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규선 송광(松光)포럼 회장을 기리며....
봄 여의도 운중로를 걸으며 천상의 하얀 벚꽃에 취한 후 한강 선상에서 짜장면을 먹던 기억, 안내산악회를 따라 산행을 갔다 뒤쳐져 힘들다며 중도에서 샛길로 빠져 뒤늦게 종점에서 합류했던 기억, 주말 남산을 걸으며 보내준 주위 풍경의 스마트폰 사진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전하는 한강의 모습 ...
그 뿐 아닙니다. 운니동 자사 사무실에서 가진 신우회 저녁 모임에 초대받아 왕현성목사의 설교를 듣던 기억, 북한산 능선을 타면서 CEO로서 회사와 사원들을 위하는 건전한 경영방식을 듣던 기억, 금융소비자를 위한 인터넷 신문을 만든다며 창립 리셉션에 많은 지인을 불러모았던 기억 등등....
그렇게 가깝게 시간을 보내며 오래 지속될 줄 알았던 그와의 관계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우리의 곁을 훌쩍 떠났다는 소식에 둔기로 뒤통수라도 얻어맞은 듯 한참 멍먹했던 것은 47회 동창 중 저만 느꼈던 일이 아닐 줄 믿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면 억지를 써 찾아가 얼굴이라도 한 번 볼 걸” 하는 아쉬움으로...
규선 친구는 항상 밝고, 맑고, 남을 위하는 삶의 태도로 저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였답니다.
그 무엇보다도 친구는 전주고 47회 소모임인 송광클럽을 초창기부터 16년을 끌어오면서 4대문안에 근무지를 둔 동기들간의 인연을 끈끈하게 만들어주었던 것으로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항상 잔잔한 웃음과 나지막한 목소리로 화합이 아닌 불평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한 그였으니까요.
2011년04월28일 (목) 제 2차 송광오찬 포럼에서 김규선 회장과 이용현 은사님께서 맨 앞에 앉아 웃고 있다. 소종섭(4반) 연사는 “동서화합 (경북고-전주고 가족) 음악회 성사 배경과 전망”에 대해 발표를 했다.
김규선회장이 2011년 9월 23일(금) 제7차 송광오찬포럼에서 김유일 친구가 부동산 전망에 간한 강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2011년 10월 22일(목) 제8차 송광오찬포럼에서 KBS ‘남격’ 청춘합창단 참가 배경 및 뒷 이야기를 발푷고난 전 웅 친구가 김회정과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규선 회장이 2012년 5월 17일 제15차 송광오찬포럼에서 박복진(3반) 친구의 "울트라 마라톤 그랜드 슬래머 춘포의 삶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회칙이나 자격이나 정원이나 사업계획 같은 것들도 없으며, 회장이나 임원들도 없이 그저 한 달에 한번 그것도 딱 한 시간을 넘지 않는 짧은 시간으로 점심 한 그릇 함께 비우고 헤어지는 ‘동기들의 편안한 모임,’”이라고 2003년 在京 全州高47회·北中44회 동창회 회지 제3호에서 송광회를 소개한 구절입니다. 그를 겪어본 친구들이라면 이 구절 자체가 규선 친구의 마음과 똑 같다는 것을 쉽게 감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03년 在京 全州高47회·北中44회 동창회 회지 제3호에서 송광회를 소개한 면
1997년 봄, 당시 교보생명 상무로 있던 권경현 동기가 해동화재 이사로 있던 규선친구에게 여의도 모임(이수회)을 예로 들며 만들어 보라고 해서 탄생한 광화문 동기 월례 오찬 모임이었읍니다.
그런 모임이 정년퇴직을 하며 하나 둘 광화문지역을 떠나면서 출석하는 친구들 수가 적어지자 저한테 제의가 들어왔읍니다. 없애기는 아깝고하니 강사를 초빙해서 좋은 이야기거리를 제공하면 예전처럼 집에 있다가도 기꺼이 나오지 않겠냐는 것이었읍니다. 물론 강사비, 식사비는 김회장 본인이 부담하겠답니다.
2011년 1월 8일 서울 서초동 ㅅ울교대 대운장에서 열린 "제1회 재경 전주고·북중 어울림 한마당" 행사에 나와 동기들과 어울리고 있다. (위, 아래)
돈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몸으로 때우는 것은 큰 일이 아니다는 생각에 제가 선뜻 총무를 맡아 “송광클럽”에서 “송광포럼“이라는 이름으로 2011년 다시 예전 회원들을 끌어모으기로 했읍니다.
(사)건국대통령이승만박사기념사업회 김일주(8반) 당시 사무총장이 “건국대통령 이승만”이라는 주제로 그해 3월 10명이 나온 첫 모임의 테이프를 끊었습니다. 그 이후 2013년 6월 서울대 약대 학장을 역임한 서영거(8반) 교수가 마지막 연사로 나올 때까지 27회에 걸쳐 각계에서 동기들이 나와 분위기를 이끌며 성황을 이뤘읍니다.
