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에 있어 가장 조심스러운 절차, 예단(禮緞). 덜 해도 많이 해도 부족한 과정이라면 보내는 뜻과 예절만은 모자람 없이 꽉꽉 채우자. 전통의 예와 정성은 그대로 담고 실속과 합리성을 더한 성공 예단 가이드를 제시한다.
예와 정성을 전하는 신부의 첫인사, 예단
혼례를 치르며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 중 하나인 예단(禮緞) . 신부가 신랑측 부모에게 처음으로 드리는 인사를 뜻하는 이 절차는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본디 예단이란 전통의 혼례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신부가 시부모에게 드리는 비단을 의미했다.
과거에는 비단이 가장 귀했기 때문에 시집가는 집안에 이를 예물로 드리며 예를 표했던 것이다. 먼저 신랑측에서 신부측에 비단 천을 보내면 신부는 그것으로 손수 바느질하여 시부모의 옷을 지어 신랑측에 다시 보낸다. 옛날 조상들은 옷을 직접 지어 입었기 때문에 이로써 며느릿감의 바느질 솜씨를 가늠해 보는 일종의 ‘관문’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나면 신랑측에서 수공비라고 하여 신부 측에 얼마간 돈을 보냈다.
그러나 오늘날 예단이라고 하면 신부가 그 집안에 며느리로 들어가면서 시댁식구들에게 드리는 첫인사를 통틀어 말하며, ‘얼마를 보냈더니 얼마가 돌아왔다더라’하는 ‘돌려받은 예단비’의 개념은 신부에게 수고비조로 주던 바느질삯을 의미한다. 근래에는 시대가 변하면서 시댁 식구들과 그 가까운 친척에게 보내는 선물로, 또는 신부의 경제 상태를 입증하는 바로미터로 변화, 퇴색되었지만 그런 만큼 실속을 챙기려는 경향으로 과거의 거품도 많이 걷힌 추세다. 그러나 아무리 흐름과 풍토가 바뀌었다고 해도 예단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는 사람이 90% 이상이니 어찌됐건 신부들이 가장 신경쓰며 부담을 갖는, 민감 한 절차임에는 틀림없다. 덜 해도, 많이 해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예단이라면 보내는 정성과 예절만은 부족함 없이 꽉꽉 채우도록 하자. 오늘날 예단에는 이렇다 할 정해진 품목이 없어 시어머니와 상의 하에 일반적인 경향과 시댁의 가풍, 신부 측의 형편에 맞춰 조율해 나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여기서는 양가의 환경과 의견이 대립할 수 있으므로 중간자인 신랑신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근래의 예단 풍토는 크게 현물, 현금, 현물과 현금을 같이하는 경우로 구분된다. 먼저 예식 날짜가 정해지면 양가 합의 하에 예단을 현물로 할 것인지 현금으로 할 것인지, 둘을 함께 한다면 그 비율은 어떻게 할지와 보내는 날짜 등을 결정한다. 요즘이야 실용성과 합리적인 이유로 현금 예단을 보내는 경우가 늘었지만 많은 사람이 받는 쪽에서나 주는 쪽에서나 실속 있으면서 정성도 함께 표할 수 있는 현물과 현금 예단을 함께 보내는 쪽을 선호하고 있다. 현명한 신부를 위한 예단 준비 어드바이스 정성과 의미를 담은 현물 예단 현물 예단은 준비와 결과에서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가 많고, 정성과들인 시간에 비해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받는 사람의 기호에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보료와 반상기, 은수저 등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며 개인에 따라 금단추, 보석, 모피코트, 명품 핸드백 등을 추가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격식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꼭 필요한 품목인 시어머니 한복, 시아버지와 신랑정장, 침구 세트 정도만 실속 있게 구성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또한 이불을 하더라도요와 이불 한 벌, 방석 두 개, 베개 두 개로 간소화되었다.
