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보름 후 어느 통로에서… 1 "뚫렸어!" 상운기는 펄펄 날뛰었다. 견책은 물론이고 징벌까지 각오해야 한다. 그는 살표와 갈표를 연달아 쳐다보며 씩씩거렸다. "병신 같은 놈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갈표 삼엄사는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서는 그대로 굳어 버린 듯 했다. 살표 나운종이 조심스럽게 나직이 말했다. "분명히 다른 통로가...... 있는 듯합니다." 상운기는 교활한 그 눈빛을 한층 더 빛내고 있었다. 어떤 묘용이 머리에 떠오를 때 보이는 것이다. '어느 곳인가?' 그가 짐작하고 있는 곳은 세 군데.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물었다. "거처를 빠져 나간 지 얼마나 됐지?" "열나흘쨉니다." 상운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 계산 중이다. 어디쯤 갔을까? 그는 눈빛이 수시로 변하면서 생각에 골몰했다. '그곳을 이용했다면 분명?' 그는 그녀가 그곳에 있을 것이라 여겼다. 어디를 생각해 보아도 성주님의 수련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그녀의 거처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 바로 그곳뿐이다. '내밀원주의 통로.' 그건 틀림없으리라 여겼다. 그녀가 도움 받을 만한 인물은 이곳에서는 내밀원주뿐이다. 그렇다면 그의 음성이 별안간 터져 나왔다. "삭혈동(削穴洞)이다!" 2 그리 좁은 통로는 아니나 사람 숫자가 많다 보니 좁아 보였다. 열세 사람이나 되었으니 비좁을 수밖에 없었다. 하나 한 사람씩 이동하니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았다. 앞장 선 궁설지는 입가에 고소를 금치 못하고 있었다. '상운기, 그 놈은 분명히 삭혈동을 뒤지고 있을걸?' 여기서 또다시 뭔가 뒤집혔다. 그녀가 있는 곳은 입구에서 보았듯이 현아동(玄牙洞)이었다. 누구도 이곳의 정체를 묻지 않았다. 물을 필요도 없었고 알 필요도 없었다. 통로에 솟아 있는 고드름 같은 것은 마치 맹수의 이빨처럼 생겼다. 그래서 현아동인 모양이었다. 그녀의 움직임에 모두들 소리 없이 따라갔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간혹 기이한 음향은 사람들의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그러나 누구도 군소리조차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괴이한 모양의 통로는 길게 이어져 있어 그 끝이 가물가물하다. 먼 곳에 보이는 곳이라곤 안개 같은 것만 넘실거렸다. 그게 오히려 공포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게다가 괴이한 음향은......? 정말 듣기 싫어 귀를 막고 싶었다. 교연은 더욱 심했다. 그러나 누구도, 특히 궁설지가 태연하게 앞으로 나아가자 입술을 깨물며 악착같이 태연하게 행동했다. '네가 가는데!' 자신이 못 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녀도 여자고 자신도 똑같은 여자다. 같은 여자인데 왜 그녀는 태연하고 자신은 이렇게 오그라드는가? 한편으로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팔자려니 생각했다. 그녀는 이곳에서 태어났고 생활했으니 저 정도는 별거 아니라고 여길 것이다. '유경험자와 무경험자의 차이일 뿐이야.' 그렇게 그녀는 위안으로 삼았다. 제법 춥다. 차가운 바람은 바깥이 가을이란 것을 무색케 할 정도였다. 바람조차 소리를 내지 않고 숨을 죽여 다가오는 것 같았다. 소리 없이 다가오는 공포처럼! 그녀는 슬며시 앞으로 나아가 다른 사람과 섞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어느 장면을 목격했다. 파영권 견책에게 다가간 성랑호리 육효진이 다정하게 그의 팔을 끼고 있었다. 언제 가까워졌는지 누구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통로의 분위기가 너무 삭막하고 공포스러워 다소 모두들 긴장하고 있는 탓에 남녀의 사랑에 상관하지 않고 있었다. '나를 짝사랑하고 있었던 주제에.......' 교연은 질투의 눈빛을 흘려내면서도 모른 체 지나갔다. 견책은 그녀를 정면으로 볼 수 있는 곳이라 알고 있었지만 그도 모른 체했다. 그녀의 심술을 익히 아는 터라 그는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일행들 모두 심각한 상태에 있으니 벌집을 건드릴 필요는 없었다. 