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장. 강호출도(江湖出道) 백방생은 지관에게 물었다. "그는 도생선사와 연관이 있는 사람이오?" 지관은 약간 뜻밖이라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바로 도생사숙의 제자요. 헌데 그걸 어떻게 알았소?" 백방생은 고소하며 말했다. "그냥 추측해 본 것이오." 사실 백방생은 자신에 대한 소림승려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록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지만, 백방생이 특별하 게도 그들의 성지인 조사동에서 그토록 오래도록 머물렀다는 것은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인 것이었다. 그 회의승려는 왠지 약간 적대감 마저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백방생은 그렇게 추측한 것이었다. 지관은 말을 이었다. "지덕(知德)사형은 본래 성격이 저렇게 괴팍하니 너무 마음에 두지 마시오." 갑자기 다소 웅장한 건물의 앞에 이르러 지관은 문득 걸음을 멈추었 다. 안에서 홀연 창로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지관이냐?" 지관은 공손히 합장하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안에서 다시 그 창로하면서도 냉엄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어서 들어 오너라. 그 시주는 데리고 왔느냐?" 지관은 이미 백방생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 전각의 내 부는 다소 이상스러울 정도로 조용했다. 다른 승려들은 없었는데 이윽고 작은 거실을 지나서 선방에 들어가자 한 명의 노승이 눈에 들어왔다. 그 노승은 나이가 팔십은 넘은듯 하고 황색의 승포를 걸쳤으며 회색빛 눈 썹이 길게 자라나 있었다. 지관은 그를 대하자 즉시 백방생에게 전음 을 날렸다. (계율원(戒律院)의 수좌(首座)이신 도겁사백이시오. 어서 인사를 올리시 오?) 바로 아까 그 지덕이라는 승려가 말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 다. 백방생은 즉시 포권을 하며 그 황포노승에게 인사를 했다. "다시 뵙는군요. 그간 편안하셨습니까?" 사실 백방생은 그 노승을 이전에 조사동에서 본 적이 있었다. 도겁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 시주께선 그간에 몸이 더욱 좋아지셨군. 모두가 부처님의 가호라고 생각하오." 이어 지관에게 눈짓을 하자 지관은 즉시 물러갔다. 백방생은 지관이 물 러가는 것을 바라본 뒤에 말했다. "이곳이 도생선사께서 생전에 거처하시던 곳입니까?" 도겁은 미소하며 말했다. "그렇소. 아미타불! 시주가 이렇게 도생사제와 인연을 맺었으니 실로 이는 더없는 축복인가 하오." 이 선방은 비록 누추하지는 않으나 이불도 없었고 또한 그 흔한 불경 조차 하나도 없었다. 오직 한쪽에 탁자 하나만 덩그마니 놓여 있을 뿐이 었다. 그 탁자위에는 지금 작은 상자가 놓여 있었는데, 백방생은 은근 히 그 상자에 시선이 갔다. 아까 지관의 말로는 도생선사가 그에게 뭔 가 물건들을 남겼다고 했었기 때문이었다. 백방생은 말했다. "모두가 선사께서 소생을 잘 보아주셨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도겁은 과연 손을 내밀어 그 상자를 집어서 백방생에게 건네주었다. "이것은 사제가 시주에게 전해주라고 했던 것이오. 이제 이것은 시주 의 물건이니 한번 열어 보시오!" 백방생은 그 상자를 받아들고 즉시 뚜껑을 열어 보았다. 그 안에는 약 간 뜻밖의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바로 한 벌의 비단옷과 책자, 그리고 은표나 금표들이 들어있는 작은 주머니였다. 그런 물건들을 남겼다면 필시 다른 서찰도 남겼을 것이다. 그러나 백 방생이 아무리 뒤져도 그런 서찰은 나오지 않았다. 도생선사는 과연 이 미 모든 할말을 다했기 때문에 약간의 서찰조차 남기지 않은 것일까? 그 한권의 책자는 만든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었는데 아직 묵향이 가시 지 않았고 강호인물록(江湖人物錄)이라는 제목이 붙여져 있었다. 백 방생은 문득 그 글귀를 보자 콧날이 시큰해 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도생선사의 필적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가 있었다. 