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모든 것이 친구입니다. 동물과 말을 할 수 없는 사물들도 쉽
게 친구가 됩니다. 도시에서 자란 저는 자동차를 좋아했습니다. 1980년
대 중반은 대우와 현대 등 국내 자동차 회사가 국산 자동차를 본격적으
로 생산하고 새로운 모델을 내던 시기였습니다. 승용차나 자동차라는 말
보다는 '자가용'이라는 말을 많이 쓰던 시절이었죠.
친구들과 전 자동차를 좋아했습니다. 지금에 비하면 당시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자동차는 몇 종류 안되지만 그래도 우리는 나름대로 좋아하
는 차들이 각자 있었습니다. 그 때는 자동차를 보면 '자동차의 표정'이
보였습니다. 대개 이 자동차의 표정은 자동차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헤
드램프(헤드라이트)를 비롯한 앞쪽 디자인에서 결정됩니다.
사물을 쉽게 의인화해서 볼 수 있던 순수한 어린 시절이라 그런지 자동
차를 보면 마치 살아있는 동물이나 사람의 표정처럼 보였지요. 둥근 헤
드램프를 가진 포니1은 매우 똘똘한 녀석처럼 보였고, 사각의 작
은 헤드램프와 그 사이 검은색의 디자인의 포니2는 약간 딱딱해
보이지만 성실한 녀석의 인상이었다고나 할까요.
맵시나라는 자동차는 날렵한 헤드램프라 그런지 좀 못돼보였습니
다. 그래서 당시 왠지 맵시나 택시를 탈 때면 괜히 싫었습니다. 트럭 중
에서 지금은 없는 모델인데 검은 테두리 안에 둥근 쌍헤드램프를 가진
차가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앞모습이 둥근 모습이라 그런지 돼지처럼 보
여 우리들은 '꿀꿀이차'라도 불렀다.
자동차에도 표정이 있습니다. 이제는 자동차를 완전한 사물로 인식하
고 그냥 차가운 철로 된 탈 것으로 생각해서인지 예전처럼 말 그대로 자
동차에서 '표정'을 읽긴 힘들지만 그래도 자동차에 표정이 있는 건 사실
입니다. 얼마전 한 자동차 칼럼니스트의 자동차 헤드램프에서 오는 표정
이야기에 정말 공감이 간 적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중반까지 자동차의 눈이 동그랬다고 합니다. 당
시 자동차 규정이 그러했기 때문이라는군요. 유럽의 자동차는 이와 달
리 개성적이었습니다. 눈매가 날카로운 푸조는 '고양이 눈'이라는 애칭
이 있었다고 하지요. BMW는 동그란 눈매이긴 하지만 약간은 부릅뜬 눈매
의 인상입니다. 램프의 윗 부분이 가려있기 때문이지요. 벤츠의 커다란
사각 램프는 웅장하고 왠지 근엄하고 권위적입니다.
요즘은 대개의 자동차가 유선형의 날카로운 눈매들입니다. 동그란 눈망
울을 가진 차는 찾기 힘들어졌지요. 날렵한 헤드램프는 날카롭거나 차가
운 표정입니다. 마치 화난 사람의 치켜 뜬 눈 같습니다. 어떤 차는 뚱
한 표정에 심술맞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다시 복고풍 스타일이
돌아오면서 동그란 눈매의 차가 늘어나기도 했지요.
저 역시 동그란 눈망울을 가진 대우 마티즈나 폴크스바겐의 뉴비틀과
루포를 만나면 기분이 좋습니다. 특히 마티즈2는 앞의 전체 인상이 마
치 웃고 있는 모습입니다. 개구리가 미소를 지고 있다고나 할까요.
1톤 트럭 포터의 표정은 특히 귀엽습니다. 트럭답지 않은 인상입니다.
미간 사이가 넓은 녀석이지요. 누군가는 연민이 느껴지는 애수어린 눈이
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정말 정감이 가는 얼굴입니다. (자동차에서 순
진한 표정을 읽는다고 한다면 현대인의 지나친 감정이입일까요. ^_^) 심
지어 같은 벤츠이지만 벤츠 C클래스에 더 정이가는건 아마도 위압적이거
나 권위적이지 않은 둥근 램프 때문이겠죠.
얼마전 새로 나온 대우 매그너스 광고에는 이른바 늑대개라고 불리는
시베리아 허스키가 나옵니다. 이 광고가 멋진 이유는 자동차 광고지만
개가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개의 이미지와 자동차의 이미지과 매
우 닮았기 때문입니다. 광고에 나오는 개의 눈매과 자동차의 눈매는 무
척 닮았습니다. 매그너스의 유선형 램프 스타일 안에 겹쳐진 내부의 원
형 램프의 앞모습은 흡사 시베리안 허스키 눈을 떠올립니다.
과거 국산자동차에 고유한 창조적인 디자인을 말하긴 좀 어려운 실정
이지만 그래도 기아 자동차는 대체적으로 직사각형의 램프가 많았습니
다. 대우차는 그에 비해 유선형의 날카로운 램프가 많았고 현대는 그 중
간형태가 많았지요.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지만 자동차에는 나름의 표정
이 있지요.
이렇게 자동차도 표정이 있을진대 사람도 그 사람만의 고유의 표정이
있지 않나요. 남들이 보는 나의 표정은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크지 않
는 두 눈에 가만히 있을 때는 무서워보인다(?)는 소리를 듣는게 저의 보
통 표정입니다. 자주 짓는 표정은 무엇일까 한참 생각해보았는데 이건
아무래도 저의 몫이 아닌 듯 합니다. 아마도 주위사람들은 쉽게 떠올리
겠지요. 저의 표정이 마티즈2의 웃고 있는 인상 계열인지 아니면 무쏘같
은 표정인지... ^_^
길거리에 웃고 있는 자동차와 사람의 얼굴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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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입니다.출처는 http://www.google.co.kr/search?
q=cache:BQ2WygV8zhEC:column.daum.net/Column-
bin/Bbs.cgi/letter4you/qry/qqatt/%255E+%C6%F7%B4%CF2&hl=ko
아마도 개인이 쓴글인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