그건 그도 알고 그녀도 물론 아는 사실이었다. 둘은 각자의 일상행동에 들어갔다. 견책은 견책대로 교연은 교연대로...... . 교연은 일부러 이청악의 옆에 가까이 걸음을 옮겼다.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의 옆에 있고 싶은 마음이 더욱 앞섰기 때문이었다. 이청악의 좌측 3~4자 거리에 궁설지가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녀는 통로의 아래쪽과 위쪽, 주위를 모조리 살피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행동에 아까부터 의아한 심정을 가진 현궁이 뒤에서 먼저 물었다. "궁 소저, 왜 그리 살피는 거요?" 궁설지는 그를 힐끔 보더니 방긋 웃었다. 면사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눈빛이 맑아 보였다. "십천세가 가지고 있는 이 통로들은 원래 아버님께서 구축해 놓은 것인데 그들은 단지 이름만 붙인 것이에요." "아......!" 현궁을 비롯하여 모두가 감탄을 터뜨렸다. 이청악만은 이렇게 묻고 있었다. "그것이 무슨 특별한 사유라도?" "언젠가 아버님께서 모산파란 단체를 깡그리 쓸어 버린 적이 있었어요. 그들이 요사스런 술법과 환술로 사악한 단체란 판명하에 그렇게 했어요. 그 와중에 다섯 사람을 살려준 적이 있어요." 사람들은 모산파의 멸망을 전해 듣기는 했지만 그 장본인이 궁설지의 아버지인 줄은 꿈에라도 상상을 못했다. 이청악뿐 아니라 무림칠기 모두가 놀라고 있었다. 그런 협의의 길을 걷던 그가 왜 이렇게 변했을까? 그건 누구도 모른다. 단지, 그 명유신공이란 것과는 다른 무슨 이유가 있는 게 틀림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상상을 하고 있는 와중에 특유의 목소리로 이청악이 슬며시 물었다. 누구나 기대감을 갖게 하는 그의 음성이었다. 말을 꺼내면 반드시 효과를 얻어내는 음성이었다. "혹시 그들이 천령오수객?" 그녀는 놀라며 그를 주시했다. '대단한 추리력!' "맞아요." 그녀는 간단하게 대답하며 다시 덧붙였다. "만드는 현장을 총지휘한 게 바로 천령오수객이었어요. 그래서 이곳은 아주 위험한 곳인지도 몰라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 모든 사람들은 괜히 으스스했다. 술법의 권위자인 천령오수객이 이곳을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였다면 반드시 뭔가 있을 게 틀림없었다. 게다가 조금 전부터 괴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방울소리 같기도 하고 저승에서 들려오는 듯한 손짓 같기도 한 아련한 소리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가까울수록 소름이 더욱 오싹 끼치는 것 같았다. 그 소리는 들리는 듯 멀어지고 다시 들려오더니 갑자기 바로 앞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유난히 처량하게 들려왔다. 딸...... 랑! 방울소리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느리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모두들 잔뜩 긴장했다. 특히, 여인들은 모두 남성의 뒤로 돌아가 검을 빼어들고 있었다. 남자들은 제법 의연히 여인들의 앞을 지키고 있었다. 누가 뭐라 해도 그들은 무림칠기가 아닌가? 남은 한 여인, 궁설지는 비록 내심은 두렵고 떨렸으나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이청악이 무심한 눈빛으로 통로 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교연이 초조한 눈빛으로 어깨 너머로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은 궁설지에 대한 질투보다는 두려움이 더 앞서는 듯했다. 두려움의 소리. 방울소리는 기이하게도 어디서 들려오는지 정확한 방향을 알려주지 않고 있었다. 가깝게 들렸다가는 이내 멀어지곤 하는 그 반복된 음향이 사람들을 두렵고 미치게 만드는 것이다. 서로간에 바싹 밀착하여 노려보고 있었다. 먼저 이청악이 걸음을 옮겼다. "대, 대형....... 조금 더 기다려 보고서......." "두려우면 이곳에서 기다려라!" 이청악은 간단히 주의를 주고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궁설지도 당당하게 따라갔다. 모두들 전전긍긍하고 있는 가운데 현궁이 선뜻 따라나서자 그때서야 모두 걸음을 옮겼다. 