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독인들의 최후 때 이른 소설(昭雪)이 밤사이 살며시 내려 마(魔)의 세상이었던 강 북은 지극히 평화스러워 보였다. 철선을 이용해 장강을 건넌 초혼요령은 벌써부터 중원 전체를 차지 한 기분에 들떠 있었다. "으하하핫……! 천마황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머지않아 만독강시보 의 독인들이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천하인들이여 그 동안 온 갖 천대와 멸시받던 독인들의 한을 보게 될 것이다. 음지에 숨어 지 내야 했던 선조들은 후대를 위하여 목숨을 아끼지 않았고, 선조들의 한을 계승한 독인들은 한을 풀고 축배를 들게 되리라……!" 하선하여 도열해 있던 독인들은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독강시 와 절독혈살강시를 앞세우고 북향으로 진군하였다. 요령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강시들은 펄쩍펄쩍 뛰어오르며 신형을 움 직였고, 독인들은 가벼운 발걸음을 떼었다. 만독강시보의 독인들과 강시들이 진군하는 방향에 살고 있던 양민들 은 필요한 옷가지와 가재도구만 챙기고 피난을 가야 했다. 그들이 지나간 곳은 독지로 변해 독충과 독사들 독물들을 제외한 생 명체가 살지 못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었고, 소문대로 실제 그러한 결과가 빚어지고 있었다. 토양은 검은 색을 띄었고, 수목과 풀은 시들어 말라죽었으며 그것들 을 먹은 산짐승들은 피를 토하며 죽어야 했다. 만일 만독강시보가 승리하여 중원을 독차지하게 된다면 독공을 익힌 독인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살 곳을 잃고 대륙을 떠나게 될지도 모 르는 일이었다. 천마황이 천마의 마공을 연성했다고는 하지만 절독혈살강시 십 구를 홀로 대적할 수 없다고 판단한 초혼요령은 독강시를 적절하게 배치 하여 마인들의 수뇌부를 견제하고 최대의 적수인 천마황만 제거하면 나머지 마인들을 제거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절독혈살강시를 가장 최전방에 내세운 것도 그 이유였다. 강시들이 적의 예봉(銳鋒)을 꺾고 사기를 저하시킨 후 독강시와 독 인들이 겁에 질린 마인들을 소탕하면 쉽게 전쟁에서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고 판단한 초혼요령은 마음 편히 느긋하게 후방에서 따르고 있었다. 천마황이 타고 있는 천리준구가 치달리는 속도를 일반 마인들이 따 를 수는 없었다. 수하들을 버리고 홀로 전장에 뛰어들 정도로 무모하지 않은 천마황 은 그들에게 호통을 치는 대신 전방과 후미를 오가며 진군속도를 높 이도록 독려하였다. 마인들은 궁주 천마황의 심기가 어떠하리라는 것을 짐작한 듯 최대 한 속도를 높였다. 강남의 지부에서 생활하다가 죽은 마인들과 적을 토벌하기 위해 선 발대로 떠나 패배한 마인들의 친인척과 동료들은 써늘한 안광을 뿌 리며 달렸다. 만독강시보의 강시와 독인들을 만나면 찢어 죽여도 시 원치 않다는 표정들이었다. 식음을 전폐하고 진군하였는데 호북성 양번현(襄樊縣) 한수(漢水)가 흐르는 곳에 이를 때쯤 척후병으로 나섰던 마인들이 건너편에 만독 강시보의 독인들이 휴식을 취하는 것을 발견하고 급히 돌아와 알렸 다. 천마황은 궁도들이 한숨을 돌리게 하기 위해 진군을 멈추게 하여 휴 식을 취할 시간을 주었고, 물로 갈증을 해소한 마인들은 잠시 운기 행공하여 기운을 차렸다. 천마황은 공격명령을 내리지 않고 마공이 높은 장로와 마인들을 적 당히 배치하여 독강시에 대비토록 하였다. 수적 우세에 있는 마인들은 총사 만겁뇌자가 적들의 뒤를 따르며 그 들의 병력상황을 알려준 탓에 사, 오 명이 짝을 이루어 강 둑 아래 에 몸을 숨기고 넓게 포진하였다. 강수량이 많은 하절기에는 폭넓은 한수는 꽤 깊은 수심을 보이고 있 겠지만 지금은 동절기에 접어든 탓인지 그저 무릎이 잠길 정도였다. 천마궁의 궁도들이 몸을 숨긴지 두 시진이 지났을 때쯤 수면바닥이 큼직한 바위와 자갈로 이루어져 물살은 꽤 사나웠지만 균형을 잡기 어려울 만큼 빠르지 않았기에 휴식을 마친 초혼요령이 수신호를 하 자 수하들이 요령을 흔들기 시작했다. 딸랑딸랑―! 강시들이 먼저 물에 발을 들여놓았고 독인들이 그 뒤를 따라 한수를 건너기 시작했다. 독강시가 거의 절반쯤 건넜을 때 천마황의 공격신호를 지루하게 기 다리던 마인들 중 일 인이 지난번 독인들을 토벌하러 선발대로 나갔 다가 돌아가신 부친의 원수를 갚겠다며 철로 만든 철시(鐵矢)를 쏘 아대기 시작했다. 핑―! 핑―! 까강―! 다섯 대의 화살중 독강시에 명중된 화살은 하나밖에 없었고, 그나마 독강시의 몸에 파고든 것이 아니라 맞고 퉁겨져 수장되었다. 후미 에 있던 초혼요령은 화살이 발사된 곳이 한 곳이라 무시하려다가 이 상한 기분이 들어 철수명령을 내렸다. 딸랑딸랑―! 요란한 요령소리가 굽이쳐 흐르는 강물소리를 뚫고 울려 퍼졌고 독 인들과 강시들이 급히 오던 곳으로 방향을 틀어 허둥대며 철수하기 시작했다. 천마황은 궁도들이 한수로 뛰어드는 것을 원치 않았다. 독강시와 독인들의 독기에 의해 급속하게 중독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들이 매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에게 알려준 철시를 발사 한 궁도의 목을 치라고 명하고 수하들이 강둑 위에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그의 명은 시행되었고 적에게 들킬 염려를 우려한 마인들은 화살을 발사한 마인의 입을 틀어막아 질식시켜 죽인 후 목을 베어 천마황에 게 가져갔다. "궁주님! 