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없다. 병은 없다. (2)
유독 ‘암’이라고 진단을 받으면 그 순간부터 환자는 물론 가족들은 거의 공황 상태에 빠지거나
절망감에 휩싸인다. 반면 고혈압이나 당뇨병이라고 새로 진단 받을 경우 없는 것보다야 걱정은
되지만 대게 그냥 담담히 받아들인다.
왜 이렇게 현격히 다른 태도를 보일까? 아마도 암의 경우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곧 죽는 병이라고
여기기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일 듯하다. 주류 의사들이 앞장서서 암은 별다른 치료법이 없어 곧
죽을 수밖에 없는 병이라고 끊임없이 외치고 그래서 삶의 질 여부는 일단 제쳐놓고 어떻게 해서
라도 수명을 조금 연장시킬 것인가 궁리해야 하는 병이며 따라서 조기 검진과 조기 수술밖에 없
다고 이미 단정을 한다.
이런 의사들의 말이 진리처럼 퍼져있는 사회에서 대다수는 암이라는 말 앞에 벌벌 떤다.
드라마 연속극에 암 선고 앞에 울고불고 난리 치는 단골 질병으로 등장시켜 끊임없이 암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한다.
둘째는 암 투병의 고통스러움이다. TV에 비추어진 암 환자의 모습은 머리가 다 빠져 모자를 쓴
모습이나 기력이 없어서 삐쩍 말라 누워 있는 사람을 비추어주면서 끔찍한 병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런 암에 대한 과장된 묘사에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고 공감하고 연민을 느끼고 자기 가정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빈다.
정말 암 환자의 경과와 최후는 꼭 저래야 하는가 의심하지 않는다. 평생 암 발병률이 세 명 중 한
명꼴이니 모든 가정에 한 명씩은 암 환자라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거의 모든 가정과 사회 전체
가 암 등 거대한 죽음의 그림자에 휩싸여 두려워하고 암 보험 등 노후 준비에 불안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분위기에 놓여있다.
그런데 왜 유독 암이라는 병만 특별한 방법이 없어 일찍 죽는 병이라고 유별나게 받아들일까?
그렇지 않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역시 크게 다를 바 없다. 혈압이나 혈당을 약으로 일시 떨어 뜨려
도 약을 끊으면 다시 올라간다. 아니 시간이 흐를수록 예전보다 훨씬 높게 올라간다.
그래서 죽을 때까지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으로 분류해놓고 국가가 나서서 관리한다.
또한 지나치게 가볍게 보고 무시하면 암 보다 더 큰 코 다친다. 몹시 추운 날 내 주장이 같잖아
보여 열 받은 고혈압 환자가 화를 달래려 담배를 피우다 또 다른 일로 열 받아 성질을 확 낼
경우 뇌졸중으로 쓰러져 반신불수나 죽을 수도 있다.
당뇨병 환자가 ‘당뇨병은 병도 아니며, 치유에 이르는 데 이 주 꺼리도 아니다’며 자신이 앓고
있는 병을 너무 가볍게 취급하는 내 말에 속상해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뼈다귀해장국에 소주 한
잔 걸치고 입가심으로 핫 초코도 먹고 잠이 들거나, 독한 마음을 품고 다음 날 아침부터 혈당 강하
제 약은 그대로 복용한 채 밥은 조금 먹고 산을 죽어라 올라가 기진한 상태에서 쉰다고 누워있으
면 다시 못 일어날 수 있다.
다시 말해 고혈압이나 당뇨병이라고 죽는 병이 아닌 것이 아니고 암 보다 더 오래 산다고 말할 수
도 없다. 사람이 죽는 건 병이 걸려서 죽는 게 아니다. 병이 걸렸음에도 병이 걸렸던 예전 생활과
태도에 별 다른 변화를 주지 않거나 잘못된 대처를 한다면 어떤 질병이든 누구든 일찍 죽는다.
감기도 예외 없다. 감기에 걸린 뒤 여전히 과로와 몸에 좋지 않는 기름진 외식으로 대충 때우고
밤늦도록 일 하고 돌아다니면 낫기는커녕 폐렴으로 넘어간다. 그러고도 똑같이 지내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안 받든 상관없이 패혈증으로 고생하다 일주일도 안 돼 쓰러져 이 세상을 뜬다.
