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짓국은 응혈상태의 소 피인 선지를 넣고 끓인 국으로 선지해장국이라고도 한다.
식당 등에서 ‘선지국’이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많아 '선지국'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선짓국이 올바른 표준어다.
기본적으로 우거짓국에 선지가 들어간 변형에 가까운 요리로, 매콤하고 기름진 국물에 우거지와 콩나물을 넣은 매운 우거짓국을 기반으로 한 것이 가장 흔하다. 이외에 된장 기반이라 그리 맵지 않은 곳도 있고 흰 국물이 기반인 곳도 있다. 주로 해장할 때 애용된다.
선지 국밥, 혹은 선지해장국이라고 알려진 음식은 사골 국물에 우거지, 콩나물 등을 함께 넣고 고추기름 등을 넣어 얼큰하게 끓이는 것이 전국적으로 널리 퍼진 방법이지만 호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뭇국에 쇠고기를 약간 넣고 만든 맑은 선짓국을 먹기도 한다.
선짓국을 끓일 때에는 소의 사골과 질긴 부위의 고기를 넣고 오래오래 고아 국물이 뿌옇게 되고 소의 힘줄이 흐물흐물할 정도가 되면 선지·콩나물·무 등을 큼직하게 썰어 넣고 된장으로 간을 하여 다시 오래 끓인다. 골수에서 철분이 우러나오고 선지에서 철분·단백질 등이 우러나와 영양성분이 농후한 국이 된다.
선지에는 철분과 칼륨이 대량 포함되어 있어 해장과 빈혈, 근육 경련, 심장의 비정상적인 두근거림, 월경이나 헌혈 뒤에 효과적이다. 철분이 풍부해 빈혈에 좋고 열량이 매우 낮아 다이어트에도 좋다. 비타민 B가 많아서 피부 미용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아 고지혈증 질환이 있다면 피해야 한다. 아저씨들이 먹는 음식이란 이미지와 다르게 실제로는 젊은 여성에게 더 좋다.
고대 스파르타에서는 ‘검은 수프(black soup, black broth)’라 불리는 돼지의 다리, 돼지의 피와 식초, 소금을 넣고 푹 우려서 만든 음식을 공동취사장에서 먹었다. 이 음식이 상당히 고약한 맛이 나는 음식으로 악명을 떨쳐서 이 음식을 외국인들이 먹고 질색을 했다는 기록이 자주 나온다. 계몽사 학습만화세계사에는 이것을 '검은 죽'이라 번역했는데, 이를 맛본 아테네인이 '아테네의 돼지가 먹는 것도 이것보단 낫겠소.'라고 하자 스파르타 군인이 '아테네의 돼지도 그 죽을 10년만 먹으면 훌륭한 군인이 되어있을 것이오.'라고 응수하는 장면이 있다.
스파르타 외에도 유럽 여러 나라의 선지 소시지, 스웨덴의 피 푸딩이나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기록이 나오는 음식인 블랙 푸딩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리고 핀란드에는 정말 선짓국과 비슷하게 생긴 스프가 있는데, 이 스프에는 선지를 직접 넣지 않고 만두피 비슷한 반죽으로 한번 싼 후에 넣는다고 한다. 시베리아 사람들은 아예 순록의 피를 생으로 마신다. 순록의 피는 시베리아 사람들에게 철분을 보충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취급을 받아왔는데도 꾸준히 피 음식이 만들어진 걸 보면 마니아층이 항상 있었던 모양이다. 몽골에서는 선지의 방식으로 피를 먹는 문화는 없으나 그 대신 몽골에서는 고기를 도축할때 피를 빼지 않고 도축하기 때문에 몽골에서는 피 묻은 고기가 대중적이다. 마사이족도 선지의 방식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몽골과 마찬가지로 유목 민족이다 보니 피를 먹는데 개중엔 피를 우유에 타서 먹기도 한다. 서양에서 아침에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먹는 느낌으로 먹는다.
피를 먹지 않는 여호와의 증인은 이 음식을 금기시한다고 한다. 여호와의 증인은 수혈 또한 피를 먹는 행위로 보고 이 또한 거부한다. 이슬람과 유대교, 동방 기독교에서도 피를 먹는 행위를 금지하기 때문에 선짓국도 하람(haram, 금지된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대체로 싫어한다. 이는 선지 특유의 피 냄새로 인한 것이며, 먹이겠다고 선지를 식혀서 주면 이 냄새가 더 심해진다.
