳은 베드로가 착용하였던 쇠사슬이 보존된 성당이었다. 쇠사슬은 아주 굵었는데 정말 성스럽게 보관되어 있었다. 다음엔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옆으로 해서 팔라티노(Palatino) 언덕으로 갔다.
이곳은 입장료를 받았으나 콜로세움입장권이 있으면 그냥 통과시켜 주었는데 이곳에서도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각종 티켓을 아내가 소지하고 있었는데 검표원에게 티켓을 보여주자 검표원은 단호히 입장을 거절하는 것이 아닌가? 아내는 눈만 동그랗게 뜨고, 검표원은 길을 막아서고. 무슨 일인가 하여 물어보았더니 티켓이 틀리단다.
아내가 내민 티켓을 보니 하하하...
아내가 검표원에게 보여 준 것은 콜로세움티켓이 아니고 지하철 티켓이었던 것이다.
날씨가 무덥다보니 지치고 하여 순간적으로 저지른 아내의 실수였던 것이다.
유쾌한 웃음을 날릴 수 있는 순간이었다.
아내도 자기가 왜 이 티켓을 보여주었는지 모르겠다며 한참을 웃었다.
팔라티노 언덕은 로마의 일곱 언덕 중 가장역사가 오래된 곳으로 로물루스가 세웠다는 로마의 근원지이다. 기원전 8세기경부터 사람들이 정착하여 부유한 로마인들의 주택가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었고 샘물의 물맛이 석회질이 아닌 미네랄워터로 참 맛이 있어 사먹기에 길들여진 우리에겐 반가운 샘물이었다.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앞으로 도로 나와 버스(75, 175)를 타고 두 정거장가서 내리니 영화 벤허의 대전차 경주장이었던 대전차경기장유적지가 나온다. 옛 영화는 간곳이 없고 그 흔적만이 남아 있지만 남아있는 상태만 보아도 엄청난 규모였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중앙의 큰나무가 반환점부위였다. 왼쪽에 팔라티노 언덕이 보인다.★경기장 입구의 리어커 행상에서 시원하게 만들어진 수박조각을 사서 목을 축였다.
정말 더운 여름이다. 36도?
대전차경기장 끝부분에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입에 손을 넣으면 잘린다는 전설로 유명한 진실의 입이 있는 코스메틴 산타 마리아성당이 있다. 아내는 지난번에 왔을때 그리 실망해 하더니 이번에도 별로란다. 그래도 기념촬영 한 장!
★ 진실의 입에 손을 넣고 ★진실의 입은 영화 로마의 휴일로 널리 알려졌는데 그때도 진실의입 부조상의 규모가 크게 나오지는 않았는데 사람들의 기억엔 모두 엄청난 규모로 기억아 되는 것 같다.
성당도 자그마하다.
성당 앞에서 다시 버스(44,95)를 타고 두정거장을 가서 내리니 캄파돌리오 광장(Piazza det Campidoglio)이다.
★ 캄파돌리오광장에서 ★1538년 미켈란젤로가 설계했다는 기하학적무늬가 있는 광장바닥이 유명하다. 광장 중앙에는 유명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청동기마상이 있다. 잠시 코르도나타(Cordonata)라 불리우는 계단에서 휴식을 취한 후 포로 로마노(Poro Romano)로 갔다.
고대 로마의 중심지로 상업, 종교, 정치의 중심지였던 이곳은 지금은 기둥들만 몇 개 남은 페허처럼 보이나 로마의 역사를 만든곳이며 시저가 죽음을 맞이한 장소 이기도 하다. 내부규모가 엄청 나서 아내와는 금새 질리고 말았다. 원로원과 로물로스의 묘까지 갔다가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세계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잠시 더위를 피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은 보가 좋아 그들틈에 같이 껴서 주저 앉아 있는 것만 으로도 행복하였다. 나도 세계인? 다 돌아보려면 2시간이 넘겨걸린다는 데 우린 1시간만에 돌아 나왔다.
아내는 다리가 아프단다. 그래도 아직 오늘 일정 중 트레비분수와 카타콤베가 남아 있다. 배도 슬슬 고파왔으나 트레비분수(Fontana Di Trevi)쪽으로 가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베네치아 광장쪽으로 걸어 나가 기념관을 등지고 오른 쪽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 버스(85)를 타고 한정거장을 가니 트레비분수다.
