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다보니 빗방울이 한두방울씩 떨어져 마음이 심란하다.
그래도 어깃장을 놓으며 우산을 쓰지 않고 행당역으로 가서 전철을 탔다.
천사님의 전화다. 오늘 산행을 하냐고 묻는다.
08시10분에 이미 출발해서 가는 중이라, 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씀드렸다.
10월14일 09시30분경 관악산역에 도착했다.
에스커레이터를 오르는데 산길님이 거꾸로 내려가며 아무도 안왔다고 한다.
밖으로 나오니 평소 주말과 다르게 드문드문 등산객들이 모여 각자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은 잿빛의 하늘은 기상예보와 달리 오전에 비가 온다고 신호를 주고 있다.
다시 에스커레이터로 내려가 산길님과 함께 일행을 기다리니 천사님이 오시고, 오산에는 비가 많이 내려서
봄이님이 못 온다고 전해준다.
9시45분이 넘으니 신림선 경전철로 대부분의 참석회원들이 도착한다.
산길님, 천사님, 쟌님, 베네딕도님, 바다님, 운무님, 수촌 등 7명의 산우들이 단촐하게 모였다.
산 마니아들이어서 제대로 산행을 할 거란 생각이 불현 듯 뇌리를 스친다.
09시55분경 출발하여 관악산 공원입구를 지나 페이브먼트 길을 걸었다.
담장이 넝쿨이 아름답게 물든 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걸었다.
보슬비처럼 가을비가 내린다. 비가 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면 우중산행을 즐기자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가벼운 맘으로 모두가 즐겁게 걷는다.
호수공원을 지난 후 멀지않은 곳 팔각정쉼터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모두들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푸른 숲이 서서히 붉어지는 단풍으로 변하는 걸 시기라도 하듯, 굵어진 빗방울에 어쩔 수없이 우산을 받쳐
들고 하나의 스틱은 접어야 했다.
그래도 즐거웠다. 붐벼야할 등산로에는 적막이 흐르고 우리 팀 외에 가물에 콩 나듯 띄엄띄엄 등산객이
보이니 관악산을 우리가 전세 낸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부담을 내려놓아서 일까?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가 그치고 햇볕이 보인다.
11시경 삼거리를 지나고 깔딱 고개를 오르니 예전과 다르게 데크 길을 놓아 바위 길보다는 조금은 수월한
듯하다. 그래도 깔딱 고개는 힘든 길이어서 두 서너번 쉬면서 흐르는 땀방울을 씻어야 했다.
비가 그친 날씨임에도, 빗방울을 머금은 나뭇잎이 가끔씩 물방울을 머리위로 떨굴 때면 깜짝 놀라 목을
움츠리며 나무를 본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무는 요지부동으로 그 자리에 서있다.
마음속으로 웃음이 났다. 이것 또한 자연의 일부일 것이다. 이것도 산행 중 즐거움의 하나였다.
12시30분경 땀을 닦으며 오른 깔딱 고개는 연주암과 연주대의 갈림길이다. 우리는 상의를 했다.
연주대까지 오른 후 연주암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12시50분경 630M 높이의 연주대옆 관악산 표지석 바위 앞에서 인증샷을 하고 연주대로 가려고 하니 다시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한다. 서둘러 연주암으로 내려갔다.
12시가 점심식사 시간인데, 13시에 하려니 배가 고프다는 쟌님의 푸념을 들으며 발걸음을 서둘러야 했다.
13시05분경 연주암에 도착하여 총무실 옆 툇마루에 둘러앉아 가져온 정성을 풀어놓으니, 운무님의 모찌떡,
배, 오징어, 약식, 약밥, 약과, 천사님의 삶은 계란, 김밥, 라면, 바다님의 술떡, 오이, 사과, 베네딕도님의
쑥떡, 사과, 땅콩, 사탕, 막걸리, 산길님의 팥빵, 김밥, 쟌님의 센드위치, 막걸리, 그리고 고구마 등등 다 기억
못하는 음식까지 너무 많아서 배가 불러 남은 음식은 싸와야 할 정도였다.
총무원실 보살님이 나오더니 술을 마시고 있냐고 묻더니 막걸리를 보고 불당 옆에서 술을 마시면 안 된다고
한마디 하기에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술을 치우기 위해 얼른 한잔을 들이켰다.
14시05분 시간을 단축하고 우중 안전산행을 위해 과천 쪽으로 출발하였다.
악산인 관악산 등산로는 작은 바위와 자갈길이고, 물을 머금어 엄청 걷기에 불편했지만 계곡 길에는 단풍
으로 서서히 물들고 있어 보기에 좋았다.
15시 30분이 넘어 케이블카 종점에 도착해서 잠시 식탁용 테이블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등산스틱을 접고
산행의 마무리를 하였다.
오늘 산행은 가끔 우중 산행을 하였지만 식사시간을 포함 5.5시간, 17,000보를 걸었다. 오랜만에 산행다운
산행을 한 것 같다.
향교를 지나서 과천역으로 향했다. 하늘은 언제 비를 뿌렸냐는 듯 햇살을 보이며 느긋한 모습이다.
가끔씩 쟌님의 넉살에 한참을 웃으며 걸었다.
오늘은 너무나 많은 음식물 섭취로 인해 16시가 넘었음에도 모두들 배가 부르다고 한다.
각자의 계획도 있고 해서 모두들 과천역에서 전철을 타고 오랫만에 뒤풀이 없이 집으로 가기로 했다.
많은 인원보다 적당한 인원이 모여 산행을 하다보니 모두가 가까워진 느낌이며, 가족적인 분위기여서 좋았다.
산우님들 수고가 많으셨고 멋진 산행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대장님 리딩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오늘 아침에 다리가 아플줄 알았는데 전혀 아프지가 않네요~모두가 대장님과 산우님들 덕분입니다~어제 비를 맞으며 관악산에 오르던 즐겁던 시간들이 떠오릅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