한국인의 99%는 푹푹 끓인 선짓국의 형태로 접하는데 선지는 뜨끈뜨끈하며 포슬포슬 부서지는 식감을 갖고 있다. 펄펄 끓는 물에 넣으면 구멍이 나며 약간 더 단단해지고 찬물부터 중간불에 천천히 끓여내면 매끈하고 부드러운 덩어리가 되는데 씹는 순간 약간의 찰기를 느낄 수 있으나 쫄깃한 음식은 아니다.
선짓국은 고기나 내장에서 얻을 수 없는 독특한 식감으로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다. 선짓국의 간이 센 국물에 선지를 얹어 같이 먹는 것이 정석 이다. 선지의 냄새는 부담스럽지만 선짓국의 진한 짜고 매콤한 맛이 냄새를 없애주고 국물이 선지를 부드럽게 부서뜨리기 때문에 국물과 같이 먹는 선지는 호불호를 각오했다면 맛있다.
맑게 끓이다보니 선지의 비린내가 더 도드라지기 쉬워 선지의 신선도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신선한 선지의 수급이 맛을 좌우하는 관건이라고 한다.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있어 좋아하는 사람은 선지해장국보다 맑은 선짓국 쪽을 선호하기도 한다. 청양고추를 썰어 넣어 칼칼한 맛을 더하기도 한다. 그밖에 체인점으로 전국에서 꽤 볼 수 있는 양평해장국도 소 내장과 선지를 넣고 고추기름으로 얼큰하게 끓인 일종의 선짓국 이다.
서울 종로 청진동의 역사 깊은 선지 해장국 전문점에서 선짓국을 달라고 하면 파 외엔 아무 것도 안 들어가고 맑은 국물에 덜렁 선지만 들어 있는 것을 준다. (메뉴에 선지와 해장국이 따로 적혀 있다.) 마니아들은 다른 거 안 들어간 그런 선짓국을 더 좋아하며, 위에 얘기한 보드랍고 탄력 있으며 녹색이 돈다는 잘 끓인 신선한 선지의 질감이 바로 그것인데, 그쪽 몇몇 가게만큼 선지의 제 맛이 나도록 잘 끓인 선짓국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전 역전시장에 가면 선지 국밥을 단 1,000원(大자는 2,000원)에 맛볼 수 있다.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서민의 배고픔을 달래주기 위해 20년 넘게 그 가격을 유지해왔다고 한다. 크기는 그렇게 크진 않으나 맛은 좋다는 평이 많다. 진주에서는 진주비빔밥을 먹을 때 국으로 선짓국을 준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서 화요일마다 장을 서는데 거기에서도 선짓국을 판다. 대구 앞산순환로의 '대덕식당'이라는 노포집의 랜드마크 메뉴이기도 하다.
선지 특유의 비린내, 즉 피비린내 때문에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편이다. 이는 물에 몇 시간 동안 담가두거나 생강술 등 여러 재료를 사용하여 잡아낼 수 있다. 신선도가 아주 좋은 경우엔 비린내보다는 고소한 맛이 난다. 개인 취향 차이에 따라 못 먹겠다 싶은 선지가 나올 때도 있지만, 유독 선지 비린내가 심한 집들은 특성상 냉동 선지나 신선하지 않은 선지를 쓴 경우일 확률이 높아서 다른 음식점을 찾아보는 게 좋다.
후추를 치면 비린내가 많이 없어지기 때문에 냄새를 잡겠다고 후추를 많이 넣기도 하는데, 이러면 선짓국 고유의 맛이 약해지니 후추는 조금만 넣거나 넣지 말고 먹으면서 취향만큼 더 넣으면 된다. 또 비린내는 참아도 선지 특유의 미끌미끌한 식감 때문에 기피하는 사람들도 있다. 먹은 후 폭풍설사를 해서 못 먹는 사람도 있다.
냄새와 무관하게 피를 굳혀 만들었다는 점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피를 먹는 음식인지라 야만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외국에도 피를 가공해 만든 음식이 먼 옛날부터 많이 있었다.
