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후 회복은 어떻게 해야할까.

[이승환]

오늘 토요일 10000m를 96초 페이스로 달리려고 했지만 출발하면서 아직 안 되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10000m 달리는 것은 빨리 포기하고 94초 페이스로 딱 5000m만 달리고 마무리했습니다. 2주 정도 쉬면서 충분히 회복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10000m 40분은 그래도 가볍게 뛸 수 있을 거라는 게 오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5000m 뛰는데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10000m 37분은 어떻게 뛴 거지..? 

그리고 선우 형님이랑 잠시 앉아서 회복에 대해서 이야기 했는데요. 선우형님 말씀은 대회를 어떻게 마무리했느냐에 따라서 회복 기간이 크게 차이 난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정말 완전히 영혼까지 끌어모은 대회였다면 몇 개월, 기분 좋고 시원하게 마무리했다면 1주일은 너무 짧고 2주는 필요하다는 말씀. 그리고 대회 후 회복을 위한 가벼운 조깅과 영양 공급이 회복 기간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리고 메인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밀고 온 기간도 생각해야 한다는 말씀. 

돌아오면서 가만히 생각해봤습니다. 23년 7월부터.. JTBC를 거쳐 동계 훈련을 지나 24년 서울 마라톤까지 약 9개월. 레이스의 강도는 매우 쉬움, 약간 쉬움, 쉬움, 중간, 약간 어려움, 어려움, 매우 어려움 중 중간 또는 약간 어려움정도. 대회 후 회복 조깅 빠뜨리지 않고 짧게 짧게 반복. 영양은.. 와이프가 잘 챙겨주었기 때문에 좋았습니다.

그렇게 2주 정도면 대회 직전의 최상의 기록 근처는 아니더라도 그 근방 어디는 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택도 없더라구요.ㅎㅎ 뭐가 문제일까. 으이? 달리기 7년 차 8년 차인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고 있는데...? 달리기 교실 회원들 중 많은 문들이 궁금해하고 필요한 이야기일 것 같아서. 정리합니다.

대회 후 회복.

42km를 달리기 위해 꾸준한 훈련, 적절한 휴식을 포함하는 "훈련 계획"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하는 많은 분들이 대회 후 회복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계실 것 같습니다. 인터넷, 책, 개인 코칭 등 많은 훈련 계획은 12주, 16주 대회를 앞두고 준비 과정에 대해서는 자세히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대회 후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상세히 말하지 않더라구요.

42km를 달리고 나면 우리 몸에 있는 근육에는 수없이 많은 상처가 생깁니다. 다리 근육은 당연하고 심지어 상체, 팔, 목 어깨까지요. 근육뿐만 아닌 결합 조직이라는 인대, 건 까지도 상처가 생깁니다. 만약 상처 통증의 원인이라고 한다면 전신에 통증에 휩싸이게 되는 거죠.

알아본 바에 의하면 최소 일주일 동안 혈액 내 노폐물이 증가하고 개인차가 있겠지만 길게는 4주까지도 증가해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생리적, 화학적 변화와 충격에 인체가 회복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런데 중요한 점은 앞서 이야기한 노폐물 제거, 근육, 건, 인대 손상을 회복하는데 대회 전 정상적인 컨디션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만약 이런 부분들이 해소되지 않고 고강도 훈련을 이어간다면 너무 큰 리스크를 지고 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선에서 몇 가지 주제로 떠들어보겠습니다.

영양.
사실 제일 간단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입니다. 잘 알고 계실테구요. 물, 탄수화물,  단백질 공급이 핵심이겠죠. 제가 한 가장 큰 실수 중 하나가 이 부분입니다. 힘들게 다이어트하고 대회까지 뛰고 나니 체중이 64kg이 되었더라구요. 체중을 늘리는 게 너무 아깝더라구요. 그래서 65kg을 넘기지 않고 유지하며 서서히 회복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알아본 바. 선우형님 말씀도 2-3kg 정도의 체중증가가 생기도록 음식을 섭취하라고 합니다. 제가 읽은 자료에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종류까지 나열하지는 않았습니다. 탄수화물은 정제 탄수화물을 제외한, 단백질은 기름에 튀기지 않은, 지방은 생선을 통해서라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달리기 휴식.
저희가 회복 조깅이라는 것을 하는데요. 저도 했구요. 일각에서는 대회 후 1주일은 완전히 쉬어버려라. 회복 조깅을 해야 한다 등 의견이 갈립니다. 그런데 저희 달리기 중독자 같은 경우는 절대 일주일간 쉬지 못하죠.ㅎㅎ 그래서 가볍게라도 운동을 해야 된다는 의견을 가지고 왔습니다. 달리기보다는 수영이나 실내 사이클처럼 근육의 부하를 감소시켜 움직일 수 있는 운동을 추천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지난주 이번주 실내 사이클을 한 30-50분 정도 굴렸습니다.

