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꽐라 판타지아에서 온갖 패악을 일삼다가 정신 좀 차리고 돌아온 룬쩐입니다.
보니따 첫 정모는 재밌으셨나요?
뜸하시던 분들도 많이 오셨다는데, 못가뵈어서 죄송해요.. 대신 이번주 파티때 다들 보아요!
오늘은 여름휴가 2탄을 들고 왔습니다.
요번에 다녀온 곳은 아버지의 고향, 경상남도 산청군 단성면 강누리예요.
이번에도 어김없이 정모에서 꽐라꽐라 하고 다음날인 7월 30일 월요일 느즈막이 남부터미널로 향했사와요.
진주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죽을까봐 안전벨트 꽉졸라매고 떠난 붕어낚시 여행, 함께 따라가보실까나요~?
약간의 폐쇄 공포증이 있는 저는 고속버스로 먼길을 떠날 때 노약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맨 앞자리를 예매합니다만,
이 날은 웬 무서운 아저씨가 제자리에 떡하니 앉아계셔서 한마디도 못하고 빈자리에 앉았습니다.
슬픈 마음을 맥주로 달래봅니다.
지난 부산 여행 때 아이폰 배터리가 간당간당했던 경험 때문에 얇은 책 한 권을 들고 왔는데
채 몇장 읽지 못하고 버스에 두고 내렸습니다....-_- 이놈의 정신머리.
금산의 인삼랜드 휴게소에서 할머니 드릴 홍삼 양갱을 사고, 깜깜해져서야 목적지인 원지 터미널에 도착했어용.
저 때문에 늦은 저녁을 드셔야했던 할머니, 아버지께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우왕 얼마만에 조우하는 할머니표 상차림입니까!
좌측 상단부터 반시계방향으로 고동(다슬기, 우렁이라고도 하지요), 꺽지(시골에서는 꺽뚝어라고 부르더라구요)조림, 잡곡밥,
음 그리고 정체를 밝힐 수 없는 보양음식, 아버지가 특별히 허하신 맥주 한 캔.
아주 그냥 흡입했어요ㅋㅋ
마당에 모깃불을 피워놓고 (저희는 모켓불?이라구 불러요) 후식을 먹으면서 오랜만에 가족들과 수다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요즘 노인대학을 가시는 할머니께서 에밀레종 얘기를 해주셨어요.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청하니 서울에서의 가위눌림과 악몽 같은건 기냥 안드로메다로~
다음날,
7월 31일
오랜만에 단잠을 잤더니 오앙 새벽 다섯시에 깼어요!
아침 공기도 마실 겸 산책을 나가봅니다.
마루를 내려서면 장꼬방이 있어요.
이 시골집은 보통은 비어있기 때문에 장독이 몇 개 없네요-
저 빨간 다라이가 씌워져 있는 독에는 할머니가 애지중지 하시는 빈티지 2009년 정도 되는 솔싹주가 들어있어요.
요번에 한 잔 얻어마셨지요ㅋㅋ
장꼬방 위에 있는 감나무.
아부지가 태어나시기도 전에 심은거라 하는데 단감도 떫감도 아니고 반단감? 이래요.
발갛게 익어도 처음 땄을 때는 떫고, 좀 두어야지만 달아지는 놈이라고 하네요.
그렇지만 빈 집에 있는 감나무는 감이 채 익기도 전에 스스로 열매를 떨군다고 해요.
감나무도 외로움을 많이 타나봐요 그쵸?
백년초라고 하나요?
선인장의 일종인데, 어릴 적에 발목을 삐끗하면 할머니가 라이터로 가시를 그슬려 없애고 곱게 갈아 붙여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미키마우스 모양. 키키
옛날 사랑채가 있던 자리는 밀어버리고 텃밭을 만드셨네요.
고추가 자라고 있습니다!
엇저녁에 몇놈 따먹었는데 아 매워
요놈은 방아예요.
배초향(排草香)이라고도 하는데 경남지역에서는 향신료로 쓰지요.
매운탕이나 찌짐 같은데 넣어먹어요.
간밤에 모깃불 피웠던 자리.
집 뒤에 대나무밭이 있을 때는 시골가면 모기 50방씩 물려오고 그랬는데..ㅠ_ㅠ
올해는 더워서 모기도 많이 없다고 하네요.
아궁이 1호기!
작은방에 불을 때는 아궁이예요.
아궁이 위에는 청마루가 있어요-
평상에 쑥을 말리고 있습니다.
우리집 미숫가루는 모두 할머니께서 심고 따고 말리고 해서 만들어주세요.
그래서 타먹을 때마다 뭉클~
옆집은 작은 할아버지가 사시던 곳인데 모두 진주로 이사가시고 폐허가 된 지 오래예요.
을씨년스럽기보다는 짠하네요.