아마도 도생 선사는 백방생이 아직 강호의 사정에 어두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책을 남긴 모양이었다. 주머니안의 돈은 대략 황금 칠천여냥이었다. 그것은 바로 백방생이 이 소림사로 들어왔을 때 지니고 있던 것이었다. 도생선사는 그것을 따로 보관하고 있다가 이렇게 백방생에게 돌려주는 것이었다. 헌데 마지막 한 벌의 비단의복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불문의 고 승과 이 비단의복은 어떻게 어울리는 것일까? 도겁은 아직 가지않고 있다가 다시 말했다. "시주는 사제가 남긴 뜻을 알 수가 있겠소?" 백방생은 이내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도생스님께서는 저더러 빨리 이곳을 떠나서 자립하라는 말씀이시지요." 그렇다. 도생선사가 비단의복을 준비하고 그런 책자를 남긴 것은 바로 그런 의미가 아니겠는가? 도겁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미타불, 선재로다! 시주께서 이토록 총명하시니 열반한 사제도 마음을 놓을 것이오. 그럼 이제 언제 떠날 생각이시오?" 도겁의 그러한 질문은 미리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 백방생은 그러나 이내 대답했다. "내일 아침에 삼신승을 배알하고 바로 떠날까 합니다." 백방생은 본래 얼마 남지않은 정의맹의 창단식에 함께 끼어서 소림사 를 떠날 생각이었다. 그러나 왠지 소림사의 승려들이 그다지 자신을 좋 아하지 않는 것을 느끼고 생각을 바꾼 것이었다. 헌데 도겁은 고개를 저 으며 말하는 것이었다. "그 세 분은 다시 만날 필요가 없소이다. 만일 그곳에 남겨둔 물건이 있 다면 노납이 가져다 줄 것이오. 시주는 내일 떠나겠다면 오늘 밤은 그 냥 이곳에서 유하시는 것이 좋겠소이다." 백방생은 다소 어이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사실 삼신승과 작 별인사를 나누고 싶었으나,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그의 인사를 받아줄 지도 의문이기는 했다. 그러나 왠지 도겁이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다 소 지나치게 야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긴, 나는 이곳의 불제자도 아니니 당연히 이제는 그만 나가야 하겠 지.) 백방생은 이 소림사의 승려들이 다가오는 정의맹 창단식에 참가하기 위해 매우 바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백방생은 순간적으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렇다면 저 대신에 그분들께 작별인사를 전해 주십시오. 소생은 각별 한 은혜를 입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 곳에 남 겨둔 다른 물건은 없고, 그럼 내일 아침에 일찍 이곳을 떠나기로 하겠습 니다." 도겁은 말했다. "아미타불, 인간의 은원관계 역시 무상한 것이요. 마음에 둘 필요가 없는 것이외다. 그러나 시주께서 그렇게 원하시니 노납은 그렇게 말씀을 전하도록 하겠소이다. 그럼 내일 아침에는 뵙지 못할테니 이곳에서 지 금 작별을 고하도록 하겠소." 말과 함께 도겁은 신형을 일으키며 합장했다. "부디 시주의 앞날에 항상 부처님의 가호가 함께 하시길 기원드리겠소 이다." 백방생도 부득이 마주 일어서서 포권했다. "그럼 대사님도 안녕히 계십시오." 도겁은 그 다음에 곧장 방문을 열고 나가 버리고 말았다. 백방생은 약 간 귀신에라도 홀린 듯이 멍하니 선방에 앉아 있다가 문득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정말로 이 방에서 도생선사는 열반한 것이었을까?) 사실 그러한 중얼거림은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흡사 공 허한 메아리와도 같았다. 그것은 그의 가슴속을 울렸다. 백방생은 마치 느닷없는 일을 당한 것처럼 마음이 쓸쓸해졌다. 하긴 세상에 나가면 이보 다 더한 사악함과 권모술수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곳의 무례함과 무뚝뚝함은 그것에 비하면 차라리 친절과 진실로 받아들여 도 좋을 것이다. 마음이 일단 그렇게 안정되고 나자 백방생은 할 일이 없어서 다시 그 물건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허름한 회색승포를 걸치 고 있던 상태였다. 