★트레비분수 전경★
로마에서는 걷다보면 나중에 지쳐 진짜 관광은 포기하고 길거리에서 허비하기 일쑤라 버스를 틈틈이 이용하면 체력낭비를 막을 수 있다. 버스정거장에서 앞쪽으로 조금 걸어가다가 오른쪽골목으로 꺽어 걸어서 5분정도의 거리인데 언제보아도 멋진 분수다.
트레비분수의 전설대로 많은 관광객들이 동전을 던지고 있었는데 나는 이번에는 던지지 않았다.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너머로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인지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이미 로마에 3번째 여행이다. 가고픈 나라가 아직 많은 관계로 먼 한국에서 로마로 다시 또 오고 싶지 않아서였다.(너무 건방진 생각?) 트레비분수에 왔으면 본젤라토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한다. 올때마다 먹는 아이스크림이지만 정말 맛이 있다. 항상 가던 상점으로 가서 본젤라또 아이스크림을 샀다. 트레비분수를 바라보며 계단에 앉아 먹는 아이스크림 맛은 몇 번이고 그리웠던 것이었다.
디지털카메라가 이상을 일으킨다. 후레쉬가 터지질 않는다. 원인은 잘 모르겠고 정상적인 상태로 촬영을 하면 되는데 발광모드로 하면 작동이 안된다.
트레비분수 바로 앞에 베네통매장이 있는데 거기서 옷을 사 입기로 했다.
한국에도 베네통매장이 있지만 비싸서 감히 구입할 생각을 못했는데 50% 세일 기간이라니 횡재가 아닐 수 없다. 난 검은 바지를 아내는 티셔츠를 구입했다. 바지는 특이한 모양이었는데 내 취향과도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이어서 만족스러웠다. 난 구입 즉시 그 자리에서 바지를 갈아입었다. 아내도 바지를 구입하려고 하였는데 배꼽바지라나 그러면서 도저히 못 입겠다고 포기했다. 점심은 바르베르니(Barberrini)역으로 가는 길에 있는 카페에서 해결했다. 멋진 실내장식의 카페였는데 상당히 부담이 가는 가격이었으나 이런 집에서 정통 스파게티맛을 본다며 주문을 했다. 스파게티는 양이 너무 적어 아내를 실망시켰는데 한국의 절반정도의 양으로 보면 되겠다. 맛은 좋았다고 한다. 난 생맥주를 한잔 했다. 날씨가 더우니 자꾸 맥주나 음료쪽으로 관심이 간다.
좀 더 카페에서 쉬었다가 바르베르니역으로 갔다.
카타콤베(Catacombe)에 가기 위해서였다. 지오반니(S.Giovanni)역에서 하차하여 지상으로 올라오면 218번 버스종점이 있다. 거기서 버스에 승차를 하면 약 20분정도 걸리는 곳에 산 칼리스트 카타콤베로 갈 수 있다. 이곳은 공개되고 있는 카타콤베 중에 가장 보존이 잘되어 있다고 한다.
카타콤베는 박해를 받을 당시 그리스도 교도들의 예배와 집회장소로 쓰이던 지하묘지를 말하는데 카타콤베는 ‘안식처’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가 간 카타콤베는 지하통로의 길이가 20km에 이른다고 한다. 3세기경부터 그리스도교인의 묘지가 되었다고 한다. 난 이미 한 번 와 본적이 있으나 집사람은 처음이고 공동무덤이라니 영 안내켜하는 눈치였으나 안보면 후회한다고 겁을 주어서 같이 왔다.
한국인 관광객들도 많은지 한국어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반갑기도 하고 한국의 국력이 신장된 것이기도 하고 괜시리 어깨가 으쓱거려지는 순간이다. 나이드신 현지인이 안내를 맡으셨는데 안내를 맡으셨던 신부님이 잠시 자리를 비우셨단다. 그분은 약간의 한국어를 하였으며 카세트레코더를 들고 다니며 필요한 장소에서 한국어안내방송을 들을 수 있도록 하시는 역할을 하셨다.
