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갓바위에서 식사를 하면 산행하기 어려울것 같아
버스안에서 아침을 하기로 하고
조폭미인이 준비해준 아침식사를 한다
따뜻한 미역국,따뜻한 밥, 맛있는 갓김치, 깻잎
참으로 많이도 싸왔다
이자리를 빌어 조폭미인에게 감사를 표한다
대구에서 일년 이상 현장 땜시
내려와 있었지만 늘 옆으로 지나다니기만 했지
팔공산에는 한번도 올라가 보지 못한 그런 첫 산행지이다
그리고 산책 회원들과도 첫 산행이다
팔공산은 어떤 모습으로 나를 반겨 줄것인가?
들뜬 마음으로 산행이 기다려진다
드디어 출발이다
머리에는 탄광의 광부들 모양으로 헤드렌턴을 장착하고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동봉을 향하여 ...
아스팔트길을 조금 지나 이제 본격적인 오르막의 산행길이다
처음 마음가짐이 오르막길에서는
에고~~!!
내가 왜 뭣하러 여기에 왔나
집에서 따뜻한 아랫목에서 두다리 쭉 펴고
편안하게 잠이나 잘걸
잠도 못자고 와서 사서 고생하나
이런 마음이 들 때쯤에
갓바위에 이르기전에 관암사에 도착이다
거친숨을 잠시 돌리기도 하고
굴같이 생긴 곳에 자리 잡은 불상앞에서 (제2석굴암)
소원 성취를 위한 기도하는 사람들도 눈에 들어온다
잠시 휴식도 뒤로 하고 다시 오름이다
구비구비 돌아 계단길을 오른다
처음에는 하나 둘 셋 ...백하나 백둘...(3,500계단이란다)
이렇게 세어 가며 올라가보지만
그것도 잠시
세는것을 잊어 버리고 무념의 상태로 올라간다
여기저기 숨을 헐떡이며 올라가는 모습들이 아름답다
나무가지 사이로 비치는 별빛은 아름답다
반짝반짝 비치는 모습이 환상이다
대구시내의 야경이 참으로 화려하다
이른 아침이지만 저 불빛 속에서
천가지 만가지의 일들이 일어나겠지...
갓바위 시설지구로 들어오는길에
가로등 불빛은 고요히 적막감속에 유유히 불빛만 흐른다
힘은 들지만 같이 산행하는 이들과 이런저런 정담을 나누며
오르고 또 오르니
드디어 해발 850m 관봉정상에 자리잡고 있는
보물 제 431호인 관봉석조여래 좌상 일명 "갓바위 앞에 당도했다
은은한 목탁소리와 함게 구성진 소리의 염불 외우는 스님의
목소리가 우리를 먼저 반긴다(녹음 소리지만)
갓바위 앞에 넓은 공간에 자리한 예불 드리는 자리에는
이미 먼저 올라온 이들이 마음의 소원을 담아
아름다운 모습으로 정성껏 기도 드리고 있다
까까지른 절벽 위에 자리 하고 있는 갓바위불상
뒤에는 병풍처럼 자리하고 있는 바위
너 올라 오냐 고생했지 내 다안다 하며
병풍바위 앞에 앉아 있는 불상
모든 중생들의 근심과 걱정들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입가에 자애로운 미소
풍상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내가 여기서
너를 보고 지켜 주리라 하며 머리위에
한조각의 돌을 이고 있는 포근함
이높은 곳에 누군가의 손길로
마음의 소원을 담아 한조각 한조각
돌을 다듬어 아름다운 불상을 만든이에게 경의를 표한다
우리일행들은 사찰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한다
산에 오르기전에 이미 식사를 했기 때문에
사찰에서 제공해주는 된장국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이제 동봉을 향하여 출발이다
갓바위로 올라올때는
그래도 그다지 추운줄을 모르고 올라왔는데
바람이 작난이 아니다
무서운 세찬바람에 정신을 못차릴정도이다
귀가가 얼얼하다
잎과 턱이 바짝 얼어 붙는다
입이 얼어 말이 안떨어진다
바람은 점점 더 거세게 불어오고있다
모퉁이길을 걷노라면 바람에 몸이 휘청거릴정도이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산행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다
길에는 서리발이 서려 있다
(서리발이란 --- 지열로 인하여 수증기가 지면 밖으로 표출될때
온도 저하로 지면에 수증기가 얼어 생기는 얼음 조각 같은 것)
서리발 밟는 소리가 바스락 거리며 난다
저지대에는 푸른 소나무들이 서있고
중간지대부터 고지대에 이르기에는
졸참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만 이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굳굳하게 버티고 서 있다
졸참나무 들 사이에 우뚝 서있는 노적봉
장승마냥, 돌부처 마냥
졸참나무군락지 위에 의연하게 혼자서 우뚝 서있다
범접할수 없는 기상 마저 풍기면서...
