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천] 색마혈세전 色魔血洗傳(2권) 3. 자객문의 문도

[빨간ㅅr고r]

3. 자객문의 문도


낙양으로 향하는 전소추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자객문에서 제대로 움직여 준다면 은하전장에 닥친 위기는 얼추 불
을 끈 셈이었기 때문이었다.
은하전장의 막대한 재산을 삼키려는 자가 신산수재였다면 별문제가 
없었다. 그는 하수인에 불과하였기에 지시를 내린 정체불명의 세력
은 은하전장만이 목표가 아니고 무언가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어쩌
면 무림을 혼란에 빠트리려고 할지도 몰랐다.
은하전장이 어떤 세력에 넘어가 영업을 중지하거나 자금을 끌어 모
은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될뿐더러 무림은 물론 황실까지 영향
을 받아 국운(國運)이 다할 수도 있었다.
한마디로 전소추가 행하는 일은 어쩌면 중원천하를 구하는 일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며칠 후면 중양절(重陽節)이라 관도엔 수많은 사람들이 바삐 오가고
 있었다. 만추지절의 하늘은 청명하기가 이를 데 없었고, 지나는 사
람들의 환한 표정에도 모두 풍족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전소추는 냉예향과 연교매를 좌우에 거느리고 풍류를 나온 선비 마
냥 느긋하였다.
낮에 천천히 구경을 하면서 가더라도 밤에 경공술을 시전하면 중양
절 전에는 넉넉하게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사현(長沙縣)에 접어들자 거리엔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그
들이 대로를 걷자 모두들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바라보며 수군거
렸다.
"침어낙안(侵魚落雁)이로세……!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둘이나 거
느리고 다니는 저 사람은 누구일까……? 저런 미인과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있다면 목숨을 내놓아도 좋을 듯 싶으이……!"
수많은 사람들이 천하절색의 냉예향과 연교매를 바라보며 침을 흘리
자 한적한 곳으로 발걸음을 빨리 옮긴 후 입을 열었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세상 구경도 변변히 할 수 없으니 아
무래도 그대들이 변장을 해야겠소."
냉예향이 방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호호호……! 우리들이야 어려서부터 그런 시선을 받고 자라서 면역
이 되었는데 가가께선 괜한 염려를 하시는 거예요. 가가의 준수한 
용모에 박색(薄色)을 데리고 다닌다면 더 구경거리가 될 것이니 그
냥 가는 것이 어떻겠어요?" 
연교매가 말을 하며 변용술을 시전하여 용모를 바꾸었는데 쭉 찢어
진 눈매에 들창코에다가 메기입처럼 커다란 입, 게다가 벌에 쏘인 
듯 두툼한 입술은 정말 가관지경이었다. 
"호호호……! 이 정도면 만족하시겠어요?"
꿈에 볼까 징그러운 용모에 전소추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이구! 말을 말아야지. 본래의 모습으로 그냥 갑시다."
냉예향과 연교매는 전소추의 양팔에 팔짱을 끼더니 그를 잡아당겨 
대로로 나서며 말했다.
"가가! 허기가 지니 잠시 쉬었다가 가요."
전소추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대로로 끌려 나왔는데 그녀들이
 허기가 진다고 하자 장사현의 최고 번화가인 황흥로(黃興路)로 접
어들었다.
화려한 단청을 한 오 층 거각인 부용빈관(芙蓉賓館)의 정문에 다가
서자 비단화복을 입은 점소이가 나타났다.
워낙 비싼 요리와 술을 취급하여 고관대작이 아니면 발걸음을 하지 
않는 곳이었기에 점소이조차 잘 차려입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공자님!"
공손히 절을 한 점소이가 그들은 안으로 모시며 말했다.
"몇 층으로 모실까요?"
냉예향이 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듯 아름다운 목소리로 답했다.
"이봐요. 꼭대기 층의 창가에 비어 있는 자리가 있다면 거기로 안내
하세요."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점소이가 입구에 매달린 작은 종을 울리자 위층에서 시녀들이 내려
왔다. 점소이가 그녀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특급 손님이니까 잘 모셔야 한다."
시녀들이 그들에게 인사를 하며 앵무새처럼 말했다.
"공자님! 이리로 올라오세요."
목조계단을 빙빙 돌아 올라가자 커다란 창이 있는 곳에 그들을 안내
한 시녀들이 그들에게 자리를 권하였다.
"호호호! 이 자리는 현령과 부호들이 앉는 자리인데 오늘 따라 자리
가 비었으니 앉으세요."
그들이 앉자 요리의 명칭을 적은 양피지를 가져왔다.
듣도 보도 못한 수많은 요리의 명칭에 전소추가 정하지 못하자 냉예
향이 대신 입을 열었다.
"작설차(雀舌茶)와 망과향계(芒果香鷄), 용봉하구(龍鳳蝦球), 고유
저(　乳猪)와 금존청(金尊淸)을 가져오세요."
이름부터 생소한 요리들을 시키자 전소추는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
었다. 제일 먼저 가져온 뜨거운 작설차를 한 모금 마신 그가 향기에
 도취되었을 때 망과향계가 나왔다.
망과열매와 고추로 맛을 낸 닭고기 요리였는데, 망과의 향이 산뜻한
 맛을 내게 하였다. 전소추는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맛이 있어 
체면을 가리지 않고 젓가락을 놀렸다.
먹는 모양도 요조숙녀처럼 얌전하게 음식을 먹다가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본 냉예향과 연교매가 배를 움켜주며 웃었다.
"호호호……!가가는 며칠 굶은 돼지 같네요."
용봉하구와 고유저, 금존청이 한꺼번에 나왔다. 
