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27세 점점 두툼해지는 아랫배와 목을 둘러싼 턱살... 하루 왼종일 하는것이라고는 숨쉬기 놀이와 숟가락들었다내리기... 이렇게 살아선 안되겠다고 생각... 운동을 하기로 결심하고, 카페를 찾았죠. 문득 떠오르는 키워드가 "북한산"... 우리 한봉우리 카페가 가장 많은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 정도면 잘은 몰라도 왠지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카페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입을 함.
안녕하세요~~^^y
가입후 일주일여 첫 산행을 하기 하루 전 소풍을 기다리는 초등학생의 서레는 맘으로 가방을 싸고... 충분한 취침에 들어갔죠. 익일 06시에 기상 순조로운 출발을 예상하며 차분한 마음으로 샤워와 식사를 마치고 집합장소에 20분 전에 도착.
"음~~~ 내가 좀 일찍왔나보다" 하면서 일행을 기다리기 시작했죠... 뭐랄까 첫 산행을 임하는 기분... 마치 신부가 첫날밤 샤워를 마치고 낭군을 기다리는 초조함이라고 할까요?
시간은 약속시간인 9시를 지나고 있는데 왠걸 약속장소인 편의점 앞에는 아무도 보이지않고... 초조한 마음에 주위에 둘셋 일행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혹시 "한봉우리" 아니냐고...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순간 여차하면 혼자 산행을 강행해야 할 처지에 ㅠㅠ
순간 헨드폰이 울리더군요. 대장님이신 주산님께 걸려온 전화...
제가 기다리고 있던 곳은 약속장소인 회룡역 보다 한 정거장 앞선 망월사역이었던 겁니다. ^^; 택시를 잡아타고 부랴부랴 회룡역에 도착한 시간이 8시 15분이었고...
집합장소에 모이신 저를 제외한 8분
- ( 8명 * 15분 = 120분)
결국 회원님들의 소중한 시간 120분을 제가 잡아먹을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맑음아 이 험한 세상 이래가지고 어떻게 살레~~" 제 후기는 아마도 반성문이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웃음으로 맞이해주신 회워님들께 감사하단 말을 이제서야 드리네요 (꾸벅)
등산이라고 해 봐야 집앞(수유전철역)에서 걸어서 '아카데미하우스'-'동문'-'위문'을 돌아 '도선사'에서 버스타고 내려오는 것이 전부였던 제게 있어서 이번 토요산행이 아마도 지금까지 가장 긴 코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도봉산이 불수도북 중에 나름대로 험한 코스라고 하시는데 생각으로는 뭐 별거 아니구나 싶었죠... 그런데 왠걸~ 점심식사를 하고도 앞으로 가야할 길이 창창한데 오른쪽 다리 뒷부분 인대부위가 땡기는게 아니겠습니까... 통증은 우이암을 돌아 내려오는 길에 거의 절정에 이르러서 발을 내디디기가 힘들더라구요... 막내가 힘들다고 엄살을떨 수도 없는 노릇이고말이죠^^; 결국 우이암을 돌아 내려오는 길에서는 거의 뒹굴뒹굴 굴러내려오는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안그래도 뒤에서따라오시던 '물방울님'께서 보시기도 엉성해보였다고 하시더라구요. 뻘쭘하더라구요^^;
그동안 얼마나 운동을 안했으면 이럴까 싶기도 하구요.
이러쿵저러쿵 우이암 매표소를 나오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죠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뒷풀이...
등산도 못하는 제가 산을 좋아하는 이유랄까... 하산한 뒤에 깔끔한 호프, 아니면 홍어무침에 담백한 탁주의 맛을 알아서일까요?
일행은 일차로 두부김치에 탁주 그리고 몇몇 전을 안주를 앞에 두고 산행의 피로를 씻어내리며 인사를 했고, 뒤이어 아쉬울뻔한 만남은 깔끔하게 호프집 코스로 마무리.
휴~~ 초보의 벅찼던 도봉산 등반 일정을 겨우겨우 마치고 흐느적거리는 몸으로 집으로 도착. 반겨주는 것은 아버지께서 남겨놓으신 사주팔자 복사본 한 장 ... 아울러 "김재홍... 보름달을 보면서 40회 절한다."는 꼰대님의 메시지.
샤워도 하기전에 옥상으로 올라가 겨우겨우 40회 절을 하고... 다음날 뻐근한 뒷다리를 저주파치료기에 의지하는 신세가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