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의 한 대형마트 우유 매장을 쇼핑객이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10월부터 우유 가격이 오른다. 지난 27일 낙농진흥회가 원유(原乳) 기본가격을 ℓ당 88원 올리기로 결정하면서다. 원유가격연동제가 도입된 2013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인상 폭이다. ‘흰우유 3000원 시대’ 임박에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다.
29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음용유용 원유’ 가격은 ℓ당 88원,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ℓ당 87원 올리기로 했다.
이로써 오는 10월부터 흰우유 등 신선 유제품 원료인 음용유용 원유 가격은 ℓ당 1084원, 치즈 등 가공 유제품 원료인 ‘가공유용 원유’는 ℓ당 887원이 된다.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수입제품과 경쟁력을 위해 최소한의 수준에서 가격을 올렸다.
이번 인상 폭은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 도입 이후 두 번째로 큰 폭으로 인상된다. 원유가격연동제는 통계청 우유 생산비 지표와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원유가격을 정하는 제도다. 최근 2년간 고물가 시기가 이어지면서 올해 원유가격이 큰 폭으로 인상될 것으로 예고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원유 가격 인상은 단순히 우윳값이 오르는 걸로 그치지 않는다. 우유가격 인상이 다른 가공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밀크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우유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제과·제빵·빙과·카페업계가 모두 원유 가격에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에도 원유 가격 상승 이후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 빵·과자류 가격 인상, 커피전문점 라떼류 가격 인상 등으로 이어졌다. 어느 때보다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 추가 가격 인상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원유 가격 인상 폭이 가장 컸던 2013년(ℓ당 106원)엔 유업계가 제품 가격은 10% 안팎 인상했었다. 정부는 이와 비슷한 수준의 소비자가격 인상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흰우유는 소비가 감소하면서 가격을 올려도 마진이 거의 남지 않거나 적자인 경우도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유업계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원윳값이 ℓ당 49원 오른 지난해에도 유업체들은 흰 우유 제품가를 10% 정도 올렸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의 흰 우유 1ℓ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 2800원대로 올랐고, 매일유업의 900㎖ 흰 우유 가격은 2610원에서 2860원으로 인상됐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소비자가격이 오른다면 흰 우유 1ℓ 가격이 3000원에 육박하거나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물가 부담을 우려해 당초 다음 달 1일부터 인상된 가격을 적용하려던 것을 10월로 미루며 유업계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8일 유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과도한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센터에서 유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원유 가격 인상이 과도한 흰우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고 했다.
박 실장은 유업계에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지원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업계는 각 업체가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음용유 물량을 축소할 수 있도록 해줄 것과 가공유를 지금과 같이 ℓ당 600원에 구매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학교 우유 급식 공급 단가 현실화도 나왔다. 현재 200㎖ 흰우유는 대형마트에서 900원, 편의점에서 1100원가량에 판매되지만 학교 급식에서는 480원이 적용된다.
문수정 기자(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