명령대로 시행하였나이다." 그가 들고 있는 임자 없는 머리를 분노한 천마황이 노려보았고 무시 무시한 마기가 흐르는 안광을 접한 머리는 잘 익은 수박처럼 쪼개지 더니 찰나간에 형체를 잃어버렸다. 퍽―! 그 모습을 본 마인들이 위축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하지만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그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을 정도로 침묵을 지켰고, 덕분에 여울에 흐르는 물소리만 들렸다. 여럿이 떼로 덤벼든 적은 있었으나 독강시를 향해 홀로 공격하는 인 물이 없었던 탓에 철수명령을 내렸던 초혼요령이 수하 셋을 지적하 여 한수 건너편을 살펴보라며 내보냈다. 언제 철시가 날아올지 모르기에 독인 셋은 전방을 주시하며 천천히 한수를 건넜다. 강둑 위에 올라선 독인들은 수만여 마인들이 자신을 향해 조소(嘲笑 )를 짓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 너무 놀라 발과 입을 떼지 못하였다 장로 셋이 그들을 향해 손을 뻗고 접인공(接引功)을 시전하였고, 독 인들은 엄청난 힘으로 끌어당기는 그들의 공세를 빠져나가기 위해 잠시 버티다가 날아가듯 빨려갔다. 퍼퍼펑―! 강둑 아래로 끌려가던 독인들은 장로가 장강(掌 )을 뻗어내자 삼 장 밖에서 가죽 북 터지는 소리를 내며 터져 신체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파손된 채 사방으로 파편을 날렸다. 하지만 장로들의 막강한 호신강기는 파편이 후방에 있던 마인들을 덮치는 것을 막았다. 장로들이 손을 휘젓자 지면이 들썩들썩하더니 흙덩이들이 날아다니 며 독인의 시신 파편을 덮었다. 일각 후 주변을 수색하고 수신호로 적의 유무를 알려주기 위해 떠났 던 수하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자 초혼요령은 다시 셋을 더 보냈고, 그들 역시 같은 꼴을 당해 소식을 전하지 않자 한수 상류에 독을 풀 게 명하고 한수가 독수로 변하자 전투태세로 진영(陣營)을 꾸몄다. 한수에는 중독된 물고기들이 하얗게 떠올랐고, 독인들은 죽은 물고 기를 건져 올렸다. 초혼요령이 수하들을 이끌고 한수를 건너지 않자 다급해진 것은 천 마황이었다. 이만여 궁도들이 궁을 나선 이후 아무 것도 먹지 못하 였기 때문이었다. 허기와 갈증을 풀어주어야 했기에 수하 일부를 후방으로 보내 식량 을 구하게 하였는데 두 시진 후 그들이 민가에서 가져온 식량은 한 끼 거리밖에 되지 않았고, 눈앞에 흐르는 물은 독수로 변해 마실 수 도 없는 상황이었다. 해가 지기 전에 식사를 마치라는 천마황의 명령에 수하들은 불을 피 우지도 못하고 생쌀과 야채, 날고기로 허기를 달랬다. 천마궁의 마인들이 갈증과 싸우고 있을 때 만독강시보의 독인들은 불을 피워 중독되어 죽은 물고기를 굽고 독수로 변한 한수의 물을 길어다가 음식을 만들어 푸짐한 식사를 하며 두발 뻗고 편히 휴식을 취하였다. 천마황은 날이 어두워지자 여기저기 흩어진 허기진 수하들의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식수를 구할 수 있는 곳으로 후퇴명령 을 내려야 했다. 그의 명령을 접한 마인들이 기쁜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후방으로 빠 지기 시작하였다. 삽시간에 한수 북동쪽 강둑에 숨어 있던 마인들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천마궁의 궁도들이 후퇴하여 허기와 갈증을 해소하는 시각에 독인들 은 편안하게 숙면을 취했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한 탓에 한수에서 솟은 안개가 일장 앞도 분 간하지 못할 정도로 짙게 끼었다. 초혼요령은 안개가 걷히길 기다렸다가 세차고 차디찬 북풍에 완전히 걷히자 건너편으로 수하를 보냈다. 천천히 한수를 건너 건너편에 도착한 독인은 근방에 천마궁 무리들 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수신호를 보내왔다. 요령소리가 퍼지자 강시들과 독인들이 한수를 무사히 지났다. 초혼요령은 어제 수하 여섯을 잃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속히 수하들 은 진군시켰다. 그들이 시오리 정도 진군하였을 때 천마궁의 진영을 발견하고 돌아온 선발대가 보고하였다. "보주님! 놈들이 십 리 떨어진 평야에 새카맣게 모여 있습니다. 이 만여 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대군입니다. 계속 진군하시겠습니까?" 초혼요령 곁에 있던 독두혈귀 염진두가 대소를 터트렸다. "크하하핫……! 보주! 어서 진군명령을 내리시오. 저놈들에게 쓴맛 을 보여줘야 되겠소이다." 초혼요령은 잠시 생각하더니 진군명령을 내리지 않고 후퇴명령을 내 렸고, 의아한 표정을 지은 독인들은 그의 명을 따랐다. 한수까지 회군한 초혼요령은 배수진을 치기 위해 한수에 독을 풀게 하였다. 적의 수효가 많아 사방에서 공격한다면 대응하기가 수월치 않았기 때문이었고, 만일 위기가 닥치면 독수에 뛰어들어 피신할 수 있다고 판단한 탓이었다. 