사람이 떠나면 집은 쓸쓸히 죽어갑니다.
저희집은 그래도 가끔 방문하는 분들이 있기에 그나마 사람냄새가 납니다.
슬레이트 지붕을 얹을 때 전 좀 슬펐어요..
저 지붕 속에 아무래도 쥐새끼가 몇마리 살고 있는 거 같아요.
잘때 뽀시락뽀시락 난리도 아니더라구요ㅋ
참깨도 심어놓으셨네요-
잎이 노랗게 변한 건 그간 가물어서예요.
아무래도 빈집이다보니 따로 물을 주거나 하지 않아요.
비가 내리면 내리는대로, 땡볕이 내리쬐면 쬐는대로 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이랍니다.
그래서 더 맛있어요:)
케일도 있다!
어릴 땐 저 뻣뻣한 놈이 왜그리 무섭던지 맛도 더럽게 쓰고ㅋㅋ
들깨
목이 말라선지 잎이 자잘하네요.
집 뒤에는 고구마밭!
이 동네는 흙이 좋아서 뿌리채소가 참 맛나게 자라요.
무 같은것도 걍 뽑아서 쓱쓱 닦아서 한입 베어먹으면 엄청 달았는데..
저 너무 촌년 티내나영~
가죽나무.
여린 잎은 장아찌로도 해먹구요~
길다란 애들은 밀가루풀에 고춧가루 양념해서 빨랫줄에 꾸덕꾸덕 말렸다가 튀겨먹어요.
그러고보면 저 촌사람인 덕에 참 별거별거 다 먹고 자랐네요 아싸:D
남의 집 딸기 하우스를 지키고 있는 백구.
지난 주 친구네 집 황진이처럼 또 저를 보고 미친듯이 짖어대길래 멀찌감치-
강누리 논은 다 딸기하우스가 됐는줄 알았는데 아직 나락을 심는 집이 있네요.
색깔 좋다 으흥-♬
집 뒤에 있는 땅콩밭
즈희집 땅콩도 엄청 맛있어요ㅋㅋ
볶아먹지 않고 쪄먹는답니다.
마을 뒤에는 경호강이 흐르고 있어요.
어릴 때 저기서 주낙으로 피래미 많이 잡았는데!
증조할아버지가 살아계실때는 소몰고 풀뜯으러 가기도 했구요
앗 앙대 난 차가운 도시여자인데 이런 고백을
옛날에는 이 일대가 다 논이었어서 아직 도랑이 흘러요.
꼬꼬마일때 팬티만 입고 멱감던 곳ㅋㅋ
산책 마치고 들어왔습니다.
요놈은 아궁이 2호기
얘는 연결된데 없이 그냥 솥만 걸어놨어요.
방문에서 세월의 흔적이~
자자 동네구경은 이만하면 됐고 요번 시골행의 목표인 붕어낚시를 떠나볼까요!
비포장 시골길을 따라 달료달료~
요기는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 가계리의 송계마을!
아부지가 저를 위해 하루 쉬게 했다는 뽀인트로 고고싱-
이른시간이라 아직 안개가 짙네요.
오늘도 몹시 더울 예정..
차도녀 코스프레 하느라 아버지랑 낚시 온 것도 몹시 오랜만이네요.
안 쓸 때도 뽀득뽀득 닦아주고 계신다는 제 두칸반 낚시대를 설치해주시는 사랑하는 내 아부지.
떡밥 냄새를 맡고 상꼬맹이들이 몰려옵니다ㅋㅋㅋ
엄마 데리구와 짜식들아!
떡밥이랑 지렁이 세팅하고 준비 시땅.
오오 10분도 안돼서 득템
손톱 드러워서 죄송해요.. 원래 낚시는 드럽고 냄새나는 거임.
붕어님의 아름다운 자태! (근데 등엔 왜 걸렸닝)
요놈은 씨알이 제법이었죠 히힛
강 붕어라 손맛이 아쥬 끝내줘요.. 저수지 붕어는 그냥 실실 딸려와서 맥빠지거든요.
해뜨고 더워집니다.. 색깔 땜에 시원해보이지만 전 죽을지경입니다. 필름 끊기기 일보 직전입니다.
그래도 긴팔을 벗을수야 없죠. 작년에 엠티가서 반팔입고 물놀이했다가 초중급 수료식할때 완전 후회했걸랑요ㅋㅋ
요 뽀인트는 청태(靑苔, 수초)가 많아서 노니는 고기도 많고~
원래는 일봉(一本, 낚시바늘 한개짜리)을 단 낚싯대 여러개를 쓰는 게 맞지만
입질이 많아서 미끼끼다 볼일 다보겠다는 판단하에
이봉짜리 꼼수를 씁니다.
