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이 되면 할 일들이 많다.
옆지기에겐 친정을 방문하는 일이 몇 해전부터 신년 화두이기에, 두 아이를 데리고 먼 친정, 울산으로 내려갔다.
옆지기가 없을때면 허전함 속의 풍족함, 풍요로움 속의 허전함 역시 느끼곤 한다.
옛 말에, 처가댁과 뒷간은 멀면 멀수록 좋다는 말.... 요즘 그 말의 의미를 곱씹으며 지내고 있다.
그런 와중에 맞이하게 된 신년 첫 주말.
도저히 그리 망가지는 모드로 보낼 수는 없는 터.
가깝게 지내는 이들과 토요일 오전에 신년 산행을 계획하고, 토요일 아침 이른 새벽부터 부산을 떨어 관악산으로 향한다.
내가 사는 목동에서 관악산까지 직행 버스 - 6514번 - 가 있었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산 지난 5년이 우습게 느껴지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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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은 어렸을적 부터 자주 타던 산이기에 눈 감고도 정상인 연주대까지 갈 수 있으리라...
한데, 왠걸 ?
그간 국력의 신장(?) 인지 모르나 지난 해 탔을 때와 달리 공원 입장료도 받지 않고, 더욱 말끔히 닦여진 산행로로 인해 초입에서 잠시 올라가다 좌현으로 꺾어져 직행하면 '깔딱 고개'가 나오는 가장 Shortage-Path 포인트를 놓쳐버린게 아닌가 ?
물론, 지인들과 세상 사는 이야기, 정치 이야기.. 등 말을 하다가 푯말을 간과하고 넘어간 탓도 있겠지만, 우리는 어느덧 연주대가 아닌 삼막으로 가는 길을 평이하게 걷고 있었다.
다시금 묻고, 물어 4 광장을 통해 연주대로 올라가려하지만, 자꾸만 이상한 길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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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우연히 만나게 된 삼거리 약수터.
관악을 오랫동안 탔어도 이 길을 처음 이다.
그러기에 한 모금 마셔준다.
돌아는 왔어도 올라가는 듯한 산길을 타니 푸른 하늘과 옆 바위 - 아마도, 사자 바위인듯... - 가 눈에 들어오며 연주암으로 향하는 제대로 된 길에 오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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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딱 고개와는 달리 평이한 능선을 탄 탓에, 오래는 걸었어도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정상에 가까이 왔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반기는 푸른 하늘아래 나부끼는 태.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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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세상이 내 한치 발 아래다.
그리고, 저런 기암 괴석이 관악에 언제 있었냐는 듯... 우리를 반긴다.
지난 목요일 눈이 온다던 그 눈이 제법 쌓였다면, 이 포인트에서 관악은 설악, 아니 금강의 모습이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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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의 정상 부분은 전형적인 악산(岳山)의 모습이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어렵고, 위험했던 포인트인데, 내가 지인들중 먼저 내려와 험한 포인트를 지나는 광경을 담아 보았다.
지인중 길이가 다소 짧은 탓에 착륙 포인트를 잡지 못해 얼굴이 경색하는 후배에게 신년 하례로 내 어깨를 선사하고, 후배가 내 어깨를 즈려밟고 하산하면 머쓱해 한다.
이어지는 나의 짧음 멘트 - '아마 반대 입장이였다면, 너라도 그랬을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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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붐비지 않는 조용하고 바람적은 곳에서 순간 불법 취사를 하여, 3인분의 라면을 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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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맛은....
불법을 행한 다음 적발되지 않은 희열감 + 정상에서 라면 + 아웃도어의 참맛 !! 을 느꼈다고 할까 ?
깔딱고개에서 숨가쁜 소리를 몰아채우며 그 부근에서 파는 막걸리, 라면을 먹는 사람에 정상은 초 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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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해발 629미터의 짧다란 산이라 하지만, 경기 5악의 명산을 늠름히 자랑하는 입석을 담아본다.
관악이란 녀석... 잘~~~ 생겼구먼.
