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55·숭실대 문예창작과 교수·사진) 시인이 “내가 쓴 시가 나온 대입 문제를 풀어 봤는데 작가인 내가 모두 틀렸다”고 18일 말했다. 그가 풀어 본 문제는 2004년 출제된 수능 모의고사 문제였다. 최씨의 작품 ‘북어’ ‘아마존 수족관’ ‘대설주의보’ 등은 수능 모의고사 등에 단골로 출제돼 왔다. 그는 “작가의 의도를 묻는 문제를 진짜 작가가 모른다면 누가 아는 건지 참 미스터리”라며 쓴소리를 했다. 최 시인은 올 8월 서울시교육청 교육연수원에서 국어교사 400명을 대상으로 ‘시의 이해’를 강의했다. 이 자리에서 수능 시험과 고교 시 교육에 대해 직격탄을 날려 화제를 모은 그를 만났다.
-자신이 쓴 시가 나온 문제를 틀린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언젠가부터 내 시가 교과서나 각종 수능 모의고사에서 나오고 있다더라. 그런데 나는 다 틀린다. 그래서 지금은 안 풀어 본다. 시를 몸에 비유해 보자. 시의 이미지는 살이고 리듬은 피요, 의미는 뼈다. 그런데 수능 시험은 학생들에게 살과 피는 빼고 숨겨진 뼈만 보라는 것이다. 그러니 틀리는 게 아닌가 싶다.”
-무슨 말인지.
“예를 들어 내가 쓴 ‘너구리, 너 구려. 너 구린 거 알아’라는 시를 보자. 이게 모국어의 맛과 멋이다. 그런데 이 시의 주제가 뭐냐. 시의 사조(思潮)가 뭐냐. 시인은 어느 동인 출신이냐 묻는 게 수능 시험이다. 그런 가르침은 ‘가래침’ 같은 거다.”
-시인의 시 ‘북어’에 대해 고교 참고서는 ‘시인은 부당한 독재 권력에 대해 한마디 비판도 못 하는 굴종의 삶을 비판한다’고 풀이했다. 이건 맞나.
“그것 봐, 또 한정한다. 1979년 사북에서 전두환 정권 계엄령이 내려졌을 때 쓴 것은 맞다. 하지만 이 시는 죽음의 탐구로 볼 수도 있다. 작품은 프리즘과 같아서 눈 밝은 독자를 만나면 분광하며 스펙트럼을 일으킨다. 이런 해석은 노을을 보고 허무·열정의 이중성을 느끼는 사람에게 ‘빛의 산란’이 정답이라고 못 박는 꼴이다.”
-객관식 시험이라는 한계가 있지 않은가.
“사람 사이의 대화나 교류가 일어나는 곳은 산과 산 사이의 골짜기다. 그런 골짜기에서 나오는 메아리가 중요하다. ‘나는 이 산꼭대기에서 이런 얘기를 하고 있지만 저쪽에도 또 나름의 산맥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면 산과 산 사이에 골짜기가 생겨난다. 오지선다 시험은 골짜기를, 골짜기 사이에서 나오는 메아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현행 교육의 문제가 뭐라고 보는가.
“요즘 국회가 하는 일을 보자. 골짜기가 없다. ‘사이가 좋다’는 말처럼 사이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이가 없는 거다. 여당과 야당, 중앙과 지방이 대립하는 세종시 문제도 그런 거 아닌가. 참 답답하다.”
-그렇지만 수능은 15년이 넘은 시험이고, 아주 엄밀한 과정을 거쳐 출제된다. 이의 신청을 해 볼 수도 있을 텐데.
“그냥 미스터리로 남겨 두고 싶다. 나도 생각하지 못한 정답이 어떻게 나오는지 정말 궁금하다. 내가 바보라서 모르는 건지…. 그렇지만 문제가 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거 같다. 나는 감정과 예술의 자리에서 얘기하고, 수능은 이론과 논리의 자리에서
-그럼 시 교육의 목표는 무엇이어야 하나.
“웃는 것, 안목을 높여 주는 것이다. 더 좋은 작품을 감상해 나갈 수 있는 능력, 그래서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안목을 길러 주는 것이다. 그리스 철학자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고 했다.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인생은 지금 여기 경험의 총체이니 그 경험을 최대한 느끼도록 도와주는 것이면 좋겠다. 어린이가 덜 자란 어른인 게 아니라 어른이 계속 자라나는 어린이일 뿐이다.”
-학생들도 시를 쉽게 쓸 수 있나.
“시인은 언어의 요리사고 작품은 음식이다. 독자는 미식가고, 맛을 음미하면 된다. 나는 쉽게 언어를 물감처럼, 음표처럼 사용한다. 시 ‘숫소’는 증기기관차처럼 콧김을 뿜는 수소가 빼빼 마른 백정에게 맞아 쓰러지는 얘기다. 의미에 연연하지 말고 더 많은 작품을 즉물적으로 감상하고, 생각을 많이 하면 누구든지 쓸 수 있다.”
이원진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최승호 시인은=1983년 출간된 첫 시집 『대설주의보』 이후 『세속도시의 즐거움』 『그로테스크』 『고비』 등 문제작들을 내놓으며 오늘의 작가상과 김수영문학상·이산문학상·현대문학상·미당문학상 등을 받았다.
그리고 달려있던 댓글
출처 :엽기 혹은 진실..(연예인 과거사진) 원문보기▶ 글쓴이 : ⓧ김동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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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로 이거이거... ㅋㅋㅋㅋㅋ 나조차도 그렇게 배웠으니... 이거 어떻게 해야한답니까... ㅋㅋㅋ
웃긴 댓글중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름다운 맛?
![ㄱ-](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48.gif)
근데 저 위에 댓글에 나온 '꽁기꽁기'는 무슨 뜻임??
