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이 김선달 빰치는 철원군 -
막내가 이사를 갔다.
그 기념으로 우리 남매가 후드티로 일체감을 주고 동두천 맛집 그때그집에서 톡쏘는 홍어와 벌교꼬막을 먹는 것으로 전야제를 시작해 밤을 새며 수다를 떨다
다음날 철원군에 있는 한탄강 주상절리길로 여행을 떠났다.
(그때그집. 동두천시 거북마루로21. 010 8631 7335)
한탄강 지질공원은 유네스코가 미적,과학적,문화적 가치를 인정해 주는 세계 지질공원이 있는 곳이다.
첫번째로 비둘기낭 폭포로 향했다.
비둘기낭 폭포는 화산에서 용암이 분출하여 이룬 협곡에 위치한다.
인간이 이 땅에 발현하기 전부터 시작된 억겁의 시간이 응축된 이야기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진 육각형의 주상절리는 차곡차곡 쌓아놓은 베개모양,필통에 가득찬 연필모양, 성냥갑에 꽂혀있는 성냥개비모양 등 다양한 모습으로 협곡과 폭포아래를 채우고 있다.
태초의 물빛색이었을까?
쪽빛에서 수정같은 맑은색까지 그야말로 자연의 색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잔물결 하나 일지않는 바람마져 쉬어가는 이곳에는 어디선가 날아든 철새들의 날개짓이 고요와 적막을 깨뜨리며 물결을 만든다.
폭포 아래에는 진안 마이산에서 볼 수 있는 땅위에서 자라는 역고드름이 탑처럼 세워져 있어서 신비감을 더해준다.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매형 역시 이런 지질학적인 것에 관심이 많으신분이라 얘기가 잘 통해서 여행의 시작부터 즐겁다.
이곳과 연결된 연천군은 1978년 미군병사의 손에 잡힌 주먹돌도끼 하나로 세계 고고학계 학설을 뒤덮은 위대한 발견이 시작된 곳이다.
이 주먹도끼가 연천에서 발견되기 전까지는 동양에서는 단순한 도구인 찍개돌도끼를 사용한 찍개문화권으로 규정했고 자신들은 다용도로 쓸 수 있는 주먹도끼를 사용한 후손이라고 우월성을 강조했던 것이 뒤집힌 것이다.
그 이후로 이곳을 조사해서 약 6천 여점의 구석기 유물을 발견한 선사시대 역사의 보고가 되었다.
비둘기낭을 떠나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하늘다리에서 잠시 머물다 밥맛좋은 철원쌀을 맛보기 위해 순담계곡 근처에 있는 기와집에서 가마솥밥으로 점심을 했다.
(기와집. 철원군 갈말읍 갈말로 369)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순담계곡에서부터 시작해 협곡을 따라 잔도길과 물위길을 걷는 트레킹 코스가 만들어져 있다.
순담계곡은 고급요리의 재료인 순채를 키우던 곳이라 하여 순담계곡으로 불린다.
조선시대 의적 임꺽정의 활약무대이기도한 고석정으로 향했다.
한탄강 풍경의 압권은 역시 고석정이다.
화강암과 그위로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만들어낸 다채로운 모습에 얼음으로 뒤덮인 길을 걷는 경험은 현실인듯 꿈인듯 싶을 정도로 환상적이다.
한탄강을 조망할 수 있는 정자에 다다르니 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너른 철원평야의 찬바람이 살갖을 시리게 때리지만 오랜만에 만난 우리 4남매에게는 추억의 소품일 뿐이다.
고석정의 절경에 감탄하고 다시 계단을 올라 철원에서 생산한 햅쌀에다
모짜렐라 치즈를 얹고 그 위에 코코넛 가루를 뿌려서 만든 철원의 명물 '백원빵'을 줄서서 기다렸다가가 맛보았다.
햅쌀 특유의 고소함에 치즈의 녹진함과 코코넛의 부드러움이 더해진 게 참 맛있다.
백원빵을 삼천원에 판매하는 이 상술은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이 감히 명함도 못내밀 일이다 ^^.
아쉬운 것은 철원을 대표하는 관광지에서 현금 외에는 결재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하루빨리 개선되어야할 문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한의 이승만과 북한의 김일성이 반반씩 완성했다는
승일교를 건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존재하는 한반도 그 대치상황에서 바라보는 승일교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장구한 세월이라고 표현하기에는 턱도없는 한탄강 지질공원에서 길가에 뒹구는 돌맹이보다 못한 시간을 살다간 인류가
무엇을 그리 탐하면서 아득바득 살아가려고 하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꽃피는 봄이오면 제대로 시간내어 수만년 전의 길을 걸으며 속절없이 휘적휘적 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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