10명이 채 안되는 한국인들(그중에 우리가 가장 나이가 많았다)이 이탈리아 할아버지에 이끌려 공동묘지속으로 들어갔다. 붉은 빛이 나는 흙을 파서 그곳에 5층으로 시신을 안치한 그곳은 곳곳에 기독교인의 성지로 불리는 장소가 있었다. 내부가 미로같아서 여기저기 길을 차단해 놓았는데 으스스한 분위기와 박해를 피해 지하생활을 감수해야 했던 당시 종교인의 고뇌가 보이는 듯하다. 시신은 거의 꺼내져 시신이 있었던 장소가 구멍이 뚫린 채로 보여지고 있어 으시시한 분위기이다.
카타콤베를 나와 한참을 기다려(약 25분) 218번을 탈 수가 있었다.
나는 팬티가 하나밖에 없어 팬티를 구입하려고 하던 차에 마침 대형슈퍼마켓이 보여 맥주와 물, 먹거리를 사고 팬티를 샀다. 팬티는 한국과는 달리 면제품이 없었고 스팬제품만 있었는데 당장 아쉬운지라 한개를 구입했다. 218번 버스가 언제 올지 몰라 그곳에서 좀 떨어진 정류장으로 걸어가 물어보니 714번을 타란다. 714번은 테르미니 역까지 가는 버스여서 너무 좋았다. 우린 일단 쉬기로 하고 호텔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슈퍼마켓에서 산 팬티를 시착을 해보는 순간 아뿔사..도난방지용 TAG가 그냥 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TAG을 빼보려 했으나 옷만 찟어질 지경이다.
화가 났으나 별 도리가 없어 버스를 타고 다시 그 슈퍼마켓으로 가서 팬티의 TAG를 풀었다. 판매원에게 강하게 항의하여 보았으나 그네들은 한번 미안하다고 하곤 그게 다였다. 분이 안풀렸지만 어쩔 수 없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호텔로 돌아왔다. 1일권이 있어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교통비로 많은 돈을 소모할 뻔 했다.
날씨는 섭씨35,6도를 오르내리는 더위라 서있기조차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여행의 즐거움은 잊지 않고 있어 요령껏 버티고 있다.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컵라면과 슈퍼마켓에서 사온 먹거리로 저녁을 대신했다. 팩소주의 맛에 피로가 가심을 느낀다. 이미 시간은 9시가 넘어 해가 완전히 진 상태다.
아직 짐은 돌아오지 않았고 심신이 조금씩 지친 것 같다.
내일을 위한 빨래를 한 후 더 이상의 관광을 포기하고 내일은 나폴리, 폼페이, 소렌토일정이 잡혀 있어 10시반경 일찍 잠을 청했다.
로마1일권 6.2 유로 + 콜로세움 입장권 20 유로 + 수박 1유로 + 밧데리 5.5 유로 + 아이스크림 5.1유로 + 베네통바지 34.5유로 + 베네통 티셔츠 10.4 유로 + 점심(스파게티,맥주) 12유로 + 카타콤베입장권 10유로 + 슈퍼마켓(팬티, 맥주, 물, 먹거리) 26.4 유로
소계 131.1 유로
첫댓글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근데 소주는 이제 떨어지셨나봐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아직 남아있답니다..
유적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보신 거 같은데,, 이 많은 일정을 하루에 소화하셨다니 정말 놀라워요... 저도 표가 헷갈려 그냥 모든 표를 꺼내 보여 주면 자기들이 알아서 찾아가더라구요..ㅎㅎ 설마 짐은 찾으셨겠죠.....
두분이 같이 찍은 사진이 많은데 삼각대를 놓고 찍으셨느지 아니면 주위분에게 부탁했는지요?
거의 삼각대를 이용했어요. 남들이 찍어주면 이상하게 나오는 것이 많아서리..
아...삼각대로...사진 정말 잘 찍으시는 듯..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정말 멋지시네요. 헤매지않고 잘 다니시나봐요. 정석대로 완벽히 보시는 것 같아요. 계속 좋은 후기 기다립니다~~~
너무 반가운 모습을 다시 뵙게 되었습니다. 감사한분들이기도 한데... 지금은 어찌 지내시는지.. 작년 여행을 적으신건가요? 어쩨.. 날짜가좀... 주형이 엄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