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일찍 퇴근하게 된 그녀는 서둘러 사무실을 나와 제로델의 병원으로 향했다.
3월 이른 봄의 시작을 알리는 향긋한 꽃냄새와 따뜻한 바람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아름다웠다.
거리를 지나가는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과 씨끌벅적한 이야기소리와 자잘한 웃음소리는 그녀로 하여금 마치 오전의 제로델과의 불편했던 통화조차 잊게 만드는 것 같았다.
“딸랑~”
“계세요~”
그녀의 적당한 외침소리가 작은 꽃집에 울려퍼졌다.
...................................
잠시 동안 문 앞에 서 있던 그녀는 아무런 대답이 없자 이내 다시 밖으로 나가려던 참이었다.
“잠깐만요~!!”
꽈당..!!!
앞이 막힌 커다란 테이블 밑에서 건장한 남자가 그녀를 부르며 일어서다가 그만 테이블 모서리에 머리를 찧인 것이었다.
“아.....아야~~”
새집이 지어진 한쪽 머리를 쓰다듬으며 머쓱하게 웃는 남자는 능청스레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하하~ 꽃 사시려구요?”
“네,, ”
그녀는 웃음을 참기 힘들었기 때문에 최대한 짧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새삼스레 부끄러움을 느낀 그는 일부러 테이블 밑에서 잠들기 전에 손질했던 후리지아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그를 따라 자연스럽게 그가 손질해 놓은 후리지아로 옮겨갔다.
후리지아.... 언제나 처음과 같기만을 바랬던 빛바랜 기억들....
그녀는 옛 추억에 잠긴 듯 잠시 눈을 감았다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게 좋겠네요... 포장해주시겠어요?”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던 그는 그녀의 요청에 경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새까만 검은 머리사이로 보이는 한쪽 눈만을 푸른 에메랄드와 같이 반짝거리면서..
『 Victor Clement de Gerodelle 』
그의 이름이 적힌 병실 앞에 선 그녀는 문고리를 잡고는 한참을 주춤이고 있었다.
그녀의 한쪽 손에 들린 과일바구니가 너무나도 무겁게 느껴졌다.
‘하,, 너 정말 우습구나,, 이젠 다 지난 일이야,,, 그래 다 지난 일이야...... ’
그녀는 몇 번이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똑똑..”
“네-”
병실 안으로 들어온 그녀의 눈에는 경사진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어 책을 읽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눈부신 햇살이 그의 하얀 피부를 더욱 화사하게 비추는 것만 같았다..
왜 이렇게 마른거야,, 제로델...
“나 왔어....”
그녀는 문 앞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아주 부드럽고 편안한 목소리로 그녀의 존재를 알렸다.
“아니,,,,, 이게 누구신가,,,,,,”
그는 쓰고 있던 안경을 벗으며 잠시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장난스럽게 말을 이었다.
“뭐야,,, 정말 다친거 맞아? 하나도 아파보이지 않잖아-"
“하하하~ 벌써 들킨건가? 사실 너 병문안 오게 만들려고 거짓말 좀 요만큼 보탰어~크크큭”
그녀의 볼에 바람이 가득한 퉁명스런 말투에 그는 손가락으로 약간의 표시를 하며, 한쪽 눈을 찡긋 감은
체로, 연속 귀여운 표정을 지어댔다.
“뭐야~~~ 하하하하~~”
“하하하하~~~”
둘은 한참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마치 둘 사이에 아무 거리낌이 없었던 예전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어머님은 잘 지내시지?”
그녀는 그녀가 사온 노란 후리지아를 빈 꽃병에 담으며 그에게 물었다.
“................”
“제로델?”
뒤를 돌아보며 그의 이름을 불러보는 그녀...
“아아.. 미안.. 그럼 여전하시지... 여전히 밝고 건강하셔. 요즘은 나 아프다고 이것저것 새로 개발한 독특한 요리를 만들어 오시는데 그거 먹느라고 아주 곤욕중이야,,,”
어느 새 병실 깊숙이 퍼진 후리지아의 향기에 그는 현기증이 날 것만 같았다.
“하하~ 그렇구나..... 정말 소녀처럼 귀여우신 분이야.................사과 좀 먹어볼래?”