용봉하구는 새우와 완두콩, 버섯을 요리한 것이었고, 고유저는 새끼
 통돼지에 양념을 발라 바삭바삭할 정도로 구운 요리였다.
금존청은 이미 먹어본 술이어서 연교매가 술잔에 술을 따르자 주향
을 음미하며 마셨다. 너무나 맛있게 보이는 요리였지만 망과향계를 
배부르게 먹은 전소추는 조금씩 맛만 봐야 했다.
냉예향과 연교매도 조금씩 덜어먹으며 금존청을 마셨다.
그들이 식도락을 즐기는 동안 장사현에 천상옥녀와 같은 미인 둘이 
나타나 부용빈관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났다.
장사현령은 폭군이었고, 그 곳 양민들의 혈세(血稅)를 쥐어짜는 인
물이었다. 그는 젊었을 때 부임을 하였는데 양민들을 괴롭힌 탓이었
는지 늦게 본 자식이 꼽추로 태어났다.
그 아이가 자라 성인이 되었는데 양태랑(楊太郞)이라고 하면 장사현
에선 혀를 내두르는 개망나니였다. 
홍루에 있는 기생은 모두 그의 허리 아래에 눌렸다는 소문이 퍼질 
정도로 호색한이었다. 뿐만 아니라 얼굴이 반반하다 싶으면 힘없는 
양민의 처녀, 유부녀, 어린아이까지 강간을 마다하지 않은 파락호였
다.
그가 혼례식을 못한 이유는 그의 소문을 들은 규수들이 그와의 혼사
 이야기가 오가면 자결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다른 곳에서 관리들과 술을 마시던 그도 냉예향과 연교매의 소문을 
접했다.
"흐흐흐……! 그 소문을 듣고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
그는 이십여 명의 관병들을 대동하고 부용빈관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 이미 많은 사내들이 한번 더 그녀들을 보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관병들이 그들을 밀치고 길을 터 주자 양태랑이 잔뜩 거드
름을 피며 안으로 들어섰다.
관주(館主)가 나와 그를 맞이하였다.
"공자님! 오셨습니까?"
양태랑이 관주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어허! 선녀처럼 아름다운 여인들이 왔으면 즉각 보고를 올려야 되
지 않겠소? 이곳에서 영업을 그만 두고 싶은 게지……?"    
관주는 부용빈관에 또 한바탕 난장판이 벌어질 것을 예감하고 한숨
을 쉬며 답했다.
"아름다운 여인들이 온 것은 분명한데 같이 온 사내가 있사옵고 무
림인(武林人)인 듯 싶어 보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만나보시
겠습니까?"
짝―!
관주의 볼에 손자국을 낸 양태랑이 이를 드러내며 떠들었다.
"성질 더 내기 전에 잔소리 집어치우고 빨리 안내해……!"
관주가 직접 그들 일행을 오 층으로 안내한 후 급히 내려왔다.
양태랑이 모습을 드러내자 오 층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빠져  나갔
고, 심지어 사 층과 삼 층에 있던 이들도 봉변을 당할까봐 모두 아
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조용하던 부용빈관이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가 쥐 죽은 듯 고
요해졌다. 전소추를 바라본 양태랑이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뀌더
니 식탁으로 다가오며 외쳤다.
"큿……! 이봐! 샌님나리……! 여인들을 놔두고 이만 자리를 뜨는 
것이 신상에 이로우니 빨리 사라져……!"
전소추와 그녀들은 이미 금존청을 바닥내고 일어서려던 참이었는데 
웬 꼽추가 나타나 헛소리를 지껄이자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고 있었
다. 장창을 들고 따라온 관병들이 꼽추의 좌우에 늘어서 있는 것으
로 보아 관의 인물이라고 판단한 전소추가 말을 하려는데 냉예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봐요! 우리는 부부예요. 빨리 사과하세요."
양태랑이 그들을 보고 비웃더니 언성을 높였다.
"유부녀라면 더욱 구미가 당기는데……? 난 그런 것 상관 안 하는 
사람이니 빨리 꺼지란 말이다."
벌떡 일어선 전소추의 얼굴에 불쾌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보시오. 괜한 시비 걸지 마시오. 소생은 무공을 익힌 무림인이오
. 그까짓 장창 따위로 가지고는 본인을 위협하지 못하니 냉큼 물러
서시오." 
전소추가 겁을 주려고 축융화극신공(祝融火克神功)을 끌어올리자 그
의 전신에 성난 불길이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본 양태랑은 이미 대취하여 있어 그저 흐릿하게 보인다고
 생각했는지 관병이 들고 있던 장창을 빼앗아들고 곧장 전소추의 심
장을 향해 찔러왔다.
전소추는 이미 호신강기로 강기막을 치고 있어 뒷짐을 짓고 있었고 
장창의 끝이 강기막과 부딪치며 반탄력에 끝이 뭉그러지며 퉁겨나갔
다.
쾅―!
"어어어어……?"
우당탕―!
반탄력에 뒤로 물러나던 양태랑이 의자에 발이 걸려 나뒹굴자 냉예
향과 연교매가 대소를 터트렸다.
"호호홋……! 굼벵이도 기는 재주가 있다고 하더니 잘 구르는데……
? 감히 가가께 병기를 휘두르다니 그런 꼴을 당해도 싸지……!"
양태랑은 양팔이 시큰거렸지만 여인들의 조롱을 듣자 벌떡 일어나 
관병들에게 명했다.
"빨리 저 년놈들을 포박하여 내 앞에 무릎을 꿇려라."
관병들은 전소추의 태산과 같은 기도에 오금을 펴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고 있었다. 
"공격을 하지 않는 놈들은 관현으로 돌아가면 모두 죽을 때까지 태
형(笞刑)을 가할 것이다. 공격해라."
