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절독혈살강시의 위력 광서성 십방대산에서 부친의 죽음을 목격하고 혈루를 흘리던 초혼요 령 공야취는 만면에 미소를 가득 띄워 올렸다. '흐흐흐……! 천마황 담등백! 네놈이 무림천자에 등극하여 사리사욕 을 채울 때 만독강시보의 독인들은 쓰디쓴 독을 꾸역꾸역 먹으며 독 공을 익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그간 열 구의 절독혈살강시를 완성한 그는 곧장 마교를 치지 않고 때를 기다려왔었다. 지난 육 개월간 마교가 느슨해지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그의 예견대로 승자가 된 천마황은 호사스런 생활에 나태해졌고 수 하들을 태만하게 다뤘다. 수하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정도의 인물들을 잡거나, 각 문파에서 조 공(租貢)바치는 재물을 거두어드리는 일이 고작이었다. 마인들은 갈수록 경고망동을 일삼았으며, 이권에 개입하여 자신의 직속상관이 아니라면 다투는 일도 비일비재하였다. 마교의 인물들은 아미금산의 동굴에서 같이 생사고락을 하던 동료에 게는 서로 깎듯이 대접하였으나, 새로운 인물들이 영입되고 중원 남 북십삼성의 성도(省都)와 비교적 널리 알려진 현(縣)에 지부를 세울 정도로 규모가 방대해지자 그들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 마교의 말단 수하들은 자신들의 동료와 피땀 흘려 일구어 놓은 것을 중원정복이 끝난 후 영입된 직급이 높은 마인들이 손도 안 씻고 거 저먹으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명령과 복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상하관계가 불분명하였고, 십팔장로와 총사도 본래부터 마교에 소속된 인물들을 두둔하였으니 그들간에도 서서히 틈이 벌어지고 있었다. 때를 기다리던 초혼요령은 독인들과 강시를 이끌고 십방대산을 벗어 났고, 백오십 명의 독인에 절독혈살강시 한 구와 독강시 오백 구를 나눠주고 중원전역에 퍼져 있는 마교의 지부를 습격하게 하였다. 이는 마교의 손과 발을 자르려는 계책이었다. 제일 먼저 독인들과 강시의 습격을 받은 곳은 광서성 남녕현(南寧縣 )이었다. 관청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새로 건립된 고루거각들을 에워싼 석벽 은 삼 장 높이로 쌓여 있었고, 동서남북 네 방향에 있는 정문 위에 는 천마궁남녕지부라 써 있는 커다란 현판이 걸려 있었다. 마을의 현령도 그 앞을 지날 때는 하마(下馬)할 정도였으니 평민들 은 고개도 들지 못하고 지나가야 했고, 천민들은 아예 그 곳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자칫 그곳을 지키는 마인들의 눈에 뜨이면 어 떠한 봉변을 당할지 알 수 없었던 탓이었다. 아무도 함부로 범접하지 못하는 지부를 지키는 마인들은 심심풀이 오락으로 그들을 붙잡아 별의별 짓궂은 일을 시켰었다. 딸랑딸랑―! 시월 중순 경 별이 총총한 해시 무렵 갑자기 남녕현의 밤의 적막을 멀리서 들리는 요령소리가 뒤흔들었다. 남녕지부의 외벽에 허술하게 순찰을 돌던 십여 명의 마인들은 무언 가 시커먼 괴영들이 다가드는 것을 보았다. "후후후……! 감히 어떤 놈들이 다가드는 거지? 으응? 꽤 많은 놈들 이 다가들고 있잖아? 빨리 안쪽에 알려야겠구나……." 마인 하나가 보고를 하기 위해 뛰기 시작하였고, 자신의 마공을 철 석같이 믿는 나머지 마인들은 오랜만에 몸을 풀 기회가 왔다며 낄낄 거렸다. 보기에도 섬뜩한 철침이 박힌 무거운 철퇴, 새파랗게 날이 선 커다 란 겸(鎌), 쇠사슬에 연결된 연자추(燕子鎚), 날이 두터운 기형도( 奇形刀)등 각양각색의 병기를 뽑아든 마인들은 다가드는 괴영들을 편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들 중 기형도를 들고 있던 마인이 그들의 움직임이 약간 이상하다 는 것을 발견하였다. 다가드는 괴영은 보통 무인들과 같은 신법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껑충껑충 뛰어오르며 다가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 강시닷……!" 그가 외치자 나머지 마인들은 겁에 질려 허겁지겁 도주를 하려하였 는데 붉은 기운을 흘리는 강시 하나가 빠른 속도로 그들을 덮쳤다. 놀란 마인들이 병기로 다가드는 강시를 향해 내리쳤다. 휘이익―! 휙―! 까가가강―! 그들의 병기는 쇳소리와 함께 마치 철벽을 때리고 퉁겨 나오듯 부러 지거나 찌그러지며 반탄되었고, 손아귀는 충격에 의해 호구가 찢어 졌다. 그들은 덮친 것은 만독강시보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절독혈상강시 였고 금강불괴지신인 강시를 일반 병기로 상대하는 것은 계란을 가 지고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 절독혈살강시는 그들의 공세에 조금도 밀리지 않았을 뿐더러 흠집도 생기지 않았다. 