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 3대 대통령인 토마스 제퍼슨의 말이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언론없는 정부보다는 정부없는 언론을 택하겠다는 말로 세계 언론계의 불멸의 명언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퍼슨 대통령이 존재했던 그 시절 그러니까 1천7백년말은 언론이 엄청난 파워를 지닌 그런 시대였을까요. 언론이 무관의 제왕 또는 칼보다 강한 펜의 역할을 했을까요. 결코 그렇지 못합니다. 비근한 예로 프랑스의 나폴레옹시절을 거론해보겠습니다.
나폴레옹은 1812년 러시아 원정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고 결국 1814년 제왕에서 밀려나 엘바섬에 유배되었습니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1815년 엘바섬에서 탈출합니다. 당시 프랑스는 혁명으로 공화정을 이룬뒤 제정 그리고 나폴레옹의 몰락으로 다시 왕정이 복구됐습니다. 왕정은 나폴레옹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언론입니다. 언론에 대한 대규모 숙청이 벌어졌습니다. 왕정의 입맛에 맞는 언론이 구축되었습니다.
나폴레옹이 엘바섬 탈출때 당시 프랑스의 유력지인 모니퇴르의 헤드라인을 봅시다. 한때 나폴레옹 찬양 일색이었던 그 언론이 바뀌어도 살벌하게 바뀝니다. 1815년 3월 9일 식인귀 소굴에서 탈출. 3월 10일 코르시카 출신 쥬앙 만에 상륙. 3월 11일 호랑이 카르프에 등장. 3월 12일 괴물 그레노블에서 야영. 3월 13일 폭군 리옹에 진입. 3월 18일 찬탈자 수도 100KM에 출현. 3월 19일 나폴레옹 북으로 진격 파리입성은 불가능. 3월 20일 나폴레옹 내일 파리 도착할듯. 3월 21일 나폴레옹 황제 폴텐블로 궁에 도착하시다. 3월 22일 황제폐하께옵서 충성스런 신하들을 대동하시고 궁에 납시었다.
상전벽해가 이런 상전벽해가 따로 없습니다. 이 정도면 언론도 아니지요. 프랑스 대혁명을 일으킨 프랑스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항입니다. 그런데 17백년도 말에 미국에서 과연 언론에 대한 대단한 존중심이 존재했겠습니까. 결코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독립은 했지만 아직도 영국의 식민지를 그리워하는 기득권이 상당했습니다. 그런 상황에 미국 언론의 보도태도가 어떻했을 것인가는 미뤄 짐작이 갑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요. 프랑스 나폴레옹 시절에서 2백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국은 언론의 중심은 잡혀 있습니까. 미국 대통령 제퍼슨의 그 말이 과연 한국에서 효용성이 지니고 있습니까. 슬프지만 정말 그렇지 않습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부독재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이후 민주화가 이뤄졌다는 시절 한국의 언론은 어떤 모습입니까.
보수정권때는 물론이고 진보정권때도 언론 특히 공영방송에 대한 권력의 입김은 상당했습니다. 물론 그때에 비해 지금은 공중파방송의 위력이 땅에 떨어지고 이제 공중파 뉴스의 시청률은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층에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노년층에서도 새로운 방송매체에 더욱 관심을 가집니다. 이른바 9시뉴스의 위력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권력의 생각은 다른 것 같습니다. 아직 공중파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여야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편한 언급을 하면 좋아하고 쓴 소리하면 참지를 못하는 모양입니다. 권력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다양합니다. 이미 예전 보수 진보 권력의 전력을 답습하면 됩니다. 머리만 좋은 인물들이 공중파방송의 입을 막기 위한 별별 장치를 다 동원해 놓았습니다. 자신들이 야당이었던 시절에는 편해 보였던 매체가 권력을 잡으면 불편해지는 양상입니다. 이런 저런 장치를 모아서 수장을 교체합니다. 버틸 수 없게 만듭니다. 그래서 지금 공중파 대표 방송의 주장들이 상당수 교체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바뀌지 않는 곳이 있는 듯 합니다. MBC인 것으로 보입니다. MBC는 다른 공중파나 특정 뉴스전문채널보다 권력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부 구성원들의 사고방식입니다. 전두환시절때부터 견고해진 저항력이 아직도 존재하는가 봅니다. 이런 저런 시도를 벌이지만 아직 그 방송의 핵심은 그대도 존재하는 듯 합니다. 그래서 꺼내든 카드가 한국의 방송정책을 주도하는 자리의 장을 교체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 매체를 가장 잘 아는 인사로 교체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MBC 구성원 대부분은 당연히 반발하고 야당은 마지막 남은 MBC일병 구하기에 나섰습니다. 지금 방송관련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상임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의원입니다. 정부가 의도하는데로 그렇게 쉽게 MBC 수장 교체가 가능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번도 예외없이 계속되는 방송사 수장 교체입니다. 방송사는 직원들 대부분이 낙하산타고 내려온 것이 아닙니다. 나름 제대로된 거의 백대일의 경쟁률속에 입사해 근무하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자신의 자리를 이용해 권력진출의 발판으로 삼은 인물들도 적지 않지만 그래도 상당수의 뇌리에는 어떻게 하면 언론의 사명을 다할 수 있을까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는 인물들입니다. 그들에게 맡겨 놓으면 됩니다. 마음에 안든다고 그들을 권력의 힘으로 누를 수는 있을 것입니다. 수신료를 들고 나와 목줄을 쥘 수는 있을 것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로 압박하면 견딜 사람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 시대에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의 말 말입니다. 그도 언론의 지적에 많이 피곤했을 것입니다. 자신을 향해 쓴 소리하는 언론이 미웠을 것입니다. 결코 예쁘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지요.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과 언론의 책무를 평생 간직했습니다. 비록 자신의 지지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자신들의 정책에 반하는 보도를 하더라도 그것은 미국의 현 정권보다는 미국의 미래를 위한 고언이라고 받아드렸습니다. 한국의 정치인들도 그렇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MBC일병 죽이기 또는 살리기라는 우스게 소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언론의 미래 나아가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 말입니다.
2024년 7월 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