사면초가에 빠진 열 명의 관병들이 장창을 쥔 손에 힘을 가하더니 
공격했다.
휘이익―!
전소추와 냉예향, 연교매는 그들이 공격을 하자 펄쩍 뛰어 올라 그
들을 뛰어 넘으며 사자후(獅子吼)를 터트렸다.
"우우우……! 더 이상 우리들을 핍박하면 가만두지 않겠소."
그의 사자후에 부용빈관 전체가 부르르 떨며 흔들리자 관병들은 감
히 그들에게 손을 뻗지 못하였다.
전소추가 그녀들을 데리고 아래층으로 유유히 걸어 내려가 정문을 
나서니 수많은 인파가 몰려와 구경을 하고 있었다.
멀쩡하게 여인들을 데리고 나오니 그들은 의아해 하였다.
이제까지 양태랑에게 걸려 몸 성히 나오는 여인들을 처음 본 탓이었
다. 경공술을 펼친다면 그들을 뛰어 넘을 수 있었으나 양민들이 놀
랄까봐 천천히 발걸음을 떼었다.
"죽어라……!"
양태랑이 박차고 나오며 전소추의 등판에 장창을 찔러왔다.
냉예향이 검을 뽑으려는 것을 제지한 전소추가 돌아서며 맨손으로 
장창의 끝을 붙잡고 빙하태음신공을 불어넣었다.
순간적으로 전소추 주변의 대기가 얼어붙었고, 장창을 따라 흘러 들
어간 극음진기가 양태랑을 얼음으로 화하게 하였다.
전소추는 양태랑이 행한 지금까지의 행동으로 보아 관의 힘을 업고 
온갖 못된 짓을 일삼았다는 것을 짐작하고 그의 악독하고 사악한 심
성으론 더 이상 세상에 살 가치가 없다 판단하여 그를 죽이려고 마
음먹었던 것이다.
전소추가 손을 떼고 그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돌아서자 앞을 
가로막고 있던 인파가 쪽 갈라지며 길을 터 주었다.
그제야 밖으로 나선 관병들이 양태랑을 잡아 흔들다가 실수로 넘어
트렸다.
우지끈―!
넘어지면서 양태랑의 얼어붙었던 신체가 깨지며 부셔지자 사람들이 
놀라 대피하느라 소동을 빚었다.
"사, 살인이닷……!"
관병들이 달려와 전소추와 그녀들을 제지하자 한숨을 내쉰 전소추가
 말했다.
"휴우……! 향매와 매매의 미모 탓에 일이 이지경이 되었군. 관병들
은 앞장서시오. 관아로 따라가겠소."
관병들이 앞장을 서자 전소추가 따라가 관아로 들어갔다.
양태랑의 깨져 버린 시신이 녹아 내리자 관병 몇이 시신을 수습하여
 뒤를 따랐고, 그 일을 목격한 양민들이 따라 들어와 구경하였다.
현령 양천수(楊天壽)는 양태랑이 죽었고 범인이 스스로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뛰쳐나왔다. 성질 급한 양천수는 전소추를 보자마자 검
을 빼들고 내리쳤다.
"네놈이 감히 금쪽 같은 내 아들을 죽이다니! 에잇! 죽어랏!"
휘이익―!
손가락 사이로 검을 잡은 전소추의 입에서 냉랭한 목소리가 새어나
왔다.
"호부(虎父)에 견자(犬子)없다더니 아비가 견부(犬父)였으니 자식이
 그 모양이었군. 죽은 놈이 자초한 일이었으니 난 죄가 없소. 이만 
가보겠소이다."
현령은 관아에 들어와 수많은 백성 앞에서 자신을 조롱하는 젊은 놈
을 그냥 가게 할 수 없었다.
"이놈! 어딜 도망가려 하느냐? 여봐라! 저놈을 당장 포박하라."
현령의 명을 받은 십팔반 병기로 무장한 관병들이 그와 그녀들이 나
가지 못하게 에워 쌓았다.
연교매가 품에서 나비모양의 암기를 꺼내들고 외쳤다.
"흥……! 범 무서운지 모른다더니 꼭 그 모양이군. 우린 자객문의 
날수인요와 백수호접이다. 막는 자는 죽음뿐이니 비켜라."
자객문이란 소리를 들은 관병들이 병기를 내려놓고 뒤로 물러  나자
 화가 치민 양천수가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자객문은 공적이니 너희들을 잡아 공을 세워야겠다."
연교매가 우수를 뻗자 나비모양의 암기가 날개를 펄럭이며 양천수의
 미간을 향해 날아들었다.
퍽―!
수박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양천수의 미간에서 뇌수와 피가 뿜어
져 나오자 양민들이 넋이 빠진 관병들을 밀쳐 그들이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주며 환호하였다.
"와……! 잘 죽었다. 이제 장사현에 새로운 현령이 내려오면 지금 
보다는 잘살게 되겠구나……!"
전소추는 서둘러 장사현을 빠져나갔고, 냉예향과 연교매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변용술로 모습을 바꾼 채 그의 눈치를 살피며 뒤따랐다.
그는 자신이 부인들이 아름다운 탓에 살인을 저지르게되자 한동안 
말없이 낙양으로 향했는데 그녀들은 그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온
갖 아양을 떨어야 했다.
그들이 낙양으로 향하고 있을 때쯤 수구산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은하전장과 은하도루의 지부에 소리소문 없이 자객문의 문도들이 스
며들고 있었다.
형양현(衡陽縣)에 있는 은하전장의 지부장은 한천고월(寒天孤月) 팽
화천(彭華天)이었고, 세인에겐 무자비할 정도로 냉막한 인물로 알려
져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부(富)와 여인에게 뜨거운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인물이었고, 하루라도 여인을 품지 않고는 잠들지 못할 정
도로 색을 밝혔다.