절독혈살강시가 그들에게 손대기도 전에 독강시가 떼로 덤벼들어 시 커멓고 기다란 손톱을 그들의 신체에 박아 버렸다. "으아아악……! 아악……! 악……!" 그들 구 인은 어처구니없게도 대항 한 번 변변히 못해보고 중독되어 새카맣게 타들어 가며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하였고 촌각도 지 나기 전에 절명하였다. 안쪽에 적의 침입을 알리려고 뛰어가던 마인도 정문 앞에서 이미 둘 레를 에워 쌓고 간격을 좁히던 독강시에 의해 같은 꼴이 되었다. "아아악……!" 그의 커다란 비명소리가 메아리처럼 퍼지며 안쪽으로 향했고, 정문 을 열고 밖을 살피려던 마인들은 자신들을 노려보는 듯한 독강시를 발견하고 문을 급히 닫아걸었다. 하지만 아무리 두터운 목재로 만들었다고 해도 독강시의 손톱은 예 리하기 짝이 없어 힘없이 부서졌다. 퍽―! 퍽―! 퍽―! 대경한 마인들이 고함을 지르며 내원 쪽으로 달아났다. "가, 강시가 습격한다." 그들의 고함에 마인들이 병장기를 들고 뛰쳐나왔다. 지부를 관장하고 있던 백발혈귀(白髮血鬼) 차운비(車雲飛)가 여색을 탐하다가 밖에 소란스러워지자 기분이 잡쳐 애첩을 밀쳐내고 뛰쳐 나왔다. 그 때 당주급인 염라수라(閻羅修羅)가 보고하였다. "크, 큰일 났습니다. 지금 강시들이 떼로 몰려와 수하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백발혈귀는 염라수라와 함께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뛰어갔다. 아니나다를까 염라수라가 보고한 대로 시커먼 강시들이 수하들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우고 있었다. "멈춰라……!" 분노한 백발혈귀가 양손을 붉게 물들인 후 강시들을 향해 신형을 띄 웠다. "혈옥수(血玉手)!" 그는 금강석도 가루로 만들 수 있다는 혈옥수라는 극상승의 마공을 익힌 자였고, 붉게 물들여진 그의 양손은 신병이기가 아니면 흠집도 내지 못한다는 소문처럼 쇠보다 단단한 손을 뻗어 강시를 내리쳤다 까강―! 불괴지체를 이뤘다는 독강시의 목이 칼로 두부를 자르듯이 매끄럽게 잘려져 허공으로 솟았는데, 목이 분리되었어도 강시는 긴 손톱을 휘저으며 그를 공격하였다. 백발혈귀는 강시의 공격을 피하며 혈옥수를 잇달아 시전하여 독강시 의 사지를 절단시켰고, 지면에서 꿈틀거리는 독강시의 팔과 다리를 멀리 차 버렸다. "쳇……! 이까짓 강시에 놀라 소란을 피웠느냐?" 수하들을 꾸짖는데 그들은 한 방향을 가리키며 전신을 사시나무 떨 듯 부르르 떨고 있었다. 수하들이 가리키는 방향을 본 백발혈귀는 수많은 독강시가 밀려드는 것을 보았다. "그럼 어디 몸 좀 풀어볼까?" 백발혈귀는 신형을 띄워 독강시들의 틈을 파고들며 혈옥수를 시전하 였다. 까강―! 까강―! 까강―! 지부를 관장할만한 마공을 익힌 것은 둘째치고 세수가 무려 일백이 십이었으며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이었다. 그의 혈옥수가 시전될 때마다 그를 공격하려던 독강시의 사지가 절 단되어 지면에 나뒹굴었다. 독강시로서는 공수의 조화가 완벽한 백 발혈귀의 상대가 되지 못하였다. 딸랑딸랑―! 요령소리와 함께 독강시들은 그의 곁에서 물러났고, 붉은 기운을 흘 리는 괴영이 백발혈귀에게 빠른 속도로 다가들었다. 월광에 비친 절독혈살강시의 모습은 요기스러울 정도로 준수한 청년 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절독혈살강시는 다짜고짜 백발혈귀의 좌우 젖의 중간부분인 단중혈( 檀中穴)과 배꼽의 사촌 명치와 배꼽의 중간 부분인 중완혈(中脘穴) 을 노리고 쾌속하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백발혈귀는 절독혈살강시의 손속이 보이는지 혈옥수를 시전 하여 청년의 손목을 내리쳤다. 까강―! 백발혈귀는 자신의 공격에 당연히 청년의 손목이 잘려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서로 손이 부딪치며 퉁겨나갔고 잘리기는커녕 자 신의 손이 저려오자 크게 놀랐다. "으응……?" 모발과 피부에 붉은 가루를 뒤집어 쓴 듯한 청년은 말없이 재차 공 격을 가해왔고, 백발혈귀는 이번엔 신중을 기해 그의 공세를 막았다 . 쇳소리를 일으키며 그들이 접전을 시작하자 독강시들은 나머지 마 인들을 공격하였다. 병기를 휘둘러도 약간 물러날 뿐 전혀 상해를 입지 않으니 마인들은 의기소침해졌고, 독강시들은 사기 양양하여 마인들의 목숨을 거두 고 있었다. 퍽―! "으아아악……!" 일방적으로 당하던 마인들이 겁을 집어먹고 도주하기 시작하였는데, 담을 넘자마자 그곳을 지키던 독인들의 독공에 중독되어 세상을 하 직하였다. 백발혈귀는 십 초도 지나기 전에 수세에 몰렸고 태어나서 두 번째로 공포를 느껴야만 하였다. 천마황이 아직 어렸을 때 혈옥수를 전수하였는데, 혈옥수를 한번 시 범 보이고 무공구결을 불러주자 천마황이 완벽하게 재현을 하는 것 을 보고 놀란 이후 이렇게 놀라보긴 처음이었다. 