하산을 하는 능선에 좌/우로 서울과 과천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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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달리 과천의 하늘은 스모그 없는 맑은 하늘이다. 그래서, 청계산을 배경으로 담아본다.
우리가 선택한 하산 루트는 사당 능선.
줄잡아 한시간 반을 더 걸어 내려오니, 사당이 아닌 낙성이 아닌가 ?
오늘은 왜 그럴까... 계속 헛발질, 헤메이는 테마의 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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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당까지 걸어 시장안에 허름하고 인심 좋은 곳에서 막걸리에 굴-파전을 시켜 늦은 점심을 먹으며 신년 산행을 마감했다.
그리고, 텅빈 침대를 차의 루프텐트라 생각하고 일어난 일요일 아침.
일찍 성당을 다녀온 후, 2008년 패들링도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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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 안에 들어간 Lastica는 꽁치 통조림을 열었을때, 좁은 공간에 빡빡히 들어간 그 모습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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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후 런칭 전.
라스띠까는 확실히 길다. 꼬맹이의 두배는 족히 넘어 보인다.
저 작은 넘에서 저리 긴 놈이 나오다니.... 이런 사진을 찍고 나면 언제나 우습다.
그리고 지난번과 달리 하류로 선수를 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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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 대교 아래에서 잠시 생각하며 다리 위를 지나는 차량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들으며 상념에 잠겨보려 애써보지만, 좋은 Spot은 아닌듯하다.
다시 하류로 저어, 안양천과 한강이 합류하는 포인트로 돌아선다.
거기에는 싸이클링을 하다 쉬는 인파들이 즐겨 찾고, 낚시꾼들도 자주 오는 포인트인데, 나를 발견하곤 손을 흔드는 이에게 신년 답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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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들링하기엔 좋지 않은 연무가 가득낀 일요일 오후.
하류로 저어가며 북쪽으로 도하하니 랜딩 플레이스로 적합한 성산지구를 넘어 일산 가는 방향의 한적한 곳을 발견했다.
그리고, 잠시 쉬어갈겸 랜딩을 시도 해 보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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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은 이미 낮아져 있는데, 지난 밤섬 근처에서 발견한 말고 깨끗한 모래밭이 아닌듯 하다.
그래서, 패들로 한 삽을 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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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지난 50년간 개발의 상처로 남은 온갖 찌꺼기가 엉겨붙은 Tar 덩어리....
굳이 랜딩해야 할 의욕을 상실케 만든다.
이쯤에서 다시 상류로 올라가기로 하고 상류로 선수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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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월드컵 경기장 근처에서 발견한 요트 정박장에 초라히 서 있는 몇대의 요트.
한강을 보면 언제나 '자~~~알~~~~ 생긴 강' 이란 생각을 한다.
영국의 테임즈, 프랑스의 쌘 강보다 훠얼씬~~
그 또랑같은 강에도 좋은 요트가 많이 정박해 있는데, 이리도 잘 생긴 강에 초라한 요트 몇대만이 그것도 손질을 요하는...
소득 2만불 시대를 열었다 한다.
새로운 정권도 창출되었다.
더 높이, 빈부 차를 줄이며 발전하는 한국을 기대하며 상류로 올라가 본다.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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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패들링하는것도 세월을 낚는지, 물고기를 낚는지 모르나, 낚시에 훼방이 되니 저 멀리 돌아가라는 고함소리를 듣고 패들링하다 발견한 허리가 굽어진채 죽은 물고기 한 마리...
아까 발견한 검은 타르 덩어리가 가득한 바닥이 머리에 스친다.
무엇으로 죽었을까... 허리도 굽은 채...
물고기의 최후가 얼마나 비참했을까...
온갖 수상들이 머리를 스친다.
왠지 신년 패들링에 마음에 앙금만 남기는 듯 하다.
계속 패들링하여 다시 성산대교 북단에서 중천에 있는 해와 연무 가득낀 모습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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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늘상 한번쯤 다니는 선유도를 둘러보고 다시 런칭 포인트로 돌아와 신년 패들링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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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만큼이나 어제 산행에 비해서는 깔끔한 맛이 없다.