오늘밤에도 그의 넓은 침상에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애첩이 
가랑이를 벌리고 그를 유혹하자 그는 참을 수 없어 침을 질질 흘리
며 침상에 올랐다. 
그는 절륜한 정력을 지니고 있었고 뛰어난 허리 놀림으로 언제나 애
첩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허나 오늘은 그의 힘차게 휘젓던
 그의 하물이 이상하리 만큼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초경 무렵부터 시작된 정사는 거의 한 시진이 다되도록 끝맺지 못하
였고, 애첩의 밀궁(密宮)은 애액(愛液)이 말라붙어 무척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아……! 좀더 빨리……!"
그런데도 애첩은 환희에 겨운 비음을 섞어가며 쉴새 없이 둔부를 휘
돌리며 그를 격려하였다. 
지친 그는 안간힘을 쓰며 하체를 놀렸고 마침내 파정의 순간을 맞이
하며 애첩의 상체로 무너져 내렸다.
"으헉……!"  
그가 애첩의 얼굴에 더운 콧김을 뿜는 순간 침상에서 솟구친 검극이
 애첩의 상체를 관통하고도 그 기세를 멈추지 않고 올라와 그의 심
장에 틀어박혔다.
"으아악……!"
"아아악……!"
그가 지르는 비명소리는 밖에서 들릴 만도 하였으나 색사(色事)를 
하는 침실이 워낙 방음이 잘되어 있어 새어 나가지 못했다.
침상 밑에서 복면을 한 인물이 나오며 투덜거렸다.
'더러운 놈! 생의 마지막이라고 끝날 때까지 기다렸더니 정말 지겹
게 오랫동안 하는군. 하지만 그때처럼 긴장이 풀어지는 적이 없으니
 척살(刺殺)하기에는 좋지……!'
복면을 한 인물이 복면을 벗었는데 그는 한천고월 팽화천과 한치도 
틀리지 않고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재수도 더럽게 없군. 이놈 흉내를 내려면 매일 밤 정사를 해야 하
다니……!  보기 싫은 마누라를 이년으로 둔갑시켜 그 짓을 해야 하
다니 정말 재수가 옴 붙었군.'
침상 밑에서 약간 비만할 정도로 살이 찐 여인이 나와 배시시 웃으
며 그의 곁에 섰다.
그는 시신을 침상 아래로 내려놓고 화골산(化骨散)을 뿌렸다.
심한 악취와 함께 그들은 앙상한 백골로 화했고, 그들의 뼈를 수거
하여 자루에 담은 그는 창문을 열고 어둠을 뚫고 빠져나갔다. 그가 
돌아오기 전에 여인은 변용술로 죽은 애첩의 모습으로 변장하였다. 
헌데 그녀는 변체환용술을 익히지 못하여 얼굴만 애첩의 모습이었지
 몸은 전혀 딴판이었다.
의복을 홀랑 벗고 침상에 오른 여인은 남편이 오기를 기다렸고, 백
골을 처리하고 돌아온 사내는 한숨을 쉬더니 그녀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침상에 올랐다.
그는 잔검마영(殘劍魔影) 헌능위(軒凌威)였고 그의 아내는 매염희랑
(梅艶姬娘) 강연화(姜蓮花)였다.
강연화는 별호가 말해주듯이 매우 아름다웠는데 헌능위와 혼례를 치
르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지금처럼 몸이 비대해졌다.
그녀는 살이 쪄 모습이 흉하게 변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생긴 살은 잘빠지지 않아 고민을 거듭했다.
잔검마영은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이었지만 보기 싫게 변해 버린 그
녀를 외면하려 했지만 가주는 그의 생각을 읽었는지 명을 내릴 때마
다 그들 부부를 함께 보냈다.
그들이 함께 지내는 기간은 일을 수행할 때 말고는 거의 없었고, 지
금이 바로 그때였다.
이미 육신의 쾌락을 알게된 매염희랑 강연화는 이번과 같은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적극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일단 아내가 한천고월의 애첩의 예쁘장한 얼굴모습으로 변해 있어 
잔검마영은 한껏 달아오른 아내를 위해 최선을 다해 허리를 놀렸다.
"아흐흐흥……! 좋아요."
그가 파정을 하며 빠른 속도로 급격히 허리를 놀리자 강연화는 오랜
만에 절정에 올라 둔부를 움직이며 소리쳤다.
"흐으응……! 여보! 사랑해요."
잔검마영이 숨을 몰아쉬며 곁에 눕자 매염희랑이 흐느꼈다. 
"흐흐흑……! 당신이 저를 다른 여인이라고 생각하고 운우지락을 즐
기신 것을 알아요. 그러나 소첩은 지금도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이 
저를 기피하시니 살을 빼 당신을 기쁘게 해드리겠어요."  
잔검마영은 아내가 하는 말을 듣고 뉘우치며 말했다.
"여보! 당신이 살을 빼지 못하고 더 찌더라도 앞으론 당신을 예전처
럼 사랑하겠소."   
다음날부터 한천고월의 애첩이 기거하던 전각엔 엄청난 양의 음식이
 들어갔는데 태반은 손도 대지 않은 채 물려나왔고, 그녀가 임신을 
하였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중양절이 며칠 남지 않아 반월(半月)이 차오르기 시작하여 이제 만
월(滿月)의 모습을 서서히 갖춰가고 있었다. 
밝은 월광에 야경이 훤히 드러나 있었는데 남향에서 먹구름이 몰려
와 월광을 가리자 평소보다 더 어둡게 느껴졌다.  