청년이 무슨 외공(外功)을 익혔는지 몰라도 철포삼(鐵袍衫) 같은 절 기는 축에도 끼지 못할 경지에 오른 것 같았다. 자신이 이십 대의 청년에게 이렇게 곤욕(困辱)을 치러야 한다는 사 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수비는 생각지도 않고 철저히 공세를 펼치는 청년은 무표정한 얼굴 로 그를 사지에 몰아넣고 있었다. 이십 초가 지나자 내공소비가 높은 혈옥수를 펼치는 백발혈귀는 얼 굴을 일그러트리며 잠력을 끌어올렸다. 아주 사생결단을 내려한 그는 동귀어진을 시도하였고 청년에게 자신 의 가슴을 내주는 대신 자신은 청년의 목을 분리할 생각이었다. 퍽―! 까강―! "으으윽……!" 백발혈귀는 가슴에 청년의 손이 박힌 것을 보고 나서야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청년의 목은 뜻과는 달리 그대로 붙어 있었고, 여전히 무표정한 표 정을 지으며 자신의 늑골을 부수고 손을 위로 올려 심장을 움켜쥐었 던 것이다. 그제야 청년의 얼굴을 자세히 살핀 그는 청년이 산 사람이 아니고 강시라는 것을 알아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청년의 피부가 한층 더 붉은 기운을 띄우자 백발혈귀는 순식간에 독 수로 녹아 내렸다. 지부를 관장하던 백발혈귀가 목숨을 잃자 남녕지부의 마인들은 혼비 백산하였고 독강시와 절독혈살강시, 독인들의 농락거리가 되며 생을 마감해야 했다. 독강시가 뿜어대는 독기에 마인들은 변변히 반항도 못하고 중독되어 피부와 근육이 녹아 내리는 끔찍한 형상으로 비명을 질러댔으며, 그들의 시신이 녹아 만들어진 독수가 지면에 스며들자 남녕지부는 개미 한 마리 살 수 없는 독지(毒地)로 화했다. 강시가 모습을 보인지 불과 반 시진만에 아무도 넘보지 못할 것 같 았던 천마궁의 남녕지부에 소속된 마인들은 생존자 하나 없이 전멸 당했다. 딸랑딸랑―! 초혼요령의 명대로 천마궁의 지부를 궤멸시키기 위해 요령소리와 함 께 강시와 독인들은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다음날 아침 천마궁 남녕지부를 지나가던 양민이 정문이 활짝 열려 진 상태로 아무도 지키지 않은 것을 이상히 여기고 안을 들여다봤다 가 여기저기 지면에 뒹구는 백골더미를 발견하고 허둥지둥 관아로 달려가 알렸다. 즉시 관군이 출동하였고 관병 몇이 안으로 들어갔다가 중독되어 죽 는 것을 보고 정문 앞에 아무도 들어가지 말라는 푯말만 세우고 발 길을 돌렸다. 광서성의 남녕지부만 그러한 일을 당한 것이 아니고 류주(柳州)지부 와 성도(省都)인 계림(桂林)지부도 멸문지화를 당했다. 광서성에 있는 천마궁의 무리들을 모두 없앤 만독강시보의 독인들은 운남성(雲南省)으로 스며들었고, 문산(文山)지부와 대리(大理)지부 , 동천(東川)지부, 초웅(楚雄)지부, 로서(潞西)지부, 곤명(昆明)지 부를 습격했고 그곳에서 일하는 종복까지 모두 몰살시켜 마인들의 씨를 말렸다. 만독강시보의 독인들 중 일부는 귀주성(貴州省)으로 향했고, 육반수 (六盤水)지부, 귀양(貴陽)지부, 안순(安順)지부, 황과수(黃果樹)지 부를 습격해 마인들을 독수로 녹여 버렸다. 절독혈살강시는 지부를 관장하는 마인을 상대하였고 흠집하나 나지 않은 상태였고, 독강시들은 약간 수효가 줄었으나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극히 미미한 피해를 입었다. 강시들의 눈부신 활약으로 만독강시보의 독인들의 피해는 전무하였 고 그들은 강남의 삼성(三省)을 완전히 손아귀에 넣을 수 있었다. 만독강시보의 무리들이 강시들을 이끌고 각 지부를 궤멸시키고 있다 는 소식이 천마궁에 전해졌고, 이미 삼 성은 그들의 손에 넘어가고 광동성(廣東省)과 호남성(湖南省)이 습격을 당하고 있는 시기였다. 부랴부랴 급전을 띄워 아직 건재한 지부에 대비하도록 지시한 천마 황은 총사 만겁뇌자를 불러 정예를 파견하도록 명하였다. 만겁뇌자는 십팔장로를 비롯한 수뇌부들과 상의하여 강북 각 지부에 급전을 띄워 마인들을 집결시켜 일만의 정예를 몰고 직접 출동하였 다. 그렇게 하기까지는 시일이 경과되었고 그들의 본대가 장강 북쪽에 진영을 차렸을 때는 이미 강남의 대부분 지부는 만독강시보에 의해 함락된 후였다. 무림을 독식하려던 천마궁과 강남을 차지한 만독강시보가 장강을 경 계점으로 밀고 밀리는 실랑이를 벌렸다. 강시들이 물에 약하기에 선박을 이용해 도강을 하려던 독인들은 천 마궁의 정예가 화전(火箭)과 화포(火砲)로 대응하여 백여 구의 독강 시를 강물에 수장시켰고, 그들의 공세를 피해 간신히 도강에 성공한 선박에 탔던 강시들도 막강한 천마궁의 정예에 의해 사지가 잘리자 보주 초혼요령은 수하들과 강시들을 이끌고 상류로 향했다. 그들의 동태를 살핀 마인들도 강을 끼고 상류로 올라가며 그들이 강 을 건너지 못하게 철저히 대비하였다. 지루한 줄다리기가 계속되자 오백여 마인들이 강을 건너 천마궁에 대든 독인들에게 징계를 내리려다가 절독혈살강시의 죽음의 손에 거 의 태반이 목숨을 잃게되었고, 목숨을 부지한 마인들은 강을 다시 건너 만독강시보에 독강시보다 위력이 강한 강시가 존재한다는 사실 을 알렸다. 