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8월 8일 금요일, 흐림, 비.
새벽 5시에 기상했다. 숙소의 작은 철문으로 나왔다. 아직 어둡다. 거리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버스정류장에 서보니 버스는 오전 7시부터 운행한다는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어쩐지 버스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택시를 타고 흥정을 해서(15위안) 민항점, 복혜시장을 찾아갔다. 메모지에 써서 목적지를 보여주고, 가격도 적어서 흥정한다.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아직도 어둡다. 공항버스 정류장은 대문도 닫혀있다. 문이 열리기를 옆 상점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기다린다. 빵차가 한 대 선다. 기사가 내리더니 우리에게 온다. 공항 가잔다. 가격은 리무진 버스비와 같다. 두당 20위안이다. 먼저 타고 있는 아주머니와 빵차 안에서 더 사람을 모아본다. 나중에 두 명을 더 모아 5명의 승객을 태우고 공항으로 향했다. 려강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은 현대식 건물로 깨끗하다. 공항 정면에는 중국어, 영어, 그리고 가운데 동파문자로 공항을 표시해 두었다. 사각형에 사람모양 그리고 위로 향한 화살표다. 재미있다. 우리가 예매한 에어차이나 사무실에 가서 여권을 보여주니 비행기 표를 준다. 짐 하나는 칼이 있어서 부쳤다. 계란 두 개와 자두, 토마토를 먹고 이륙 탑승 수속을 끝냈다. 8번 게이트에서 기다린다. 몇 사람이 사발면을 먹는데 맛있어 보인다. 아내와 둘이서 사발면을 하나씩 샀다. 붉은색은 맵다. 초록과 보라를 샀다. 공항에는 뜨거운 물이 준비되어 있어서 사발면 먹기에 편리하다. 문제는 사발면을 먹은 후 남은 국물 처리다. 모두 쓰레기통에 넣는데 주변이 약간 지저분해진다. 중국다운 모습이다. 참 맛있게 먹었다. 되직한 수프가 있어 국물이 진하여 입맛에 맞다. 이곳에 있는 동안은 라면을 좋아할 것 같다. 비가 내려 이륙이 걱정되었지만 오전 8시 50분, 정확하게 출발했다. 이제 운남성을 떠나 사천성의 성도로 간다. 사천성은 중국 서부 내륙지방에 있는 성이다. 사천이라는 말은 창강을 비롯해 큰 강이 4개 흐른다고 붙은 것이다. 황화 문명과는 다른 갈래의 독자적인 청동기 문화인 사천 문명의 중심지였다. 221년 유비가 이곳에 촉나라를 세워 263년까지 계속되었다. 남한 면적의 5배 정도 넓다. 중국 전체 면적의 5% 차지. 여행 자원이 풍부하여 관광객이 많다. 구채구, 황룡, 어메이 산과 락산대불, 청성산과 도강언, 사천 팬더 서식지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기내식은 국내선이라 부실하다. 빵과 물 한 병을 주니 고맙다. 성도 공항에 오전 10시 40분경에 도착했다. 이곳이 우리 여행의 종착지이다. 남은 시간 사천성에서 보내다가 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간다. 한글로 쓸 때 청두공항이라고 쓰면 ‘칭다오(청도)공항’으로 오인할 수 있어 쳉두 또는 성도라고 해야 한다. 공항 화장실에는 반 발짝 앞으로 가면 문명은 크게 진보한다는 글씨가 미소 짓게 한다. 가방을 찾아 공항을 나왔다. 버스를 알아본다. 주변으로 가는 시외버스 터미널이 공항 끝에 있다. 그러나 시내로 가는 시내버스는 보이지 않았다. 리무진 셔틀버스 2번을 타고 시내로 향했다. 시내의 규모는 생각보다 크고 번화하다. 일단 우리는 시내를 통과해서 북 역에서 하차하기로 했다. 지도상에는 북점버스터미널도 옆에 있다. 구채구나 황릉으로 가는 버스가 있지 않을까? 버스는 북 역이 종점이라 모두 내렸다. 우리도 내려 보니 엄청 사람이 많다. 중국은 어디에나 사람이 많다. 성도역 광장에서 버스터미널을 물어보니 역을 등지고 오른쪽에 있단다. 부지런히 찾아간다. 구채구나 황릉 가는 버스는 없다. 물어보니 하나같이 책속에 소개된 대로 신남로 버스터미널에 가야한단다. 친절한 아저씨의 도움으로 신남로 버스 정류장에 간다는 55번 버스를 탔다. 운전사는 아가씨다. 아주 미인이고 건강해 보였다. 차비는 2위안이다. 