절독혈살강시 십 구가 일렬로 늘어서고 그 후면에 독강시 사천육백 여 구가 학이 날개를 활짝 편 형상으로 학익진을 이뤘다. 그 뒤에 독인들이 잔골혈시액(殘骨血屍液)을 발라 놓은 갈고리 모양 의 암기를 두 손에 나눠든 채 횡으로 늘어섰다. 맨 후미에 십 장 높이의 망루를 세워놓고 그 위에 올라선 초혼요령 이 전방을 주시하였다. 오전 내내 아무낌새도 없었는데 오후가 시작할 무렵 전방에 흙먼지 가 이는 것을 발견한 초혼요령이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초혼요령이 좌수에 들려 있던 요령을 힘차게 흔들었고, 요령소리가 울려 퍼지자 강시들이 깨어나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초혼요령의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 "적이 몰려온다! 명을 내릴 때까지 대열을 이탈하지 말고 만독강시 보가 새로운 강자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자……." 이만여 마인들이 일으키는 분진이 목전에 들어오자 독인들은 대군이 밀려오고 있더라도 전방에서 자신들을 지켜줄 강시들을 철썩 같이 믿고 있었기에 느긋하게 적들을 기다렸다. 천마황은 선두에 서서 달리다가 전방에 만독강시보의 강시들이 늘어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진군을 멈추게 하였다. '흐흐흐……! 배수진을 친 것은 도주를 하기 위함이다. 잡물(雜物) 들을 일시에 쓸어 버리지 못한다면 귀찮은 일이 벌어지겠지……?' 그는 생각을 정리하더니 천마궁의 수뇌부를 집결시켰다. 능히 독강시를 베어낼 수 있는 장로들을 포함한 고수들로 구성된 돌 격대를 구성하였고, 자신이 선봉에 섰다. 그가 돌아서더니 내공이 실린 목소리로 궁도들에게 말했다. "천마궁이 천하제일의 방파라는 것을 증명할 때가 왔다. 본황은 여 러분이 적들을 물리치고 금의환향하기를 원한다. 자신의 생명은 각 자 지켜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적을 물리치기 바란다." 그가 천리준구에서 내려 우수에 쥔 만인혈을 번쩍 들자 궁병(弓兵) 들이 활시위를 당겼다. 철시(鐵矢)들이 바람을 가르며 비산하였고, 강시들의 뒤쪽에 늘어선 독인들을 향했다. 쓔아앙―! 요령소리와 함께 독강시와 절독혈살강시가 제자리에서 높이 뛰어오 르며 철시들을 맨몸으로 받아내 독인들을 보호하였다. 딸랑딸랑―! 까깡―! 까까깡―! 거의 대부분의 철시들은 강시와 부딪쳐 지면에 떨어졌고 일부만 독 인들에게 날아갔으나 그들은 쉽게 피했다. 애써 만든 철시로 공격하였지만 철시만 소모하고 적에게 타격을 입 히지 못하자 천마황이 공격중지 명령을 내렸다. 하늘을 가릴 정도로 날아가던 철시가 더 이상 날아오지 않자 초혼요 령은 이제 전면전이 시작될 것이라는 것을 예감하였다. "크하하핫……! 이제 곧 놈들이 밀려들 것이다. 놈들이 사정권에 들 어올 때까지 암기를 소모하지 마라."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마황과 돌격대가 신형을 날렸고, 마인들 이 하늘이 떠나갈 정도로 함성을 지르며 대대적인 공격을 시작하였 다. 적진에 가장 먼저 도착한 천마황은 절독혈살강시를 향해 만인혈 을 뻗었다. "천마파천섬!(天魔破天閃)" 만인혈에서 뻗은 검붉은 검강이 절독혈살강시를 향해 휘몰아 쳐갔다 . 만인혈에서 검명이 울려 퍼지며 과거 천마의 무공이 거의 완벽하 게 재현된 것이다. 우우우웅―! 쐐애애애엑―! 까가가가가강―! 검강의 위력에 절독혈살강시들이 쇳소리를 내며 뒤로 오 장씩 날아 가 지면에 떨어졌다. 독강시 천여 구를 일검에 몰살시킬 수 있는 위력을 지닌 천마파천섬 을 시전한 천마황은 면전에 있던 강시들이 산산이 조각날줄 알았다. 헌데 강시들이 의복만 넝마처럼 변한 채 한 구, 한 구 일어서는 것 이 아닌가! 절독혈살강시들은 걸쳤던 의복을 뜯어 버리고 천마황을 향해 다가들 었다. 천마황 담능백은 천마의 마공을 견딘 전신이 붉은 강시들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요령소리가 울려 퍼지자 절독혈살강시들이 껑충대던 것을 멈추고 민 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껏 절독혈살강시는 제 위력을 숨기고 있었고, 이제야 만독강시 보에서 절독혈살강시를 만들기 위해 전대보주의 죽음 앞에서 혈루를 뿌리며 원수를 갚기 위해 숨어 지냈는가를 증명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여느 강시와 달리 인간과 다름없는 강시들의 움직임은 부드러웠고 몹시 경쾌하였다. 어느새 자신의 주변에 다섯 구의 절독혈살강시가 원진을 치고 주변 을 맴돌자 천마황은 만인혈로 천마검법을 시전하기 시작하였고, 천 마황의 후미를 따르던 공격대를 향해 나머지 절독혈살강시들이 파고 들었다. 퍼퍽―! 으으윽―! 절독혈살강시의 출수가 얼마나 빠른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장로 둘이 어이없게도 일 초만에 복부에 구멍이 난 채 이승을 떠나 버렸다. 하지만 절독혈살강시가 아무리 빠른 신법을 지녔다고 해도 이만여 마인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마인들은 세 명씩 짝을 이뤄 독강시를 상대하기 시작하였고, 쌍방에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 때 갈고리 모양의 암기를 쥐고 있던 독인들이 마인들을 향해 암 기를 뿌렸다. 휘이익―! 