그것은 본래 회색이 아닌 본래는 검은 색이었는데 너무나도 낡아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었다. 백방생은 일단 그 승포를 벗고 도생선사가 마련해준 비단의복을 갈아입 었다. 의복은 제법 그의 몸에 잘 맞았다. 거기에는 속옷들도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백방생은 오랜만에 완전히 새옷으로 갈아입은 새신랑과 도 같았다. 다만 지금 그의 얼굴에는 수염이 다소 자라나 있었고 봉두 난발을 한 것이 차이를 보일 뿐이었다. 백방생은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다가 문득 과거 자신의 머리를 빗어주고 묶어주던 진소유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백의관음(白衣觀音)이라는 별호에 걸맞도록 대단히 아름답고 고고하던 그 십칠세의 소녀.... 백방생은 문득 자신이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생 각하고 일부러 자신의 허리를 꾹꾹 눌러 보았다. 사실 그는 지금 과거 와는 비교도 안되게 허리가 뚱뚱해져 있었다. 그의 얼굴에도 살집이 가득했고 전체적으로 아주 둥글둥글한 모습이었다. 의삼의 품이 제법 넓지 않았다면 약간 곤란할 뻔 했다. 백방생은 그렇게 자신의 몸을 훑어보다가 금표 등이 들어있는 주머니 를 품속에 잘 갈무리 하고, 이윽고 그 강호인물록이라는 책자를 읽어보 기 시작했다. 그 책자는 과연 현재의 강호에 활약하는 강호인들의 모습과 특성 등을 간략하게 정리해 놓은 것이었다. 백방생은 이미 알고있는 바가 적지 않 았으나 그것으로 인해 더욱 강호의 사정을 훤하게 알게 되었다. 그런데 돌연 거기에서 백방생에게 놀라운 일이 한가지 일어났다. 다름아닌 그가 그토록 알고 싶었던 달마오수와 진소유에 대한 행방이 적혀 있었던 것이 었다. 아마도 도생선사는 백방생에게 그 선물을 남기기 위해 이 강호인물록 을 작성했는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책자에 의하면 달마오수와 진소 유는 낙양(洛陽) 부근에 와서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진소유는 전에 얘기했던 비구니와는 전혀 다른 생을 살고 있으며, 게다 가 더욱 놀라운 것은 어느새 달마오수가 이미 환속을 하여 세속의 이름 을 사용하고 별호를 천상오룡(天上五龍)이라고 한다는 사실이었다. 책 자에는 그들이 최근에 들어 있는 천상회(天上會)라는 단체에 대해서 간 략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천상회는 신흥의 단체로서 아직 그 실체가 거 의 강호에 드러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대개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 불과 백일 정도의 세월이 흘렀을 뿐인데, 강호의 사정은 급속히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았 다. 도생선사가 남긴 달마오수 등에 관한 정보는 백방생에게 매우 유익 한 것이었다. 그는 이제 강호에 나가서 해야할 일의 실마리를 잡은 셈이 었다. 우선은 역시 그들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백방생은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이곳을 쫓기듯이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어이없어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한시라도 빨리 강호에 나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지 경이었다. 그러나 백방생은 일단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앞으로 강호에 나 가게 되면 다시는 전과 같은 실수는 없어야 할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된 다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미 어느새 누군가가 방문앞에 저녁 공양을 갖다놓은 후였다. 백방생 은 일단 식사부터 하고서, 이윽고 밤을 새워가며 그 책자를 읽기 시작했 다. 그런 책자를 항상 가지고 다닌다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처사는 아 니었다. 오직 머리속에 기억시켜 놓아야만 사용되는 것이고 망실당할 염 려도 없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으로선 달리 할 일도 없는 상태가 아닌가? 