파영권 견책은 육효진의 손을 단단히 움켜쥐고는 중얼거렸다. '귀신은 질색인데.......'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정직한 인간이라면 절대 무서워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공포심의 발로가 귀신이라는 점을 착안한다면 그다지 이들의 두려움이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이 방울소리는 귀신이 내는 것 같지 않아 더욱 두려운 것이었다. 귀신이라면 오히려 그렇게 단정짓고는 뭔가 방안을 찾아내겠지만 무엇인지 분간이 가지 않기에 더욱 두려운 것이다. 그리고 뭔가 썩는 듯한 이 냄새....... 코를 찌르는 듯, 모두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악취도 이런 악취는 없었다. 시체 썩는 냄새도 이보다 더하진 않을 것이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이청악이 궁설지를 쳐다보았다. 그녀도 그를 보고 있었다. 동시에 보았던지라 서로는 어색했다. 이청악은 넌지시 말을 건넸다. "인간이 풍기는 냄새는 아닌 듯한데?" "시체일 거예요. 그것도 아주......." 사람들의 귀가 활짝 열렸다. 그러자 나직이 중얼거리는 궁설지의 음성이 아주 또렷하게 들려왔다. "살아 있는 시체인데 무섭도록......." "천강시(天疆屍)!" 교연이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오랑철호리의 다섯 여인도 흠칫 떨었다. 무림칠기의 다섯 사내들도 떨리기는 마찬가지였다. 현궁이 나이가 많은 관계로 약간은 담대하게 물었다. "실제로 있소이까, 소저?" 궁설지도 생각하기 싫은 듯 고개를 흔들었다. 분명히 그녀는 보았다. 그것이 벌써 10년 전이었다. 아버지를 따라서 어떤 곳을 갔는데 그곳에서 수십 명의 인간들을 거대한 독 속에 집어넣고 찌고 있었다. 분명히 어린 그녀의 눈에도 그 인간들은 살아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죽음은 독 속에 들어간 후부터였다고 판단이 섰다. 총명한 지혜 때문에 그녀는 현혹되지 않고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영원히 지워 버리려 애썼다. 그녀는 날마다 그 현상이 머리에 떠올라 제대로 잠조차 자지 못했다. 게다가 간혹 꿈속에 나타나면 그날은 뜬눈으로 밤을 꼬박 새우기 일쑤였다. 이제는 그 꿈이나 망상이 사라져 버렸지만 다시 재생되는 영상 같은 것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들의 모든 뿌리가 바로 천령오수객이었다. 그들이 지휘하고 있었고 온갖 약초와 독초들을 집어넣으며 뭔가 만들고 있었다. 심지어 임산부의 하혈한 피와 태반까지 동원되었다. 게다가 낳다가 죽은 아이를 통째로 그곳에 집어넣기도 했었다. 너무나 끔찍했다. 아버지 몰래 몇 번을 찾아가 그곳을 살폈다. 그녀의 총명함이 작용하여 누구도 그녀를 발견하지 못했고 그녀의 아버지조차 그녀가 이곳을 찾아내리란 것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때부터 아버지를 배척하고 따로 지내려고 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딸의 성장과정을 지켜보고 왔는 터라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두고 있었다. 스스로 일어서려는 인내심과 개척심을 기르려는 자신만의 영역임을 간주하고 도와주려 했던 것이다. 그 결과가 그녀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아버지의 저주를 저지하려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그녀의 아버지도 후회했다. 그러나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이다. 게다가 궁왕기는 철저히 자신을 관리하고 수하들을 다독거리며 강온 양면작전을 구사하여, 이제는 그만의 세계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아니 이미 만들어졌다. 어둠의 성, 명왕성이 완성되었고 차츰 변모되고 있었다. 처음의 사례로 환우삼제를 초청, 도전하여 죽였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그 신공인 명유신공을 완벽하게 익히기 시작했다. 완성된다면 이미 천하는 그의 손아귀에 쥐어지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나직이 말했다. "그들을 가리켜 철독아수라(鐵毒阿修羅)라고 해요......." 철독아수라! 