선짓국 외에도 선지 국밥, 선지 국수 등 다양한 변형이 존재한다. 선지에는 생 선지와 냉동선지 두 가지가 있는데, 일부지역과 식당을 제외한 전국의 선짓국 식당들은 대부분 후자를 취급한다. 냉동선지는 앞서 말했듯이 피를 굳혀 만들기 때문에 냉동이라고 할지라도 산화되어 맛과 씹는 촉감이 떨어질뿐더러 피가 응고될 때 생기는 특유의 비린내도 심해진다. 부산에서 생 선지를 취급하는 식당은 부전시장, 구포시장, 감전 새벽시장 등에 있고, 구포시장 선짓국 식당들은 2~3대를 이어 하기 때문에 그날 바로 잡은 생 선지를 취급한다.
선지는 소의 부산물 중 원가가 상당히 싼 편에 속한다. 다만 쉽게 상하므로 일반인들은 도축장이 옆에 붙은 축산시장에서나 살 수 있다. 그리고 여름철에는 팔던 재래시장 가게나 축산 시장에서도 생 선지는 취급하지 않는다. 원가가 싸기 때문인지 곱창집이나 소고기 구이집에 가면 서비스로 선짓국을 작은 뚝배기나 국그릇에 담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골에 가면 2~3천원에 한 그릇을 파는 곳도 꽤 많다. 대신 양의 피를 쓴 선지로 만들 때도 있는데, 소 선지보다 싸다.
애초에 선지가 액체인 피를 굳혀서 만든 것이다 보니 급하게 온도를 높이면 내부에 기포가 생겨 벌집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보기 흉한 모습'이 된다. 제대로 익히려면 천천히 익혀야 하는데, 이렇게 공들여서 익힌 선지는 단면을 잘라도 구멍이 거의 보이지 않으며 급하게 익힌 것보다 훨씬 부드럽다고 한다. 그 차이는 달걀찜과 비슷하다. 잘 끓인 좋은 선지는 겉은 붉은 기가 도는 갈색이고 잘라 보면 살짝 녹색이 도는 적회색이며, 부스러지지 않고 날카롭게 잘라지며 찰기가 있고 쇳내 같은 특유의 향이 있다.
끓일 때는 되도록 큰 솥에, 물도 많이 넣고 끓여야 온도가 서서히 올라 선지가 부드럽고 구멍이 적다. 선지해장국 전문점의 선지가 맛있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일단 끓일 때 비릿한 냄새가 나는데 피비린내와는 또 다른 냄새로 잘 빠지지도 않는다. 양 같은 내장을 같이 넣어 끓이면 냄새는 몇 배로 강해진다.
차나 감처럼, 탄닌을 함유한 음식을 같이 먹으면 선지 안의 철분이 탄닌과 결합하여 '탄닌산철'이라는 소화 불가능한 화합물로 변화하기 때문에 철분 흡수에 좋지 않다. 인산이 들어간 음식과 우유 계통 음식을 같이 먹으면 안 되는 것과 비슷한 이유이다.
일단 피를 먹는 것이고 피에는 철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선짓국을 먹은 다음날 볼일을 보면 검은 변이 나온다. 장출혈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자. 마찬가지로 영양보충용 철분제를 먹어도 검은 똥이 나온다. 단, 건강검진 받기 며칠 전에는 먹지 않아야 한다.
나무위키, 한국의 국물요리 중에서
한국민속대관 2, 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소
첫댓글 지가요 선짓국을 좋아 하긴 하지만, 요즘은 그의 안 먹는 편인데도,
늘~ 고지혈증 소견이 나옵니다.ㅎㅎㅎ
적당히 즐기세요. 무엇이든지 과하면 안 좋지요.
저도 선짓국을 좋아해서 포장해 와서 가끔 먹습니다. 분명히 맛있고 좋은 음식이긴 합니다만 늙으면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그놈의 고지혈증 때문에 ㅠㅠ
좋아하는 돼지국밥. 순댓국. 소고기국밥. 육개장도~~흑흑
대신 뼈다귀 해장국을 즐깁니다. ㅎㅎ
참고: 고지혈증의 또 다른 원인-튀김. 쌀밥. 면(면 종류를 먹을 때는 반드시 콩가루를 넣어야. 모밀국수를 먹든지). 빵
@여정 그래도 여러 음식을 적당히 즐기는 편입니다.
과유불급만 경계 하면시로.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