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휴일인 수요일과 주말(토, 일요일)을 즐기는 중입니다.
지난 주말 강행군을 해서 수요일인 오늘은 집에서 쉴까 하다가 모자(며느리와 손자)에게 시간을 내어주기로 했습니다.
사실 육아로부터 탈출하고픈 마음도 살짝 있었습니다.
이제 꼴랑 이틀 하고서 말입니다 ㅋㅋ
뉴욕은 박물관이 정말 많습니다.
이름있는 곳들은 예전에 여행할 때 많이 봤기에 잘 알려지지 않은 박물관들을 가보고 싶었습니다.
역이민 식구(hp00님)에게 소개받은 크로이스터스 박물관(The met cloisters museum)은 나처럼 매주 수요일이 휴일이랍니다.
그래서 집에 있으려고 느긋하게 점심을 먹었지만 마음을 바꿔 늦은 오후에 쉽게 갈 수 있는 유니온 스퀘어 근처에 있는 사진 박물관(fotografiska museum)엘 갔습니다.
사진 감상은 2, 3시간이면 충분할테니 말입니다.
그곳에서 거리의 사진사였던 비비안 마이어(1926-2009)의 사진전을 한답니다.
가격(24불)이 싸지 않은 차선책이었지만 사진 좋아하는 내게 나름 특별한 선택이었습니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전은 그녀의 인생 이야기 였습니다.
젊었을때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사진 찍기를 즐겼고,
뉴욕과 시카고에서 내니로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끊임없이 사진을 찍었나 봅니다.
독신으로 살면서 훗날 부모가 남겨준 유산으로 홀로 세계 여행을 하면서 좋아하는 사진을 찍으며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다 간 그녀는,
83세가 되던 해 1월에 넘어져서 같은 해 4월에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녀가 죽기 2년 전인 2007년에 그녀의 물건이 보관된 창고의 관리비를 미납하는 바람에 그녀의 소장품이 옥션에 넘겨졌답니다.
그곳에서 그녀의 물건(사진과 현상하지 못했던 필름)은 존 말로프에게 팔렸고 오히려 그의 도움으로 훗날 세상에 알려졌다고 합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초기에 그녀가 주로 썼던 8미리 카메라와 모자
그녀의 작품 세계가 왠지 모르게 나의 마음을 들킨것같아 더 흥미로웠습니다.
물론 사진에 올인했던 그녀와 나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가끔 나도 몰카처럼 남의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데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그런 사진들을 찍고 있었습니다.
일층 책방에 그녀의 책뿐 아니라 다양한 사진 관련 서적들이 있어서 그녀에 관한 글을 읽다가 문득 든 생각입니다.
뛰는 놈위에 나는 놈, 나는 놈 위해 꾸준한 놈이 있다는...
그녀가 죽고 난 다음에야 그녀의 200여 작품과 10만 장이 넘는 현상하지 않은 필름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답니다.
사진을 통해 전하고 싶은 그녀의 마음을 그녀의 작품을 통해 함께 공유했습니다.
비록 사후이긴 하지만 ‘미치지(crazy)’ 않으면 ‘미치지(reach) ‘ 못한다는 말을 떠올리며...
건물의 5, 6층은 그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3층엔 또 다른 조각가 겸 사진작가(Daniel Arsham)의 독특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지하철의 다른 입구로 가다보니 유니언 스퀘어 공원이 나왔고 그곳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공원 바로 앞에 한국 고기집인 듯한 ’반주‘가 보입니다.
오래전 부터 있었던 거라니 ‘장사천재 백종원’이 이 이름을 빌려갔나 봅니다.
공원 곁에선 장이 서서 사람들의 주머니를 열게 했습니다.
저 영특한 멍멍이는 견주가 ‘speak' 하라니 하울링을 해줍니다.
동물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니 지도 사람인 줄 아나봅니다.
동행인이 있었으면 같이 식사하고픈 식당의 야외 테이블이 아쉬웠습니다.
사진 보러 나갔다가 사진만 찍고 왔습니다.
첫댓글 겨우 인턴을 마친 신참 레지인데 시작부터 휴무를 너무 챙기다가 조기에 해고라도 당하실까 조금 염려가 됩니다만,
잡지사 르포라이터로 전업하시면 며느리집살이 레지내니보다 수입은 더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
소문난 관광지보다 숨어있는 볼거리를 찾아다니는 재미도 있더군요. 북미 연안일주 출사-박물관 투어를 구상해봅니다.
ㅎㅎ 해고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입니다.
레지내니는 행복페이로 오히려 마이너스이니 전업을 고려해 봐야 겠습니다 ㅋㅋ
황혼육아라 쓰지만 뉴욕 여행으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이곳에 머물면 내가 알지 못하는 많은것을 배울수 있어 좋아요 잘 보고 갑니다
맞아요.
서로에게 서로가 아는 것들은 나누는 이곳이 저도 좋답니다^^
어머, 같은 이름 비비안(VIVIAN)을 만나 반가웠구요.
그리고 "미치지(crazy)’ 않으면 ‘미치지(reach)" 못한다는... 그녀의 열정이 느껴지네요.
아 비비안님이시군요~
한국을 저보다 더 즐기시는 것같아 저도 좋습니다^^
@말미잘 43년 넘게 익숙한 이름이었는데 요즘은 원래 성과 이름까지 낯설게 느껴지는 한국이름으로 살고 있네요~
피할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지내다 가려 했는데 생각보다 즐기고 있답니다.
가끔 걸어 다니는게 힘들지만 숙면에 고마움이 따르니 운동도 되고 건강에는 더 좋은거 같아요.
@레비탐맘 ㅎㅎ 그러셨군요~
저도 황혼육아를 피할 수 없으니 나름 즐기려고 노력중입니다^^
안녕하세요. 황혼육아(?) 중에도 멋진 여행을 글과 사진으로 남겨줘서 고마워요.
감명깊게 읽고 감동받았습니다. 행복한 여행을 하셨군요. 감사합니다.
ㅎㅎ 읽어주시고 댓글도 남겨주시니 저도 감사합니다^^
와.... 대단합니다. 저같은 하수는 하얀 종이에 흑백 글씨 채우기에도 급급한데...
같은 하얀 종이에 총천연색으로 단편문학을 만드시네요. 눈과 마음이 다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ㅎㅎ 하얀종이만 채울 재주가 없어 사진의 힘을 빌린건데...기분좋은 칭찬 고맙습니다^^
맞아요 맞아~~
뉴욕에서 몇 년 살이가 희망이긴 한데 닿을듯 말듯 아직 그러네요 ㅋ
그 박물관과 온갖 세미나들... 맘껏 다 다녀보고 싶은 마음.
그래서 저는 이 기회에 짜투리 시간에 열심히 다녀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