초혼요령은 하루라도 빨리 강을 건너고 싶었지만 탈출에 성공한 마 인들이 경각심을 일깨워 준 탓에 마인들이 수비를 강화하자 미칠 것 같았다. 자신의 부친을 해친 천마황을 사로잡아 최대한의 고통을 느끼게 해 주려 작정한 그는 시기가 늦춰지니 노기가 일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초혼요령은 일반 목선(木船)으로는 도저히 도강할 수 없음을 알고 철선(鐵船)을 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명을 받은 독인들이 강남의 철광산으로 향했고, 개인이 소유물 이 아닌 명황조의 철광산을 습격하여 관에서 나온 관리의 목숨을 빼 앗고 점령한 후 독인들은 인근마을 주민들을 동원시켜 많은 양의 철 광석을 캐내었다. 철광석을 녹여 철판으로 만든 독인들은 장강으로 운송하기 시작했다 독인들이 양민들을 붙잡아 종으로 부려먹는다는 소문이 퍼지자 강남 에 살던 양민들이 가족들을 거느리고 강북으로 피신하거나 아예 접 전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남쪽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천마황은 일만여 정예가 출동한지 이 개월이나 지났지만 만겁뇌자가 승전보는 전해오지 않고 금강불괴지체를 지닌 강시들이 출현하여 오백여 수하를 잃었으며, 적들이 강을 건너지 못하게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는 보고를 전해 받자 분통을 터트렸다. '쓸모 없는 놈들, 그까짓 강시를 어쩌지 못하고 그놈들이 강남을 차 지한 것을 방관만 하고 있다니……. 흐음! 일단 인원을 늘려야 한단 말인가……?' 천마황은 명을 내렸고 즉시 지부로 전해졌다. 급전을 받은 마도인들 이 지부를 비운 채 총단으로 몰려들었다. 마인들이 사라진 마을에 살고 있는 양민들은 그들이 갑자기 지부를 비우고 떠나자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그들이 없는 동안만이라 도 예전처럼 마음 편히 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부를 지키는 마인들이 하나도 남지 않았기에 양민들은 마인들의 노리개로 전락한 여인들과 그들에 대항했던 인물들을 지하뇌옥을 부 수고 들어가 구해주었고, 그들이 그 동안 약탈해간 재물과 식량을 찾아갔다. 그들은 마인들이 다시 찾아올 것에 대비해 지부의 고루거각에 불을 놓아 잿더미로 만들었다. 양민들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보고를 받은 천마황은 그저 가볍게 웃어넘겼다. "핫핫핫……! 만독강시보의 독인들을 모두 없앤 후 각 지부를 재건 할 때 그놈들은 자신들이 벌인 일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본황은 각 지부로 파견 나갈 마인들에게 명하여 전보다 더 많은 양민을 동원시 켜 더 크고 화려한 전각을 지을 생각이다." 각 지부의 재물을 다 합쳐봐야 총단에 거둬들인 재물의 양과 비교하 면 빙산의 일각이었으므로 천마황은 양민들이 지부를 드나들며 불태 우는 일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오만여 명의 마인들이 모여들자 천마황은 삼만에 달하는 마인들을 만겁뇌자가 있는 선창현(宣昌縣)으로 급파시켰다. 그들은 사태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급히 달려 선창현에 도착하였고, 천마황의 서찰을 만겁뇌자에게 전했다. 무릎을 꿇고 서찰을 펼친 만겁뇌자의 안색이 하얗게 변색했다. <만겁뇌자! 사만에 달하는 병력을 지니고도 만독강시보의 강시와 독인들을 도륙 (屠戮)하지 못하고 본황이 직접 나서야 하는 사태가 빚어진다면 너 의 자질이 모자람으로 간주하고 목을 벨 것이니 증원군이 도착한 후 반 개월 이내에 승전보를 보내거라. 대종사 천마황 담등백> 만겁뇌자는 강북으로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한 양민들에게 만독강시 보의 독인들이 철선을 제작하고 있다는 첩보를 얻었다. 그는 무공이 가장 약한 일만여 마인들을 강변에 주둔시켜 적의 눈을 속이고 나머지 삼만여 명을 후방로 빼돌려 하류로 향했고 사시현( 沙市縣)의 선박을 총동원하여 적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야밤에 도강 을 시도하였다. 선박들이 수십여 차례 왕복하자 마인들은 모두 강을 건널 수 있었고 , 날이 새기 전에 기습을 감행하려면 빨리 움직여야 했다. 새벽닭이 울기 전에 만독강시보의 진지 후면에 모습을 드러낸 천마 궁의 궁도들은 병장기를 뽑아들고 조용히 접근하여 대기하고 있다가 만겁뇌자의 수신호에 의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막사를 습격하였 다. "와와와……!" 