그 순간 소양현(邵陽縣) 은하전장의 지부의 담을 자객문의 자객 셋
이 기척도 내지 않고 뛰어 넘었다.
자객문의 특급살수 낭인살왕(浪人殺王) 문자치(文慈侈)와 일급자객
에도 끼지 못하는 문도 둘이 그의 뒤를 따랐다.
어둠 속에서 낭인살왕의 안광은 마치 맹수처럼 반짝였다.
그는 일을 수행함에 있어서 잠입과 암산에 능통하였고, 인간야수라
고 불리는 비정한 인물이었다. 허나 그는 임무를 위해 애써 냉정함
을 유지하고 있을 뿐 일을 성공시킬 때마다 받는 배당금을 남몰래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 기탁하는 기인(奇人)이었다.
다시 말해 겉은 차가우나 속은 엄청나게 뜨거운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의 수신호(手信號)에 따라 문도들은 지형지물을 이용해 몸을 숨
기며 안으로 천천히 침투하였다.
이곳의 지부장은 도귀수(賭鬼手) 나진성(羅鎭珹)이라는 자로 은하도
루에 있다가 이곳 소양지부로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는 인물이었다.
워낙에 도박을 즐긴 탓에 은하도루를 관장하는 일은 뒷전에 미루고 
도객들과 도박을 하여 치부(致富)하는 것을 일삼다가 이곳으로 좌천
된 인물이었다.
이곳 마저 쫓겨나기 싫어 낮에는 소양지부의 일을 잘 처리하고 있었
으나, 개 버릇 남 주지 못한다고 그는 매일 밤 수하들을 불러들여 
마작을 즐겼다.
그는 도박 외에도 엽초를 즐겨 피웠고, 오늘따라 수하가 어렵게 구
해온 아편을 섞어 피우며 도박에 열중하고 있었다.
매일 밤 도귀수에게 잃은 은자가 자신들의 봉록보다 많아지자 수하
들이 수를 내어 아편을 구해온 것이었다.
도박한다는 소문이 날까봐 소양지부의 가장 으슥한 곳에 거처를 두
고 시녀들까지 출입을 못하게 하였는데 원래 지부장이 기거하는 곳
이 아니어서 약간 비좁았다.
수하 둘과 마작을 하며 피운 아편연기가 실내에 가득 찼지만 들킬까
봐 창문도 걸어 잠근 채 마작패를 섞고 있었다.
처음에는 많은 점수로 이기고 있었는데 아편기운 때문인지 점차 그
의 앞에 수북히 쌓였던 은자가 수하들에게 빠져나가자 열 받은 모양
이었다.  
이들이 마작에 정신을 팔고 있는 사이 창문 틈으로 가는 대롱이 들
어와 흰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지만 도박에 빠진 그들은 아무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수하들은 이번 기회에 잃었던 본전은 물론 도귀수의 주머니를 털겠
다고 눈이 뒤집혀 있었고, 그는 아편 때문에 약간 몽롱한 탓이었다.
 반각 후 흰 연기가 아편 연기와 섞여 실내에 가득 차자 무공이 약
한 수하들이 먼저 마작판에 엎어졌다.
쿠쿵―! 와르르륵―!
"어어……? 이놈들아! 판에 엎어지면 패가 뒤섞이잖아……?"
그 역시 수하들을 일으켜 세우다가 엎어지고 말았다.
쿵―!
밖에 있던 낭인살왕이 문도들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이번처럼 쉽게 일을 처리하기는 처음이군." 
낭인살왕 문자치가 입과 코를 막고 들어와 신속하게 그들의 사혈을 
점혈하고 실내를 밝히던 등불을 모두 꺼 버리더니 그곳의 청을 모두
 열고 밖으로 나왔다.
실내의 연기가 모두 빠질 때까지 기다리던 낭인살왕이 실내에 들어
와 창을 닫고 등불에 불을 밝혔다.
그들은 마작판에 엎어져 있던 인물들을 유심히 관찰하더니 그들의 
의복을 벗겨 갈아입고 변장을 하였다.
문도 하나가 변장을 마치고 문자치에게 물었다.
"살왕! 이만하면 모두 저놈으로 오인을 하겠지요?"
문자치는 이미 도귀수로 완벽하게 변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를 바라
보다가 혀를 찼다.
"쯧쯧쯧……! 넌 이제껏 무엇을 배웠는데 여태 변장술도 제대로 못
하느냐? 저놈의 입가에 커다란 점이 보이지 않는단 말이냐?"
문도가 품에 다시 넣었던 변장술에 필요한 도구를 꺼내 입가에 점을
 만들었다. 낭인살왕은 문도와 그들을 밖으로 끌어내 부시화골산을 
뿌렸다.
악취와 함께 그들의 시신이 뼈까지 녹아 버리자 흙으로 덮어 흔적을
 지운 그들은 마작판에 둘러앉았다.
"젠장 명이 하달될 때까지 마작이나 하며 지내야겠군."
"살왕! 이건 장난이 아니고 진짜로 하는거지요?"
"그래! 임마, 걱정 마 본좌가 지면 은자를 줄 테니……." 
그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마작을 하기 시작하였다.
귀주성(貴州省) 귀양현(貴陽縣)에 위치한 은하전장의 지부를 관장하
고 있는 자는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 취하더라도 언제나 안색이 하
얗기에 백면취노(白面醉老)라는 별호로 불렸다. 
백면취노 왕의찬(王誼贊)은 오늘도 명주(名酒)를 구하기 위해 아침
이슬을 맞으며 귀양지부를 나섰다.
술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그의 유일한 취미는 명주를 모아 진열해 놓
고 매일 조금씩 맛보는 것이었다.