가느다란 암기가 하늘을 뒤덮었고 암기에 맞은 마인들이 빠른 속도 로 중독되어 독수로 녹아 내리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아악……! 악……!" 많은 수효의 마인들이 암기에 목숨을 잃었으나 그들의 공세를 늦추 지 않았다.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마인들의 사기는 위축되고 있었고 , 마인들의 수효가 급속하게 줄어드는 반면에 독인들의 사기는 창천 을 찌를 듯 드높았다. 이대로 계속 접전을 벌인다면 누가 승자가 될지 예측하지 힘든 백병 전이 이어졌다. 그때 강남에 피신해 있던 천마궁의 정예 이천 명이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한수를 건너고 학익진의 측면을 공격했다. 총사 만겁뇌자의 수신호가 복잡하게 움직이자 무공이 제일 강한 정 예가 독강시를 향해 신형을 날렸다. 그들은 과거에 독인들과 독강시가 무서워 패주한 것이 아니라 절독 혈살강시 때문에 도주하였던 마인들이었다. 열 명의 장로들과 나머지 마인들의 도검의 위력은 독강시를 베어내 기에 충분하였고, 후면에 몸을 감추었던 독인들을 도륙내며 제거하 였다. 그들은 일 검에 독강시를 분시할 수는 없었지만 일검에 그들의 사지 하나를 베어내며 지난번 패배한 수모를 갚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좌측방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만독강시보의 독인들은 우왕좌왕하였고 , 그 틈에 마인들은 독인들을 제거하였다. 망루 위에서 관전하던 초혼요령은 사태가 급작스럽게 변화하자 한수 로 뛰어들며 급하게 요령을 흔들었다. 퇴각명령을 받은 독인들이 독수로 변한 한수로 뛰어들었고 강시들도 후퇴를 하기 시작하였다. 천마황 담능백은 만인혈의 예기에 흠집정도만 생기는 절독혈살강시 와 상대하며 공세를 취하고는 있지만 제거할 수 없어 초조해졌다. 다행히 총사 만겁뇌자가 이끄는 정예가 도착하지 않았다면 적들이 물러나지 않았으리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마인들이 도주하는 강시와 독인들을 따르며 병기를 휘둘렀지만 독수 로 피신한 그들을 뒤쫓을 수 없었다. 그들 모두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차라리 물이 더 깊었다면 강 시들이 한수를 건너지 못하였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천마황은 다정공자 전소추와의 대결 이후 처음으로 공포라는 것을 느꼈고, 만독강시보를 우습게 생각한 탓에 많은 수하를 잃었다는 자 괴(自愧)에 빠졌다. 만겁뇌자와 장로들이 급히 다가와 오체복지를 취하였다. "천마황이시여! 수하를 잃고 패주하여 천마궁의 위신을 깎아 내린 속하들에게 벌을 내려주십시오. 어떠한 벌이라도 달게 받겠나이다." 천마황은 총사 만겁뇌자와 장로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절독혈살강시와 직접 대결해본 후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을 몸소 체험하였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직접 출진한 이번 대결에서 무려 팔천여 수하가 희생되었다 는 보고를 받은 천마황은 망연자실하였다. 그는 엎드려 있는 만겁뇌자를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 "총사! 저들이 새로 만든 강시를 없앨 방도가 있는가?" 만겁뇌자가 그 동안 생각했던 의견을 내놓았다. "그들이 만든 강시는 백년 전 무림을 혈겁으로 몰아 넣었던 절독혈 살강시라고 합니다. 장담을 못하지만 다음에 저들과의 대결한다면 천마황께선 전장에 뛰어들지 마시고 마신후를 뿜어 요령소리가 들리 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강시들이 요령소리를 듣지 못하게 된다면 움 직임이 둔해 질 것이고 화공을 가한다면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 같 습니다." 부상자와 중독된 수하들을 치료하라고 명한 천마황은 호법을 세우고 운기행공을 하여 기를 보충하였고, 나머지 수하들도 모두 운공하게 하였다. 그날 대결에서 천마궁의 정예가 모두 참가하여 결코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한수를 건넌 초혼요령은 일단 진영을 재정비하고 피해보고를 받았다 . 사백여 명의 독인들과 천여 구의 독강시가 파손되었고, 천마황과 대결한 다섯 구의 절독혈살강시가 상처를 입었다. 강남의 지부에 있던 마인들과 천마궁의 정예는 무공수준에 있어 천 양지차를 보이고 있었고, 그들이 뭉쳐 있을 때 공격한다면 예상외로 큰 피해를 입게된다는 교훈을 얻은 초혼요령은 그들을 이끌고 후퇴 를 거듭하였다. 타고 왔던 철선을 이용해 장강을 건넌 초혼요령은 수하들을 독려하 며 계속 남하하였고, 독을 이용한 독진을 곳곳에 남겼다. 다섯 구의 절독혈살강시가 천마황의 가공할 호신강기를 뚫지 못하고 수세만 취하였던 기억을 떠올린 그는 자신이 얼마나 큰 욕심에 사 로 잡혔는지 반성하고 또 반성하였다. 열 구가 다 동원되어도 천마황을 제거하기 힘들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다. 잠자는 사자의 수염을 뽑았으니 가만히 앉아 당할 천마황이 아니었 고, 이제 자신의 안위를 생각해야 할 처지가 된 초혼요령은 그가 두 렵기만 하였다. 