강 건너에서 함성소리가 들려오자 강 반대편에 있던 마인들이 일제 히 선박에 승선하여 도강하기 시작하였다. 잠을 자던 독인들이 경황(驚惶)중에도 요령을 흔들며 독강시와 절독 혈살강시를 조종하여 그들을 막게 하였고, 독공을 시전하며 대항했 다. 초혼요령 공야취는 적이 공격을 감행해 오자 대소를 터트렸다. "크하하핫……! 네놈들은 모두 이곳에 뼈를 묻게 될 것이다." 그가 이상한 주문을 외우며 절독혈살강시를 능숙하게 조종하자 강시 들은 천마궁의 궁도들의 틈 속을 파고들며 사지를 이용해 좌우충돌 하며 입을 크게 벌려 붉은 입김을 토해내었다. 그들의 입에서 토해낸 붉은 입김은 마인들을 덮쳤고, 마인들은 지독 한 독기에 전신이 오그라들며 비명을 질렀다. 고금 십대신병에 끼는 신병이기가 아니면 절독혈살강시를 상해할 수 없었고, 안타깝게도 마인들은 그런 병기를 하나도 지니지 못하였 다. 절독혈살강시 열 구의 위력은 마인들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하였고, 독강시 사천구백여 구가 합세하자 수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당하는 쪽은 천마궁의 궁도가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철광산에 파견되지 않았던 일천 명의 독인들의 독공 또한 무 시할 수 없었다. 독중독인(毒中毒人)의 경지에 오른 독인들은 해독제가 거의 없는 절 독들을 마인들에게 뿌려대며 독공을 시전하였고, 마인들은 그들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중독되어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속절없이 죽어갔 다. 하지만 마인들도 가만히 당할 리 없었고, 독강시와 독인들을 도 륙내며 조금씩 후퇴하였다. 십팔장로 중에서 십 인이 증원군을 이끌고 왔는데 마공이 제일 강한 그들이 절독혈살강시와 맞붙었다. "구유탄강!(九幽彈 )" 까강―! 그들의 공격에 강시들이 쇳소리와 함께 물러나거나 지면에 엎어졌는 데 벌떡 일어나 장로들을 공격하였다. 장로들이 일렬로 늘어서며 강시들을 향해 손가락을 퉁겼다. "혈마쇄강지!(血魔碎 指)" 쇄에에엑―! 까가가강―! 붉은 광선처럼 뻗어나간 장로들의 지공이 강시들의 이마에 명중되었 고 강시들은 이, 삼 보씩 물러났지만 이번 역시 절독혈살강시의 머 리에 구멍내는 것은 무위에 그쳤다. 장로들이 모두 자신의 애병인 다섯 자 길이의 장도(長刀)를 뽑아 강 시들을 공격하였다. "혈광만천!(血光滿天)" 까가가강―! 장로들이 만들어낸 도영(刀影)을 말 그대로 하늘을 가릴 정도였고, 강시들을 확실하게 물러나게 하였다. 하지만 멀찌감치 날아간 넝마처럼 변해 버린 의복을 잡아뜯고 일어 나는 절독혈살강시들은 독기를 뿜으며 장로들에게 다가갔다. 다급해 진 장로들은 마령수(魔靈手)와 천살혈황권(天殺血荒拳), 구유섬단( 九幽閃斷), 극마패혈류(極魔覇血流), 비마지옥결(飛魔地獄決) 등 자 신들이 아는 최강의 마공을 쏟아내기 시작하였는데 물러서게 할지언 정 결코 상해를 입힐 수 없음을 알고 대경실색하였다. 장로들이 절독혈살강시를 상대하고 있는 동안 천마궁의 전주와 각주 들은 독강시의 사지를 분리시키고 있었고, 당주와 향주들은 독인들 을 상대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수효는 많지 않았고 나머지 마인들은 손써볼 틈 없이 무형지독(無形之毒)에 중독되거나 독강시에 의해 결코 원하지 않던 염라부 구경을 해야 했다. 강을 건넌 마인들이 합세하였지만 판도를 뒤바꾸지 못하고 있었고 오히려 무공이 약해 거치적거리기만 하였다. 마인들의 수효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반면에 독강시와 독인들은 기 승을 부렸다. 급습을 하였는데도 불구하고 불과 한 시진만에 일만여 마인이 목숨 을 잃자 만겁뇌자는 수하를 더 잃기 전에 철수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가 발사한 철수명령을 알리는 신호탄이 백 장 상공에서 터지자 그 것을 본 마인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썰물처럼 전장을 벗어나 후방으 로 황급히 도주하기 시작하였다. 마인들의 목숨이 질긴 탓인지 다행스럽게도 강시들은 신법이 빠르지 않았고, 요령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서는 움직일 수가 없었으므로 뒤를 추격하지 않았다. 초혼요령은 수하들을 집결시켜 피해보고를 받았다. 독강시 이백여 구가 기동하지 못할 정도로 파괴되었고, 백여 명의 독인들이 사망하였으며 이백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하지만 그들은 누구도 감히 어깨를 견줄 수 없다는 천마궁의 정예와 대적하며 일만여 궁도를 황천으로 보내는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초혼요령은 천마황과 지금 상대해도 이길 자신이 있었지만 도주한 마인들을 사지(死地)에 몰아넣기 위해 그들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 남하하였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고 강시를 내세운 만독강시보는 보름만 에 이만팔천여 마인들을 추살(追殺)하였다. 