시내를 왕복하니 대충 중심가가 어딘지 읽혀진다. 고층빌딩도 참 많고, 찻길도 참 넓다. 공사 중인 곳도 곳곳에 보인다. 역을 바라보면 대로가 있고 중요광장과 건물들이 우리나라 세종로 같이 직선으로 이어진다. 신남로 버스터미널에서 내렸다. 구채구행 표를 예매했다. 지도상으로는 황릉이 먼저이지만 황릉으로 곧장 가는 버스는 없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황릉은 대중교통이 거의 없어 찾아 다녀오기가 불편하다. 내일 아침 7시 20분 버스를 예약했다. 구채구행 요금은 147위안이다. 버스터미널은 크지 않았지만 오래되 보인다. 이제 숙소를 찾아야겠다. 한 명의 삐끼 아저씨가 따라 붙는다. 관공서가 인정한 안내원이라는데 잘 모르겠다. 싼 숙소를 안내해 준단다. 시간의 여유가 있어 따라갔다. 저렴한 호텔을 소개받았다. 요금 대비 그런대로 좋다. 하루만 자고 구채구로 가기에 그냥 묶기로 했다. 계속 따라붙으며 뭐라고 얘기하는 아저씨를 겨우 돌려보냈다. wi-fi도 된다. 비밀번호가 1~9번이다. 숙소는 터미널 옆에 있다. 시내에 있어 필요한 것이 주변에 모두 있다. 특히 식당이 많고, 재래시장도 있다. 중국의 패스트푸드 더커스 dicos(德克士)를 들어갔다. 중국 자유여행을 하면서 쉽게 찾아들어갈 수 있는 식당이다. 더커스는 중국 자체 브랜드인데 패스트푸드점답게 맛이 표준화되어 있다 보니 먹기에 편리하다. 짝퉁 맥도날드라는 생각이 든다. 가격도 비슷하고 종류도 치킨에 버거와 밥 등이 있어 입맛에 맞게 주문하면 된다. 말을 모르는 우리는 그림을 보고 주문한다. 닭고기 밥을 주문해서 일단 늦었지만 점심식사를 했다.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뜨거운 열기를 피해 쾌적한 곳에서 식사를 하니 좀 살 것 같다. 식사를 하고 좀 쉬니 발이 근질근질하다. 주변을 살펴보기로 했다. 버스터미널을 끼고 강물이 흐른다. 멀리 보이는 다리를 향해 뚝 길을 걸어간다. 가로수와 인도가 잘 만들어져있다. 다리를 건넌다. 성도의 중심대로다. 호텔, 백화점, 지하철 역 등이 있다. 오른쪽으로 꺾어 숙소 방향으로 걷는다. 금강빈관 역, 지하철은 첫차가 06:50. 막차가 23:20이다. 세계 유명 브랜드가 다 와 있다. 디오르, 버버리, 증권회사, 구찌, 루이뷔통, 연극공연장(예술극장)도 있다. 성도 적십자사도 있다. 기념비석도 있고, 100년 기념비와 오래된 가옥 적십자사도 있다. 적십자를 창설한 뒤낭의 흉상도 있다. 스위스의 사업가이자 박애주의자, 5월 8일 제네바에서 태어나 하이든에서 82 세로 죽다. 1901년 노벨 평화상, 세계적십자사의 기초가 됨. 비석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적십자사가 있는 작은 길에는 애완용 물고기 장사들의 가게가 줄지어있다. 물고기들이 정말 많다. 신기한 것도 있고, 크고 작은 것, 종류도 다양하다. 사람 손가락을 갖고 있는 물고기, 메기에 손, 발이 달렸다. 손가락 발가락이 5개씩 똑같다. 참 신기하다. 촉구향(蜀九香)이라는 식당이 골목에서 나타난다. 엄청 큰 식당이다. 밖에서 사람들이 대기표를 갖고 100여명이 간이 의자에 앉아서 기다린다. 정말 대단한 식당이다. 사천요리의 대표주자격인 훠거다. 일종의 샤브샤브 요리 집이다. 주문한 식재료들을 탕에 넣어 익혀먹는 곳이다. 마무리는 칼국수로 끝낸다. 중국의 10대 Hot Pot 요리다. Hot Pot이 중간에 나누어져 붉은색 홍탕, 하얀색 백탕으로 구분된다. 이런저런 야채와 고기, 어묵 등을 넣어 익혀 먹는다. 마파두부와 훠거 요리가 사천성의 대표란다. 가장 중국다운 음식 마파두부의 고향이 성도다. 자잘한 깍두기 모양으로 썬 두부에 다진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넣고, 매운 양념을 얹어 센 불로 기름에 볶아낸 것이다. 마파두부는 식재료도 평범하고 조리법도 간단하지만 그 기원은 명확하다. 중국 전역 뿐 아니라 동남아는 물론 한국, 일본, 유럽 등에서 널리 퍼진 마파두부다. 즐겁게 먹으면 더 맛있고, 알고 먹으면 더 재미있는 법이다. 마파두부는 곰보(麻) 아주머니가 만든 두부라는 뜻이다. 중국 사천성 ‘성도’에 살던 유씨는 얼굴에 곰보가 있어 마파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녀는 1826년 만복교라는 다리 옆에 ‘진흥성 반포’라는 허름한 식당을 냈다.