듣기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얼마나 공포스러우면 아수라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는가? 대단한 천강시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대책이 시급하다. 이미 이청악은 귀를 땅에다 기울이며 탐색에 열중이다. 사람들이 아무것도 못하고 허둥거릴 때 그는 이미 시작했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에게 그가 손짓을 했다. 그러자 모두 입을 다물었다. 궁설지가 나직이 물었다. "몇이나 될 것 같아요?" "일곱...... 여덟...... 열...... 모두 열셋인 것 같소이다. 나머지 한 사람은 살아 있소." "그가 바로 술사예요." "천령오수객?" "아니에요. 그들은 전문적으로 강시들만 부릴 수 있는 술사예요. 헌데 어느 정도까지 왔어요?" "이백 장 안팎이외다." "허면, 조심해야 할 거예요. 특히 그 술사를 더욱 조심해야 해요. 그자는 강시들을 심안(心眼)으로 부리기 때문에 그 강시들의 힘을 고스란히 받아서 한꺼번에 무공을 펼칠 수 있어요. 그러면......." 누구도 당하지 못한다. 시체들이지만 힘으로 따지자면 엄청날 것이다. 아마도 말로써 표현조차 어려울 것이다. 직접 경험하는 게 최선책이었다. 강시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대응할지도 모른다. 다만 그들은 자신들의 무공을 믿는 것뿐이었다. 아무리 술법을 부린다해도 정통적인 무공에는 소용이 없다는 것을 그들은 배워서 잘 알고 있었다. 다만 하나, 강시들의 능력이 문제였다. 대개 강시들은 도검불침이고 사지를 잘라내더라도 소용이 없었다. 반드시 머리를 잘라내든지 불에 태워 죽여야 한다. 그런 평범한 지식밖에 없었다. 과연 이 강시들은 그럴까? 게다가 그 술사란 작자는 또 어떨까......? 3 상운기는 기가 막혔다. 삭혈동에도 없었다. 대체 그녀는 어디로 일행과 사라졌단 말인가? 한동안 멍하니 있던 상운기는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이미 그녀는 물 건너갔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그는 대담하게 포기했다. 막지 못할 곳에 갔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상책이다. 그리고 그쪽에 맡겨야 하는 게 원칙이었다. '누군가 그녀를 막겠지.' 그러면 그는 이제부터 흑룡원주가 지시한 것부터 처리해야 한다. 애당초 그곳에는 최정예가 투입되었다. 자신과 더불어 살표와 갈표, 혈사, 죽사, 아사, 새로 영입된 독사까지 포함하여 정예 600명이 그곳으로 향했다. 2,500명의 정예 중 고르고 골라서 뽑은 최정예였다. 이들만이라면 내궁각과 그녀의 거처는 모조리 일망타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수하 스물을 데리고 방향을 돌렸다. "우리도 합세하자!" 4 "크크크......!" 귀신의 울음소리인가, 유령의 흐느낌인가? 듣기가 아주 거북하고 급기야 귀를 틀어막는 현상이 벌어질 정도로 사악한 웃음이었다. 밀실인 것 같은데 공기가 차갑고, 그 냉기가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마치 사람 사는 곳이 아닌 듯했다. 시체 저장소 같은, 차가움이 한도가 넘어선 곳이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인간이 쓰는 물건들이 있었다. 원탁과 의자 하나가 전부인 그곳에는 인적이 없었다. 그 웃음소리도 허공에서 메아리치고 있어서 종잡을 수가 없었다. 기분 나쁘고 소름 끼치는 곳이었다. 패리릭! 소름 돋는 음향이 들렸다. 아주 기괴한 음향이 들리면서 의자 부분에 뭔가 나타났다. 그것이 뭔지 인간이 보았다면 그 즉시 까무러쳤을 것이다. 인간이긴 한데 하체가 보이지 않는다. 상체만 허공에 둥둥 떠서 동공에서 2개의 푸른 광채만 넘실거렸다. 너무나 괴이하고 괴상하여 필설로 형용할 수조차 없었다. 얼굴은 인간인데 눈빛은 유령의 그것이었고 몸체는 인간인데 하체는 무엇에 가려서인지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니 마치 둥둥 떠서 다닌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들의 가슴에는 선명한 수가 보였다. 상석인 듯한 곳의 인물의 가슴에는 혈색령(血索靈), 우측으로 도망령(刀網靈), 편편령(鞭片靈), 수귀령(水鬼靈), 설검령(舌劍靈)의 순으로 앉아 있었다. 괴이한 그 웃음소리는 혈색령의 것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웃고 있었다. "크크크....... 