나머지 이천여 명의 마인들은 독강시의 신법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신법을 지녔기에 그들을 추적하는 것을 포기한 초혼요령은 다시 북진하였고, 수하들이 운송해온 철판을 이용해 화전과 화포로 공격당해도 끄떡도 하지 않을 거대한 철선을 조선(造船)하였다. 만독강시보의 인물들이 강시들과 강을 건너고 있을 때 만겁뇌자는 총단에 전서구를 띄웠다. <천마황께 고합니다. 속하 만겁뇌자는 천마황께서 보내주신 장로들과 궁도들을 지휘하여 만독강시보를 급습하였으나 적에겐 장로들의 공격에도 흠집을 낼 수 없는 금강불괴지신을 지닌 이름 모를 강시 열 구와 거의 오천에 육 박하는 독강시가 있어 수하들만 잃고 말았습니다. 독인들은 무형지 독을 살포하며 지금도 궁도들을 사지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웬일인 지 저희들을 쫓던 적들이 북진하였고, 총단을 공격하기 위해 도강할 것이니 만반의 대비책을 세우셔야 할 것입니다. 기회를 봐서 장로 들과 살아남은 이천의 궁도들과 함께 총단으로 갈 수 있으면 도착해 서 명령대로 시행하지 못한 무능한 속하의 목을 바치겠나이다. 총사 만겁뇌자> 커다란 침상에서 세 명의 미녀와 질펀한 정사를 벌이다가 수하가 가 지고온 만겁뇌자가 보낸 서찰을 읽은 천마황 담등백의 양안에서 마 기가 뻗어 나와 서찰을 재로 만들었다. "으으으……! 아버님과 동귀어진한 귀령사황이 이끌던 만독강시보의 잔당들이 숨어 지내지 않고 감히 본황에게 대항하다니 이제 더 이 상 방관하지 못하겠다." 그의 전신에서 마기가 서리서리 뿜어져 나오자 농염한 육체를 지닌 여인들이 기겁을 하고 이불 속으로 숨으며 벌벌 떨었다. 하지만 그의 마기는 이불로 가린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마기에 접한 여인들은 숨이 막혀 경련을 일으키더니 전신에 돌던 피 를 모두 뿜으며 절명했다. 천마황은 그녀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의복을 걸치더니 대전으로 나가 수뇌부를 집합시켰다. "총사가 임무를 실패하였다는 전갈을 보내왔다. 본황이 직접 출궁( 出宮)할 것이니 본궁의 모든 마인들은 지금 즉시 출전준비를 갖추고 집결하라." 수뇌부들은 사만여 궁도가 출동하여 실패하였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 았으나 천마황의 명을 거스르는 날엔 자신의 목숨이 다한다는 것쯤 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천마궁의 마인들이 부산하게 돌아다녔고, 채 일각이 되기 전에 무장 한 채 만리평에 숨소리도 내지 않고 도열하였다. 천리준구(千里駿駒)에 오른 천마황이 외쳤다. "만독강시보의 독인과 강시가 천마궁이 차지한 중원을 오염시키고 있으니 이는 본황을 모욕하는 일이다. 본황은 위대한 천마궁의 이름 을 더럽힌 그들에게 합당한 교훈을 내려줄 것이다." 천마황이 말을 몰고 만리평을 빠져나가자 마인들이 흙먼지를 일으키 며 그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천마궁과 만독강시보가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전쟁을 치를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고, 강남에서 피난 온 양민들이 이구동성 으로 만독강시보의 독인들이 득세한다면 중원은 사람이 살지 못하는 지옥으로 변할 것이란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기에 차라리 마인들 이 지배하는 것을 원한 양민들은 그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진상하며 사기를 북돋아주었다. 잡초가 우거진 은하전장의 총단에 일월쌍협이 주변에 귀를 기울이다 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후후……! 월협! 사부님과 주모, 소주(小主)님들을 극진히 모셔야 한다. 우형이 한동안 자리를 비우게 될 텐데 혼자 힘들더라도 형수 와 제수를 도와줘라." 일협이 신형을 띄우자 월협은 지하보고로 숨어들었다. "응애……! 응애……!"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월협의 아미가 좁혀졌다. "이런……? 소주님이 배가 고프신가? 형수님과 월매는 무엇을 하는 거야?" 월협이 안쪽으로 급히 뛰어들었는데 배가 불룩한 취월과 녹월이 욕 조에 담긴 백옥같이 뽀얀 피부를 지닌 어린 사내아이를 씻기고 있었 다. "형수님! 소주께서 싫어하시는 수욕을 어째서 매일 같이 시키는 것 입니까? 