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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 그대를 향한 변함없는 사랑 Ⅱ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기다림으로 바뀌어 버린 사랑 ■ 작품 개관 1958년 현대문학 발표. 2연으로 이루어진 산문시로 변함 없는 기다림의 즐거움을 노래한 작품이다. 사랑은 우리에게 위안과 기쁨을 주는 것이지만 영원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월의 흐름과 함께 언젠가는 끝나고 말 것이다. 따라서 헤어짐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랑이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의 영원히 변치 않는 기다림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 핵심 정리 ▶갈래 : 산문시, 서정시 ▶제재 : 사랑 ▶성격 : 서정적, 고백적, 사색적 ▶주제 : 기다림을 통한 이별의 정한 극복 ■ 이해와 감상 황동규의 첫시집 《어떤 개인 날》(1961)에 수록되어 있다. 황동규의 초기 작품인 이 시는 작가가 고등학교 3학년인 18세 때 연상의 여성을 사모하는 애틋한 마음을 노래한 연애시로서 지금도 널리 애송된다. 전2연으로 이루어진 자유시로 내재율을 지니고 있다. 사랑과 기다림을 주된 제재로 삼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늘 새롭게 만들어지는 기다림을 통해 극복해나가겠다는 사랑의 굳은 의지를 노래하고 있다. 이루지 못할 사랑으로 인한 젊은 날의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때묻지 않은 시각과 감성이 풍부한 서정적인 어조로 형상화한 낭만적·우수적 성격을 띤 서정시이다. 작가 개인의 서정적 관심을 바탕으로 객관성보다는 주관적인 의표를 표출하는 데 중점을 둔 이미지즘적 표현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제1연에서는 반어적 표현법을 사용해 그대를 생각하는 시적 화자의 마음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가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부분과 시적 표현에서 유사성을 지닌 작품으로 김소월(金素月)의 시 《먼 후일》이 있다. 제2연에서 시인은 본질적인 사랑의 영속성을 믿기보다는 사랑이란 내리는 눈과 같아서 시간이 흐르면 반드시 그치는 때가 있는 것이므로, 늘 새롭게 만들어가야 한다는 실존주의적인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은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라는 섬세한 파격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시인은 그러한 조건을 모두 인정하면서 기다림이라는 변함없는 정서를 바탕으로 그대를 사랑한다고 노래한다. 이 시는 황동규의 첫시집 《어떤 개인 날》에 실린 대부분의 연가와 마찬가지로 서구적 인식의 로맨티시즘에 바탕을 둔 투명한 정감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작가의 초기 시세계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 연애시이다. 특히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나 한용운(韓龍雲)의 《님의 침묵》 등의 연시에서 보여지는 임을 향한 일편단심의 전통적 정서를 뛰어넘어 수동적이 아닌 적극적 기다림의 자세를 노래함으로써 전형화되어온 전통적 연애시의 계보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점이 높이 평가된다. 사랑을 주제로 한 한국 영화 《편지》(1997)와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등은 이 시에서 주된 모티프를 얻어 제작되었다. ■ 참고 - (수능 기출) 97학년도 54번. ※ 시적 상황과 관련하여 화자의 의도를 드러내는 방법이 이 시의 Ⅰ연과 유사한 것은? (2점) ① 임의 말씀 절반은 / 맑으신 웃음 / 그 웃음의 절반은 / 하느님 거 같으셨네. / 임을 모르고 내가 살았더면 / 아무 하늘도 안 보였으리. ②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 그 때에 내 말이 '있었노라' / 당신이 속으로 나무리면 /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 그래도 당신이 나무리면 /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 먼 훗날 그 때에 '잊었노라.'(정답) ③ 나는 떠난다. 청동의 표면에서 / 일제히 날아가는 진폭의 새가 되어 / 광막한 하나의 울음이 되어 / 하나의 소리가 되어. ④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 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 온다. ⑤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거운 비(碑)ㅅ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서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달라. ●해설 작품에 사용된 반어적 표현을 찾는다. 그대에게는 사소한 일이지만 화자인 '나'에게는 그대를 생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도 큰 일이다. 따라서 사소함으로 그대를 부른다는 것은 반어적 표현인 것이다. (정답 2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