술책사 이전(異典)이라면 클클...... 간단하겠지?" "형님, 그 정도면 일각도 걸리지 않을 것이외다." 도망령이 거들며 말했다. 그러자 그 옆의 편편령이 쇳소리로 공기막을 탕탕 쳤다. "켈켈...... 안 되면 우리가 나서야지요." 그러나 누구도 그 말을 인정하지 않은 표정들이었다. 혈색령이 말했다. "십여 년 동안 오십 명이나 실패하고 겨우 그들 열세 구의 시체를 만들어 냈다. 천하에서 그들을 당할 자는 인간으로서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크크크...... 아마도!" 그는 큰소리로 장담했다. 여기까지 대화가 이어지자 그때서야 인간다운 음성이 들렸다. 그들은 분명 인간이 맞았다. 단지 술법으로 자신들의 모습을 감추고 있을 따름이었다. 도망령이 혈색령의 그 다음 말을 대신했다. "철독아수라가 처리하고 나면 소저의 거처도 없어질 것이다. 그때 우리는 모두 지상으로 나간다. 성주님의 지시다." "소저의 생사는?" "술사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게다가 무림에서 무림칠기란 허울만 뒤집어쓴 그것들이 무얼 하겠다고 나서는가? 쯧쯧......!" 도망령은 혀를 차며 비웃었다. 그러자 모두 괴이한 웃음을 터뜨렸다. "크크크......." 더럽게 시끄러운 놈들이었다. 5 코와 귀를 모두 틀어막은 열두 사람, 나머지 한 사람은 미간만 찌푸린 채 긴장하여 앞을 응시했다. 궁설지는 코를 틀어막았다가 억지로 떼어냈다. 그렇게 약한 면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나를 믿고 따라왔는데.......' 그녀가 아무리 여인이라지만 그래도 천하를 오시하는 여협이 아니던가? 절제갈 궁설지하면 무림계에서 화건방의 설중경 다음으로 최고로 치는 여인이었다. 그런데 자신보다 못한 이청악이 태연하자 한편으로는 자존심이 상한 탓도 작용했다. 그녀는 이빨을 악물며 앞을 응시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 대협께서는 그들이 어디까지......?" "쉿! 바로 앞이오!" 순간, 긴장했다. 모두가 정면을 응시했다. 동시에, 휙! 하얀 물체가 허공에 떠서 날아왔다. 어두운 밤에 하얀 천이 떠도는 듯하여 여인들은 기겁했다. 그건 마치 유령의 모습처럼 공포스러웠다. "어멋!" "아앗!" "피하시오!" 이청악의 고함 소리에 그녀들은 그때서야 허겁지겁 물러났다. 콰쾅! 그녀들이 피한 자리에는 강시들이 내리친 곳으로 방원 2~3장 깊이의 구덩이가 패여 있었다. 그녀들은 소름이 돋았다. "철독아수라!" 무서움보다 끔찍함이 더했다. '저곳에 있었다면?' 교연은 부르르 떨다가 천천히 오른손에 중검을 꺼내 쥐었다. 길이 1척 7치의 검이었다. 그녀는 검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끄끄끄......!" 13구의 강시들은 넓은 공터 같은 통로에서 그들을 습격했다. 이미 이곳을 습격장소로 지정하여 기다린 듯했다. 괴악한 웃음소리가 울릴 때마다 악취가 풍겨 도저히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모두들 참아야 했다. 시시각각으로 노리고 있는 강시들을 두고서 피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그들의 목적은 궁왕기의 수련장이 아닌가? 그 수련장을 가려면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만 가능했다. 그래서 그들은 억지로 참고 견뎌내고 있었다. 한데 이상하게도 술사는 보이지 않았다. 이청악은 주위를 샅샅이 훑어보고 있었다. 그는 글읽기를 좋아해 어떠한 책이라도 파고드는 습성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범어(梵語)까지 한때 심취해 있었다. 그 범어가 적힌 어느 책자에서는 몸을 감출 수 있는 수법이 다섯 가지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인간의 눈을 속일 수 있는 마영신술(魔影身術), 마음을 현혹시켜 숨을 수 있는 섭혼환술(攝魂幻術), 스스로 몸을 은닉시킬 수 있는 초은신술(超隱身術), 물체에 동화되어 보이지 않게 하는 전령신술(傳靈身術), 살아 있는 인간의 몸에 기생하는 배화술법(背化術法) 등이 있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의 생각을 뚫고 동료들의 비참한 현실이 음향이 되어 들려왔다. "이런!" "무기는 그 무엇으로도 통하지 않아!" 다급한 시점이었다. 그 술사를 찾아내야 한다. 어떠한 공격의 형태로도 강시를 이길 수는 없었다. 전설에서나 나옴직한 그런 류의 이야기들, 단번에 강시의 목을 자르고 토막내어 사라지게 한다. 현실에 맞지 않은 전설이나 신화였다. 