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동네 강화도는 그 동안 좀 이름있는 곳을 주마간산격으로 보고 다녔지만
요번 기회에는 둘렛길을 제대로 한번 걸어보자고,
어제 제1크스 갑곳돈대 연미정 월곳리 북문 강화여고 쪽으로 하여 터미널로 향하였습니다.
과천에서 거리가 있어 좀 일찍 나섰지만,
역시 김포 강화에 즐비한 중소기업들로 차는 가다서다 반복하고,
집에서 여덟시에 나가 열한시에 갑곳돈대에 도착하니 좀 멀기는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려 몽고병란으로 한 때 고려의 임시 도읍지가 되고,
곳곳에 留守碑(유수비)에 고인돌 그리고 성문으로 둘러 쌓인 곳이라 걷는 것도 좋지만,
선인들의 족적을 직접 찾아보 것도 필요한가 봅니다.
"아는 것 만큼 보인다"지만 책이나 글로 알고 있는 것에 비해,
발품을 팔아 이렇게 직접 보는 것이 더욱 실감이 납니다.
강화는 옛부터 밴댕이젖에 순무 김치 강화인삼 등 나름 먹거리도 많지만,
역시 강화는 나라가 편안할 적에는 육지와 강 하나 사이를 두고 세거지로서 좋지만,
어느 시대인들 어려운 기간이 있고,
그러다보면 강화는 피난지 내지 유배지로 영욕을 같이 한 섬인가 봅니다.
글로 강화를 이야기하기에는 강화는 너무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고.
이웃 도서 교동도, 석모도 보문사 같은 도서를 끼고 있는,
특히 교동도에서 한강 하류 서북쪽으로 건너다보이는 이북 땅은,
겉으로 보기에는 한적한 시골 마을 같은데 그 속을 알 수 없었습니다.
오늘은 서실 가는 날이라,
밥 한 술 뜨고 가야하기에 일단 여기서 마치고 돌아와서 남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강화 1 코스 갑곳돈대에서 연미정(燕尾亭)까지 한 시간 남짓 걸어 도착하여,
잠시 건너 편 이북땅을 건너다 보았습니다.
이 연미정은 고려 중기 함형이란 장수가 왜구의 침략을 막아내고,
조정에서 하사한 땅에 세거지를 장만하고 하고 정자를 지어 노후를 보낸 것이라는데,
정자의 위치가 제비 꼬리를 닮았다고 하여 지은 이름이라 합니다.
작년인가 탈북한 사람이 이 정자 밑 수로를 통해 다시 이북으로 갔다는 그곳입니다.
밀물과 썰물의 조류가 워낙 강해 조그만한 부표를 의지해서 가면 쉽게 닿을 수 있는 그런 곳이고,
강화의 바다물과 한강과 임진강이 합수하여 서해로 빠지는 폭이 좀 넓은 그런 곳입니다.
문수산성과 강화 뜰을 사이에 두고 강화대교와 초지대교가 놓여 있고,
지금도 바닷물과 강물은 사이 좋게 오르내리고 있더군요.
연미정을 뒤로 하고 월곳리를 지나 강화산성 북문에서 읍으로 가는 도중에,
탱자나무가 제법 군락을 지어 울타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정수사 아래 시기리 동네 구한말 이건창선생의 생가가 있는 그곳에는,
우리나라에서 수령 350년 되는 오래 된 나무가 있는데
탱자나무의 북방한계선이 되는가 봅니다.
아직 탱자가 달려 있기에 두어 개 얻어 왔습니다.
별 맛은 없지만 소시적 놀이거리가 없어 이것을 따 입어 넣고 새콤한 맛을 더러 느꼇습니다.
북문에서 강화여고로 나오는 길에 약수터가 한 개 있는데 물이 제법 시원하게 쏟아져 나오고,
그 아래 빨래터를 만들어 아담하게 꾸며 놓았기에,
옛 사람들은 여기서 식수도 구하고 빨래도 하고 수다을 떳었던 곳인가 봅니다.
강화여고는 표고가 150m 정도되는 5부 능선에 새로 지은 건물이라 아담하게 보였고 그 옅에 기숙사가 있는데
어느 연수원보다 잘 꾸며 놓았습니다.
인근 동네 농어촌 마을 학생들을 위한 시설이라는 생각이 들고,
너무 조용하고 주위 경관이 좋아 아마 집에서 하는 공부보다 더 잘 할 것 같습니다.
혼자 생각에 서울에 있는 학생들도 여기에 전학을 와 공부하며 좋을 듯한데
그러나 농촌지역이고 학생들이 얼마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나도 한갖 칠십이 놈은 남정네지만, 평생을 여고생들과 씨름하며 보낸 배움터이기에
이런 환경에 구미가 솔깃합니다.
그러나 과도한 입시경쟁에서 아이들도 지치고 부모들은 나름 전력투구하다보니
우리의 입시제도가 한창 커가는 학생들에게 너무 과도하게 짐을 지우는 것 같습니다.
이곳은 주점 오락실 등 청소년 위해시설이 없어 학생은 공부밖에 할 것이 없는데
북문 쪽으로 둘렛길이 잘 다듬어져 있어 가끔 산책을 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오후 다섯 시 쯤 강화터미널 근처에서,
강화인삼 막걸리와 순무 김치로 가볍게 일잔하고 집으로 와야 했습니다.
강화 풍물시장 밴댕이 회를 먹고 싶었는데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 쉬는 날이군요.
제법 먼 거리를 어렵게 버스편을 찾아, 오는데 두 시간이 넘게 걸리는 그런 곳 입니다.
가기 전에 공부를 좀 하고 가야하는데 그렇치 못해 글이 읽을거리가 적군요.
다음 주 수요일은 갑곳돈대에서 광성보 초지진으로 하는 약 15k 정도 걷는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첫댓글 서해랑길 끝나면
강화 나들길 걸어볼까 생각중입니다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강화 나들길
몇년전부터 벼르던 길인데 이렇게 글로보니 도움이ㅈ될것 같습니다
올해 외사촌형님이 강화에 작은 땅을 구입해서 집을 짓는다며
놀러오라는데 언제한번 맘껏 다녀올수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강화는 자주 찾는 편입니다만
사진이 없어 조금 아쉽습니다.
강화에 가면 인삼 막걸리가 당기지만
운전 때문에 그냥 올 때도 더러 있었지요.
늘 건안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