계속 무엇을 암시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조립한 배를 해체하며 집으로 돌아가, 더러운 한강물에 발을 담군 그 흔적을 빨리 지우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인생이란 그런것 같다.
때로는 알고도, 모르고도, 어쩔 수 없이....
지우고 싶은 많은 흔적이 산재한다는 사실을.
오늘의 한강은 지난 50년의 개발을 통해 '한강의 기적'이라는 신화를 만든 그 흔적에서 아픈 부분을 내게 보여주는 듯 했다.
새해에 아픈 흔적이 내게 화두로 다가오는 이유는, 아픈 부분을 이겨내 더 큰 바다로 나가는 한강을 닮으라는 암시를 해 주는것 같다.
맞다.
인생이 언제나 달콤하고 좋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
오늘 날씨와 한강 처럼 말이다....
첫댓글 산행&카약...멋진 신년의 첫주를 보내셨네요...1. 관악산 한동안 놀이터였는데...체중때문에 "악산"에는 발끊은지 오래되서..오랫만에 보니 그립니다...2. 지난번 글의 댓글에도 남겼는데...저는 카약은 눈에 안들어오고 스마트만 자꾸 눈에 들어오네요..(저는 동력선이나 세일링요트가 관심이 많아서...ㅎㅎㅎ) 저런 수입차는 정비는 어디서 하죠???? 좋은 한주 보내세요...
외국생활 마치고 가지고 들어온 차입니다. 그래서, 정비가 문제이긴 한데, 요 꼬맹이가 워낙에 잔고장이 없어 귀국후엔 엔진 오일만 갈아주는게 전부였죠.. ^_*
항상 그렇지만 정말 멋지십니다. ^^ 어렸을때 사당동에 살아서 매주 아버지랑 남현동~연주대~과천 운동화신고 뛰어다녔던 관악산을 오랜만에 사진으로 보니 너무 반갑네요. 국민학생때 청보라면 봉지 들고 약수터에서 애들이랑 자주 놀았었는데..ㅋㅋ 스마트에서 카약 나오는 장면은 언제봐도 신기합니다 ㅋㅋㅋ
별 말씀 다하십니다. 오푸로더님이 더 멋지세요...
ㅎㅎ 저랑 스케줄이 바뀌셨네요. 전 토요일 한강 망원지구 론칭하여 첨으로 하류쪽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진에 있는 썩은(?) 모래변 지나 좀 더가면 그나마 랜딩하기 좋은곳 나옵니다. 그곳에서 커피 끓여먹고서... 일요일은 집(일산) 근처 심학산으로 가족들이랑 산행하고 왔습니다... 담엔 같이 투어 한번 하시죠~~
앗~ 정말로 완전히 저와 반대 스케쥴로 움직이였네요.. 예, 다음에는 같이 field에서 함 뵙죠.
카약이 하나 더 있었군요. 부럽습니다 ㅠㅠ / 올해는 저도 카약하나 싸질러야 하는데..
아, 예.. 1인용이라 두개를 준비해 제것, 집사람것으로 운용하는데..실제로는 저만 번갈아 타게 되더군요. Klepper는 Sicut terra로 명명한 제것이고, Fujita는 Lastica로 명명한 또 하나의 제 카약입니당~~ *_^
글이 소설 같습니다. 저도 초딩때 아버지 따라서 관악산 무쟈게 다녔는데...배낭에석유버너 넣고 내려오다가 석유가 등쪽으로 줄줄흘러서(그게 땀인지 알았습니다.) 집에와보니 등이뻘겋게 부었다는 ㅠㅠ
허걱~~ 소설 같다뇨... 어제 피곤해서 막.. 쓴건데... 맘잡고 담에는 더 멋진 후기 남기겠습니당~ 튱셩~ 카페지기님.
ㅋㅋㅋ
지원조님 초딩때 저랑 관악산에서 여러번 마주쳤을지도 모르겠군요...ㅋㅋㅋ
어제 오전 일이 있어서 강변북로로 일산가는데 안개가 자욱한 한강이 신비스럽만 하던데요...ㅋ캬약타고 겨울강을 신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