이처럼 점차 기호에 맞게 다양해지는 추세이나 실용성을 중시해 불필요한 것은 생략하고 무조건 고가의 물건보다는 시부모 취향이나 평소 즐겨 쓰는 물건으로 구입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겠다. 시부모를 제외한 가족과 친지 예단도 고려해야 한다. 시조부모를 모시고 있는 경우와 특히 신랑이 장남인지 차남인지 등의 위치, 시댁의 가풍과 환경을 따져 그에 알맞게 준비해야 예절에 어긋나지 않고 후에 발생할 수 있는 구설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직계 가족에게는 의류 한 벌 값을 기준으로 양복감, 구두와 양복 상품권 등을 선물하거나 여자에게는 화장품 세트, 액세서리 등을 보낸다. 이 밖에 가까운 친척에게는 차렵이불이나 누비이불, 무릎 덮개, 구두 상품권 등을 준비하는 것이 보편적인 예단 품목이다. 품목이 모두 준비되면 물건은 따로따로 보내지 말고 내용물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포장한 후 보자기에 싸거나 맞춤한 가방에 넣어 간다. 이때 깨끗한 백지나 한지에 품목을 적어 겉봉에 예단이라고 쓴 봉투에 넣어 함께 전한다. 실속 있고 합리적인 현금 예단 현금 예단의 가장 큰 장점은 실속 있고 합리적이며, 현물 예단으로 야기되는 준비과정의 체력 소모와 기타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특히 시댁이 대가족이어서 일일이 품목을 챙기기가 어렵거나 이미 결혼한 형제들이 많아 대부분 갖춰져 있는 경우 좋은 방법이다. 액수는 신부 측의 형편과 가족구성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 혼수 전체 비용의 10~15%를 넘지 않도록 한다. 예단을 현금으로 보낸다고 해서 그저 현금 예단보만 보내기보다 시부모의 반상기 세트와 반상기에 곁들일 은수저 세트 정도는 기본적으로 함께 마련하는 것이 성의 있어 보인다. 특히 신랑이 장남일 경우 전통의 예를 함께 지킴으로써 후한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이 경우에는 전통 혼례에서 신부가 시부모의 비단 옷을 지어 보내면 시댁에서 수공비를 보냈던 것과 같이, 신랑집에서 얼마간의 금액을 제하고 신부집에 돌려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반드시 정해진 절차가 아닐뿐더러 집안의 풍속이나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미리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현금 예단 역시 현물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예를 갖춰야 한다. 예단으로 드리는 돈은 반드시 깨끗한 현찰로, 가능하면 신권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현금은 그냥 봉투에 넣기보다 한지로 한번 싼 뒤 예단보에 넣어 혼례의 예를 갖추도록 한다. 그리고 깨끗한 백지나 한지 재질의 속지에 예단의 품목과 금액, 일시를 적고 아무개 배상이라고 쓴 뒤 세 번 접어 현금과 함께 봉투에 넣는다. 봉투 앞면에는 예단이라고 쓰고 봉투 입구에는 근봉이라고 적는다. 예단보는 시중 한복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청색과 홍색 두 가지를 준비하되 신부가 신랑 집에 전할 때는 청색이 겉으로 보이게 싸고, 신랑이 신부 집에 전할때는 홍색이 겉으로 보이게 싸는 것이 예의이다. 예단의 범위와 형태 전통 혼례에서 예단의 범위는 신랑의 직계 사촌에서 팔촌까지이며 이는 결혼식 때 폐백을 받는 친척들의 범위와도 일치한다. 그러나 요즈음은 친척의 개념과 범위가 많이 달라져 촌수나 친가, 외가를 구분하지 말고 시댁에서 가깝게 지내는 친지들의 가까움 정도에 따라 예단을 준비하면 된다. 물론 이 역시 사전에 시어머니와 충분한 상의를 거쳐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단 보내는 시기 정해진 시기는 없지만 보통 손 없는 날로 양가 합의 하에 결혼식을 올리기 한 달 전쯤으로 행해진다. 이는 먼저 신부 측에서 날짜를 정하고 시댁의 의견을 묻는데 결과적으로는 시댁에서 원하는 시기에 맞춰진다. 결혼을 결정하고 나면 곧바로 예단 문제를 의논하는 것이 여유를 두고 준비할 수 있어 좋다. 특히 현금 예단을 준비하는 경우 40~60일 전에 보내야 촉박하지 않다.
예단 포장 순서 1. 고급 매듭 주머니에 찹쌀과 팥을 넣고 한지로 정성껏 포장한다. 2. 매화수가 놓인 감잎 주머니에 주발을 넣는다. 3. 부부의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한지와 지끈을 이용해 상자를 포장한다. 4. 준비된 보자기를 마름모 형태로 펼쳐 예단함을 가운데 놓는다. 5. 상하좌우 네 귀를 예단함 가운데에서 야무지게 마주 잡는다. 6. 지끈으로 아래쪽을 동여맨다. 7. 네 귀를 잎 모양으로 정리해 마무리한다. 8. 기호에 따라 노리개 등으로 장식한다. 도움말 김숙진 우리옷(02 548 2588), 젠클래식(02 543 6636) 포토그래퍼 김태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