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승천, 그 무한한 꿈, 오롯한 황홀경이여!
천천히 움직이는 사나래에서는 무지개의 불꽃이 춤을 추며 쏟아져 나오고, 바람 소리와 하프 소리, 파이프 오르간의 힘차고 다정한 소리가 천사들의 환호와 함께 새벽의 고요 속에 울려 퍼집니다. 낮게 또르릉거리는 소리는 점점 더 듣기 좋고 더 힘차게 다가와, 그 울림이 퍼져가는 동심원을 따라 성당의 세 첨탑이 바람에 둘러싸인 듯 불꽃이 펄럭이게 합니다. 초자연적인 기쁨으로 종들이 댕그랑 울립니다.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에 주신 가장 기쁜 그 소리는 매우 기분 좋은 아르페지오처럼 은밀한 기쁨을 줍니다. 천사들은 마지막 잠(죽음)이 드신 성모님이 누워 계신 작은 침대를 화관과 같이 둘러싸고 떠받치면서, 복되신 모후를 모시고 하늘로 올라갑니다. 마치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것같이 겉옷과 베일 한 자락이 펄럭이며, 장미꽃들이 동산 안에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립니다. 당신의 육체에서 영혼을 갈라놓았던 죽음에서 깨어나 이제는 떠오른 햇빛에 둘러싸인 성모님께서는 하늘을 바라보시며 일어서십니다. 성모님의 눈동자는 불꽃처럼 반짝이며 사랑으로 타오르고, 그 미소로 하늘은 더욱 환하게 됩니다. 성모님은 참으로 신비로운 장미꽃이십니다. 환하게 웃으시는 아들 예수님이 하늘에서 댓바람에 내려오셔서 어머니를 가슴에 꼭 껴안으시고 함께 올라가십니다. 그러는 동안 천사들의 힘찬 ‘아멘’ 소리는 점점 더 멀어져 가며 사라집니다. 장미 넝쿨들의 가볍게 살랑거리는 소리조차 조심스럽게 환희를 갈무리하는 이 순간이 어찌나 고요한지, 빛이 내려온 자취로 향기가 휘도는데, 이 세상의 어떤 꽃도 낼 수 없는 향기입니다. 천국의 향기를 타고 그린나래의 아기천사들이 성모 동산 둘레를 날아다니는 것 같습니다.
Extase de la Vierge (성모의 황홀경-승천)
무한한 꿈, 오롯한 황홀경 눈이 부시고, 광막함에 숨이 막히네 무한한 꿈! 아, 나는 알 수 없는 아름다움에 취해버리고 이미 행복한 영혼들의 목소리도 들리네 벗어나지 못한 삶의 인연들에서 아픔을 느끼는 것도 마지막이네 오 신성한 현기증, 고통스러운 환희! 눈이 부시고, 광막함에 숨이 막히네 하늘의 문이 열리네 무한한 꿈, 오롯한 황홀경 하늘은 번뜩이며 타오르네 하늘나라가 보이네 오, 넘치는 빛과 조화와 사랑과 평화와 아름다움이여 참으로 기쁜 내 영혼은 장엄한 하늘나라를 보고 기도하네 (반복) |
‘타이스의 명상곡’과 ‘비가’로 유명한 쥘 마스네의 음악은 지속되는 생동감과 매력적인 선율이 특징입니다. 4장(場)으로 된 오라토리오 ‘성처녀(La Vierge, 1878년 작곡)’는 선율이 무척 아름답고 독창적이며 영적 깊이가 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음악과 극을 융합시키는 능력이 뛰어났던 마스네는 영적 주제나 내면적인 것에 그다지 마음을 쓰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만은 그의 감성보다도 더 깊은 영적 영감이 유난히 빛이 납니다. 서정적이고 친근하며 극적이면서 부드러운 감성, 그리고 단순하지만 섬세하고 호소력 있는 선율들은 1873년에 작곡된 ‘마리아 막달레나’보다 더욱 종교적인 감성과 사랑에 대한 이해가 녹아있습니다. 초연 때 받은 악평 이후로 지금도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참으로 깊은 감동을 주는 이 작품은 한 방울의 향유에 불과한 믿음이 성모님의 승천(蒙召昇天)이라는 지극히 아름다운 삽화와 만나 천국의 향기를 내뿜는 거룩한 시편으로 변했습니다. 불가타(라틴어 역 성서)의 텍스트로 작곡한 오라토리오 <약속의 땅(La Terre promise)>과 <노틀담의 곡예사(Le Jongleur de NotreDame)>, 그리고 <무희 타이스(Thaïs)>와 같은 종교적인 작품들을 보면, 아마도 이 작품들을 통해 마스네는 ‘개인적인 신앙 고백을 한 것이 아니었을까?’ 짐작됩니다. 전곡 감상에 앞서 가장 유명한 트랙12의 성모의 마지막 잠(죽음)의 연주와 트랙15의 성모승천을 몽세라 카바예의 연주 실황으로 미리 듣기를 권합니다. 감상을 돕기 위해 전곡의 제목도 올립니다.