노적봉을 지나 능성재에 이르기전에
이제는 여명의 빛이 서서히 밝아 온다
붉게 물든 하늘사이로
환한 빛이 서서히 올라 온다
붉은 태양이 이제 모습을 드러낸다
아름답다!!!
찬란하다!!!
황홀하다!!!
어둠을 물리치고 광명의 빛이 내린다
여명의 빛을 보고 옆에 있던 이는 이런 말을 한다
"해돋이는 산모의 해산의 고통과 같이
성스럽고 아름다운것이다"(조폭미인)
거센 바람에 몸도 가누기 힘들 정도였고
거센 바람에 볼기는 갈라지는 고통 가운데 있지만
이 여명을 보는 순간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환희의 찬가가 울려 퍼진다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각자의 소원을 빌고
다시금 칼바람속을 헤치고 진군이다
저멀리 병풍바위가 보인다
가까지른 절벽이 병풍처럼 처져 있다해서 병풍바위라 부른다
그리고 오늘 우리의 목적지인 동봉이 보이고...
처음 갓바위를 오를적에는 언제가나 하며
푸념썪인 말들이 오고 갔지만
어느덧 봉우리를 넘고 능선을 넘고 넘어
동봉에 다다른것이다
이왕 가기로 한것 멀리 내다보지 말고
바로 한발 자국앞만 생각하고 걷고 걷고 하다보니 다다른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 인것 같다
멀리 앞을 내다 보는것도 좋겠지만
바로 내앞에 놓여 있는일에 최선을 다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한걸음의 발걸음을 내딪다보면
내가 목표로 하는 고지에 이르는것 같다
너무 멀리있고 힘이들다고 해서
중간에 포기하고 주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수 없는것 처럼...
오늘 처음 산행하는 많은 사람들이 기특해보인다
아니 장해보인다
그리고 같이 산행한 모든이들이...
첫댓글 철학이 담긴 후기 잘 보고 갑니다.담에 또 기회가 되면 ..........뵙죠
~~걸어온 발자욱을 뒤내어 보라...가슴에 다시 한번 새겨봅니다. 그리 강했나요?? 바람이..그리 추웠었나요? ^^ 힘겨움보단 포근한 그리움으로 다가오네요..지금^^ 방가왔어요...
진한 감동이 배어있는 후기 잘 읽고 갑니다.
ㅎㅎㅎ....보기보단 차분한 글솜씨 높이 평가합니다.ㅎㅎ친구!~ 함께 산행할수 있어서 좋았구...자주 산행때 볼수있기를 바라면서....늘 건강하길...(밥 맛있게 먹어줬다고 하니 고마우이~)
우와~~저 담 산행부터 삶에자리님 산행후기보구 산행후기 쓰렵니다....산행다녀와서 제가 느껴보지 못했던 느낌까지 정말 산행을 즐길줄 아시는 분인거 같습니다...
하행길 함께 하며 이런 저런 조심해야 한다던 말씀~ 감사했어여~ *^^*
생생하게 전해오는 후기 잘 읽고 갑니다... 언제나 즐겁고 안전한 산행하세요.. ^^
또다른 닉...새옹지마님...노가다꾼답지 않은 글솜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옵니다...노래도 엄청 잘하시더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