저는 소주의 울음소리가 우렁차 깜짝 놀랐습니다." 취월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호호호……! 시숙(媤叔)! 어른들은 상관없으나 소주께서는 보고 안 에 햇볕이 들지 않으니 청결에 유의해야해요. 만일 동서가 조카를 낳은 후 위생상태가 나쁘게 키우면 좋겠어요?" 월협이 아무소리도 못하자 그녀들은 어린아이를 조심스럽게 다루며 수욕을 시키고 마른 천으로 물기를 닦고 품에 안더니 안으로 향했다 보고의 한 석실의 문을 열자 커다란 침상이 네 개가 있었고, 각 침 상마다 전소추의 처들이 어린아이와 놀고 있었다. 취월이 품안의 아이를 연교매에게 전해주었다. "호호호……! 주모! 수욕할 때 월협이 지켜보고 있으니 소주께서 울 지 않으시고 방긋방긋 웃으시니 다음부터는 월협을 동참시켜야겠어 요." 하운미의 아이만 빼고는 모두 고만고만한 어린아이였고, 모친이 미 녀인 탓인지 모두 예쁜 아이였다. 하운미와 당초혜, 연교매는 전소추를 쏙 빼 닮은 사내아이를 낳았고 , 냉예향은 오관이 똘망똘망한 예쁜 계집아이를 낳았다. 이곳에 들어온 지 여섯 달이 지나 하운미가 사내아이를 낳자 모두 부러워하였으나 그땐 모두의 배가 태산처럼 부풀어 올라 있을 때였 다. 그런데 지금은 냉예향의 여식이 그녀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사내아이와는 달리 아이가 순한 탓도 있었겠지만 그 안의 유일한 여 아였던 탓이었다. 하지만 사내아이에게 사랑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 었다. 전소추가 살아 있다면 아이들의 이름을 지어주었겠지만 유복자(遺腹 子)로 태어난 탓에 아직 이름도 짓지 못하고 있었다. 현천천검이 이름을 지어 주었으나 전소추의 처들은 그 이름을 사용 하지 않고 태어난 순서대로 춘, 하, 추, 동이라 불렀다.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벌모세수를 받았고 일월쌍살이 중원전역을 들쑤시며 재물과 바꾼 영약선단을 먹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고, 냉 예향의 부친 초혼신수가 아이들에게 선사할 만년화리(萬年火鯉)의 내단을 구했다고 알려와 일협이 만사 제쳐놓고 자객문으로 떠난 것 이다. 전소추를 영원히 잠들게 만든 천마황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그녀들 은 아이들이 잠들면 모두 연무관으로 달려가 무공을 익히거나 운기 행공을 하여 내공을 늘리고 있었다. 이틀 뒤 돌아온 일협은 만년화리 내단 세 개와 인형설삼(人形雪蔘) 한 뿌리를 가져왔고, 주모들이 사내아이에겐 만년화리의 내단을 냉 예향의 여식에게는 인형설삼을 먹이는 동안 현천천검에게 희소식을 전했다. "사부님! 만독강시보가 마교에 의해 궤멸 당한 것이 아니고 그 당시 정예가 피신하여 숨어 지내다가 강시를 이용하여 강남을 장악하였 고, 지금 천마궁의 천마황이 직접 출궁하여 접전을 벌일 것이란 소 문이 파다하게 났습니다. 예상외로 만독강시보가 강해 천마궁의 강 남지부를 궤멸시킨 것은 물론 삼만팔천여 마인들을 제거했다는 소식 입니다. 두 세력간의 전쟁에서 상대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면 소 주분들께서 성인이 돼서 부친의 원수를 갚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입 니다." 현천천검은 가뜩이나 어수선한 판국에 만독강시보가 출현하여 양민 을 핍박하는 것을 염려하였다. "백여 년 전에도 만독강시보가 무림을 환란(患亂)에 빠트리더니 그 잔존세력이 이렇게 커 버렸다는 것은 마냥 기뻐할 일이 아니니 수선 떨지 말거라. 그들이 접전을 벌이고 타격을 입는다해도 선량한 민초 들이 겪게될 고충이 눈에 선하구나……! 이번 접전에서 누가 이긴다 해도 정세가 평탄치 않을 것이니 앞으로 바깥출입을 삼가도록 해라. 그날이후 일월쌍협은 은하전장 부근에서 물과 음식재료를 가져올 때 를 제외하고는 은인자중(隱忍自重)하였다. 운남성 첨목산 자락에서 재기의 칼날을 갈던 정도연합맹에도 그 소 식이 전해졌고, 총사인 대라현자는 각파의 장문인을 비롯한 세가의 가주들과 회합을 가졌다. 지난 결전에서 청성파와 점창파, 공동파, 종남파, 곤륜파의 장문인 이 서거했던 탓에 그들의 직전제자였던 인물들이 새로운 장문인으로 추대되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청성파 청성일룡 추능풍, 점창파 창천일응 천가형, 공동파 단천일도 자천빈, 종남파 종남일미 궁서월, 곤륜파 곤륜철협 사우인 이었고 마교의 마인들에 의해 장문인을 잃는 슬픔을 오로지 무공연 마에 힘쓰는 것으로 견디었던 탓에 전대 장문인과 대등한 경지에 올 라 있었다. 총사 대라현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좌중을 둘러보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여러분은 각파의 대표로 오셨습니다. 