마사지 금지.
사실 마사지도 형태에 따라서 천차만별인데요. 일반적으로 가볍게 흔들흔들 지나가는 마사지는 추천합니다. 하지만 스포츠 마사지라던가.. 뭉친 근육을 풀겠다고 강하게 압박한다거나.. 오랫동안 누르고 있다거나.. 이런 마사지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근육에 더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제가 찾아본 자료에서도 근육에 강한 자극이다 상처를 더하는 마사지는 하지 마라고 이야기합니다. 추천하는 마사지는 가벼운, 부드러운 정도의 마사지입니다.

달리기 마일리지는 서서히 증가.
일주일 정도 쉬었다가 달리기를 할 때 서서히 마일리지를 증가시킵니다. 처음에는 5km만 주 2-3회, 그다음 주에는 8km 주 2-3회 그리고 차츰차츰 컨디션이 허락하는 내에서 서서히 증가시켜 나갑니다. 제가 이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지 이게 정답은 아닙니다. 핵심은 "서서히"입니다.

무리한, 새로운 시도 금지.
대회 직후 데미지가 한가득인 내 몸에 새로운 또는 무리한 자극을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하지 않던 필라테스를 갑자기 시작하거나, 안 하던 웨이트를 시작하거나, 안하던 어떤 것을 새로 시작하면서 데미지를 추가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기준.
함께 서울 마라톤에 참가한 분들은 벌써 인터벌 하고 지속주 하고.. 너무 부러워요. 저도 같이 훈련하고 빨리 달리고 싶은데.. 제 몸은 그게 안되더라구요. 증명되고 검증된 어떤... 회복 기준에 꼭 나를 맞추려고 할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들을 따라서 무작정 제 회복 스케줄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지금 어떤가"를 생각하고 느껴봐야 합니다.

수면.
이야기하지 않아도 잘 아시겠죠. 몸은 자면서 많은 부분 회복하고 발전합니다. 호르몬의 균형, 근육, 인대, 건 회복을 촉진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수면입니다. 사실 잠 안 자고 드라마 보고 싶어도 어느새 기절해서 자고 있더라구요.ㅋㅋ 

마지막으로 제가 항상 겪는 증상..

post race blue라는 증상인데요. 경기 후 우울증입니다.제가 이 증상을 느낀 것은 물리치료사로 교육 활동을 할 때 처음 느꼈습니다. 필라테스, 요가, 트레이너, 치료사 선생님들에게 교육을 하려면 적어도 3-4개월의 준비 기간이 필요합니다. 그간 잠도 잘 못 자고 자료 찾고 공부하고 열심히 준비해서 교육이 끝나면. 강한 우울감이 밀려오더라구요. 그 때문에 약 한 달 정도는 정말 말 한마디도 안 하고 잠도 잘 안 오고 혼자 은둔 생활을 하는 것 같다고 제 와이프님께서.. 이야기하더라구요. 

그때처럼은 아니지만 지금도 오랜 기간 준비한 대회가 끝나면 비슷한 느낌을 와이프가 받는 것 같더라구요. 분명 이 비슷한 느낌 받으시는 분들 계실거예요. 그럴 때. 다음 대회 잡으시면 됩니다.ㅋㅋㅋ 다음 대회 잡고 다시 훈련 계획 잡으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깨어나실 거에요.

[주성남]

간단하게 말하자면
쓴만큼 휴식을 취하면 되고
칼로리 소비 한만큼 채워주면 되는데
이것이 사람마다 다 루틴이 달라서 정답은 없음.
여기서 신체리듬 하고 연관이 있는데 컨디션이 좋을때는 회복도 빠르고 안좋을때는 더딤.
여튼 마스터스 달림이들은
가벼운 조깅을 할수 있을정도로
대회를 치루면 됨.ㅎ

[조성훈]

달려라 주원 유튜브에서 얘기가 나왔지만 메이저대회를 너무 간절하게 준비하면 대회를 성공하든 실패하든 번아웃이 온다고 합니다. 100프로 동의하고 대회는 쉼표로 대해야지 마침표로 대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쓴 시즌-비시즌 글에 언급된 것처럼 대회 후 페이스 저하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고 다음 시즌을 위해 다시 기초체력과 기술훈련에 매진해야겠지요. 저도 오늘 4분 페이스로 8,000m 뛰었는데 이 페이스로 어떻게 풀을 뛰었나?했습니다.

[조태현]

고생한 몸을 위해 보상으로 맛난 음식, 꿀잠, 가벼운 조깅이 가장 좋은 휴식 아닐까합니다. 우리같은 아마추어에게 운동은 생활의 양념같은 것이겠죠? ㅎㅎ 양념이 주가 되면 음식이 망하는 것 같이 운동도 스트레스 없이 생활 속 양념같이 즐기면서 꾸준히 하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

[고영석^^]

이제 날도 따뜻해졌는데 슬슬 달려봐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