다음날 아침 백방생은 마침내 그 책자를 모조리 기억하고 소각시킬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다소 후회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밤새도록 너무나도 애쓴 나머지 아침이 되자 오히려 지나치게 피로하고 졸려왔다. 이런 상태로 소림사를 떠나 여행을 오래 할 수도 없는 입장이 아닌 가? 백방생은 궁리끝에 겨우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낼 수가 있었다. 그것 은 바로 마차를 불러서 이곳을 떠나는 것이었다. 따라서 아침식사를 하 기 전에 백방생은 식사를 가져온 그 승려에게 마차를 빌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식사후에 그 승려가 웃는 낯으로 다가왔는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마침 소채 등을 운반하던 달구지가 아직 가지않고 있는데 그것이라도 타고 가시겠소?" 하긴 이런 곳에서 마차를 부른다는 것도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쉽지 않은 노릇일 것이었다. 걸어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백방생 은 무엇이라도 마다할 입장이 되지 못했다. 백방생은 즉시 수락하며 약간의 은자를 꺼내서 그 승려에게 수고비 로 주었다. 그 승려는 이 소림사에서 정식 제자라기 보다는 그저 허드렛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자연 많은 일들을 하다 보니 이재에 욕심이 생겨 서 은자를 마다할 리가 없었다. 그 승려는 내심 기뻐하며 은자를 받자 은근히 더욱 신경을 써주는 듯 했다. 이윽고 달구지는 모든 떠날 준비를 마치고 백방생을 기다렸지만, 백방 생은 또한 누군가가 나타나서 자신의 작별인사를 받아주길 바랬다. 장 문인이나 도겁대사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 지관스님이라도 나와주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거의 정오가 될때까지 기다렸으나 누구도 와보지 않았다. 참다 못해 그 승려가 가서 알아보니, 지관스님은 백방생에게 그냥 떠나면 된 다고 했다고 했다. 백방생은 그만 쓴웃음을 지으며 달구지에 올라 소림 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그 소가 끄는 달구지는 소림사의 정문이 아닌 작은 뒷문으로 나가게 되어 있었다. 백방생은 설마하니 그렇게 자신이 후 문으로 그 모양으로 소림사를 떠나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백방생은 그날 오후에 달구지를 타고서 절반은 졸다시피 하며 등봉 현(登封縣)에 이르렀다. 그 등봉현은 그다지 크지는 않았지만 예로부터 아주 유명했다. 백방생은 일단 객점에 들러서 하룻밤 푹 쉬어 가기로 했다. 백방생은 등봉현내에 있는 한 객점에 묵었는데, 비록 형색이 이상하기 는 하나 화려한 비단의복을 입었기 때문에 객점의 점원들은 그를 환대 했다. 백방생은 우선 이층의 상방에 자리를 잡고 깨끗이 오랜만에 목욕을 하고 면도까지 한 다음에 서찰을 작성하여 사람을 시켜 보내게 했다. 그것은 바로 그가 진소유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진소유는 강호인물록에 의하면 달마오수, 아니 천상오룡과 거의 함께 지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알아낸 지금 그의 앞으로의 행로는 이미 대강 정해졌다. 진소 유가 낙양에 있다고 하니 그도 일단은 그곳으로 가는 것이었다. 진소유는 지금 그의 재산인 황금 십만냥을 가지고 있을 것이었다. 백방생은 당연히 자신의 그 재산을 찾아야 한다. 당시는 그의 생사가 불분명했지만 이제는 일단 삶은 확보된 것이다. 만일 그가 그것으로 평범한 촌부(村夫)의 삶을 원한다면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정도라면 그의 몸은 건강하게 백세까지 장수할 수가 있을 것이다. 백방생이 진소유를 만나서 하려는 일은 기실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아직 백방생은 그것을 정해놓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왠지 그녀를 만나 고 나면 앞으로의 해야할 일들이 생각날 것 같은 예감이었다. 진소유(陳 小柔)! 그녀는 이미 그에게 알몸까지 보인 사랑스런 소녀가 아니던가? 백방생은 일단 그렇게 일을 마치고 나서 잠자리에 들었다. 