한동안 맛보지 못한 원왕주(猿王酒)를 주류상이 어렵게 구했다는 소
식이 전해왔고, 회가 동한 그는 만사를 제쳐놓고 나선 것이었다. 귀
양현에서 소비되는 술을 공급하는 주류상은 밀주(密酒)를 거래한 탓
에 외곽에 점포를 마련하였고, 가끔 백면취노 왕의찬에게 값비싼 명
주를 소개하였다.
원왕주는 원숭이들이 과실을 모아 만든 후 자신들의 왕에게 바친다
는 희귀한 술이었기에 맛과 향 모두 일품이었다.
그는 설레는 마음으로 주류상이 경영하는 점포로 향했다.  
허리가 몹시 굽은 노인이 점포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가 백면취
노가 다가오자 의자에서 일어났다.
"켈켈켈……! 취노! 역시 명주를 얻을 자격이 있소이다. 당신에게만
 소식을 전한 것이 아니고 현령에게도 소식을 전했거든……! 나야 
은자를 받고 팔면 그만이니 먼저 와서 가져간 사람이 임자 아니겠소
?"
백면취노는 현령이 사람을 보내기 전에 원왕주를 가져가기 위해 서
두르며 말했다.
"주노인! 빨리 꺼내 오시오. 뱃속에서 술 벌레가 난동을 부리고 있
소이다."
주노인이라 불린 노인이 손을 펴며 말했다.
"은자를 줘야 물건을 주지."
백면취노가 은하전장에서 발행한 전표를 건네며 말했다.
"오십 냥이오."
노인이 전표를 살펴보더니 다시 손을 내밀었다.
"두 항아리를 가득 채운 원왕주를 오십 냥만 더 내면 어렵사리 구했
지만 모두 넘겨주겠소."
두 항아리가 있다는 말에 백면취노가 품에서 다시 전표를 꺼내주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였다.
"하하핫……! 좋소이다. 이제 모두 내주시오. 헌데 어디서 그런 명
주를 구해오는지 모르겠소이다."
"헬헬! 그건 알 필요 없소." 
주노인이 점포 안으로 들어가더니 장정 혼자 들지 못할 정도의 커다
란 항아리를 낑낑대며 들고 나오며 말했다.
"이 늙은이도 맛보지 못한 것을 몽땅 넘겨주려니 아깝군. 내가 맛 
좀 봐도 되겠소?"
백면취노가 큼직한 항아리를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주노인이 맛을 보고 싶다며 봐야지요. 그래야 다음 번에도 또 구해
 줄 것이 아니겠소?"
주노인이 항아리를 한 개 더 들고 나오더니 뚜껑을 개봉하고 국자를
 집어넣고 빙빙 돌리다가 꺼냈다.
관연 원왕주의 향기는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주노인이 국자에 담긴 원왕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크아……! 술은 이렇게 마셔야 제 맛이지. 술맛이 기가 막히는구나
……! 취노, 당신도 한번 드셔보시오. 절대 구입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거요."
주노인이 국자에 술을 담아 건네자 그렇지 않아도 침을 삼키던 백면
취노가 얼른 받아 마셨다.
꿀꺽꿀꺽―!
"크……! 좋구나."
국자를 돌려주려던 백면취노가 주노인이 굽은 허리를 쭉 펴는 것을 
보고 놀라 말을 하려던 순간 자신의 목을 움켜쥐었다.
"크으윽……! 술에 독, 독이 들었소. 같은 술을 마셨는데 당신은 멀
쩡한데 왜 나만……? 으아아악……!"
비명과 함께 그의 입에선 검붉은 피 분수가 품어져 나왔는데 내장 
녹은 것이 섞여 있었다.
"그야 당연한 것 아닌가? 조금 전 본인이 오보단장산(五步斷腸散)이
란 절독을 국자에 풀어놓았거든……."
주노인이 오장육부가 녹아 내리는 고통에 시달리며 바닥에서 뒹구는
 백면취노를 바라보다가 사혈을 찍더니 점포 뒤로 그를 질질 끌고 
갔다.
주노인은 이미 파 놓은 구덩이에 시신을 밀어 넣고 화골산을 골고루
 뿌린 후 흙을 덮었다.
'흐흐흐……! 자객문에선 문주님이 내린 명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
고 성사시킨다. 네놈은 문주님이 날 이곳에 보내는 순간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그는 백면취노가 즐겨 입는 백의로 갈아입고 변용술을 펼쳐 그의 모
습으로 변장한 후 커다란 항아리 둘을 수레에 싣더니 유유히 귀양지
부를 향해 끌고 갔다.
주노인으로 변장하였던 그는 자객문에서도 알아주는 주귀(酒鬼) 아
사도(阿赦燾)였고, 자신이 백면취노를 맡은 것이 가주의 배려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백면취노가 모아놓은 명주들을 마실 생각에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그곳에서 사라졌다.  
그가 백면취노를 제거하기 위해 주노인까지 없앤 탓에 횡재를 한 사
람들이 있었다.
오후 무렵 객잔과 기루에서 점소이들이 술을 구입하려고 왔다가 주
노인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였고, 근방을 샅샅이 뒤졌지만 그의 모습
은 발견할 수 없었다.   
점소이들은 서로 합의하여 점포 안에 있던 술통들을 분배하여 인적
이 없는 숲에 숨겨놓고 술통이 모두 비워질 때까지 자신들을 고용한
 주인에게 팔아 가족이 풍족하게 살수 있게 될 정도로 돈벼락을 맞
았던 것이다.
