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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문학연구 101권 0호. 2015 pp.535-5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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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철학에서 드러나는 고대그리스의 정신
-국문초록
우리는 니체를 삶의 철학자라 부른다. 그것은 니체가 삶을 병약하게 하
거나 왜곡하는 모든 것을 부정하고 삶을 강건하게 하는 모든 것을 긍정하
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에게 오직 자신의 ‘삶을 위한 삶’을 살아갈 것을
촉구한다. 삶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삶의 철학자인 그가
우리에게 삶의 본보기로 제시하는 것이 바로 고대그리스인들의 삶의 양
식이다. 니체는 고대그리스인들이야 말로 인류의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았
다고 간주한다. 그들은 현실세계의 부조리나 인간의 탐욕스런 욕구를 직
시하고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수용하고자 했기에 세계나 삶에
대한 왜곡이 없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리스인들은 실존의 불확실성을 통
찰하지만 절망 속으로 빠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제어하면서도
긍지를 갖고 심연을 바라보는 자들이다. 그리스인의 명랑성은 디오니소
스적인 긍정과 그 맥을 같이 한다. 그것은 세계에 대해 제외하거나 선택
하는 일없는 온전하게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태도를 말한다. 그런데 디오
니소스적 긍정은 삶의 부조리나 불합리한 것들을 수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들을 극복하고 승화시키는 것까지 함축하고 있다. 그리스인들
이 위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니체는 질문한다;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존재다. 너희는 너희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서 무엇을 했는
가?” 그리스인들이 끊임없는 자기 극복을 통해 감성과 이성, 현실과 이상
간의 괴리를 좁혀가고자 한다. 부조리한 현실세계에 두발을 확고하게 딛
고서 디오니소스적 긍정에 이르기까지 삶에 충실한 사람들, 그 결과 후대
니체철학에서 드러나는 고대그리스의 정신*
이 경 희 **1)
* 이 논문은 한국연구재단, 2012S1A5B5A0735143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 대구가톨릭대학교(교양교육원, 시간강사)
536․인문학연구 통권 101호
에 가서도 결코 반박될 수 없는 가치관을 형성하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고대그리스인들이다.
주제어:니체, 고대그리스, 디오니소스적 긍정, 삶, 현실, 고통, 극복.
1. 시작하는 말
니체의 철학공부는 고대그리스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 고대그
리스 세계에 대한 열정은 중고등학교에서 시작되어 그의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 이르기까지 꺼질 줄 몰랐다. 그 관심도 사상에 국한되는 것이 아
니라 종교⋅예술⋅정치에 이르기까지 그리스 문화 전반에 걸쳐져 있다.
그래서 니체철학에서 그리스 세계관은 영역에 따라 그리고 사상의 전개
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 흐르는 중심 생각은 초지일관
하다. 그 모습이 어떻게 나타나든지 고대그리스 세계는 니체철학의 근간
을 이루고 있다.
니체에게 고대그리스는 “반박할 수 없고 이의의 여지가 없는 것에 속
해, … 우리가 항상 사랑하고 존경해야 하는 것”1), 말 그대로 동경의 대
상 그 자체였으며, 모든 가치의 척도가 되었다. 그의 철학도 고대그리스
를 중심축으로 ‘긍정적 부분’과 ‘부정적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긍정적 부
분이란 그리스도교에 물들기 이전, 고대그리스 사람들처럼 종교나 윤리
에 얽매이지 않고 인간의 욕구를 자연스럽게 발산하며 삶을 구가할 수
1) 니체, 유고(1870-1873년) 그리스비극시대의 철학 외, 이진우 옮김, 니체
전집3, 책세상, 2004, 352쪽. 니체의 저서를 다음과 같이 약술한다. GT: Die
Geburt der Tragödie UB: Unzeitgemäße Betrachtungen, MA:
Menschliches Allzumenschliches, M: Morgenröte, Z: Also Sprach
Zarathustra, GM: Zur Genealogie der Moral, GD:
Götzen-Dämmerung, EH: Ecce homo, NCW: Nietzsche contra
Wagner, WM: Der Wille zur Macht.
니체철학에서 드러나는 고대그리스의 정신․537
있다면, 그것은 니체 철학에서 예(Ja)라고 말하는 영역에 해당한다. 반
면 부정적 부분이란 도덕과 관습에 속박되어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
한다면, 그것은 아니(Nein)라고 말하는 영역에 속한다. 말하자면 기존
의 가치척도에도 얽매여 살아가는 것을, 하이데거가 지적하는 사람들
(das Man)로 살아가는 것을 거부한다. 더 나아가 니체는 이분법적 사
고에 따라 정의와 불의를⋅미와 추를 그리고 선과 악을 분리하거나, 불의
를 정의로⋅추를 미로 그리고 악을 선으로 왜곡하거나 포장하려는 시도
까지도 부정한다.
일생이 숱한 질병과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삶 그 자체를 사랑한
니체는 인간의 고통과 죽음까지도 삶의 일부로 긍정하고자 했다. 그는
“상처에 의해 정신이 성장하고 새 힘이 솟아난다”2)고 말할 만큼 상처를
새로운 힘의 원천으로 간주했다. 선의 터전을 경작하려면 악이라는 호미
가 필요하듯, 빛이 있어야 그림자를 만들어내듯 모든 존재는 서로의 관계
속에서 그 가치를 드러낸다. 따라서 모든 존재는 인간에 좋은 영향을 미
치든 나쁜 영향을 미치든 상관없이 존재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이러한
사실을 직시하면서도 삶에 대한 절대적 긍정은 고대그리스 정신에 그 토
대를 두고 있다.
현실세계는 불합리와 부조리로 만연하고 인간은 본성적으로 더 큰 욕
구를 향해 질주하기에, 종교에서는 현실의 삶을 죄스러운 것으로 간주하
여 결코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Utopia)를 꿈꾸게
....<이하본문;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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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