갑자기 세 상에 다시 나와서인지 상당히 피곤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이전에 고 향인 복주에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 그는 자라면서 실로 심한 우여곡절을 경험하였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들이 마치 한낮의 꿈처럼 생각되는 것은 어인 일인가? 과거 그의 부모가 참혹한 죽음을 당하고 나서 그도 횡액을 무수하게 당했던 것은 결코 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아득한 과거 처럼, 그 과거의 환상처럼 느껴지는 것은 지금 그의 두뇌가 지나치게 피 곤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가 소림사에서 보낸 지난 백일간이 너무도 길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어쨌든 이제 앞으로의 세상은 그가 과거에 겪 었던 세상과 판이하게 달라진 것 같았다. 등봉현에서 마차를 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누워서 떡을 먹는 것보다 쉬웠다. 만일 그 사람이 충분한 은자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오랜만에 숙면을 취하고 나서 아침식사를 한 백방생은 드디어 오전나절에 마차 를 타고 낙양으로 향했다. 등봉현에서 낙양으로 가려면 길을 따라서 서 북쪽으로 가다가 다시 서쪽으로 달리면 된다. 그 여정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만일 좋은 말로 달린다면 하루만이라 도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전날밤에 보내라고 했던 서찰은 이미 가 장 빠른 인편으로 보냈다고 했다. 진소유는 아마도 그가 다시 나타난 것 을 보고 매우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숙녀에게 느닷없는 행위를 하는 것 은 무례다. 백방생은 가능하면 그녀로 하여금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충분히 주고 자 했다. 자연히 백방생은 마차를 보다 천천히 몰도록 했다. 마부는 초로의 늙은이였는데 이 고장의 풍물에 대해서 잘 알았다. 백방생은 우선 시장에 들러서 몇가지의 값비싼 의복들을 사서 갈아입고 그리고 필요한 물품들을 몇가지 샀다. 이어 그는 모자까지 하나 사서 썼는데 그 것은 스스로 선비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를 전날의 그 나약하고 소심한 귀공자로 생각할 사람은 하나도 없 을 것이다. 그는 눈빛이 맑고 고요하며 침착해졌고, 게다가 전신이 뚱뚱 하고 말쑥하며 화려해졌다. 이제는 대개 사람들은 그를 어떤 돈많은 귀 공자나 장사꾼 정도로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 초로의 마부는 장사하는 법을 알아서 그에게 끊임없는 아부의 말 을 해주었으며 백방생은 그에게 약간의 은자를 답례로 주었다. 대개 그런 사람들은 은자만이 가장 순종하게 만들 수 있는 법이다. 마 부는 일단 은자를 받자 매우 태도가 공손해졌으며 지시한 대로 마차를 아주 느릿하고 조용하게 몰았다. 게다가 근래에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 들을 시키지 않아도 상세하게 말해주었다. 그것은 백방생이 혹시 심심해 하지 않을까 하고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백방생은 마부의 듣기좋은 얘기를 들으며 마치 유람을 하는 선비처럼 행세했다. 그는 반쯤은 졸았으며 반쯤은 잠을 잤다. 그러는 가운데 마차 는 오후 무렵에 하나의 마을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문득 마부가 입을 열 어 말했다. "나으리, 이 마을에서 잠시 쉬어갈까요?" 백방생은 급히 선잠에서 깨어나 졸린 눈을 부비다가 고개를 끄덕였 다. "좋소. 이런 곳에서 풍취가 있는 술한잔을 하지 않고 그냥 간다면 그건 선비의 행색이라고는 할 수가 없지." 열냥짜리 은표 한장에 마부는 이미 그의 시종처럼 행세했다. 그는 직 접 마차를 몰아서 그 마을에서 가장 좋은 주점으로 안내해 주었다. 그 주점의 이름은 선인루(仙人樓)라고 했다. 백방생은 이미 돈많은 선비의 행색을 하기로 했으므로 마음이 아주 느긋해졌다. 그는 주점의 안으로 들어서자 이미 점원에게 열냥짜리 은표 한장을 내밀었다. "나를 가장 전망좋은 곳으로 안내해 주게!" 점원은 일단 수고비를 그렇게 많이 받고나자 허리가 갑자기 굽어졌다. 