그녀는 침대 옆의 간이의자에 앉아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
“우리 어렸을 적에도 그러셨지... 기억나? 니 생일날은 늘 처음 보는 신기한 음식들로 가득했어.. 처음에는 다들 신기해하며 이것저것 먹다가,, 그 다음은 말 안해도 알지? 큭큭.. 그런데 요즘엔 너의 어머니의 그 독특한 요리가 그리워져.,, 하하하~”
아니.. 기억나지 않아... 내 생일 같은 건... 그리고 니가 매년 내 생일마다 건네주었던 이 후리지아는 더더욱...
그는 사과를 깎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3년전 그가 그녀에게 ‘너를 아주 오래전부터 사랑하고 있었어’라는 말을 꺼낸 순간, 그녀와의 모든 것이 끝나버릴 것 같던 그 때보다도 더욱..
“근데 제로델.. 그거 알...... ”
그녀는 계속 사과를 깎으며 말을 이어가던 중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뜨겁고, 진지한 시선과 마주쳤다...
급히 고개를 돌린 그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당황하고 있었다.
“제로델- 좀 더운거 같지 않아? 냉장고에 음료수 있지?”
아무리 아무렇지 않은 척 숨기려 해도 떨려오는 목소리....
“탕-”
캔을 따다 그만 바닥에 떨어뜨리고 만 것이다.
“아... 미안해.. 내가 치울게.... ”
그녀의 마음이 다급했다..
“됐어.................."
소름 끼치도록 낮은 그의 목소리...
"아니야,, 내가 치워야지... 걸레가 어디있지? 화장실에 있지?"
그의 눈가에 무언가가 반짝이고 있었다...
“제로델.................”
“너는 아직도 나를 모르겠니..? 뭐가 그렇게 불안한거야..... 난 이제 너에게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어... 내가 너에게 그 말을 하고 나서 얼마나 후회했는지 아니? 3년 동안 하루종일 혼자 컴컴한 방안에 갖혀서 무슨 생각을 했는 줄 대체 알기나 해? 내가 그 때 그 말을 하지 않았으면,, 그러면,, 그랬다면,, 비록 내 가슴 쓰라려 무너져도 여전히 니 옆에서 웃고 있을텐데.... 너는 날 보고 웃고, 나는 널 향해 웃고.. 하지만.. 이젠 다 소용없는 일이지....... ”
“너에게 그때처럼 뭘 해달라고 안할게.. 내 마음 모르는 척 무시해도 되고, 다른 사람 만나도 좋아,,, 널 가까운데서 바라볼 수 만 있게.. 그렇게.. 예전처럼만 돌아갈 수 없을까? 서로에게 우리 둘만이 이 세상 전부인 그런 친구였던 시절로... 아니면 우리가 어렸을 적 처음만난 그 때처럼, 그래..!! 그 때로 돌아가자.....그러면 나 이젠 정말 잘할 자신이 있어.."
눈물과 상처가 가득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로 인해
그녀의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그만해 제로델,,, 너무 아파,,, 여기가 너무 아파서 더 이상 견디질 못하겠어...
“오늘은 그만 가볼게... 미안해.... ”
그녀는 뒤돌아서 얼음장보다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얼굴을 보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들킬까봐... 뒤돌아볼 수가 없었다.
용서해줘,,,,,,제로델....
그녀는 그대로 걸어가 문고리를 잡았다...
“제로델,, 14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방긋 웃으며 꽃다발과 선물상자를 건네주는 소녀.
“고마워~~ 하하하하~ 근데 또 이 꽃이네.... 너 이 꽃 좋아해? 넌 항상 내 생일마다 꼭 이 꽃다발을 주더라~ 하하하”
“아.. 이거,, 이 꽃 이름은 후리지아야... 근데 말이야.... 이 후리지아 꽃말이 ‘영원한 우정’이래~ 그래서 내가 니 생일마다 꼭 챙겨주는 거야.. 우리의 영원한 우정이 변치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헤헤~”
양 볼을 붉히며 베시시 웃는 소녀... 소년은 순간 소녀가 꽤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아,, 그랬었구나.. ‘영원한 우정’이라.... 꼭 기억할게.,,,, 역시~난 너 밖에 없어~~~ 하하하~”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나서야 소년은 건네받은 선물상자를 풀렀다.