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지만 불행하게도 남편 진씨가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마파는 혼자서 식당을 운영했다. 이 식당이 있던 만복교는 성도의 노점상이나 짐꾼들이 쉬어가거나 한 끼를 때우는 곳이었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없었던 가난한 일꾼들은 약간의 두부와 고기를 마파에 내밀고 볶아줄 것을 부탁했다. 마파는 매운 양념을 넣어 요리했는데, 그 맛이 어찌나 좋았던지 짐꾼들의 입을 타고 소문이 퍼졌다. 마파는 별 수익을 얻지 못했지만 정성껏 요리해 조리법을 발전시켰고, 십 수 년이 지난 뒤에 성도의 명물이 되었다. 가벼운 한 끼 식사가 짐꾼들을 위로하는 음식으로 명성을 얻었으니 재료는 평범하나 그 존재는 귀한 셈이다. 성도의 호사가들이 안주인의 별명을 즐겨 불러 식당 이름도 진씨네 마파두부란 뜻으로 ‘진마파두부’로 바꿨다. 이곳은 지금도 운영 중이다. 마파두부가 외국까지 퍼진 것은 중국 현대사와 관련 있다. 1937년 일본의 침략으로 중국은 남경에서 중경으로 수도를 옮겼다. 마파두부가 유명했던 성도는 중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주변지역이라 음식문화가 비슷했다. 중경으로 몰려든 외지인들은 사천성의 얼얼한 매운맛으로 객지생활의 시름을 달랬다. 그 가운데 하나가 마파두부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시 같은 시기에 중경에서 모진 세월을 견뎠다. 값도 저렴한 마파두부가 적지 않은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수도를 중경으로 옮겨 온지 8년 후에 일제가 패망하자 이곳에 몰려들었던 외지인들은 고향으로 돌아갔다. 더욱이 전쟁이 끝난 뒤에 나라의 재건을 둘러싸고 생긴 다툼에서 국민당이라는 정당이 패하자 많은 사람들은 대만이나 홍콩, 동남아 등으로 흩어졌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마파두부도 전파됐다. 주재료인 두부는 한나라 고조의 손자인 ‘유안’이 발명한 것이다. 두부는 자극적이지 않고 은근한 맛이 좋다. 어떤 양념도 잘 받아들이고 값도 싼 덕분에 가난한 백성들에게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어 준 훌륭한 음식이다. 마파두부는 얼얼한 맛과 매운 맛이 함께 들어있다. 얼얼한 맛은 우리나라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산초(중국에서 화자오라고 한다)에서, 매운 맛은 고추와 후추에서 나오는 것이다. 얼얼한 맛이 사천 음식의 특색이고, 사천 음식은 중국에서 가장 대중화된 음식이다. 백성들의 한 끼가 되어준 것은 물론 중국 현대사의 흐름을 타고 각 지역으로 널리 알려졌으니, 이쯤 되면 마파두부를 중국의 대표선수로 꼽아줄만하다. 진귀해야만 좋은 음식이 아니라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오늘날 ‘진마파두부’는 여러 개의 분점까지 내면서 150년 넘게 성업 중이고, 중국의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중화노자호’(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있는 가게)의 명예도 얻었다. 마파두부를 한 접시 시켜놓고 이웃나라인 중국의 맛을 음미하거나 성도로 여행가서 원조마파두부를 맛보는 것은 어떨까.- 윤대옥님/다큐제작자. 2014년 11월호. 좋은 생각에서. 구채구에 다녀와서 시간되면 먹어보자. 숙소로 돌아오면서 사발면을 4개 샀다. 맵다는 붉은색도 하나 샀다. 빨강, 초록, 보라, 청색이다. 재래시장에 가서 복숭아와 토마토를 샀다. 재래시장이 가까이에 있어 좋다. 저녁은 사발면과 과일로 해결했다. 그저 먹을 수 있는 것, 먹고 싶은 것을 격이 없이 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내일은 우리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구채구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