그는 즉시 공손한 태도를 보이면서 백방생을 이층의 전망좋은 자리로 안내했다. 일층에는 험상굳은 인상의 사내들이 삼삼오오로 탁자들을 차지하고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백방생은 무공이 전폐된 상황이라 그들과 상대하는 것이 은근히 두려웠다. 따라서 그는 일단 이층의 조용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이층에도 병장기를 들고 있는 사내들은 있었다. 그러나 비어있는 자리 들이 많아서 주위 분위기는 험악하지 않았고 게다가 선비들이나 상인 들도 있었다. 백방생은 우선 점원에게 아주 값비싸고 맛좋은 요리와 술을 시킨 다음 에 안심을 하고 물을 마시면서 내심 궁리를 했다. (내가 이렇게 부자의 행색을 하고 또한 수중에 많은 돈을 지니고 있으 면서 아무런 방비도 없다면 도적을 당하기 십상일 것이다. 특히 그러다 간 진낭자를 만나보기도 전에 죽음을 당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혹시 그럴듯한 동료나 호위무사를 만나면 좋을텐데.) 은근히 주위로 시선을 돌려보니 문득 갑자기 그의 눈에 크게 띄는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황삼서생(黃衫書生). 그는 백방생의 반대편인 주 루의 입구와 가까운 구석에 홀로 자리하고 있었다. 우선 그는 용모나 자태가 뛰어나게 수려했을 뿐만 아니라 어딘가 범하 지 못할 기질이 풍겨나고 있었다. 나이는 스물다섯 정도이고 키는 백방 생과 비슷한 육척 정도이며 체구는 아주 늘씬하고 수척한 편이었다. 백방생은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가장 눈여겨 본 것은 그 황삼서 생의 기질과 눈빛이었다. 이 눈빛이나 기질은 왕왕 무림인들로서는 자 신의 무공수위를 감출 수 없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일반인은 보 고서도 그 수위를 알 수 없지만, 그러나 백방생은 안목만은 아직 녹슬 지 않았다. 그는 순간 그가 무공이 매우 고강하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게다가 그 눈 빛에서 그의 심성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었다. 백방생은 이미 적극적으로 세상을 살아나가기로 결심하였다. 그는 일단 그렇게 마음을 정하자 미처 음식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자리에서 일어났 다. (우선 나라는 사람의 인상을 뚜렷하게 심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백방생은 즉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가 다가간 곳은 그 황삼서생이 있는 곳이 아니라 다른 탁자였다. 그 탁자에는 방금전에 올라온 청의 소녀(靑衣少女) 하나가 앉아 있었는데, 일행이 없었고 혼자인듯 했다. 이런 주루에 소녀 혼자서 올라온다는 것은 쉬운 노릇이 아니다. 게다 가 눈빛에 정광이 흐르고 허리에 한자루의 장검을 찬 것이 필시 강호여 인이었다. 백방생은 그녀의 앞에 다가가서 정중히 포권을 하며 입을 열었다. "실례지만 제가 낭자께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 청의소녀는 느닷없이 낯선 사람이 다가와서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을 보고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백방생 의 위 아래를 살펴보다가 말했다. "말씀하세요. 대체 무슨 말을 하겠다는 거죠?" 그 낭자의 나이는 대략 십팔세 정도, 맑은 기질이 있어서인지 보기 드 문 미인이었고 체격은 왜소하고 날씬한 편이었다. 그 청색의 경장차림 이 매우 잘 어울려서 허리가 잘룩해 보였고 목소리도 청아하여 듣기 좋 았다. 백방생은 순간적으로 그러한 것들을 검토하면서 다시 말했다. "사실 소생에게는 한 가지의 딱한 일이 있습니다. 낭자에게 말하려는 것은 즉 한가지의 부탁을 드리려는 것입니다." 청의소녀는 눈앞의 백의서생(白衣書生)이 용모가 둥글둥글하고 인상이 좋았을 뿐만 아니라 말씨도 부드러운 것을 보고 즉각 마음이 놓이며 말 했다. "무슨 부탁을 하겠다는 거죠?" 백방생은 즉시 품속에서 한 장의 금표를 꺼내서 그녀의 탁자앞에 내 려놓았다. 백냥짜리 금표였는데 사실 그것은 그가 이미 미리 준비하고 있던 것이었다. 청의소녀는 그가 느닷없이 자신에게 돈을 내놓는 것을 보고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백방생은 말했다. "소생은 이번에 외지에서 이곳으로 들어와 유람을 즐기다가 졸지에 도적을 만나서 외톨이가 되게 되었습니다. 