하기에 수하들을 격려하여 남하를 강행하였다. 정도연합맹도들은 한수 근처의 산에 올라 매복을 하고 있었는데, 한 창 접전을 벌이던 독인들이 천마궁의 원군에 의해 힘없이 무너져 도 주하자 맥이 빠졌다. 수뇌부가 모여 숙의하였는데 만독강시보의 강시들을 사천당가의 화 기로 공격하면 어느 정도 피해를 줄 수 있겠지만 천마궁을 견제하기 위해선 그들이 도주하는 것을 방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만독강시보의 독인들이 가는 방향으로 천마궁도들이 눈치 채 지 못하도록 크게 우회하여 따랐고, 그들이 다시 접전하여 피해를 입게 될 기회를 보기로 하였다. 만독강시보가 만든 독진을 천마궁도가 몰려들기 전에 사천당가의 고 수들이 어느 정도 손을 보며 따랐다. 그들 덕분에 독진과 마주친 천마궁도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피해를 입으며 전진할 수 있었다. 그들과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자 천마궁도들은 속도를 높였는데 그들 과 조우(遭遇)를 피하려는 사천당가의 고수들이 독진을 손볼 틈이 없었다. 천마궁도들은 겹겹이 쳐 있던 독진을 통과하며 적은 피해를 입었기 에 호남성 남단 동안현(東安縣)을 지나 숲을 통과하며 아무 생각 없 이 독진 안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독인들은 자신들의 인독(人毒)을 사방에 뿌려 놓았고, 천갈무형지독 (天蝎無形之毒)과 칠보단장산(七步斷腸散) 분말을 나뭇가지에 뭉쳐 놓은 탓에 독기를 흡수하려는 독충과 독물들이 우글우글하게 모여든 독진이었다. 홍관사왕(紅冠蛇王), 흡혈질(吸血蛭), 금시오공(金翅蜈蚣), 만독금 와(萬毒金蛙), 시령마의(屍靈魔蟻), 벽안혈승(碧眼血蠅)등 맹독을 지닌 독물과 독충들이 인독을 흡수하기 위해 지면아래에 스며들었다 가 마인들의 발걸음에 지면이 울리자 속속 모습을 드러내었다. 윙윙거리며 날아드는 벽안혈승을 쫓기 위해 손을 마구 휘저은 탓에 나뭇가지 위에 매달렸던 천갈무형지독과 칠보단장산이 흩어져 마인 들의 머리 위를 덮쳤다. 숨을 멈추지 못한 마인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자 뒤따르던 마인들 이 숲을 벗어나기 위해 후퇴하려하였고 전면의 상황을 모르는 마인 들은 뒤에서 밀어 부쳤다. 흡혈질이 마인들의 의복 속으로 스며들더니 살을 파고 들어가 피를 빨아먹기 시작하였고, 금시오공과 만독금와 홍관사왕 등은 독기를 내뿜으며 숲에 들어온 마인들을 공격하였다. 게다가 천갈무형지독의 위력은 마인들이 칠공에서 피를 토하며 죽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아아악……! 으아악……! 살려줘……!" 비명소리가 난무하자 뒤에서 밀어대던 마인들이 후퇴하였는데 숲에 서 전신에 거머리를 달고 튀어나온 마인 하나가 피가 모두 빨린 채 죽는 모습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만겁뇌자의 명으로 급히 숲에 불을 지른 마인들은 숲이 재로 변하자 죽은 동료의 유골을 찾아내 합장하였다. 무려 천여 명 이상이 숲에서 독충과 독물에 의해 사망하였고, 그 이 상 수효의 마인들이 중독되어 신음을 토하였다. 피독주(避毒珠)를 입에 물려 그들을 치료했지만 이십여 개로는 턱없 이 부족하여 많은 인원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만독불침지체를 이룬 천마황으로서는 빨리 만독강시보의 독인과 강 시들을 해치우고 싶었지만 수하들은 독에 너무나도 무기력하게 당하 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전열을 가다듬은 천마궁도들은 선발대를 앞으로 내보내 독진의 설치 유무를 확인하며 전진해야 했고 자연 발걸음이 느려졌다. 초혼요령은 수하들을 이끌고 서남향으로 방향을 틀어 십방대산으로 향하였고, 그들을 따르던 정도연합맹도들은 그들이 만독강시보가 있 는 곳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얻고 먼저 그곳에 도착하기 위해 신 형을 날렸다. 두 세력간에 전쟁을 일으키려면 만독강시보의 근거지를 파괴하여 숨 을 곳이 없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신법이 빠른 고수들이 천뢰탄 열 개를 나눠들고 먼저 출발하였고, 개방의 방주 표풍신개가 그들을 안내하였다. 만독강시보가 있던 폐허에 도착한 그들은 주변을 샅샅이 뒤졌고 건 너편 계곡에서 사람들이 드나든 자국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만독강시보의 초혼요령을 비롯한 독인들이 살던 곳을 찾은 표풍신개 가 품에 기니고 있던 천뢰탄을 꺼내들더니 모두 뒤로 대피시켰다. "흘흘흘……! 이곳에 그들의 근거지이니 모두 피하시오." 그 역시 천뢰탄의 살상범위를 벗어나 천뢰탄을 한 지점을 향해 던졌 다. 휘이익―! 콰콰콰콰콰콰콰쾅―! 입구가 부서진 그 곳에 천뢰탄 두 개를 던져 버리자 아예 형체를 알 아보지 못하도록 붕괴되었고, 나머지 천뢰탄은 그 근방에 던져 지형 지물을 바꿔놓았고, 바닥을 기어다니던 독충과 독물들을 제거하였다 그들은 화섭자를 꺼내 그 근방에 광범위하게 불을 놓기 시작하였고, 십방대산은 화염(火焰)에 휩싸였다. 