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와 임진강 조행 (산문)
지석 김 군학
황금연휴라고 특별한 계획도 없이 그저 휴일이면 강을 그리는 습관이 되어 있는 나
연휴 첫날 5월 1일 금요일 근로자의 날이다.
마음이 먼저 임진강으로 달려가는 오늘이 상쾌하게 기상을 한다.
이른 아침 텃밭 가꾸는 중, 오래전에 가끔 다녔던 두지 나루터 위에 있는 여울이 삽날에 떠지고 뒤집히며 밭고랑이 반듯해진다.
어떤 이의 비밀스런 조행(釣行)으로 임진강 떠오르는 대물 포인트가 조심스레 나를 당기고 있었다.
요즘 들어 물색이 좋아진 그리로 가보자고 아침 밥알이 중얼거리며 넘어간다.
감악산 아래 작은 동네, 순박한 고을을 달리는 차 창 밖 오월의 신록은 코끝을 벌름거리게 하고 휘파람이 달려가니 상쾌함으로 목청을 돋운다.
운치를 바라보는 오른편은 마차산 왼편은 감악산 두 산세로 기분 좋게 구부러진 아스팔트 도로 옆 작은 밭떼기를 지나친다.
어디선가 차 창문을 훔치는 시골 두엄 냄새가 향기로운 신록에 섞여 코끝을 자극하여도 이 또한 봄 냄새가 아니던가, 벌써 봇물 담긴 논배미가 찰랑거린다.
어깨를 움츠리게 하던 꽃샘바람이 바이칼 호수의 시린 수면을 녹일 때, 나는 견지낚시를 가는 것이다.
장남 교를 지나서 경순 왕릉으로 가는 길목 산모퉁이 돌아서, 그립다 하니 그리워 김소월의 “가는 길”을 모방한 詩어가 내 품속에 안길쯤 나는 이미 임진강 어느 강둑에 서 있는 것이다.
굽이치는 여울 저 끄트머리가 내 손가락을 물고 꿈틀거리듯 전류가 온몸을 찌릿찌릿 타고 내린다.
벌써 동호인 다섯이 늦게 온 나의 사랑을 훔치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이렇게 한 잔의 소주가 목젖을 넘어가며 질투의 여신을 재우고 여울 속으로 조심스레 발자국을 남기며 견지낚시를 드리운다.
흘러가는 세월에 대물이 경쟁하듯 퍼덕이고, 어느새 하루해가 임진강 절벽 위로 걸터앉았다.
"다음에 또 봅시다." "또 봅시다."- 긴 그림자 따라서 돌아오는 길이 느긋하니 집안 텃밭의 내일을 설계하였다.
다음 날, 석가 탄일 아침 텃밭에 모종을 내고 비 온다는 일기예보를 무시한 희망으로 앞질러서 고양시 일산 선배님 약속에 발 빠르게 임진강으로 향한다.
어제보다 가까운 두지나루 장남교 여울에 자리를 잡았다.
맑았던 날씨가 흐려지고 여울 구석구석 누치가 2차 산란으로 바쁘게 신방을 꾸린다.
산란시기에는 어느 생물이 먹이를 취할까마는 보름 전 1차 산란을 마친 암 누치와 생기가 도는 작은 적비를 목표로 세월을 꿰려 마음이 흘러간다.
한 수를 낚고 커피를 마시고 있으려니 견지낚시의 매력에 빠진 일산 선배님 한 땀씩 흘려보내더니 연타로 입질을 받고 여유를 보인다.
회갑의 해를 넘긴 선배님의 체력으로도 자연에 도전할 수 있는 아름다운 취미이다.
일기 예보를 무시했더니 단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1시간 우중 견지낚시로 한층 오르가슴을 느끼던 우리는 굵어지는 빗줄기에 도리 없이 철수를 서둘렀다.
회갑을 이년이나 넘긴 선배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 넘쳐나 빗속에 흘러내린다. 형님 다음에 봅시다.
동두천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남양주 와부읍 덕소에 사는 선배한테서 손전화가 온다.
내일은 비가 오지 않는다고 여울에 가자고, 휴일이면 집에 있을 틈이 없는 나는 완전한 프로가 되고 싶을 뿐이다.
객현 여울로 나가자고 약속을 정하고 다음 날 또다시 그리움이 기다리는 여울에 발자국을 찍었다.
정년퇴임을 바라보는 선배가 한참 견지낚시의 매력에 취해 흔들거린다.
자연과 함께하기에 백미 같은 취미-반나절만 즐겨도 만족하다는 중독된 분이시다.
여느 때와 같이 연타로 홈런을 날리고 덕소로 돌아가는 선배 발길이 구름을 밟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내일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모래 어린이날 임진강 여울에서 신입회원에게 견지낚시 환자로 만드는 강의를 하는 날이다.
완전 초보인 그들에게도 조만간 대물이 낚이리라고 독백을 핥는다.
그들 모두는 자신과 가족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물고기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이길 바라는 독백이 현실이기를 알려주는 것이다.
초보 강습을 끝내고 시범으로 낚은 67cm 대물 기념 촬영후 바로 방생
첫댓글 대단하십니다!!언제나 강가에서 사시는 모습!훔쳐보기는 했어도 이렇게 큰 고기를...산문을 읽다보니 저도 그곳에 다녀온듯 너무 실감났습니다!1저두 나중에 한번 써 볼랍니다!!잘 될지는 모르지만...건강한 모습뵈니 반가웠습니다!!
이렇게 서툰 글로 가끔은 습작삼아서 조행기를 쓴답니다. 실감을 느끼셨다니 다행이라고 진심으로 위안을 담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물을 낚으셨군요. 바로 풀어주셨다고요? 지석 김군학님께서 낚시 선생님이셨군요. 덕분에 값진 구경 했습니다.
네 그러다보니 제철인 요즘 휴일이면 무척 바쁩니다. 낚시인도 아니시면서 지루한 글 읽어주시고 댓글 주심에 감사합니다.
늘 새로운 낚시에 관한 소식 감사 합니다 편안한 시간 되십시요 감사합니다
야천 시인님 고운 댓글 감사합니다. 건안성필 기원합니다.
휴일을 알차게 보내셨군요...낚시를 한번도 해 본적이 없어서...즐거운 하루하루 되시고 언제나 좋은글 부탁합니다.
들려주신 댓글 감사합니다. 성필하는 좋은 날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