그런데 지금은 현실이었다. 강시를 죽이려면 명검(名劍)이나 보도(寶刀)가 절실했다. 그것이라면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보겠건만, 그건 역시 전설이고 현실은 술사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자를 찾아야 한다.' "크아악!" 마치 죽음을 부르는 듯한 괴성을 터뜨리며 강시 둘이 교연을 덮쳐왔다. 아무리 강시라 하나 미인은 알아본다고 그녀는 스스로를 자화자찬하면서도 다급했다. 그녀의 검이 마주쳐 날았다. 까강! "아악!" 그녀는 퉁기듯 날아가 3장이나 멀리 가서 벽에 처박혔다. 강시는 여자도, 미인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녀의 생각은 오판이었다. "크카카......!" 괴성을 잇달아 질러대며 그녀를 향해 직격했다. 마치 인간폭탄인 듯 그대로 날아가 머리를 그녀의 몸에 부딪혀 갔다. 폭탄처럼 난폭하고 악랄하게 덮쳐갔다. 그녀는 전신이 저려서 도저히 일어설 수가 없었다. 전신이 마비된 듯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상황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4장....... 금세 1장이 되었다. 2개의 물체, 철독아수라가 그녀를 향해 돌격했다. 그녀는 당황했다. 갑자기 들이닥친 위험에 의외에도 그녀는 침착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어깨를 비틀어 1자쯤 옆으로 휘돌더니 중검으로 강시들의 4개의 눈을 향해 동시에 그어갔다. 츠츠깡! 그리고 그녀는 그 여파를 이용하여 2~3바퀴 회전하더니 2장 옆에서 서서히 멈추었다. 강시들의 모습이 이상했다. 그렇게 강하게 내리쳐도 꿈적도 않던 철독아수라가 그다지 힘을 기울이지 않은 공격에 2장이나 밀려가 비틀거렸다. 순간적으로 그녀도 반응했다 '눈?' 눈이 보인다는 것은 신경이 어느 정도 살아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게다가 그곳이 약점이라면 이건 큰 수확이었다. 전설이나 신화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인가? 신경은 살아 있지만 어디에도 통하지 않고 인간의 제일 약한 부분인 두 눈만이 약점이었다. 그녀는 크게 소리쳤다. "눈이야! 눈!" 그녀의 외침에 수십 군데의 상처를 입으면서도 속수무책인 모두에게 뇌광(雷光) 같은 밝음이 찾아들었다. 그때서야 모두들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제일 많이 당하고 있는 사람은 역시 파영권 견책이었다. 그는 무기가 없으니 맨손으로 강시들을 상대해야 했다. 한데 이건 아무리 두들겨도 마치 겹겹이 발라 놓은 고무를 두들기는 것 같아 도무지 승산이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태극권의 강함은 최고로 10만 근의 힘을 내뿜을 수 있었다. 그 정도라면 집채만한 바위라도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그런데 이 강시들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는 고전하며 계속 2명의 강시들에게 몰리고 있었다. 원래는 하나의 강시였는데 나머지 하나를 그가 떠맡았다. 바로 육효진의 것이었다. 그녀는 이미 반 실신상태로 누워 있었다. 여자란 이점이 나쁘게 작용하여 그녀는 강시를 보자마자 전의를 상실한 채였다. 실제로는 견책과 맞붙어도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 그녀이지만 여자란 무엇이기에......? 태어난 천성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하나 궁설지와 교연, 윤미랑은 아주 용감했다. 여인이라고 믿기에도 두려울 정도로 과감히 나서서 해결하고 있었다. 심지어 교연은 강시의 허점을 찾아내는 성과를 거두지 않았던가?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던 그들과 그녀들은 이제는 먼저 설치고 다녔다. 쌍인지 인유의 검지와 중지가 떨렸다. 그리고 외치는 말. "눈!" 그것이 치켜들려지면 강시들은 마치 알아듣기라도 한 듯 손으로 눈을 가리며 피했다. 우습기까지 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 가지 않았다. 워낙 강하고 무시무시한 철독아수라들인지라 쉽사리 눈을 공격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막고자 하니 그곳을 파괴시킬 수가 없었다. 마음을 먹고 하려면 공격하는 사람의 치명적인 상처도 예상해야 했었다. 