부상자가 치유되고 어느 정도 진영이 재정비되었으니 이번 상황을 맞이하여 하실 말씀이 있는 분은 발언해 주십시오." 모두 침묵을 지킨 탓에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는데 개방주 표풍신 개가 술 냄새를 한껏 풍기며 입을 열었다. "흘흘흘……! 방도에게서 제 놈들끼리 아귀다툼한다는 희소식을 듣 고 한잔했소이다. 만독강시보주 초혼요령이 기세 등등한 천마궁과 대결할 정도로 무모한 짓을 벌였다면 믿는 구석이 있었을 것이외다. 절독혈살강시라나 뭐라나……? 금강불괴지체를 지닌 강시가 지난번 우리랑 상대하였던 장로 놈들을 혼내줄 정도로 강하다니 천마황이 나선다해도 쉽게 처치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더이다. 그러니 이곳에 모여 상의할 시간이 있으면 무공연마에 치중해 그들 중 승자와 대결 하는 것이 어떻소?" 맹주 태허신승이 고개를 끄덕이며 반문하였다. "아미타불! 방주의 말씀이 지당하오. 그러나 그들이 지칠 때까지 기 다리기 위해 언제까지 이곳에 머물 수는 없지 않겠소?" 개방주 표풍신개는 맹주의 물음에 적절한 답을 올릴 수 없어 입을 다물고 자리에 슬며시 앉자 곤륜철협 사우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났다. "소생이 맹주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지금 정도연합맹이 내동댕이 쳐진 위신을 세우기 위해 출전한다면 그들이 다시 연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또한 그들 두 세력 중 어느 한 곳도 만만한 상대 가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두셔야 할 것입니다. 마의 무리인 그들이 서로 다툼을 벌린 다는 것은 욕심 때문입니다. 억조창생을 위해서라 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들과 상대해야 하겠으나 지금은 맹도들이 힘 을 키워야 할 때이고, 마인들을 가만히 놔둔다고 해도 마의 세력은 천년만년 이어질 것이 아니라 저절로 소멸될 것이니 좀더 기다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곤륜철협의 의견에 모두들 동감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철혈무존 단목풍은 세가를 재건하느라 전념한 탓에 마교와 대결에 참석하지 못하였고, 천마황의 무위를 듣기만 한 탓인지 반대 의 의견을 내놓았다. "곤륜파 장문인의 말씀대로라면 정도연합맹도들은 이곳 오지에서 기 약 없는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오. 그러니 다시 오지 않을 이번 기 회에 그들이 포진한 근처로 이동하여 그들의 승자가 가려진 즉시 공 격한다면 비록 이긴다고 장담할 수는 없으나 재정비하지 못한 그들 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오. 그러니 맹주께서는 호기를 놓치지 말고 결단을 내려주시오. 만일 출진이 결정된다면 본좌가 선봉에 서 서 그들을 상대하겠소이다. 허나 지금 빨리 결정짓지 못하고 차일피 일 시일을 늦춰서 시간 맞춰 그들이 접전할 장소에 이르지 못한다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임을 여러분들도 잘 아시고 계실 것이외다 ." 그들 수뇌부가 술렁였다. 곤륜철협과 철혈무존의 상반된 의견은 극과 극을 달렸지만 그들 모 두 그러한 생각을 지니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그들간 분분한 의견이 오고갔지만 통일되지 않았고 결국 결정은 태 허신승의 몫이었다. 태허신승은 난제를 풀기 위해 장고(長考)를 거듭하더니 철혈무존의 의견을 따르기로 결정하였다. 일단 맹주의 뜻을 안 수뇌부는 적을 물리치기 위한 묘수를 찾기 위해 다시 머리를 맞대었다.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면 지난번과 같은 낭패를 볼 것은 뻔 한 이치였고, 그 동안 대라현자가 심사숙고하여 세워두었던 전략이 발표되자 만장일치로 동의하였다. 오랜만에 수뇌부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걸렸고, 다시 무림을 되찾을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이 가득하였다. 해산한 수뇌부들은 맹도들에게 알렸고, 맹도들은 무장하여 모여들었 다. 과거 정도연합맹에서 입던 통일된 복장이 아니라 양민들이 즐겨 입 는 의복을 걸친 맹도들은 그들을 이끄는 인물들과 행동을 같이하며 흩어졌고, 그들이 떠난 첨목산은 을씨년스러웠다.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잼 납니다
고맙습니다.
즐독 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