강서성(江西省) 신여현(新余縣) 은하도루에는 오늘도 술 취한 도객(
賭客)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차 뻘건 두 눈을 자신이 하고 있는 
도박판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객장이 내려다보이는 고루(高樓)에 오십 대 초반의 외팔이가 만면에
 가득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응천고검(鷹天孤劍) 종기무(琮祁　)라는 자로 사기도박의 명인
이었고, 중원에 깔린 은하도루의 지부를 전전하며 엄청난 재물을 모
았던 인물이었다. 
삼 년 전 북경(北京)의 은하도루에서 사기를 치다가 적발되어 한쪽 
팔이 잘린 위인이었지만, 그의 사기도박술을 높이 평가하여 이곳을 
관장하게 하였던 것이었다. 덕분에 신여현의 은하도루에선 사기도박
술을 펼치는 도객이 사라졌다.
그 역시 사기도박을 하다 적발된 도객들을 응징할 때 한쪽 팔을 잘
랐던 것이다.
덕분에 신여현의 은하도루의 수입은 늘어났다. 사기도박이 없다는 
소문이 퍼져 더 많은 도객들이 그곳을 찾았던 탓이었다. 
응천고검 종기무가 한쪽 팔을 잘릴 당시 애써 모았던 그의 재산은 
모두 은하도루에 압류 당하였기에 그는 이곳에서 받는 봉록만으로 
생활해야 했다.
편히 벌어 방탕한 생활을 하던 그가 한쪽 팔이 잘린 것도 억울한데 
재산을 압수 당했으니 겉으론 충성을 하는 듯 보였으나 내심 은하전
장주에 대한 원한으로 이를 갈고 있는 자였다. 
그런 그에게 신산수재가 접근하여 부추긴 것은 당연했고, 수입의 일
부분을 뒤로 빼돌려 착복하는 것을 눈감아 주자 그는 요즘 예전처럼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주야 구별 없이 은하도루는 영업을 하였기에 그는 고정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였고, 객장이 한가할 때 휴식을 취했다.
오늘은 다른 날에 비해 도객들이 들끓어 수입이 많아 그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흐흐흐……! 수입의 일 할을 뗄까? 아냐……! 오늘 같은 날은 이 
할을 떼어 착복해도 총단에선 전혀 알지 못할 거야.'
그는 매일 수입의 오 푼을 떼어 그중 절반을 모아두었다가 다달이 
아무도 모르게 신산수재에게 보냈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호황은 별
로 없었기에 그가 더 착복을 하더라도 의심받지 않을 것이 뻔했다.
그는 팔이 잘린 뒤로 의심이 많아졌고, 점차 부를 축적하게되자 그
의 의심은 병적으로 늘어났다. 방탕했던 그는 여색을 멀리한지 오래
되었고, 일년에 몇 번만 여인을 품을 뿐 대부분 홀로 지냈다.
새로 들어온 종업원은 그가 벙어리인줄 알 정도로 거의 입을 열지 
않았고, 수하들과의 대화는 거의 없었다.
그가 기거하는 침실은 넓었으나 칸막이를 하여 작은 밀실을 꾸미고 
그 안은 아무도 들이지 않았다. 하긴 빼돌린 재산을 보관하는 곳에 
외인을 들일 수는 없지 않겠는가!
처음 그의 침실을 찾은 사람은 그 안에 밀실이 있다는 것을 전혀 눈
치채지 못할 정도로 감쪽같이 개조하였고, 온갖 금은보화로 화려하
게 치장을 해 놓았다.
인시(寅時)가 시작될 무렵 객장의 손님이 대부분 빠져나가자 그는 
환전소에 내려와 계산을 맞춘 후 맨 꼭대기 층의 자신의 침실로 향
했다.
기분이 몹시 좋은 그가 계단을 오르며 뒤를 살폈다.
그의 뒤를 따라 올라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몇 번이나 확인한 그
가 침실로 들어가 밀실로 들어가는 기관을 작동시켰다.
스르르릉―!
허나 응천고검의 그림자에는 누군가 스며들어 살기를 감춘 채 그를 
따르고 있었다.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작은 진동음이 울렸
고, 밀실로 들어가는 문이 반쯤 열렸다.
밀실 안으로 들어선 그는 품속에서 흑요석(黑曜石) 다섯 알을 꺼내
들고 온갖 보석이 가득 담겨 있는 보석함을 열고 손에 쥔 것을 집어
넣으며 중얼거렸다.
'흐흐흐……! 이제 이곳을 떠나더라도 풍족하게 지닐 재산을 모았으
니 세외(世外)로 빠져나가 은거나 할까?'
그 순간 그의 그림자에서 빠져 나온 시커먼 인영(人影)이 그의 명문
혈에 비수를 꽂으며 말했다.
푹―!
"헉……?"
"네 놈이 세외에 은거하고 싶어하지만 그것은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
. 염라대왕께서 부르고 있기 때문이지……."
그는 경악에 차있는 응천고검의 목을 꺾어 버렸다.
우드득―!
응천고검은 머리가 순식간에 한바퀴 돌자 혀를 길게 내밀며 염라부
로 떠났다.
그를 살해한 인영은 응천고검과 같이 외팔이였고, 재빨리 그의 모습
으로 변장하고 그의 시신을 처리하였다.
'후후후……! 다른 문도들도 착오 없이 일을 진행하겠지? 오늘부터 
남들이 도박하는 것이나 구경하며 지내야겠군.' 
응천고검으로 변장한 자객문의 문도가 보석함을 뒤집어 쏟아 놓더니
 중얼거렸다.
'자식! 엄청나게 많이 모아 놓았군. 이런 재물을 보고 욕심이 생기
지 않는 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욕심이 생겼지만 보석함에 모두 쓸어 담아야 했다.
자객문을 배신한 문도가 얼마나 처절하게 생을 마감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는 자객문의 일급자객 독비외수(毒匕外手) 감철양(甘撤壤)이었다.