그렇게 될 수는 없었다. 숫자가 적은 만큼 아껴야 하는 실정이었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그나마 약점이 발견되어 동등한 위치에서 싸우게 된 것이 다행스런 일이었다. 이청악은 교연의 외침에 빙긋 웃었다. '영악한 네가 그럴 줄 알았다.' 그리고 그는 계속해서 나갔다. 이미 네 가지를 조사했다. 그러나 어디에도 흔적이 없었고 보이지도 않았다. 나머지는 바로 배화술법이었다. '인간의 몸에 기생하는?' 누구의 몸에 그가 붙었단 말인가? 누구도 그런 현상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싸움의 현장에 나서려 했다. 그러다가 육효진의 쓰러져 있는 보습을 보았다. 실신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사경을 헤매는 듯했다. 그는 이상하여 아무도 모르게 접근했다. 2장쯤 왔을까? 그녀의 움직임이 요사했다. 몸을 비틀면서 자신의 전신을 쓰다듬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유혹하려는 듯 자신 스스로 육봉을 주무르며 하체를 문지르고 있었다. 게다가 유혹적인 비음까지 흥흥거렸다. "아하......!" '눈치를?' 그가 접근하자 갑자기 그녀의 행동이 낯뜨거워졌다. 아직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갑자기 저쪽을 보고 있던 육효진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빛에서 유혹의 빛과 함께 음탕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혀로 입술을 핥으며 눈길을 흘겼다. "흐흥......!" 그녀는 몸을 뒤틀며 하반신을 흔들었다. 앞뒤로 흔드는 모습이 남녀간의 정사를 하는 장면을 연상시켰다. 저건 그녀의 본모습이 아니다. 그러다가 육효진은 갑자기 손을 하체로 쑥 집어넣어 움직였다. "아하......!" 스스로 자위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뜨거운 숨결소리에 견책이 그걸 들었다. 그는 강시들을 네 번 연달아 치고는 물러섰다. 그가 물러서자 이상하게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견책은 육효진의 상태가 심각하지만 기이하게 생각하여 다시 한 발짝 강시에게 다가가자 그들도 한 발짝씩 움직였다. 멈추면 그들도 멈추었고 움직이면 같이 움직였다. "모두 멈춰요!" 견책의 소리에 깜짝 놀라며 모두 물러섰다. 그들은 물러서며 긴장했으나 강시들이 움직이지 않자 가만히 있었다. 견책이 육효진의 생생한 장면을 보면서 안타깝게 소리쳤다. "우리가 공격하지 않으면 강시들도 움직이지 않소이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육효진의 행동을 보라. 이건 바로 정사장면이 아니고 무엇인가? "헉헉......!" 그녀는 손으로 자위행위를 하면서 한 손으로는 욕봉을 주무르며 터질 듯 꽉 움켜쥐기도 했다. 견책은 움직이려다 이청악의 말을 들었다. "자칫하면 그녀가 위험해!" 견책으로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그는 소리쳤다. "대형! 어떻게......." 이청악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녀의 행동은 더욱 거칠었다. 마치 절정에 이른 여인처럼 손길이 바빠졌다. 천천히 다가가는 이청악을 보면서 교연은 괴이한 충격에 접해 있었고 괴상망측한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질(膣) 안으로 들락거리는 남성 성기의 느낌은 어떠할까? 마치...... 암수 한 쌍의 몸이 붙어 있는 몸이 서로의 후장을 쑤셔대는 그 맛일까? 아니면....... 어멋!' 그녀는 순간 놀라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처녀의 몸으로 어떻게 그런 순간의 뜨거움을 마음으로 느끼게 하는 것일까? 그때였다. 슈칵! "끄아악!" 처절한 비명이 모두의 귀청을 떨어 울리는 것처럼 애처로웠다. 털썩! 누군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청악은 기이했다. 육효진의 빠른 손놀림이 다소 둔화됨이 그의 망막으로 다가왔다.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지만 그는 똑똑히 보았다. '이놈이 이탈하려 한다.' 다음은 누구인가? 분명히 마음이 허약한 인간에게 기생할 것이다. 육효진은 이미 절정에 다다랐고 숨이 몹시 가쁘다. 그러나 견책의 마음은 안타까웠고 숨은 이미 차 올라 막혀 버렸다. 호흡이 거친 것은 분노 때문이었다. 