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대의원 기자회견
먼저, 20대 국회에서 제가 대표 발의했으나, 안타깝게 정쟁에 발목 잡혀 폐기된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을 21대 국회에서 다시 대표발의하면서, 왜 이 법안이 필요한지, 그리고 21대 국회에서 통과가 시급한지 절박한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직 대학입시를 향해 전력 질주하며 협력보다 경쟁 만능을 먼저 배우고, 학습자의 창의성과 개성이 발휘되기 어려운 교육체계에서 많은 아이가 학교 밖으로 떠밀리고 있습니다.
관련 연구기관 조사와 추계에 의하면, 매년 학령기 청소년의 약 1% 가량이 공교육 체계를 벗어난다고 합니다. 이런 청소년들이 한 해에 5만여 명에 달하고, 이 중 국내 거주하는 청소년은 총 약 35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위해 학습하고, 또래들과 함께 어울려 뛰놀면서 우리 사회의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해야 할 수십만의 우리 아이들은 그저 ‘학교밖청소년’이라는 무심한 이름과 숫자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그저 일부 추측만 있을 뿐입니다.
학교 밖을 떠도는, 혹은 앞으로 그렇게 될지도 모르는 이 아이들에 대한 정책적 대책은, 아이들의 특성과 개성에 걸맞는 더 나은 교육과 가치를 가르치기보다 그저 학교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거나, 다시 복귀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시스템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아이들에게 학교로 돌아가라고 떠밀고 있는 것입니다. 공교육 내부에서도 다양한 교육적 시도를 하지만, 수십 년을 이어온 교육체계에 의한 타성과 대안교육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 명의 아이라도 우리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현 교육체계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교육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1990년대부터 대안교육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안교육기관들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교육적 철학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폐쇄 위협에 항상 시달리며 쫓기듯이 교육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교육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고 운영되고 있는 대안교육기관은 교육부의 공식 조사로는 300여개에 달합니다.
법적지위가 불안정한 미인가 대안교육기관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많은 설움과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학생은 법적으로 ‘학생’의 지위를 가지지 못한 채 ‘학교밖청소년’으로 취급되고 있고, 학부모는 국민으로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음에도 자녀를 공교육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어떠한 교육적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부 대안교육이라는 미명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설의 열악한 교육환경과 변칙적 운영으로 아이들의 안전과 학습권은 더욱 침해받고 있습니다.
제가 발의한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은, 학습자 개개인의 능력과 창의성을 존중하고, 전인적 교육을 추구하는 대안교육의 핵심취지를 지키면서도 학생의 안전과 학습권을 보장하고자 최소한의 시설 안전기준과 설립자 및 교원의 자격을 규율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18대 국회부터 추진됐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다 20대 국회 후반기, 제가 교육위로 보임하면서 최초로 상임위를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며 법사위에서 계류된 채 폐기되는 운명을 맞았습니다.
해외 다수 국가에서는 이미 대안교육의 필요성과 공적인 역할을 인정해 특별법 형태로 대안교육 활동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덴마크는 자유학교법, 대만은 실험학교법, 일본은 교육기회확보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역시 더 이상 뒤쳐질 수 없습니다. 21대 국회에서는 더 이상 이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방기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 명의 국민도 낙오시키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 포용국가 기조의 교육적 실천이 바로 대안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살기보다 무한경쟁을 먼저 배우는 경쟁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모든 아이를 우리의 아이처럼 키울 수 있는 사회를 위한 초석을 대안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의 통과를 위해 국민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 대안교육연대 태영철 대표 기자회견문
○ 대안교육 25년의 역사와 성과
1997년 3월, 경남 산청에서 ‘행복한 학교’를 꿈꾸며 시작된 대안학교! 입시위주의 획일화된 가르침만이 교육의 전부라고 여겨지던 때에 학생과 교사, 부모가 모두 행복한 학교, 학생과 교사, 부모가 모두 주인인 학교를 전면에 내세우며, 우리교육계에 묵직한 화두를 던졌던 대안교육운동이 올해로 23년째입니다. 그 동안 공교육의 혁신학교운동, 공립형대안학교, 특성화대안학교, 각종학교대안학교, 그리고 위탁형대안학교 등의 혁신적 교육모델들의 배경에는 하나같이 대안교육운동이 있었습니다.