간신히 운이 좋아서 위기를 모면하기는 했지만 역시 마음이 놓이지 않는군요. 제가 아는 사람이 낙양에 살고 있는데 낭자께서 만일 저를 무사히 호송해 주신다면 그것 을 수고비로 드리겠습니다." 은자는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소중한 법이다. 그 백냥짜리 금표 는 현은(現銀) 이천오백냥과 맞먹으므로 그것은 큰 돈이었다. 청의소녀는 도리어 놀라서 어이가 없는 모습이었다. "수고비로요? 이 많은 돈을 준다고요? 저에게 그럴 능력이 있을까 요?" 백방생은 은연중 장검의 손잡이를 잡은 그녀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은 파뿌리처럼 희고 고왔다. 그러나 그것은 장검을 잡은 채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느닷없는 사람을 만나서 느닷없는 제의 를 받게 되어서 정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강호의 햇병아리로군?" 백방생은 이미 강호에서 오래 굴러먹은 사람처럼 쉽게 상대를 파악할 수가 있었다. 그는 다소 웃으며 말했다. "만일 부족하다면 좀 더 드릴 수도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낭자는 강 호의 여협(女俠)이신 것 같은데, 부디 이 힘없는 선비에게 도움을 좀 주 십시오." 청의소녀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주저하는 기색이었다. 그녀는 다소 난감해 하다가 말했다. "저는 무슨 여협이 아니예요. 저는 그리고 별로 무공도 높지 못하고또 한 경험도 없기 때문에...나의 동료들에게...." 청의소녀는 말을 어렵게 시작했는데 막상 말을 하다가 말고 입을 다물 었다.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탁자위에 놓인 그 금표를 집어들었기 때문이 었다. 그 손의 임자는 결코 백방생이 아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옆의 탁자에 둘러앉아서 술을 마시던 세 명의 대한들 가운데 구레나룻을 기른 텁석부리 사내였다. 그는 갑자기 금표를 보게 되자 돌연 욕심이 일게 되어서 다가와 손을 쓴 것이다. 청의소녀는 그것 을 보고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안색이 변했다. 백방생은 즉시 고개를 돌려서 그 텁석부리를 향해 말했다. "아니 어째서 귀하가 그 금표를 갖는 것이오?" 텁석부리의 뒤에는 이미 나머지 두 대한이 다가와 있었다. 하나는 뱀눈의 사내였고 다른 하나는 얼굴에 기다란 흉터가 있는 사내 였는데 보기에 험악하게 생겼고 또한 각기 칼이나 채찍 같은 병장기를 소유하고 있었다. 텁석부리는 백방생을 향해 음흉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왜 내가 이 금표를 가져서는 안된다는 말이냐?" 백방생은 그 흉흉한 눈빛을 대하자 자연 기가 죽어서 고개가 수그러 들었다. 텁석부리는 어느새 허리춤에서 낫과 같이 생긴 병장기를 들고 어루만지고 있었는데, 그 시퍼런 날이 금방이라도 피를 부를 듯 흉폭해 보였다. 백방생은 즉시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오. 하하, 호걸께서 그 금표를 가지시겠다면 소생이 말릴 도리야 없는 것이지요. 아니, 소생이 그냥 그 금표를 드리지요. 이렇게 호걸과 같은 분을 만난 것도 기념일테니." 이때 점원들은 음식을 가지고 올라왔다가 그와 같은 광경을 보고 잠시 구경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 텁석부리는 그 얘기를 듣자 한번 백방생 의 위 아래를 살피더니 돌연 껄껄 대소를 터뜨렸다. "흐흐흐! 정말 네녀석은 분수를 아는 녀석이로구나. 감히 이 금표를 내게 바칠 생각을 하다니?" 그 때 비로소 그것을 보고 있던 청의소녀가 일어서며 보다못해 한마 디를 했다. "이봐요! 당신은 어서 그 금표를 돌려주지 뭇하나요?" "뭐라구?" 그 텁석부리는 과연 대단히 화를 냈다. 그는 청의소녀를 향해 눈알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네년이 감히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단 말이냐? 이 어르신의 일에 끼 어들다니?" 청의소녀는 오른손으로 장검의 손잡이를 잡고 있었으나 아직 경험이 없어서인지 그 손이 새파랬고 안색도 새파래져 있었다. 그러한 모습은 흔히 상대에게 안도감을 주는 법이다. 청의소녀는 그러나 약간의 기질이 있어서 마주 응대하려고 했다. 