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독백] 닐 사이먼 <난 영화배우가 되야해> 중에서 ‘허브’
사실 난 네 엄마를 좋아하지 않았어. 그래, 좋은 여자지. 부지런하고, 돈 없다고 불평 한마디 하는 일 없고. 문제는 네 엄마는 재미가 없다는 거야. 유머 감각이 전혀 없어서 그게 날 피곤하게 했어. 난 파티에 가서 한두잔 마시고 한 시간만 지나면 모두들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게 만들었어. 그러다 네 엄마 쪽을 보면 날 그냥 빤히 쳐다보고만 있는거야. 아무 생각 없는 멍한 표정으로, 화난 것도 아니고, 기분 좋은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이해를 못한거야. 제목 없는 외국영화를 보는 것처럼 말야. 네 엄마는 즐길 줄 모르는 여자였어. 그래, 왜 그렇게 됐는지도 알긴 알아. 경제 공황기에 가난하게 자랐으니, 사는 게 전투였겠지. 일도 엄청나게 해야 되고, 책임은 많고. 나도 같은 환경 속에서 자랐지만, 우리 집엔 웃음이 넘쳤어. 고기를 자주 먹진 못했지만, 즐거웠구. 네 외할아버지는 영화 구경도, 연극 구경도 못 했구, 평생에 춤이라곤 딱 한 번 춰 봤대, 당신 결혼식 때. 그것도 기쁘고 행복해서가 아니고 그렇게 하는 게 관습 이니깐 그랬대. 책을 드려 봤는데, 중간에 당신 맘에 드는 부분이 있으면, 적어 놓으시더라구. 교육열 좋아, 오락은 빵점이란 말야. 하여튼 우리가 결혼한 지 4년째 되던 어느 날 우연히도 맛있는 버섯요리를 먹다가, 더이상은 못하겠다고 결심했어. 그래서 난 안으로 들어가서 가방을 챙긴 뒤 얘기했지. "블랑쉬 나 이 집에서 나가야겠어. 다시는 돌아오지 앟을 거야." 리비, 맹세한다. 네 엄마 웃는 모습을 한 번만이라도 봤다면 난 떠나지 않았을 거야. 날 미쳤다거나 황당하게라도 봤으면 난 가방을 다시 풀어 놓고, 끝까지 수프를 다 먹었을 거야. 하지만 네 엄마는 나를 얼음처럼 차갑게 빤히 쳐다봤어. 그리고는 "당신 생각이 그러데, 누가 말리겠어요?" 그래서 난 모자를 스고,주머니에 있는 돈을 다 꺼내놓고, 계단을 내려와서는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지. 그게 전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