최종헌 친구 부인 이민숙 여사께서 한 달에 걸쳐 스페인의 800km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이야기, 유희근(41회) 선배의 붓글씨 이야기, 박복진 친구의 인간승리, 전웅 친구의 KBS 청춘합창단 참여 이야기, 진상범 친구 부인 이희주 여사의 오스트리아 장식화가 구스타프 크림트(Gustav Klimt: 1862-1918) 이야기, 윤영관 전 외교장관의 대선 전 안철수캠프에서 참모역을 했던 일 등 송광포럼이 아니면 듣기 힘든 소중한 얘기들을 친구들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울트라마라톤연맹(IAU) 아시아담당 대표가 된 박복진 친구는 당시 코리아타임즈 영자 신문에 소개되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이 모임은 꽤 오래 지속될 줄 믿었었습니다. 그러나 김 회장은 2012년 5월 21일 “(주) 금융소비자 뉴스”를 창간하면서 바빠졌습니다. 어두운 그림자가 그 때부터 내려깔리기 시작한 듯 합니다. 2003년 4월1일 자신이 설립한 “동북아손해사정“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으면서 손을 떼고 이 인터넷 신문에 전념했습니다.
2012년 6월 28일 (목요일) 오후 6시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금융소비자뉴스' 창간 리셉션에서 전날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 정세균(왼쪽에서 다섯번째)씨가 참석해 우리 동기들하고 하고 한 컷 .. 왼쪽부터 채 희묵, 최 일송, 권 경현, 김 용하, 정 세균, 소 종섭, 장 덕신, 김 규선 회장
2012년 6월 28일 (목요일) 오후 6시 프레스센터에서 '금융소비자뉴스' 창간 리셉션에서 규선 친구의 절친인 정세균 민주당 대표에게 대통령 될 확률이 얼마나 될 것 같냐고 물어보는 것 같지요?...대답하기 힘든다는 표정이네요.
그러면서 송광포럼에도 빠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신문 창간 1년이 채 되지 않아 친구건강에 관한 좋지 않은 소식이 날아왔읍니다. 4월 갑자기 간이식 수술을 받으러 LA로 떠났다는 얘기였읍니다.
수술이 잘 되었다는 소식에 6월 초 송광포럼 운영에 관한 메일을 보냈더니 답장이 바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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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 희묵!
사실은, 처음 말하는 것인데... 고대병원에서 치료중 악화되어 4월엔 갑자기 목숨이 위중한 상태가 되었었다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로 세계적인 의사선생님을 소개받게되어,
이번에 미국조카의 간을 이식하는 대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이제 기적에 가까운 완치상태가 되었고...이제 살아서 컴백케되어 회복을 위한 요양중에 있다네.
일체 비밀로 했지만...걱정끼쳐 미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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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송광포럼을 위해 희생하고,
혼자 수고하게 놓아두어 미안하고 감사하기 짝이 없네
말한대로, 포럼은 송남회가 맡아 유지한다면 우리 초심이 이루어지는것 아닌가 싶네. 송광회도 다들 은퇴하면서 간판을내리는 것이 순리인것도 같네
47동기회에 포럼을 열었다는 것이 조그만 역사이지만 뿌듯한 추억이 될거야
가을에 귀국하면, 좋은 강사 모셔 특별모임 한번 마지막으로 개최키로 하고.. 우선 종료토록 조치해주면 좋겠네
힘이 떨어져 오래 쓰기가 힘들어 이만 마칠께.
빨리 건강회복하여 자네와 버스 주말여행 한번 가야할턴디...
규선 (2013.06.0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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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이 잘 되었다며 회복돼 돌아오면 10월 쯤 송광포럼 종료 모임을 갖자는 메일이 온 것입니다. 강사는 섭외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그 이후 당연히 나으면 연락이 오겠거니 하며 전화도 메일도 문자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회장으로서 건강이 좋아지면 어련히 알아서 포럼 종료를 해야하는 입장이고 같이 주말 여행도 하고 싶다고 했으니 제가 전화나 메일을 보내는 것이 쓸데없이 부담만 준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기다림이 최선인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1월9일 그 비보가 날아왔던 것입니다. 2013년 4월 LA가 아닌 일산 원자력병원에서 간암의 상태에서 조카의 간을 이식받았답니다. 그러나 의사 뿐 아니라 주위 식구들도 오래 살 수 없었음을 이미 알고 있었던 같았습니다. 세상을 뜨기 두어 달 전 큰 딸 은혜양의 결혼을 위해 아무도 눈치 채지 않게 LA에까지 갔던 것을 보면 딸 둘 다 결혼이라도 시켜놓고 이승을 떠나자는 뜻이었던 것 같습니다. 둘째 딸 은지양은 2011년 8월 결혼식을 올렸으니까요. 결국 할 일을 다 끝낸 것이지요. 주위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무척 애썼던 게 역력했습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억지를 써서 살아있을 때 얼굴이라도 한번 봤어야 한다며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아쉬움이 너무 남아 다시 한번 되되어보았습니다.