백방생은 결코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았 다. 그는 즉시 손을 저어서 청의소녀를 제지하며 말했다. "아 소저께서는 가만히 계시오! 그것은 제가 이미 말했다시피 호걸께 호의로 드린 것이니. 상관이 없습니다. 소생에게는 그래도 아직 한 장의 금표가 남아 있으니 우리 그것으로 흥정을 하도록 하십시다?" 청의소녀는 다소 머뭇거렸다. "하, 하지만 그것은...." 백방생은 웃으면서 말했다. "하 하, 소생은 그다지 속이 좁은 사람은 아닙니다. 그저 이 한 목숨을 지키려는 것이지요. 만일 이 목숨이 사라지고 나면 은자도 결국은 소용 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은자는 앞으로 낙양에 가면 또 구할 수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청의소녀는 다소 머뭇거렸다. 그녀로서는 처음으로 겪는 사건인 것 같 았다. 그녀는 아직 장검에 놓인 손을 치우지 않은 채 생각하다가 문득 물었다. "정말로 당신은 우리에게 경호를 원하나요?" 청의소녀는 아까도 은근히 말했었지만 지금은 또 우리라는 표현을 썼다. 알고보니 그녀에게는 역시 일행이 있는 모양이었다. 백방생은 웃으며 말 했다. "물론입니다. 알고보니 정말로 낭자께서는 강호의 협녀로서 대단하신 분 이로군요. 낭자와 같은 분이라면 제가 안심할 수가 있지요." 청의소녀는 그가 자신을 추켜세우자 창백했던 얼굴에 약간의 홍조가 떠올랐다. 그녀는 약간 망설이는 듯 하다가 말했다. "나에 대한 그런 칭찬은 잘못된 것이예요. 저는 무공도 그리 높지 못하고 또한 결정할 권한도 없어요. 모든 일은 잠시 후에 저의 사형들이 오시면 그때 의논하세요. 그분들은 무공도 모두 고강하거든요." 백방생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그럼 알고보니 일행이 계셨군요?" 청의소녀는 이제야 한숨이 나오는지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점 원들은 음식을 백방생의 탁자에 모두 갖다놓았고 사건이 진정될듯 하자 다시 일하러 가버렸다. 백방생은 다소 망설이는 듯하다가 말했다. "그럼 좋습니다. 소생으로서는 오히려 고마운 일이지요. 저는 잠시 제 자리로 가서 기다릴테니 금방 일행이 오시면 알려주십시오?" 말과 함께 백방생은 포권을 한 뒤에 자신의 자리로 가기 위해서 몸을 돌렸다. 그런데 다음 순간 그의 안색은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 다. 알고보니 그 텁석부리가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백방 생은 다소 놀라며 말했다. "아니, 세 분 호걸께서는 아직도 소생에게 볼 일이 남은 것입니까?" 그 텁석부리는 한차례 음흉하게 웃었다. 그러니까 그 뒤에 있던 뱀눈 의 사내와 흉터있는 사내는 따라서 동조하듯이 흐흐흐! 하고 흉소를 터 뜨렸다. 텁석부리는 이어 말했다. "너는 감히 본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다는 말이냐?" 백방생은 크게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감히...,감히 소생이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호걸께서 소생에게 볼일 이 있다면 하 하, 어서 말씀을 하십시오." 텁석부리는 음흉하게 바라보다가 불쑥 우수를 내밀었다. "어서 내 놓아라?" 백방생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무엇을 말입니까?" 순간 텁석부리는 우수에 들고 있던 쇠낫을 휘둘러 탁자를 후려쳤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그 탁자의 한부분이 낫에 잘려져 나갔다. 텁석부리는 이어 소리쳤다. "네 놈이 감히 수작을 부린다는 말이냐? 이 어르신께서는 너의 그 금표를 보고자 하는 것이다!" 백방생은 이미 상대의 흉폭한 태도를 보고 기가 죽었다. 그는 즉시 웃 으며 말했다. "그, 그것은..., 하 하 보여드려야지요. 소생이 감히,감히 그럴 수야 있겠 습니까? 헌데 대체 무슨 일이신지?" 갑자기 텁석부리의 뒤에 서있던 뱀눈의 사내가 음침하게 웃으며 말 했다. "그야 형님의 금표를 혹시 네가 갖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어서 내놓 지 못하겠느냐? 우리 형님께서는 나처럼 마음이 너그럽지 못하다는 말이다?" 백방생은 잠시 주저주저 하다가 마침내 다시 한 장의 금표를 꺼내들 었다.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잼 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