신법이 빠른 그들은 될 수 있 으면 여러 곳에 불을 놓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그들은 십방대산을 민둥산으로 만들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몇 시진 후 산 아래에서 불길에 휩싸인 십방대산을 바라보던 표풍신 개가 정도연합맹도들과 합류하기 위해 나머지 인물들과 함께 신형을 날렸다. '킬킬킬……! 자식들 돌아와서 이 꼴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눈 에 선하구나……! 마지막 숨통은 정도연합맹에서 조여줄 테니 이곳 에서 싸워보라지.' 그들이 사라진 후 일 주야가 지나서 만독강시보로 돌아온 초혼요령 은 민둥산이 되어 버린 채 아직도 연기를 뿜고 있는 십방대산과 은 거지가 철저히 붕괴된 모습을 보고 울분을 토했다. 정도연합맹에서 벌인 일을 천마궁에서 한 것으로 오인한 탓이었다. "으으……! 내 이놈들을 지옥으로 끌고 가겠다." 그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천마궁과 이곳 고향에 서 사생결단을 내기로 작심하였다. 독인들을 시켜 서둘러 독진을 설치하게 하고 폐허로 변한 원래 만독 강시보의 강시전이 있었던 곳을 파헤쳐 비밀 통로로 들어가 절실히 필요한 독극물과 절독혈살강시를 제조할 때 쓰였던 독수를 담은 항 아리를 꺼내와 요소에 배치시켰다. 절독이 발라진 암기들을 곳곳에 수북하게 쌓아 독인들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그는 천마궁도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수하를 버리고 도주한다면 목숨을 건질 수는 있겠지만 강시와 독인 들을 지금과 같은 상태로 키우려면 또다시 자신의 후대가 일백 년을 숨어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물러설 수 없었다. 게다가 천마궁은 부친을 배반하고 그것도 모자라 쳐들어와 식솔과 부친을 살해한 원수가 만든 집단이었다. 항아리에 담긴 독수는 한 방울로 황소 열 마리를 죽일 수 있는 극독 이 풀어진 독수였다. 열 개의 항아리에 절반 이상씩 담긴 독수를 마인들에게 선사한다면 모조리 황천으로 보낼 수 있는 양이었다. 독수는 독강시를 녹여 버릴 정도의 가공할 위력을 지녔기에 함부로 뿌린다면 독강시도 해칠 염려가 있었기에 수하들을 시켜 조심스럽게 암기 끝에 발라 말렸고, 남은 양은 항아리 하나에 가득 담아 자신 의 곁에 세워 놓았다. 천마황의 무위로 보아 이길 승산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 초혼요령은 마지막 순간에 그를 벗삼아 저승길에 오르려고 하였다. 그들이 모든 준비를 마쳤을 때 천마황이 이끄는 궁도들이 십방대산 아래에 집결하고 있었다. 대오를 정렬한 그들은 만독강시보가 있었 던 곳으로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산에 수목이 다 타 버린 상태였기에 위쪽에 강시와 독인들이 자신들 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안 천마황은 빨리 결판을 내고 궁으로 돌 아가 두 다리 쭉 뻗고 미끈하게 빠진 미녀들의 안마나 받으면서 안 락한 삶을 영위하고 싶었다. 천마황이 손을 들자 고수(鼓手)들이 공격명령을 알리는 진군 신호를 울렸다. 둥둥둥―! 마인들이 함성을 지르며 산 위로 신형을 날렸고, 때맞춰 초혼요령의 요령소리가 울려 퍼졌다. 딸랑딸랑―! 그때 산 위로 신형을 날리던 천마황이 십장 허공에 떠 있는 상태로 마신후(魔神吼)를 내질렀다. "크크크크크……!" 그의 혼신공력이 스며든 마신후가 울려 퍼지며 메아리치자 초혼요령 이 흔드는 요령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천마황은 마신후를 연속적으로 내질렀고, 그가 숨을 들이키기 위해 잠시 멈췄을 때만 잠깐 동안씩 요령소리가 들렸다. 요령소리에 의해 움직이는 절독혈살강시와 독강시들은 자연적으로 움직임을 멈칫거렸고, 독진을 지나며 중독되어 죽은 동료의 시신을 밟고 건넌 마인들이 자신들이 준비해온 기름 항아리에 불을 붙여 강 시들을 향해 던졌다. 휘이익―! 펑―! 움직임을 멈춘 독강시들이 피하지 못하고 불벼락을 뒤집어썼고 전신 이 오그라들며 고약한 냄새를 피웠다. 독인들은 마신후에 귀를 틀어막으며 괴로워하다가 잠시 틈이 생기면 암기들을 마인들에게 던졌다. 쇠털보다 가는 암기들은 거의 소리도 나지 않고 마인들을 덮쳤다. "으아악……!" 웬만한 호신강기는 여지없이 뚫고 들어가 마인들의 몸을 파고들었고 , 낚시바늘처럼 갈고리가 있는 탓에 한번 박히면 잘 빠지지도 않았 다. 극독이 발라진 탓에 박힌 부위는 금세 시커멓게 변색되며 타들어 가 다가 진한 녹색의 독수로 녹아 버렸다. 반 시진도 흐르기 전에 독인들은 그 많던 암기를 다 소비하였고 독 강시 대부분이 불에 타 재가 되어 버렸다. 절독혈살강시는 온몸에 기름이 발라지고 불이 붙은 탓에 머리카락과 눈썹 등 털이 다 타 버렸으나 피부는 손상되지 않았기에 붉은 신체 가 더 기괴하게 보였다. 마인들의 수효 또한 많이 줄어 있었는데 궁주가 마신후를 내지르며 도움을 주자 용기백배하여 독인들을 공격하였다. 일 갑자 이상의 내공을 지닌 독인들이 시전하는 독공의 위력은 강했 지만 마인들의 마공은 살벌함 그 자체였다. 일대 일로 붙어도 상대가 되지 않는 독인들이 더 많은 수효의 마인 들과 대결하며 목숨을 잃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 와중에 누워 있는 절독혈살강시를 없애기 위해 병장기로 내려치 는 마인들도 있었으나, 모조리 퉁겨질 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독 인들은 자신의 생이 마감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지 악착같이 대항 하였다. 