Scene 1 수태고지 [1] Prélude전조-Pastorale 전원적 C'est la nuit(깊은 밤) 4:22 [2] Le sommeil n'a pas quitté notre maison!(기도로 잠들지 못하고? 잠이 우리 집을 떠나지 않았네) 6:02 [3] Choeur 합창. Le messager du Roi des Rois(왕들의 왕이신 분의 사자(가브리엘 대천사 버전) 1:45 [4] Duo. 듀오 Je viens te saluer(당신께 인사하러 오다) 9:09 Scene 2 가나의 혼인 잔치 [5] Choeur. 코러스 Buvons!(마시자!) 8:48 [6] Récitatif 서창부et Danse Galiléenne(갈릴리의 춤), Beaux danseurs de la Galilée(갈릴리의 아름다운 춤꾼들) 3:21 [7] Ensemble. 앙상블 Miracle!(기적!) 6:46 [8] Air. 아리아 O mon fils! on t'acclame(오, 나의 아들! 사람들이 너에게 환호를 보낸다) 6:12 [9] Ensemble Final. 피날레 앙상블 Gloire au Maître des cités!(하늘나라의 주인에게 영광을) 1:35 Scene 3 [10] Good Friday Scène et choeur. Là-bas du coté du prétoire(저기, 집정관의 관사쪽) 12:12 Scene 4 성모승천 [11] Prélude(전주-성모의 마지막 잠) 3:51 [12] L'adieu des Apôtres. Dans nos couerus quelle douleur profonde! (사도들의 작별 인사, 고통이 우리 심장을 깊이 짓누르네) 6:54 [13] Choeur des Anges. 천사들의 코러스 Marie(마리아!) 4:40 [14] 성모승천 L'extase de la Vierge. Rêve infini! Divine extase!(성모의 황홀경. 무한한 꿈, 오롯한 황홀) 7:06 [15] Choeur Final. 피날레 코러스 Magnificat anima mea dominum(latin)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며) 00:26 |
고통이 지나쳐 십자가 위에서 주님이 숨을 거두신 것처럼, 사랑과 그리움이 지나쳐 지상의 성모님은 숨을 거두십니다. 그리움이 터질 듯 가득하여, 성모의 영혼과 육체는 이제 한계입니다. “당신의 입, 그 입술로 날 키스해 주셨으면! 포도주보다 더 맛깔진 당신의 사랑(아가 1.2 최민순)”이라 노래하듯, 사랑이, 그리움이 넘쳐 몸과 마음을 휩쓸고, 동시에 영혼을 하늘을 향해, 하느님을 향해, 아드님을 향해 들어 올립니다. ‘오세요! 나의 어머니, 오세요! 우리의 옥좌를 향해, 삼위일체와의 입맞춤을 위해 올라오세요!’하고 인자이신 주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땅과 마리아를 에워싸고 있는 모든 것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큰 빛 속에 사라지고, 무한한 꿈, 오롯한 황홀경과 함께 하느님과 하나가 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달과 같이 아름답고, 해와 같이 빛나듯(아가 6.9), 우리에 대한 성모님의 사랑은 하얀 촛불 앞에 놓인 진주알 묵주처럼 반짝입니다. 이제와 영원히 우리의 어머니는 사랑의 빛이십니다.
사나래 : 천사의 날개를 뜻하는 우리말
댓바람 : 단번에. 지체하지 않고 곧
그린나래 : 그린 듯이 아름다운 날개
그림- 무리요의 성모승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