때맞춰 21대 국회에서 재발의된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안(이하 “법률안”)’은 대안교육 24년의 역사에서 정점을 찍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4반세기 동안 풀뿌리 민주교육의 선봉에서 최선을 다한 대안교육운동에 대한 국가적·사회적 인정이자 공적인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 K-대안교육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겪으면서, 각지에서 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의사들과 간호사들의 헌신적인 모습에 우리 모두는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 ‘K-방역’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국민 도두가 함께 써가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의 노력에 다른 모습이 하나 더 겹쳐졌습니다. 바로 비인가 대안학교 교사들의 얼굴이었습니다. 학생들과 밤낮으로 고민을 나누고, 더 깊은 배움을 향해 함께 손잡고 앞으로 나아갔던 교사들, 그들의 열정과 헌신이 있었기에 23년 대안교육운동의 역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또한 새롭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만약 교육계에 K-교육이 있다면, 그건 단연코 ‘K-대안교육’일 것입니다. 학교구성원들(학생, 교사, 학부모)의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 참여, 학습의 주체로서 교사들의 교육과정 구성, 학생자치문화의 정착, 그리고 지역교육과정 구성과 새로운 교육모델 실험 등. 기존 교육계에서 감히 시도할 수 없었던 이와 같은 새로운 교육적 실험으로 엄청난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것이 바로, K-교육이 ‘K-대안교육’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입니다.
○ 학교 밖 청소년, 그 밖의 청소년
이러한 성과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인가 대안학교에 대한 정부와 교육당국의 시선은 냉랭했습니다. 공교육의 경우, 학생 1인당 연간 지원 금액이 700~1,000만 원 정도인데 비해, 비인가 대안학교 학생들은 비인가 대안학교에 다닌다는 이유 하나로 공적인 지원과 혜택에서 전적으로 소외되어 왔습니다(일부 지자체는 제외). 심지어 공교육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도 지원되는 정부의 무상급식지원에서도 비인가 대안학교의 학생들은 제외되기도 했습니다. 현 정부의 ‘나라다운 나라’라는 구호가 비인가 대안학교 청소년들에게는 ‘나라 밖의 청소년’으로 들렸고, 이들은 ‘학교 밖 청소년, 그 밖의 청소년’이란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 제정은 21대 국회의 사명
이 법률안이 이번 21대 국회에서 ‘교육 분야 1호 법안’으로 제안된 것은 큰 의의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교육사에서 시민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 온 풀뿌리교육모델인 비인가 대안학교가 대안교육기관으로 법제화되는 쾌거이자, 새로운 교육모델에 대한 사회적 열망을 인정한 중요한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미래교육의 대안적 모델 구축에 대한 혼란이 가득한 이 시기에, 본 법률안의 제정은 다양한 교육의 가능성과 헌법이 보장한 교육권을 재확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아울러, 비인가 대안학교들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여 모든 청소년들에게 교육적·복지적 지원과 혜택을 골고루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우리는 민주적 소통과 협력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해 학교안과 밖이 적극 협력하고, 공교육과 대안교육이 함께 교육의 새로운 협치 모델을 만들어야할 때입니다. 이 법률안이 중요한 이유이며, 21대 국회의 사명이 되어야할 이유입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선진교육모델을 바라는 모든 국민들의 열망 앞에 이 법안을 내놓았습니다. 국민 모두 더 깊은 관심과 애정으로 법안의 제정에 힘을 모아주시고 동참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20년 6월 5일
대안교육연대 대표 태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