초혼요령과 독두혈귀는 요령소리를 내기 위해 흔들고 또 흔들었지만 천마황이 마신후를 내지르고 있는 동안에는 부질없는 짓이란 걸 알 고 참담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한 시진 후 그곳엔 독인들의 시신과 독강시의 잔해, 마인들의 시신 으로 뒤범벅이 되었고, 전장에서 벗어나 있던 천마황의 뒷면에 마인 들이 조용히 도열해 있었다. 만독강시보에서 살아남은 인물은 초혼요령와 독두혈귀, 그리고 십여 명의 독인이 고작이었고, 독강시는 모두 사지가 분리되거나 타 버 린 채 지면을 덮고 있었다. 열 구의 절독혈살강시가 기괴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으나 요령소리 가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는 무용지물과 다름없었다. 천마황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초혼요령을 노려보았다. "후후후……! 네놈은 꽤 쓸만한 강시를 만들었더구나. 지금 투항하 여 절독혈살강시를 조종하는 요령과 방법을 바치고 본황의 수하로 들어온다면 천마궁을 농락한 죄를 사하여주고 목숨만은 붙여주겠다. 초혼요령이 비웃으며 답했다. "흐흐흐……! 목숨만은 붙여주겠다……? 제법 흥미가 가는 제안을 했다만 선조들에게 욕먹을 짓을 할 이유가 없다. 이리 와서 내 발바 닥을 핥으면 가르쳐줄 용의가 있는데 그렇게 하겠느냐?" 천마황은 어이가 없어 얼굴을 실룩이고 있었는데 장로 하나가 천마 황에게 다가가서 허리를 굽히며 입을 열었다. "궁주님! 저놈이 함부로 나불대는 주둥이를 다시는 못쓰게 만들겠습 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천마황이 손짓으로 그를 물러나게 하더니 만인혈을 들고 천천히 다 가가서 한 구의 절독혈살강시의 입에 푹 쑤셔 넣더니 진기를 주입시 켰다. 만인혈의 검극에 붉은 예광과 함께 검환이 맺히더니 점점 커지다가 폭발하듯 뻗었고 절독혈살강시의 후두부를 관통하며 빠져나갔다. 콰꽝―! "크흐흐흣……! 얻을 수 없다면 없애야겠지……!" 초혼요령이 그토록 믿었던 금강불괴지신이 깨지는 순간 그는 자신의 염원도 함께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천마황이 이동하여 나머지 절독혈살강시의 후두부를 잘 익은 수박 깨트리듯 파괴하자 초혼요령이 뒷짐을 진 손으로 손짓하여 뒤에 서 있던 독두혈귀와 독인들을 물러나게 하였다. 수하들이 물러나자 초혼요령이 독수가 가득한 항아리 곁에 섰고, 갑 자기 악다구니를 해대기 시작했다. "천마황! 네놈이 그토록 멍청한 놈이니 절독혈살강시를 파괴할 생각 을 하는 것이다. 앞으로 네놈의 수하가 백만이 넘더라도 그런 강시 를 만들지 못할 것이니 안타까운 일이로다." 천마황은 그가 뭐라고 지껄이더라도 들리지 않는 듯 철저히 무시하 고 절독혈살강시를 파괴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고, 열 구의 머리를 모두 날려 버렸다. 작업을 마친 천마황이 초혼요령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자식! 미쳐도 더럽게 미쳤군. 저런걸 자식이라고 낳은 귀령사황이 지하에서 한탄하고 있을 터인데 이제 부자가 상봉하게 해줘야겠지… …?" 천마황이 만인혈로 자신을 겨누자 환한 미소를 짓던 초혼요령이 혼 신내공과 잠력까지 끌어올려 항아리에 양장을 뻗었다. "으하하하……! 만독강시보의 마지막 후예인 본보주가 네놈과 네놈 수하들에게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이니 고맙게 받아라." 퍽―! 츄아아악―! 항아리가 깨지며 독수(毒水)가 비산하여 하늘을 덮었고, 천마황과 마인들을 향해 비취(翡翠)색의 작은 물방울로 변해 퍼졌다. 천마황은 예감이 이상하여 호신강기를 끌어올려 물방울이 전시에 닿 는 것을 방지하였는데 정작 항아리를 깨 버린 초혼신수가 양손이 독 수로 녹기 시작하더니 상반신으로 타고 올라가 완전히 녹아 내리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헌데 천마궁의 마인들 중 독수에 한 방울이라도 닿았던 인물들은 순 식간에 살이 녹아 버리는 엄청난 고통에 비명을 질러대었고, 주변의 마인들은 황급히 동료의 상처부위를 잘라 버렸다. 덕분에 불구가 되었을지언정 목숨을 부지한 마인들은 안도하였고 빨 리 상처부위를 베어내지 못한 마인들은 끔찍하게도 독수로 녹아 버 려야 했다. 천마황은 분노하여 독두혈귀와 독인들을 향해 만인혈을 휘둘렸다. "천마파천무!(天魔破天舞)" 검극에 맺혔던 검환이 연속적으로 발사되며 독인들의 몸과 부딪쳤고 찰나간에 그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수십 토막으로 분시되었다 . 천마황이 마지막 독인을 죽이고 한숨 돌렸을 때 사방팔방에서 날아 오는 화살이 하늘을 뒤덮었다. 슈슈슝―! 일반 나무화살이 대부분이었으나 게 중에는 천뢰탄과 광천뢰가 매달 린 것이 있었으니 섬광과 함께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번쩍―! 번쩍―! 콰콰쾅―! 콰콰콰쾅―! 화살촉에 매달린 검은 구슬을 발견한 천마황과 대부분의 고수들은 신형을 띄워 올렸으나 살상범위를 벗어난 인물은 극소수에 불과하였 고, 부상당했던 마인들은 그대로 통 구이 신세를 면치 못하였다. 