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지붕들/박해림-
그 계단엔 한낮에도
해 기우는 그 지붕이 살고 있다
칡덩굴처럼 허공에 발을 뻗는 저 촉수
낮은 키 때문에 자주 비를 들이고 내치기도 했을
엇 포갠 하늘만큼 날아오를 태세다
유리 박힌 블록 담장, 처마에 걸린 양철홈통
엉덩이 들썩이게
개숫물도 콸콸 쏟아낸다
세상은 너무 환해서 높고
더 낮아질 수 없어 아늑한 것을
아직도 온기를 증언하는 도심의 산 일 번지
카키색 천막지가 여린 바람에도 펄럭이고
그 내력까지 품는다
그 지붕들
올 겨울 북서풍을 견딜까
슬레이트 깨진 난간 끝에 잘게 베어진 햇살만
종일 통통통 지붕 위를 뛰어다니고
쇠창살 난간에 놓인 맨드라미, 다알리아, 샐비어
재개발이라는 희망으로 한창 성업 중이다
어디로 방향을 틀어야 할지
한 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해 기우는 이 한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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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그 지붕들/ 박해림
돌샘 이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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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
22.08.2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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