 어려서 남들이 병신이라고 놀리는 그를 자객문으로 데려가 자객으
로 키운 사람이 바로 초혼신수였기에 그에 대한 충성심은 남달랐다.
초혼신수는 무공이 전혀 없는 그에게 영약을 구해주어 내공을 지니
게 해 주었고, 자객이 되기 위한 무공 역시 교두를 통해 가르쳐 주
었다. 일찍 부모님을 여윈 탓에 혈혈단신인 그는 초혼신수를 아버지
처럼 따르고 있었다.
그가 이를 악물고 고된 수련을 마치고 십 년 전 자객으로서 처음 일
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오자 초혼신수는 그를 문도들 앞에 세우
고 극구 칭찬을 해주었다. 그로 인해 더 이상 병신 소리를 듣지 않
게 된 것만 해도 그는 행복했던 것이다. 
중원 방방곡곡의 은하전장과 은하도루에서 배반한 자들이 제거되기 
시작하였고, 그 일은 자객문과 전소추만의 비밀이었다.
전소추는 관도를 피해 산로를 이용하여 북진하였고, 동정호(洞庭湖)
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노숙을 하려했다.
자신들의 미모 때문에 전소추가 사람을 죽였다고 생각하였는지 냉예
향과 연교매는 날씨가 쌀쌀 했음에도 노숙을 원하는 그에게 일언반
구(一言半句)조차 못하고 그의 뜻을 따랐다.
전소추가 토끼 두 마리를 잡아 모닥불을 피운 후 굽자 가장자리에 
모여 앉아 익기를 기다렸다.   
동정호에는 수많은 유람선이 불빛을 밝히며 떠 있었다. 야경의 풍취
에 전소추가 저도 모르게 입을 떼었다.
<闇上江　還獨立(암상환제강독립)
 水風霜氣夜稜稜(수풍상기야릉릉)
 回看深浦停舟處(회간심포정주처)
 蘆荻花中一點燈(노적화중일점등)
어둠에 강둑에 올라 홀로 우뚝 서 있자니
서리에 엉킨 강바람 밤에 더욱 차갑구나
뒤돌아 오목한 물가에 정박한 배를 바라보니
갈대 꽃술 너머로 한 점 등불이 외롭구나!>
그의 창창한 음성을 듣고 있던 냉연화가 입을 열었다.
"가가! 백낙천(白樂天)의 포중야박(浦中夜泊)을 읊으신 이유가 뭐지
요? 가가의 곁엔 저희들이 있잖아요. 가가의 외로움은 언제든지 저
희들이 달래드리겠어요."
전소추가 그녀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후후, 맞소! 내 곁에 당신들이 있으니 조금도 외롭지 않소."
모닥불이 타닥타닥 튀며 타오르고 있었고, 젖은 나무에 끼운 토끼고
기가 먹기 좋게 익으며 구수한 향을 피웠다.
그들은 서로 권하며 토기고기로 배를 채웠다. 일단 배가 부르자 그 
동안 취하지 못했던 잠이 몰려왔다.
전소추가 누우며 잠을 청하려 하자 눈빛을 교환한 냉예향과 연교매
는 그의 의복에 손을 집어넣고 쓰다듬으며 비음을 흘렸다.
"가가! 저희를 사랑해 주신지 벌써 며칠이 지났지요? 우리는 가가께
서 사랑해주시기만 기다리고 있단 말이에요."
전소추는 피곤하였지만 그녀들의 부드러운 손길이 너무 간지러워 잠
을 이룰 수가 없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당신들은 피곤하지 않은 것 같으니 낙양으로 빨리 갑시다. 이런 노
지(露地)에서 아름다운 당신들을 품을 수 있겠소?"
냉예향과 연교매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에게 안기고 싶었으나 그가 
완곡히 거부하자 토라져 입을 삐쭉 내밀었다.
"흥……! 언니들이 보고 싶으면 그렇다고 말하면 될 것을 왜 빙빙 
말을 돌리세요."
전소추가 그녀들을 달랬다.
"후후후……! 물론 그녀들이 보고싶소. 미매는 장미처럼 아름다워 
농염해 보이고, 혜매는 난초처럼 아름다워 고혹스러워 보이오. 하지
만 향매와 매매는 들국화와 모란 같아서 야성미(野性美)와 관능미(
官能美)가 돋보이니 누가 더 아름답다고 비교하기 매우 힘드오. 그
러니 질투하지 마시오! 지금 당장 낙양으로 향한다면 향매와 매매에
게 유령무흔비의 구결을 가르쳐 주겠소."
냉예향과 연교매는 그의 화술에 말려들어 화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
나 앉았다. 그가 유령무흔비(幽靈無痕飛)의 구결을 세 번 반복하여 
들려주고 자세히 풀이를 해주었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익힌 경공술과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유령무흔비
를 배우기 위해 집중을 한 탓인지 모두 뇌리에 각인 시킬 수 있었다
"하하하……! 내 곁에 바짝 따라붙어야 하오."
전소추가 먼저 출발을 하자 냉예향과 연교매가 지면을 박차고 신형
을 띄웠다. 처음엔 워낙 내공의 격차가 많아 그를 쫓아가기가 벅찼
으나 점차 익숙해져 간신히 그의 곁에 따라붙었다.
전소추가 일부러 삼 할의 내공을 사용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녀들은 매우 기뻐하였다.
그들은 낙양을 향하여 쏜살 같이 경공술을 시전하였다.
쓔아아앙―!

[여여풍]

즐감했습니다.

[덕산]

쟐 보고 갑니다.

[슈퍼맨]

잼 납니다

[얼음골]

즐감했습니다.

[영영조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