“어,, 시계네...? 아니...이 시계...!! 니가 진짜 아끼는 거잖아~ 이거 정말 나한테 선물해줘도 괜찮은거야?“
“그럼~당연하지... 니가 예전부터 이 시계를 갖고 싶어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구~ 큭큭큭큭
받아줘,, 그렇게 좋은 시계는 아니지만, 나도 정말 아꼈던 거구, 그래서 너에게 더욱 선물해주고 싶은 물건이니까...“
“......... 뭐야.. 눈물 날라고 그러잖아... 맨날 너만 어른스러운척 하고... ”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소년은 투정부리듯 소녀에게 말했다.
“에구,, 그랬쪄여.. 우리 다 큰 애기~ 하하하하하하”
“뭐야~놀리는거야~~ 나 진짜 화낸다~~”
“알았어~ 알았어~ 그만할게~ 크크크큭”
벚꽃이 휘날리는 등나무아래의 소년과 소녀의 웃음소리는 그렇게 멀리멀리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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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헤헤~~~ 2번째편 올립니다~~ ㅋㅋㅋㅋㅋ
윤기나는 검은 머리의 한쪽 눈이 에메랄드 빛으로 반짝이는 남정네 등장!! 두둥~~ ㅋㅋㅋㅋㅋ
(다 누구신지 아시겠죵? ㅋㅋㅋㅋ)
하지만... 아무리 봐도 우리 젤군 너무 불쌍해요.. ㅠㅠ 아~~~~ (먼산;;) 젤군은 이제 여기서 바이바이~~ㅠㅠ (미안해~) 사실 처음엔 이런 분위기로 갈려고 했던게 아닌데... 이거 하루 피로를 푸시게 하는게 아니라 울 회원님들의 맘을 더 우중충하게 하는게 아닌가 모르겠네용ㅠㅠ 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구용~~^____^ 내일또 올리겠습니당ㅋㅋㅋㅋㅋ
첫댓글 ㅋㅋ 우리 앙군의 등장이군요..다음편도 기대할께요..^^ 궁금궁금~~
으흐흐~ 궁금하시다니 나는 왤케 기분이 좋지? ㅋㅋㅋ 꼭 나만 알고 있어서 그런가? ㅋㅋㅋㅋㅋ
캬~드디어 우리의 앙군 등장이네요^^ 꽃을든 앙군~ㅋㅋ 예쁘겠다~~앙~!!ㅋㅋ 그나저나 울 젤군.. 불쌍해요~ㅠㅠ
꽃집남자 앙군ㅋㅋㅋ 정말 딱이지 않습니까 ㅋㅋㅋㅋ 젤군은... 저두 너무 불쌍해요..사실 아주 상큼하게 끝낼려고 했는데 이런ㅠㅠ 어흑.... ㅠㅠ ㅋㅋㅋㅋㅋㅋㅋ
허겅.. 이제 젤군은 여기까지만 나오고 안나오는건가요????
그쳥.. 여기서 젤군과 오양은 완전히 끝난거죠.. 이휴~ 더이상 매달리면 우리 젤군 가여워서 볼수가 없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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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감사합니다.. 민정님.. 제로델과의 기억을 우정의 꽃으로 이렇게 연결시키려했는데 잘 알아주시다니.... 윽... ㅠㅠㅠ
불쌍한 젤군... 그나저나 꽃을 든 남자(?) 앙군이군요. 잘 어울리는 느낌... 어떻게 전개가 될지 궁금해요. 잼있어요^^
진짜요?? 아 진짜 기분좋다~~ 반디님 댓글에 정말 엄청난 ENERGY가 분출하는데요~ ㅋㅋㅋㅋ 늘 이렇게 격려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 종이님~~~ 저도 너무 가슴이 아프답니다... 쓰면서도.. 우리젤군,. 흑흑 하면서 썼어용 ㅠㅠ 젤군 다음생에 태어나면 부디 오스칼양의 사랑을 받도록~~ 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안그런척 하다가 결국엔 이기지 못하고 처절하게 매달리는 젤군... 저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ㅠㅠ 하지만 젤군도 이번 사랑을 통해 더 성숙한 사람이 될꺼예요~ 암~ (<-그게 위로냐;;ㅋㅋ )
그 동안 어찌 글을 안쓰셨습니꺼~~~ 이로케 감동적인 글이....으어어어~~
앗 이렇게까지 감동적이라구 해주시다니~~~ 정말 감사드려요!!! 울지마세요~~ 저도 그럼 따라서 엉엉 울꺼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