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간 산악회의 든든한 발이 되어주신 운행이사님과 이별을 하고 젊은 기사님이 첫선을 뵈는 날 날씨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전 운행이사님이 날씨 요정이 분명했다는 확신이 들 무렵 산행지에 도착하자 마자 비는 눈으로 바뀌는 귀염을 토했다. 날씨 운은 대를 이을 모양이다.
비가 눈으로 바뀌었지만 기세는 대단해 몸을 가눌수가 없었다.
눈보라에 등떠 밀린 일행들은 서둘러 산행을 시작했다.
얼마 안가 여기저기 돌고래 소리들이 들려왔다.
수십 년 된 사슴 뿔처럼 탐스런 눈꽃, 상고대의 향연이 펼쳐졌다.
순식간에 설국에 들어선 우리들은 몇걸음 떼지도 못하고 사진을 찍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며칠 전 지리산의 환상적인 운무에 정신이 홀라당 나가 제정신 돌아온지 얼마 안됐는데 아~~좋으다!
고도가 높아지자 눈꽃놀이도 지치고 돌고래도 바다로 돌아가고 연신 내리꽂는 눈 싸다구에 눈물이 찔끔 맺힐때 대피소에 도착했다. 그야말로 대피소는 발디딜 틈도 없이 인파로 꽉꽉 찼다.
지리산하 산행대장님이 찾아낸 밥 먹을 장소는 대피소 밑이다. 다리 밑이 아니고.
그래도 바람도 막아 주는 아늑한 경사지다. 한가지 흠이 있다면 두다리에 힘빠지고 방심하면 거의 벼랑 같은 급경사지로 굴러 산행 들머리에서 화장실 못 간 한을 단번에 풀어 줄 만큼 저 멀리 방금 귀신이 볼일 보고 나간 듯이 으스스하고 허름한 휴게 화장실로 바로 배달 될 수 있는 스릴 넘치는 곳에서 점심을 순식간에 해결했다.
판을 걷고 일어서려는데 길 잃은 고라니 몰골을 하고 정아가 합류했다.
민주지산 정상에 도착하자 구국의 정신으로 맨손 투혼으로 셔터를 눌러준 고마운 산행대장님 덕에 *나 왔다 간다* 흔적이나마 남길 수 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석기봉 갈림길에서 우리 일행은 곰탕 날씨때문에 조망산행이 어렵다고 의견 일치를 보고 호기롭게 나섰던a코스를 시원하게 c코스로 바꿨다.
짧아진 코스에 이른 하산이 아쉬웠는데 우리에게는 작은 오빠가 협찬한 *슈퍼21* 비장의 무기! 비료 포대가 무려 2장이나 있었다.
적당한 경사에 비료 포대를 엉덩이에 깔고 등산화를 신은 두발로 야무지게 악셀을 밟고 출~~바~~알! 눈속에 다소곳히 숨어 있는 작은 돌은 데코보코가 되어 엉덩이 뼈를 자극하고 속도가 붙어 순식간에 빌빌거리고 내려갈 하산 길을 단축시켰다.
중이 고기맛을 알면 거시기하듯 초록님은 연신 비료포대에 소중한 엉덩이를 맡기고 저 멀리 날아간다.
정아는 또 어떤가. 연신 속이 안 좋다며 날도 궂은데
야외에서 전 몇 장 부치나 했는데 비료포대 썰매에 한껏 신나 바다로 간 돌고래를 다시 소환했다.
지루할뻔한 하산 길은 신나는 길이 되어 순식간에 내려왔다.
4시 하산인데 2시 30분에 하산완료 했다.
첫댓글 실감나는 산행후기 감사합니다
a조는 비료포대 없이 엉덩이 썰매탔네요
즐겁고 좋은 추억 간직할 민주지산 산행이었습니다
지루한 수다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 할 따름입니다 .
ㅋㅋ실감나는 산행기 덕분에 어제의 산행길로 다시 들어가 민주지산을 걸었구만
2년간 타던 나의 썰매를 떠나보내고
달달 볶아서 받아온 새썰매가 빵꾸가 났네
누가 나의것에 구멍을 냈는고?ㅎ 텐션좋은 우리가 뭉쳤으니
어찌 즐겁지 아니하겄는가
ㅎㅎㅎ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넘나 재미난 산행기네요🤣😆
길잃은 고라니 몰골의 정아언니에
빵 터졌네요ㅋㅋ
비료푸대 하나 빌려주지 아숩네요^^
그러게요. 나도 아숩네요^^
다음번에 꼬~~옥 함께 해요!
넘재미있고 실감나는글 ~~
넘즐거웠겠어요
감사합니다 ^^ 희토에서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무척 흥미 진진하여 또 가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산행 중 "연신 내리꽂는 눈 싸다구"를 맞으며 선글라스에 와이퍼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와! 역시 바다님, *선글라스에 와이퍼 * 대박나겠는데요. 과감한 투자 결심했습니다 ^^
우리 시무지기님 산행기 대단하네요. 제가 조연 출연이라도 해서 삼도봉까지 찍고 가게 할 걸~~하는 후회스러움~~^^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주사랑님, 요번주에는 볼 수 있나요♡
글꼴 마디마디에 산행의 그림자가 깊게 각인되어있네요.
다시금 새록새록,,,,
골골 처처의 발자욱을 그려봅니다.
정말 멋진 산행기입니다.
최고에 한표....
지리산하님 옥수수 막걸리 최고다에 한표^^
또 한바탕 윳고 갑니다~~**
다음산행 후기도 기대해 봅니다~~**
고마워 ^^
어^머^머~~~~끔찍해라^^
끔찍하고도 짜릿한 하산길이었죠.
그래도 순한 날 다시 가고 싶은
민주지산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