육효진의 음부가 적나라하게 모두 드러나 있었다. 그녀의 음부는 피와 질액이 범벅이 되어 홍건하게 주위에 고여 있었다. 그리고 괴이한 액체들...... . 질퍽한 그곳에서 괴이한 음향이 들려왔고 그녀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아아...... 어서!" 그런데 어느 순간, 그녀의 안색이 서서히 변하고 있었다. 순간적이었다. 그때, 이청악은 희미한 물체가 그녀의 몸에서 빠져 나와 어디론가 흘러 들어가려 함을 보았다. 그리고 물체는 이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낄낄....... 이년의 후장은 맛보았고, 다른 년에게 가 볼까......."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그 말은 술사들만 들을 수 있었고 바로 범어였다. 그런데 이청악은 들었고 그 물체를 볼 수도 있었다. 순수한 내공이 뒷받침된 눈이 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말했다. "그렇게 될까?" 물체는 너무 놀랐고 순간, 움직임이 주춤했다. 그리고 그의 검은 순식간에 뽑히고 있었다. 일컬어 말하자면 광야검으로 이어지는 순서의 자연정심검(自然精心劍)이랄까....... 슈칵! "어멋!" 궁설지의 놀람이었다. 그녀는 떨어진 물체를 유심히 살폈다. "이전(異典)이로구나!" "누구요?" "명왕성의 술책사예요. 이자 말고 두 사람이나 더 있는데......." "아앗!" 갑자기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순간적인 외침으로 그 속에는 놀람과 공포, 수치심이 담겨 있었다. 육효진의 음성이었다. 모두들 놀라며 시선을 옮겼다. 육효진의 비참하고도 애절한 표정은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내가...... 내가......." 그녀는 자신이 앉아 있는 모습의 흉함도 모른 채 물끄러미 밑을 응시하고 있었다. 자신의 추한 찌꺼기가 몸 밖으로 배출되고 있었다. 냄새까지 고약했다. 그녀는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앞과 뒤의...... 무엇의, 누구의 것인가? 다른 사람들은 안타까워하면서도 멀리 피하고 있었다. "효진....... 내가 있잖소!" 견책은 누구의 눈길도 아랑곳 않고 그녀를 꽉 껴안았다. 그가 감싸자 그녀의 모든 추함이 사라지는 듯한 착각마저 느끼게 평화로운 광경을 연출했다. 그는 진심이었다. 그는 한 여인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육체와 부귀영화가 아닌, 한 인간의 진정함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부드럽게 달래고 있었다. 그녀는 막무가내로 도리질을 치고 있었다. 무엇에 대한 거부인지 그 누구도 모른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 누구나 그녀의 저 거부를 또한 알고들 있었다. 이청악은 수심이 가득 서린 눈빛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강시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있었고 그들은 이미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이미 그들의 파괴공작이 이루어졌다. 다른 두 사람이 시도하다 그만두자 또 한 사람이 붙었다. 깡......! 여러 번 시도하던 쌍인지 인유는 손을 덜덜 떨며 포기했다. 무쇠를 부수던 그의 지력이 한낱 강시의 몸조차, 아니 눈꺼풀조차 꿰뚫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들 고개를 흔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도 고개를 흔들었다. "무엇으로도 파괴되지 않을 것이오." 이청악의 시선이 자연스레 교연을 스치고 있었다. 교연은 움찔거리더니 슬며시 시선을 피했다. 그녀의 목덜미는 이미 붉어졌다. '대형은 나의 의중을 파악했을까?'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그런 마음까지 먹었는지 몰랐지만 육효진의 상황을 보아 알 수 있었다. 홀린 것이다. 그걸 이청악이 막아준 것이었다. 그녀의 망막 저편으로 스치는 이청악의 눈빛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큰일날 뻔했다, 연아.......'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잼 납니다
재미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