천마황이 분노하여 마신후를 내지르자 가뜩이나 폭파음에 지면이 흔 들거리다가 산정에서부터 산사태가 일어났다. 우르르릉―! "피해라……!" 천마황의 다급한 명령에 마인들이 신형을 날려 산 아래로 흩어지며 산사태의 영향권을 벗어났다. 정도연합맹의 수뇌부들은 천마궁을 공격하는 시기를 잘 맞추어 수많 은 마인들을 황천으로 보냈으나 천마황을 제거하는데 실패하였다. 그가 건재한 이상 천마궁을 쓰러트린다는 것은 요원한 꿈에 불과하 다는 것을 알았기에 대라현자가 발사한 퇴각명령을 알리는 신호탄이 터지자 모두 그 자리를 벗어나 뿔뿔이 흩어졌다. 분노한 천마황은 마인들에게 자신들을 공격한 정도연합맹의 잔당들 을 잡아들이라고 명하였고, 마인들은 흩어졌다. 그들은 광천뢰의 파괴력에도 살아남을 정도의 천마궁 최고의 정예였 으니 도주하던 정도연합맹도 이백여 명이 그들의 손에 생포되거나 목숨을 잃었다. 천마황의 면전에 오십여 명의 정도연합맹도들이 무릎이 꿇린 채 고 개를 숙이고 앉아야 했다. 천마황이 분노의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놈들의 은거지가 어디냐?" 정도연합맹도들은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입을 여는 인물이 있을 리 없었다. "흥……! 따끔한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릴 놈들이군. 이놈들에게 분근 착골(分筋 骨)을 가하라." 오십여 마인이 작은 소도(小刀)를 들고 그들에게 다가서더니 무표정 한 모습으로 그들의 힘줄을 끊어 버렸고 그들의 신음성이 메아리치 기도 전에 뼈를 긁어대었다. "으아아악……! 당신도 사람이면 우리를 죽여주시오." 맹도 하나가 고통을 인내하며 천마황을 직시하며 외쳤다. "흐흐흐……! 그래? 아직도 쓴맛을 덜 본 모양이군. 그들의 힘줄을 뽑아라!" 그의 명을 받은 마인들이 소도로 근육을 헤집더니 힘줄을 꺼내 잡아 당겼다.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고통에 그들은 까무러쳤고 천마황은 주변에서 물을 떠오라고 명했다. 커다란 파초 잎사귀에 물을 담아온 마인들이 혼절해 있던 맹도들에 게 뿌렸다. 츄아악―! "으으음……!" 혼절에서 깨어난 맹도들은 극심한 고통에 다시 혼절하였고 계속 같 은 일이 반복되자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후후후……! 더 고통을 즐기고 싶은 놈들은 함부로 시궁창 냄새나 는 입을 놀려도 좋다." 천마황의 목소리는 낮았고, 그의 말을 들은 맹도들은 신음성을 내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천마황이 그들에게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흐흐흐……! 이제 좀 말귀가 먹히는 모양이군. 근거지를 실토하는 놈은 살려주겠다. 누가 말하겠느냐?" 맹도 중 일 인이 고개를 쳐들더니 천마황에게 침을 뱉었다. "퉤……! 동료를 배신하는 놈들은 네놈들이나 하는 짓이지……! 이 곳에 끌려온 정도의 인물 중에는 비밀을 발설할 인물이 없으니 더 이상 수작부리지 말고 죽여라." 천마황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놈부터 사지를 찢어 죽여 본보기를 보여라." 마인 다섯이 나서더니 침을 밭은 인물의 사지와 목을 붙잡더니 순식 간에 육시(戮屍)해 버렸다. 동료의 참혹한 죽음을 목격한 맹도들은 고개를 돌려 버렸다. 만겁뇌자가 나서 명을 내렸다. "일각에 세 놈씩 처형하라." 시각이 흐르면서 맹도들의 목숨을 거두자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기 전에 혀를 물고 자결하는 맹도가 생겼다. "으으윽……!" 마인들이 신속하게 혈도를 점하지 못했다면 맹도들에게서 그들의 근 거지를 밝힐 만한 단서를 찾는 것이 불가능하였다. 허나 그들의 수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죽음을 달게 받아들이는 정 도의 인물들을 바라보던 천마황은 그들의 기개에 감탄하여 목숨을 살려주기로 했다. "후후……! 이제 그만! 네놈들을 풀어주겠다. 다시는 무공을 익히지 못할 몸이니 상처가 아물거든 비렁뱅이 신세를 면치 못할 테니 평 생을 후회나 하며 살거라." 그가 손짓하자 마인들이 점혈을 풀어주었는데 맹도들은 모두 그 자 리에서 혀를 물고 자결하였다. "으윽……! 윽……! 아악……!" 천마황은 도주한 정도연합맹의 잔당을 쫓는 것보다 귀궁하여 전열을 가다듬고 궁도 대부분이 목숨을 잃을 것을 보충하기 위해 새로 궁 도들을 뽑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하였다. "귀궁 한다." 그가 신형을 날리자 장로를 비롯한 수뇌부들이 그 뒤를 따랐고, 부 상당하지 않은 마인들은 부상자를 부축하며 뒤를 따랐다. 천마궁을 나설 때 이만여 명을 육박하였고, 한수에서 이천여 명의 정예가 합쳐졌지만 그곳을 떠날 때는 만독강시보와 정도연합맹의 공 격을 받아 고작 삼천여 명만 떠날 수 있었다. 천마궁은 상처뿐인 영광을 얻었지만, 승리한 것은 분명하였고 명실 상부한 중원제일의 방파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천마궁의 궁도들이 회궁하는 방향에 있던 신흥 대소문파에서 그들에 게 필요한 것을 바치며 환심을 사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애처롭 게 비쳐졌다.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