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요맘때, 가을이 서서히 죽어가던 시기에 그를 만났다.
그는 위대한 헤비메탈 밴드 아이언 메이든의 신참 보컬리스트였고,
최초로 참여했던 메이든의 앨범 엑스팩터가 발매되어 관심을 끌던 중이었다.
사실 그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핫뮤직을 통해서였다.
한국인 기자와 인터뷰를 한 아주 긴 내용이었는데~~~~~~~~~~~~
그것을 다 읽고나니 여타 헤비메탈 뮤지션답지 않게 매우 착하고 겸손
하며 예의바른 사람이었으며,
동시에 자신이 맡은 일에 매우 열정적인 락커같다고 느껴졌다.
이후 아이언 메이든의 엑스 팩터 앨범을 오빠가 사왔길래 같이 들었다.
내 돈으로 구매하고 싶었지만 오빠가 먼저 샀는데 또 구할 필요는 없었다.
전임 보컬리스트 브루스 디킨슨의 강력한 팬인 오빠는 이 앨범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반면 나는 아주 좋게 들었다.
내가 핫뮤직 인터뷰 따위에 세뇌당한건 아닐 것이다.
어느 정도 그에 대해서 호감을 가진건 사실이지만 이너뷰 따위를 곧이 곧대로
수용할 필욘 없지~~~~~~~~~~~~~~~~~~~~~~~~~~하하하하
그는 좋은 목소리를 가졌고 전임 보컬리스트들인 폴 디아노나 브루스 디킨슨과는
달리 부드러운 면이 느껴져서 좋았다.
엑스 펙터를 들으면서 첫번째로 든 생각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이언 메이든을 들어왔던 내가 오빠완 달리 그들의 열성팬이
되지 못했던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폴 디아노와 브루스 디킨슨이 노래를 했던 80년대의 아이언메이든은 무지 거칠
고 raw했는데 그 질감이 본능적으로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자신이 받은 감정을 언어로 구사하는 능력이 없어서 구체적
으로 형언할수 없었는데 10대 중반에 접어드니까 확실히 말할수 있었다.
남자 록팬들같은 경우는 록의 raw한 느낌을 수용할수 있지만 나는 그들의
세련되지 못하고 투박하고 거친 인상이 본능적으로 싫었다.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거칠다는 것은 터프하다, 와일드하다, 파워풀하다
이런 의미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외형적인 사운드라기 보다는 음악 내면에
영글어있는 정서나 윤리, 인성과 관련있는 부분이다.
나는 폴 디아노나 브루스 디킨슨이 어떤 성정을 가진 사람들인지 잘 모르지만
그들이 적어도 그처럼 따뜻하고 겸손하며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람들
이라곤 생각되진 않는다.
그의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 하나 있었다.
아이언 메이든의 오랜 팬들이 당신을 쉽게 인정하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기자의 매우 도발적인 발언에 대하여 그는 충분히 이해할수 있다고 답하며
브루스 디킨슨을 그리워하는 기존 아이언 메이든 팬들의 애타는 마음을 진심으로
헤아리고 있었다.
그러한 그의 마음은 엑스팩터 앨범 수록곡들에서 충분히 느낄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들어와서 아이언 메이든이 상업적으로 실패했고, 심지어
그가 밴드를 망쳐버렸다고 서슴없이 말하는데~~~~~~~~~~~
난 매우 궁금하다.
과연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중에 엑스팩터와 버츄어일레븐 앨범을 진지하게
들어본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90년대 아이언 메이든의 앨범 판매량이 80년대에 비해 급격히 감소했다
는 것은 기존의 팬들이 90년대 앨범들을 사지 않았다는 것인데~~~~~~~
자칭 팬이라 자처하는 이들이 자신의 우상들이 낸 앨범들을 구매하지도 않고
아이언 메이든도 이제 끝났다느니 풋내기 보컬이 말아먹었다느니 이런 말들을
서슴없이 내뱉는걸 보면 참으로 실망스럽다.
1990년대에 아이언 메이든을 죽인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오랜 팬들이었다.
뮤지션에겐 항상 그 자리에 있길 원하면서 막상 자신이 있어야할 곳에선
무책임하게 회피하며 한때 나도 메탈 들었지 이런 식으로 으시대는 사람들은
더 이상 메탈 팬들이 아니다.
그런 이들은 한때 메탈을 들었던 꼰대일 뿐이다.
진정한 메탈 팬이라면 항상 신념을 잃지않고 성원해야되는거 아닐까?
더군다나 얼터 그런지의 공습으로 무너져내린 메탈 밴드가 앨범을 내면 당연히
지지해야 하거늘 의도적으로 외면하다니~~~~~~~~~~~~~~~~~~~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80년대의 메탈팬들과 이후의 매니아들이 교류를 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점에 있다고 본다.
대부분 80년대의 메탈팬들은 그 시절에만 머물러 있고 진화를 하지 않는다.
더 이상 새로운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나이 차이 별로 나지도 않는 후대의 팬들과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다.
후대의 팬들이 얼터너티브락이나 하드코어에 감염되어, 좀비가 된게 아니라
오빠언니형님누님들이 새로운 세대의 메탈을 무시하고 쌩까서 커뮤니케이션
브레이크 다운이 된거라고요~~~~~~~~~~~~~~~~~~~~~~~~~
새로운 세대의 음악을 쌩까실지언정 원래 듣던 프리스트, 메이든, 싹손은
챙겨주셔야 되는데 그것마저도 외면하시니까 이후 세대와 단절이 되는 것
이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에게 있어서 아이언 메이든은 엑스 팩터와 버츄어 일레븐이다.
전임자들과는 확실히 다른 성정의 신예 보컬리스트 블레이즈 베일리의 역량
이 드러난 이 시기의 곡들은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아름답고 영묘하다.
이 앨범들로 인하여 나는 비로소 메이든의 위대함을 알게 되었고, 이전에
그들이 발표했던 명반들도 하나하나 세심하게 찾아듣게 되었다.
메이든의 앨범들은 전반적으로 퀄리티가 균일했다.
특정 앨범이 떨어지거나 반대로 뛰어난건 없었다.
블레이즈 베일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보컬리스트중 하나이며
그가 참여했던 아이언 메이든의 앨범들은 내 마음 안에서 명반들이다.
그리고 비록 상업적으로 실패했지만 엑스팩터와 버츄어일레븐이 80년대 앨범
에 비하여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의견엔 절대 동의할수없다.
아이언 메이든의 위대함은 단 한번도 금이 간 적이 없다.
메탈팬들이 아이언 메이든을 숭배하는건 그들의 음악이 멋져서이지,
결코 그들의 판매고가 높았기 때문이 아니다.
첫댓글 https://youtu.be/u5UqJWRV55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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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 팩터 앨범 퀄리티가 아주 높았지요....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