4년 전 대장암 수술로 새 생명(?)을 얻었지만 다시 췌장에 재발한 췌장암 환우는 마음을 다 잡고
민간요법이나 한방 약초 등은 절대 안 된다는 주치의를 믿고 감기 기운이 있으면 응급실로 가는
게 최선이라며 투병 생활을 열심히 했다. 3번의 내시경 검사 상에도 별다른 확진이 안 되어 정확
한 진단을 위해 조직 검사를 위한 두 번의 복강경 수술 했고 건강보험 적용도 안 되는 2100만원
이나 하는 토모테라피 방사선 치료를 아까워하지 않고 받았고, 암에게 영양분을 뺏기므로 잘
먹으면 희망이 있다고 믿고 살려고 억지로 먹었다.
항암치료를 했지만 잠시 뒤 간 쪽에 전이, 다시 항암치료를 받고 난 뒤 병원에서 지낸 한 달은
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로 고통으로 너무 심한 악몽의 시간이었다며 주님 곁에 빨리 데려가 달라
는 하소연의 투병일기를 올렸다. 이런 투병 일기를 보면서 사람들은 정말 암은 무서운 병이구나
하고 더욱 뇌에 각인시킨다. 이렇게 암을 이해하는 보통 암 환자로서 아직은 비록 작은 통증과
괴로움일지라도 ‘병은 없다’라고 마음먹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원래 암은 죽고 싶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일으키는 병인가?
아니다. 여러 차례의 수술, 항암제 그리고 방사선 치료 등 암을 매우 심하게 건드렸기 때문이다.
작은 종기라도 섣불리 마구 건드리면 성이 나고 더 커져 통증은 심해지고 심지어 고열이 나는 등
몹시 고생한다.
존스 홉킨스 암 전문 병원에서도 ‘항암주사 요법은 급속히 성장하는 암 세포를 독살한다.
그러나 골수, 위장 내관 등에서 급속히 성장하는 건강한 세포 역시 파괴한다.
뿐만 아니라 간, 콩팥, 심장, 폐 등과 같은 기관까지도 손상을 야기한다.
또한 방사선치료 요법은 암 세포를 파괴하는 동안 건강한 세포, 조직, 기관 역시 태우고,
흉터를 내고, 손상을 입힌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치료의 후폭풍으로 파괴된 조직이 늘어나 우리 몸은 산성 상태로 변하고 면역력은 엉망이
된다. 또한 종기가 덧나지 않으려면 과로하지 않고 기름진 음식 등 조심스럽게 다스려야하는데,
하물며 암에게 영양분을 빼앗긴다며 또 이런 치료를 잘 받기 위해 일반적 통념대로 잘 먹으려
혈안이 되어있고 또 감기라도 아프면 무조건 병원에 가서 보통 사람도 잘 먹지 않는 해열진통제
마저 마구 복용했으니 이 모두 암이 좋아하는 환경들 아닌가?
이런 지독한 독 속에서도 잘 견디는 우리 몸이 오히려 대단하다. ‘황제’ 병이라고 칭하는 암을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들쑤셔났으니 당연히 고통스러울밖에.
암에 대해 이렇게 믿고 그 믿음대로 치료에 목숨 거는 암 환자에게 ‘암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자!’라는 말은 소귀에 경 읽기보다도 와 닿지 않을 것이다. 소는 그래도 그냥 듣기라도 하지만, 이런 암 환자는 짜증이나 화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담낭암 말기인 내 어머님 역시 내 지시와 권유를 귀찮아했고 심지어 가끔 타박까지 하셨다. 내가
처방한 과일채식스프를 돌 씹는 듯 했고 몰래 버리기 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전해 듣고서는 더 이상 할 말할 잃어버렸다. 그래서 증상은 점점 심해졌지만, 다행히 내 어머님은 복강경 수술
한 번만 하고 곧바로 퇴원하여 죽염효소 단식을 시작했고 끝나고 나서도 일체 육식이나 인스턴트
식품을 거의 자제하시고 최대한 현미채식을 소식 해왔다. 그렇기에 배를 열어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말기 담낭 암치고는 최근에 복용하기 시작한 약간의 마약성 통증 약으로도 4개월 째 그럭
저럭 지내고 있다.
암도 다른 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처에 따라 고통의 정도와 치유는 달라진다. 의사의 말대로
고통에 시달리다 3개월도 못 살 것인지 아니면 나아서 예전처럼 걸어 다니고 생활할 지 여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세상에 유포된 고통스럽고 죽을병이라는 그런 무시무시한 암은 없다. 오염된 4급수 물에 거머리
가 살듯이 이제까지 살아온 삶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가 암이다.
이 지표를 타산지석으로 삼고 삶을 되짚을지 아니면 저주의 전주곡으로 받아들여 암과 사투를
벌일 지 여부는 당신에게 달려있다. "내 백성이 지식이 없으므로 망하는 도다(호 4:6)"라는 성경
구절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첫댓글 감사합니다.18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