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씨 오늘 버스 이용하여 치과 진료 간다.
폭우로 전국이 시끄럽지만 어렵게 잡은 진료 일정이라 일단 출발하기로 했다.
이른 시간 버스라 아침 식사를 하자마자 동료 직원과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준비를 서두른다.
턱 수건은 빼고 마스크와 휴지를 넉넉히 챙겼다.
제 시간에 버스는 도착했고 다행히 앉을 자리도 있어 *영씨와 직원이 나란히 앉을 수 있었다.
비는 쏟아지지만 *영씨 창밖을 가리키며 웅~소리와 함께 무엇인가 표현하고 크크 소리 내어 웃으며 즐거움을 표한다. 소리가 커지면 스스로 입에 손가락을 가져가며 조용히 해야 한다는 시늉도 한다.
진료 예약 10분전 버스 도착 예정이었지만 비 때문인지 30여분 늦어졌고 진료실에 도착하자 간호사 : “시간이 지나 전화 했었는데 안 받으셔서 번호 확인 부탁 합니다” 한다.
직 원 : “죄송합니다. 버스가 연착되어서, 전화 왔었네요 진동모드 상태고 비 소리로 못 들었나 봅니다”
간호사 : “멀리서 오느라 고생 하셨어요.”
*영씨 진료실에 눕자 겁을 먹은 듯 머리에 힘을 빼지 못한다.
직원 : “*영씨 괜찮아요 지난번에도 진료 잘 받으셨는데...”
의사 : “잘 하고 계시네요 금방 끝나요 영화 보러 가요? 좋으시겠어요.”
환자의 특성을 잘 아는 간호사 두 분의 도움을 받아 막상 진료가 시작되니 *영씨 머리에 힘을 빼고 잘 참고 계신다.
의사 : “년 1회 정도 오늘처럼 관리 하면 좋을 듯해요 내년 이맘때쯤 또 뵈어요.”
화장실 이용하고 마스크도 갈아 쓰고...
*영씨 머리를 깊게 숙이며 인사를 한다(어? 누구에게 하는 거지? 방향이...)
“*영씨 이쪽 이예요” 방향을 바꾸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간호사들도 “박*영님 안녕히 가세요.” 라며 웃음으로 받아준다.
“*영씨 이제 영화 보러 갑니다. 엊그제 PC 화면으로 찾아 봤던 것을 봐도 되고 영화관에 가서 다른 것 선택해도 됩니다.”
병원에서 나와 길 건너 버스 정류장.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고 앉을 자리도 마땅치 않은데 버스는 안 오고...
젖은 의자를 닦아 자리를 마련하자 걸터앉아 무엇이 그리 좋은지 크크 소리 내어 웃는다.
버스에서 내려 영화관으로 가는 잠깐의 시간.
조심해서 걷자 부탁해도 첨벙첨벙 바지며 신발이며 흠뻑 적시고는 오히려 신이 난 모습이다.
에스컬레이터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이제는 주저하지 않고 재빠르게 오른다.
*영씨는 화면을 보며 영화를 선택하고 결재하고 직원은 시간과 자리 선택을 도왔다.
“*영씨 상영 시간 여유가 있는데 점심 먼저 먹을까요?” 여쭙자 웅~ 소리를 내며 패스트푸드 점으로 향한다.
그림을 보며 음식과 음료를 선택(이젠 선택에 주저함이 없다)하고 *영씨가 앉고 싶은 자리에 앉도록 권했다.
음식(샌드위치류)은 작게 자르고 음료는 빨대를 꼽아 드리니 흘리는 것 거의 없이 잘 드신다.
화장실을 한 번 더 이용하고 영화관에 들어가 자리에 앉자 *영씨의 웅~소리가 이어진다.
다행이라 해야 하나 주변에 관람객이 많지 않다.
더빙 영화 시간을 놓쳐 자막을 선택하며 *영씨가 잘 볼 수 있을지 염려되었는데 기우였다.
디즈니 영화로 그림이 얼마나 빠르고 화려한지 *영씨 웅~소리와 함께 크크 소리 내어 웃으며 즐거움을 표한다. 때때로 직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화면을 보라 손짓하기도 한다. 화장실 갔다 온 시간을 제외하고 두어 시간 여 *영씨의 집중력도 그 어느 때 보다 높았다.
“*영씨 영화 어떠했어요? 재미있었나요?” 여쭙자 박수를 치며 재미있다 표한다.
버스 시간의 여유가 있어 영화관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패스트 푸드점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화장실에 가실지?” 여쭈었으나 웃기만 한다. 영화 상영 중간에도 다녀왔기에 괜찮을 듯도 싶었다.
잠시 후 뭔가 불안하여 다시 살피니 옷에 작은 자국이 보인다. 화장실로 달려갔고 확인하니 묽은 변으로 이미 손쓰기가 난감한 상황이다.
챙겨 갔던 물휴지로 대충 정리를 하고 “나가지 말고 여기서 기다리시라” 몇 차례 부탁을 하고 매장으로 뛰어가 젤 먼저 눈에 띠는 바지를 구매하여 불안해 할 *영씨 걱정과 혹 그 상태로 직원을 찾아 나오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으로 또 뛰었다.
다행히 *영씨 그 자리에 있었고 옷을 갈아입은 후 손을 닦으며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크크 소리 내어 웃는다.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한편 야속하기도 하다.
주변에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고 청할 상황도 아닌 순간이었고 이웃과 동행 했다면 불안함이 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다시 버스 정류장.
쏟아지는 빗줄기와 지나가는 차량으로 인한 물줄기에 우산이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신발도 갈아입은 옷도 이미 흠뻑 젖은 상태로 버스 시간도 많이 남았지만 이제 여유가 생겼는지 마음이 편하다.
버스에 오르니 손님은 우리뿐이고 *영씨 창밖을 향해 손짓하며 무엇인가 표현한다. 비가 많이 온다는 뜻인 듯...
잠시 후 “버스는 탔는지? 못 탔으면 데리러 가려 한다”며 실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버스 타고 잘 가고 있어요 집 앞에서 내릴 예정이고 감사합니다.”
귀가하여 정리하고 저녁 식사하고...
집에서 출발하여 귀가까지 7시간 30분여 빗줄기와 젖은 옷 등으로 힘든 여정 이었을 텐데 웃음을 잃지 않고 잘 다녀와 준 *영씨 고맙습니다.
2023. 07. 14. 금요일 유현숙
*영씨에게 고맙고, 직원에게도 고맙습니다. - 다온빌 -
첫댓글 *영 씨도 *영 씨를 돕는 직원도 정말 대단하십니다. 외출하는 날 장대비가 하루 종일 쏟아지는 날이었어요.
그 장대비를 뚫고 버스를 타고 외출 하셨다기에 걱정했는데 그런 일들이 있었군요.
당황해서 연락하고 도움을 청할 만도 한데 의연하게 대처하신 복지사님 과 *영씨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