첫댓글 ㅋㅋㅋ 진지하게 본문 글 읽어나가다가 함께 스크랩하신 댓글들 보니, 참 기똥차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의 의미와 내용을 100으로 쪼개놓는 대단한 문제분석자들이 짜증날 뿐이죠...
삭제된 댓글 입니다.
글쎄요...시인이 생각했던 의도가 정말 정답이다라는 의미가 아니고 사람마다 문학을 보고 느끼는 것은 다 다를 수 있는데 모두 획일적으로만 가르치려는 현 교육에 대한 비판같은데요...솔직히 현재의 교육 시스템 속에서 과연 문학의 미학을 정말 진심으로 느끼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창작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문학도 결국 단순 암기과목처럼 되어가고 있진 않은가 생각되던데요...
양갱이요우 님// 시를 열린 눈으로 봐야한다는 말이 요지인 것 같은데요. '시 감상 설명서'는 시인이 하는 말과 정 반대되는 것 같습니다.
스크랩한 댓글 중 마감에 쫓겨서ㅎㅎ
필요악이라고 생각해요 전국 수십 만 명의 학생들을 줄 세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객관화된 문제를 만들어야 하고 그러다 보니 문학의 본질적 성격을 왜곡하게 되고.,,참 어려운 문제네요
수능 뿐만이 아니라..우리 임용도 마찬가지겠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죠....지원자는 많고,,,선발해야 하는 인원은 소수이니....
전 이래서 문학은 단지 가르쳐야만 하지 문학으로 평가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수능의 언어영역은 비문학으로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유종호씨도 그랬듯이 문학으로 평가하려 하면 결국 문학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만 양산할 뿐이죠. 특히 시에 있어서는 더더욱....시의 운율, 언어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보다는 다들 그 의미가 무엇인가만 생각할 뿐이잖아요.
2222 저도 동감합니다...하지만 수능 언어영역에서 문학을 빼 버린다면.....문학 배우는 고등학교 아마 없을걸요...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만 배우고 선택과목으로 문학을 배우는 학교는 한 군데도 없지 않을까 싶군요..
문학을 필수로 가르치되 그것을 평가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어차피 문학은 삶에 있어 휴식이자 깨달음의 도구..또는 뭐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만 어쨋든 문학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면 공부하다 잠시 쉬고 싶을때 문학을 찾는...그런 오아시스 같은 역할이 더 맞지 않나 생각들거든요...너무 이상적인 생각일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방법이 문학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결국 문학이 더 번영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문학이 언어'예술'이라는 데 동의하신다면, 예능 과목으로 분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음악과 미술처럼 말이죠. 저 역시 평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모든 학생들이 다 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음악과 그림 좋아하듯이 좋아하는 학생들만 문학을 공부했으면 좋겠어요.
식후땡님과 사람사는 소리님의 말씀에 공감을 합니다...제가 위에서 저렇게 말씀드린건...우리 나라의 현재 교육이 입시에 끌려 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선 누구나 공감을 하실 것입니다.....이러한 교육 현실에서 문학을 수능에서 빼 버리고..."가르치되 평가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치열한 입시 전쟁을 하는 학생들 입장에서 수능에도 나오지 않고, 평가도 하지 않는 문학을 배우려 할까요?(물론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있겠지만 대다수는 배우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학교에서 가르치려고 할까요?(학교 역시 마찬가지고요..) 필수로 부과해서 배우게 해도...일선 학교에서는 시간표에만 넣고..안 가르칠 듯요
상관 없습니다. 평가를 포기하는 대신 학생들의 열의가 줄어드는 걸 감수해야겠죠. 문학이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공부의 대상이라는 것이 문제의 시작입니다. 필수로 배우는 것도 반대입니다. 평론가가 될 게 아니라면 굳이 공부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좋아하는 사람만 즐기면 좋겠습니다.
네...저도 사람사는소리님 의견에 공감합니다. 사람들이 문학작품 이름 많이 안다고 문학이 번영할까요? 오히려 문학의 즐거움도 모르면서 어렸을 때부터 문학은 지루한 것이라고 여겨져 더 많은 사람들이 문학을 싫어하게 될겁니다. 지금 교육 시스템에서는 오히려 문학이 더욱 대중에게서 멀어지게 만드는 기능을 하는것이 아닌가 생각되요.
꽁기꽁기를 저는 '어째 좀 껄쩍지근'하다...정도로 해석하고 있어요. 애매모호할때 쓰는 표현이래요. 미묘한 상황 뭐 이런뜻이래요
'꽁기꽁기'는 예전에 어떤 스포츠 신문 만화(아마도 '아색기가'?)에 나왔던 표현입니다. 아무 의미 없구요, 그 만화 역시 아무 의미 없는 단어를 듣고 무슨 뜻일까 고민하는 걸로 웃음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보다 더 웃기고 어이없는 게, 시나 소설을 가르치면서 '핵심정리(주제, 정서, 어조, 표현....시점, 주제 등)'를 먼저 가르치는 겁니다. 작품을 읽어야 알 수 있는 것들을 작품 읽기 전에 배운다니... 이게 주입식이구나 싶더군요...ㅎ 그리고 <양갱이요우>님의 말씀에 동의하는 것은 문학이라는 예술에도 어느정도 보편성은 인정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참신하고 창의적인 감상은 보편적 이해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져야 하는 게 적절한 듯 하네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문학 공부]의 필요성에 손을 들어 주고 싶어요.
참고로 저 위에 나온 신경림 시인 에피소드는 신경림 시인이 아닙니다. 반딧불의 묘 작가 입니다.
크~~~~~~~~~~~~~~~~~~~~~~~~~~~~~~~~ 시는 문제에 나오면 안되..