요놈은 납지리(납조리, 납자루)라고 하는 토종 민물고기인데요,
입이 쪼맨해서 깔짝깔짝하는 것이 낚시꾼을 아주 약올립니다.
납자루떼가 나타나면 붕어낚시는 접어야합니다-_-
낚시를 던져서 추가 바닥에 닿기도 전에 요놈들이 쪼꼬만 입으로 미끼를 아작내버리거든요.
찌가 촐싹촐싹 아주 난리가 나요.
이쁘게 생겼지만 이뻐지지가 않아요~
오오오 오늘의 수확 대형 꺽지!
넌 오늘 저녁상에서 보자꾸나.
점심때쯤 되니 잡어들이 많이 달려들어서 조업은 이만 접습니다ㅋ
붕어, 피리 합쳐서 50마리 정도 되는데 씨알이 잘아요.
그래도 이만하면 선방!
강누리 집에 도착!
아부지가 뒷강에 천렵(川獵, 냇물에서 고기잡기~) 가신 틈을 타 낮맥ㅋ
을 하다가 잠이 솔솔 들었는데
정아, 정아! 하는 소리가 나서 눈떠보니 두꺼비 구경하라고 깨우심.
우앙 귀여워♡
근데 엄청 크고 엄청 빨라서 제대로 포착을 못했어요 쳇
오늘 저녁 반주는 큰고모가 담가주시고 간 도라지주.
저게 대체 언제적 잔입니까ㅋㅋㅋㅋㅋㅋ 무학소주래 엉엉
저 뒤에 국물 흥건한 것은 조갯살을 다져 넣은 노각나물인데요, 저 또 그릇까지 핥아먹었어염..
게다가 요번에 피오나언니한테 제보해서 춘삼월 나물메뉴에도 등장했어요!
완전 맛나요 챱챱챱
8월 1일
오늘도 새벽같이 송계마을로 왔습니다.
포인트를 약간 옮겨보았어요-
그저께 제 남동생이 다녀간 곳으루~
거미줄에 이슬이 조롱조롱.
아 이뻐요
저 일곱갈래 이파리 풀은 보기엔 참 이쁜데 가시가 있어서 발목에 감기면 무지 아프답니다.
우엉!! 옮긴 보람이 있네요 25cm는 될 듯!
제 짧은 낚시인생에서 가장 큰 붕어님♡
막 우화(羽化)를 마친 잠자리가 제 손 위에서 날개를 말립니다.
한참을 이러고 있더라구요. 누굴 빙다리 핫바지로 아나ㅋㅋㅋ
오늘도 손톱은 역시 더럽습니다ㅠ_ㅠ
요 아래 사진은 하드코어입니다.
심신이 허약한 분은 얼릉 스크롤을 내리셔요!
납지리떼를 뚫고 바닥까지 내려가라구 지렁이를 바늘에 칭칭 누볐습니다.
저러니 손톱에 흙이 낄 수 밖에 없졍..
그러나 노력에도 불구, 납지리 쌍피가 올라왔습니다 orz
산란기인가봐요. 왼쪽 수컷이 핑크빛 혼인색을 띄고 있네요.
잘해봐라 얘들아, 하면서 방생!
그래도 제법 실한 놈들이 많이 잡혔어요.
아부지랑 스코어 동점!
어제 오늘 합해서 붕어만 각 50마리 정도 낚아올렸나봐요.
요놈들은 고아드시라고 할머니 드렸어요:)
자 시골도 이제 안녕 할 때입니다.
다시 오기까지 또 몇년이 걸릴지-
짐을 바리바리 챙겨 부산으로 향합니다.
출발한 지 두 시간도 안되어 다대포가 보이네요.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예요
컨테이너의 위엄ㅋ
부산에 도착하니 날이 저물었어요.
저어기 달동네 보이시나요?
우리나라 어느 도시보다도 산 **번지가 많은 곳, 제 고향 부산입니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다녀와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애석하게도 한 게시물당 50장의 업로드 갯수 제한이 있네요.
그래도 눈으로나마 초록을 즐기셨다면 저에게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어요!
8월도 어느덧 중순이네요.
찜통같던 더위도 한풀 꺾이고, 궁뎅이 땀띠도 사라져가고, 바람에서는 어느새 가을 냄새가 납니다.
혈혈단신으로 서울에 온지 십 이년 째,
처음으로 이렇게 일을 오래 쉬고 있고 논문은 진척이 없어 조금은 답답한 요즘이지만
좋은 사람들, 내 가족들이 있어 전 가난하지만 푸진 휴가를 다녀온 참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휴가를 보내셨나요...?
2부작 무일푼 휴가이야기는 이렇게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마지막으로 쌩얼이라 다크서클 쩔고 뾰루지까지 난 어부 룬쩐.
사내자식이 따로 없네요ㅋㅋ
첫댓글 농촌스타일~~
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