사실 본인은 규선 친구의 건강을 자신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친구는 내가 동창 뜀꾼 토요모임 일지를 써서 메일로 보내면 항상 열어보고 있어 건강이 좋아지는 줄만 알았습니다. 규선 친구의 이메일 주소가 뜀꾼 명단에 끼어있었으니까요. 숨을 거둔 후에 메일을 체크해보니 12월 28일 올린 “잠시만요~ 이정수 대표 ‘황펜’ 갖~고 가실게요~~[뜀꾼]”의 글을 열어본 날자와 시각이 2013.12.30/ 10:41이었읍니다. 그리고 나서 규선 친구의 나와의 교신은 멈춰버렸읍니다. 2014.1.4일자는 “읽지 않음”으로 돼있었으니까요. 12월 23일 입원한 후 7일 만이었읍니다.
그렇게 한마디 말을 남기지 않고 우리와의 연을 싹뚝 자르고 홀연히 떠나버렸읍니다. 마치 흔하디흔한 해외 여행을 잠깐 다녀오는 것이니 꼭 말을 하고 떠날 필요가 있겠느냐는 듯이....
2006년 11월 14일 명동 “서울순두부”집에서 나누어준 “전주고 47회 이수회·송광클럽 제2회 연합모임기념” 타월과 2007년 11월 15일 “구이삼국지“에서 준 “전주고 47회 이수회·송광클럽 제3회 합동오찬 모임기념” 타월이 친구의 흔적으로 집 화장실에서 눈에 띄었읍니다. 전에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던 일이었지요.
고(故) 김규선 회장이 2007년 11월 15일 충정로 밥집 “구이삼국지“에서 나누어 준 “전주고 47회 이수회·송광클럽 제3회 합동오찬 모임기념” 타월
유사한 두 지역 클럽 회원들을 모아 합동 오찬을 하고 기념품으로 돌린 게 지금 돌아보니 그의 베푸는 마음을 말해주는 것 같아 다르게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음으로 양으로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용하 친구는 고려대 정치외교과 동기로 규선친구가 금전적인 도움과 열정으로 많은 동기들이 참여하는 아주 활발한 대학동기모임으로 만들어놓았다며 그의 업적에 치하의 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가 우리 동창회에도 물심양면으로 협조를 많이 했던 친구였음은 다 알기 때문에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줄 압니다.
총무로 회장을 보내놓고 송광포럼 뿐 아니라 그와 함께 했던 나날들을 활동사진처럼 돌려보며 회상하는 기회를 가져봤습니다. 송광포럼 종료 오찬을 갖지 못했지만 이 글로써 다시 한번 우리곁에서 항상 따듯한 마음을 전달해주었던 고인의 명복을 빌어봅니다.
정이 많았던 친구여!!! 하늘나라에서 편하게 쉬소서!!!!
2014년 2월 5일
송광포럼 총무 채희묵 올림
[참고] 송광포럼 참석자 명단
강송구, 권봉주, 김철, 김훈, 김규선, 김기덕, 김기홍, 김부경, 김상국, 김석우, 김수만, 김용기, 김용하, 김유일, 김일주, 김재봉, 김종철, 박복진, 박석근, 박원재, 박종성, 서상권, 소종섭, 송창기, 안병택, 양재호, 왕현성, 유정식, 유희주 윤영관, 이광환, 이상필 이신재, 이일재, 이임성, 이재열, 이태홍, 이희한, 장덕신, 장상용, 장용관, 정경영, 정옥량, 정종수, 정종하, 조운제, 진상범, 채희묵, 최기언, 최병운, 최일송, 최종헌, 한병호, 홍승표, 황학 / 이용현 선생님, 이희주(진상범부인), 이민숙(최종헌부인), 유희근(41회,) 이근화(48회)
*송광포럼 모든 파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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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구구절절이 애처로운 추도사로 가슴깊이 다가와 안타까운심정입니다. 허나 衆鳥同枝宿 天明各者飛하는것이
刹那인생의 본모습일진대,우리모두 고인의 명복을빌며 餘生을 열심히 살아가는 수 밖에요. 채기자님 수고 많으셨읍니다.
고인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있을것이네
고인이된규선친구를영원히잊지않도록하는명문의글.......우리모두동창친구들을챙기고건강을챙기고하자구요!!!!!
숙연해진다는게 이런것인가보네요? 영원한 나라의 한 대목을 착실하게 살다 갔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규선 친구를 다시 한번 추모하게 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항상 밝고 친근하며 남을 위해 봉사해오던
우리의 친구 천국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하도록
손모아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